여동생 감금유희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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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인 이제 얌전히 통증을 견디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골반을 들썩여가며 내 페이스를 보채고 있다.
더더욱 감당하기 버거워진다.
"웁!"
별안간 그녀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자기 유방 사이로 억누른 채 깔깔거린다.
"아하하! 뭐하는 거야, 또 나 혼자만 움직이라고? 그래도 되?! 어?"
무수한 감정기복을 겪은 끝에 마침내 쾌락에 도취된 그녀는 이미 반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위험하다.
위험할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정말로 확실히 위험하다.
그녀는 아까 삽입 직전의 나처럼, 이 뒷일에 관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있다.
미우가 돌아오던 말던, 아마 어떻게든 될거라고 스스로 얼버부리고 있겠지.
절대 그럴리가 없는 데도 말이다.
"또 해봐, 어? 아까 했던 거 또 해보라고! 이제 괜찮을 거 같애, 얼른얼른!"
아까 했던 거라니... 혹시 또 유두를 물어뜯으란 얘긴가?
내 얼굴에 자기 유방을 들이문대고 있는 걸 보면 그게 맞는 거 같다.
나는 떨떠름하게 아까 물지 않았던 깨끗한 쪽의 유두를 입에 담고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으읏!"
소름이 치닫는 지 뒤로 제낀 턱을 부르르 떨며 씩 웃는 지은.
나는 입에 넣은 유두를 차마 아까처럼 어금니로 갈지는 못하고, 턱에 힘을 뺀 채 깨작깨작 우물거리기만 했다.
혼자서 일방적으로 골반을 들썩거리며 행위를 이어가던 그녀는, 문득 내 기운없는 애무가 못마땅한 지 아까처럼 다시 한번 나를 지그시 노려본다.
하지만 이번엔 별로 달래주고픈 의욕이 생기지 않았기에, 나는 그녀의 못마땅한 시선을 그대로 외면해버렸다.
"어쩌라고 젠장."
콰악!
"컥!"
나는 복부를 파고든 이물감에 질식하며 지은의 유두를 뱉어냈다.
"여자의 펀치가 아니야, 제기랄...!"
무방비상태였던 내 복부 어딘가에 지은의 주먹이 꽂힌 것이다.
대체 아까 처음 삽입할 때 칭얼거리던 여자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거지?
"크거걱, 케엑...!"
나는 커억거리며 지은의 어린 유방 사이에 얼굴을 짓뭉갠 채, 그녀의 명치부근을 내 타액으로 더럽혔다.
조용히 나를 방치하고 있던 그녀의 왼손이 서서히 내 머리부근으로 올라온다.
이래놓고 또 내 머릴 쓰다듬으려는 건가 싶었던 나는, 별안간 내 왼쪽 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못이겨 몸을 옆으로 틀어야했다.
찌거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핏물을 머금은 내 분신이 그녀의 질 밖으로 빠져나온다.
"으, 으, 으, 흐아아악!"
귀를 잡아당기는 무자비한 손길을 따라, 지은일 덮고 있던 내 몸이 자연스레 옆으로 뒤집힌다.
그와 동시에 몸을 일으킨 그녀가 내 허리에 올라탄 후, 조금 덜쓰러진 나를 마저 바닥에 짓눌렀다.
그렇게 자세를 반전시킨 채 칼을 쥔 손가락 몇 개를 펴서 내 얼굴을 가만히 더듬어보는 지은.
완전히 핏기가 가셔버린 나와 달리, 날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붉게 상기되 있었다.
잠시동안 날 바라보던 그녀가 이윽고 손만 밑으로 내려 내 성기를 움켜쥔다.
불에 닿은 듯 움찔이던 내 성기가 그녀의 손길에 의해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내 성기를 주무르면서도 여전히 날 응시하던 그녀가, 한순간 미간을 찌프리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데, 나랑 하는 게 그렇게 싫어?"
"아니, 그런 게-"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당연하잖아! 가면 갈수록 살 가망이 사라져가니 울고 싶어질 수 밖에.
젠장, 지금쯤이면 미우가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거나 돌아오는 길목일 것 같은 데!
우후후, 어쩌면 편의점이나 24시간대형할인마트의 공구코너에서 날 죽일 고문도구를 고르고 있을 지도 모르지.
콧노래라도 불러가면서 말이다.
미치겠다 젠장! 난 지금까지 뭘 위해 이런 수고를 해온거지?
물론 꼭 싫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목적은 지은에게 잘 보여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래서는...
나는 치미는 눈물을 억누르며 그녀의 시선을 피해 필사적으로 머릴 굴리기 시작했다.
역시 이렇게 넋놓고 죽을 순 없다. 아까처럼 재갈이 물린 채 혼자 갇혀있을 때라면 모를까,
지은이와 몸을 섞고 엉켜있는 이런 상황 속에선, 아직 뭔가 시도할 게 남았을 지 모른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지은인 핏물과 애액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균열을 움찔거리며,
그 밑에 바짝 발기된 내 분신을 손으로 꺾어 삽입시킬 각도를 맞추고 있다.
좀전에 느낀 쾌감을 초조히 바라는 얼굴로, 자신과 나 사이의 접점을 침착하게 조율하는 그녀.
이윽고 입매를 꾹다물고 숨을 멈춘 그녀가 조심조심 내 귀두를 자신의 질구에 맞춘다.
그리곤 서서히 자신의 하체를 밑으로 포개어 내 분신을 새빨간 자신의 질 속으로 함몰시킨다.
"...으으읏! 아아!"
치솟는 자극과 함께 들려오는 지은의 신음소리에, 나는 이를 악물며 턱끝을 치켜들었다.
그리곤 뒷통수가 타일에 닿자마자, 정수리를 짓이겨가며 필사적으로 쾌감을 견제했다.
정신차려야해, 절대 이 상황에 도취되면 안돼!
이제 더이상 지은일 믿을 수 없게 됐으니까.
"우욱!"
내 귀두가 막의 상처를 문지른 건지 한순간 그녀의 얼굴에 새파란 안색이 스친다.
아하하, 쌤통이다. 실컷 아파해라!
나는 일부러 더 그녀의 통증을 키우기 위해 골반을 움직이려다 바보짓 같아보여 그만두었다.
"후우, 후우..."
이내 통증에 적응한 그녀가 다시금 내 두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파고들어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골반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찌걱... 찌걱...!
날 끌어안고 내 명치에 미간을 짓누른 채 위아래로 골반을 움직이는 지은.
그녀는 그렇게 요염한 호흡을 흘리며 서서히 쾌감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내 분신을 끊임없이 훑어오르는 질육의 감촉은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행위에 열중하던 그녀가 힐끗 눈을 치켜세워 나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치긴 했는 데 어떤 표정을 지어줘야할지 모르겠다.
표정 관리 한번 잘못했다간 또 어딜 후려칠지 모르니까.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허리를 멈추지 않은 채 내 얼굴쪽으로 기어온 그녀는 나와 가볍게 한번 입술을 맞춘 후,
좀전에 만족하지 못했던 자신의 유두를 한손으로 받쳐 내 입가로 들이밀었다.
그리곤 애처롭게 호소한다.
"해줘, 아까 했던 거, 빨리이!"
"하아..."
왠지 한숨이 나올 뻔 했다.
이런 자세에서 지은의 유두를 갈고 있다가 미우가 들이닥치는 상상을 하니 도저히 의욕이 생기지 않는 다.
미우를 직접 언급해보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 까?
"저기, 이러다가 진짜 미우라도 돌아오면..."
"됐으니까 빨리 안해?!"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다.
나는 히스테릭한 지은의 반응에 놀라 그녀의 유두부근을 덥썩 입에 담았다.
아까 약하게 깨물 때 무성의하다고 간주당해 복부를 후려맞았으니 조금은 쎄게 물어야겠지.
예상대로 이빨에 힘을 주니 그녀도 만족한 듯 싱긋 웃으며 내 머릴 쓰다듬는 다.
"미우는 신경쓰지마, 어차피 걘 나한테 한마디도 못할 애니까."
내가 목을 뻗어 자신의 가슴에 매달려있는 것이 힘들어보였는 지,
그녀는 바닥에 자신의 양팔꿈치를 붙인 후 두 손으로 자기 가슴에 붙은 내 뒷머리를 받쳐주었다.
"...그러니까 넌 나만 신경쓰면 돼."
그리곤 그 상태에서 종종 한 손을 빼서 내 이마 부근의 앞머리들을 쓰다듬고 정리해주는 그녀.
웃고 있다. 남은 목숨이 오가고 있는 데, 마치 허밍이라도 부를 듯한 자태다.
날 완전히 자기 인형취급하고 있어.
가까스로 억눌러온 그 검붉은 충동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지은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이상 더 이상 그녀에 관한 이 악의를 억누를 이유도 없었다.
내 머릿결을 더듬으며 인형놀이를 즐기던 그녀는 자연스레 허리를 멈추었고,
덕분에 나는 그런 위험한 충동을 유지한 채로,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나는 순순히 그녀의 유두를 애무하는 한편, 머릿 속으로 지은에 관한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짧은 만남사이 내게 무수히 많은 굴욕을 준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아주 파괴적인 계획을 말이다.
문득 빛바랜 추억의 잔영이 머릿 속을 스친다.
구릿빛피부로 채색된 미우의 바비인형을 대괴수 장난감과 맞붙여 사지를 으깨놓았던 추억말이다.
미우가 엄마한테 일러서 엄청 혼났었는 데.
"누가 동생 장난감 부숴트리래, 어어?!"
...물론 지은인 그 때 그 인형보다 훨씬 튼튼하겠지.
그녀의 몸은 플라스틱 대신 뼈와 근육, 그리고 그걸 감싼 가죽과-
그 속에 흐르는 뜨거운 피로 이뤄져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아아, 으으읏..!"
"부수는 맛이 나겠지."
흐믓하게 웃고 있던 그녀가 한순간 신음소릴 높인다.
나도 모르게 이빨에 힘이 더 강하게 들어간 모양이다.
그런 내 실수에 화내기는 커녕 베시시 웃으며 나를 지적하는 지은.
"어, 지금 나보고 웃은 거야? 다시 기분 좋아졌나보네."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나? 그건 몰랐네.
"뭐야, 입이 놀고 있잖아, 지금 무슨 생각하는 데?"
"어, 아니, 그냥..."
"네 지긋지긋한 소녀취향의 인형놀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그렇게 속으로 단정하고 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어쩐지 머리에 피가 빨리 도는 느낌이다.
이번엔 네가 내 인형이 될 차례야. 이제부터는 내가 소년취향의 극악무도한 인형놀이가 어떤 것인지,
네 몸을 인형삼아 혹독하게 가르쳐주겠어.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미우가 오기 전에 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게 우선이다.
나는 문득 내가 물고 있던 지은의 유두를 상기했다.
"...쯔읍."
이걸 좀 더 강하게 깨문다면...? 아니, 단지 깨무는 걸로는 부족하다.
아예 질긴 고기를 물어뜯을 때처럼 크게 베어물고 절개를 시켜버린다면...?
그래서 지은이가 갑작스런 통증에 기겁하는 사이 재빨리...?
나는 지은의 유두를 애무하는 한편, 불현듯 떠오른 이 아이디어를 재빠르게 확장시켰다.
1. 지은의 유두를 이빨로 절개한다.
2. 그녀가 놀란다. 그 사이에 재빨리...
3. 재빨리...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치솟던 의욕과는 상관없이, 시작부터 발상이 난관에 부딪친다.
"재빨리 뭐?"
지은의 유두를 깨물고 "재빨리" 일어나봤자 분노한 그녀가 휘두르는 나이프에 난자당할 뿐이다.
젠장, 또 잊고 있었다. 난 양 손목이 묶여있다. 결박된 손목과 지은의 나이프.
이 두 가지 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면 내게 해피엔딩따윈 없다.
오늘 밤 안으로 내 인생이 끝난단 말이다.
"으음, 하아... 아읏!"
쯔읍, 츱...츠즙...!
...당황하지마, 침착해.
역시 이 상태에서 그녀를 기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은 턱과 이빨 뿐이고,
기회는 당연히 단 한번 밖에 없다. 좀 전에 얘기했듯 유두는 적절한 절개점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적절한 부위를 찾아야 되겠지. 좋아, 그래. 잘하고 있어.
그럼 유두 말고 입에 닿을 수 있는 지은의 신체부위는 어떤 게 있지?
"흐음...!"
이윽고 그녀가 내 입에서 자신의 가슴을 거두어간다.
이미 포기한 후보였지만 망설이던 기회 하나가 멀어져가니 내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아쉬움이 번진다.
지은인 그게 더이상 자기 가슴을 애무할 수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 지, 달래는 듯 미소를 지으며 내 목에 입술을 붙여온다. 이윽고 내 목덜미를 애무하던 그녀가 잠시 쉬고있던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찌거억... 찌걱...찌걱찌걱!
불가항력에 가까운 쾌감이 척추를 치달아 내 머릿 속을 헤집어놓는 다.
더이상 침착을 유지할 수 없었던 나는 초조하게 내 입에 닿을 수 있는 그녀의 모든 부위들을 흩어보며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귀?"
역시 안된다. 유두와 마찬가지다.
물어뜯긴 직후 곧장 일어나서 내 목젖에 칼끝을 박아넣게에에엣...!?
"으음, 음...!"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아우욱...!
방심한 틈에 사정할 뻔했다.
10시간이상 참은 소변을 계속 참으라고 해도 이것보단 나을 것 같다.
나는 잠시 미간을 찡그리며 결박된 손목을 뒤틀어 자극의 고비를 견디어냈다.
이윽고 지은의 말랑하고 촉촉한 혀가 내 입 속을, 사정욕구가 과열된 내 분신이 그녀의 질 속을 각각 본격적으로 휘젖기 시작한다. 물론 그녀의 질이 일방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 내가 스스로 내 성기를 휘젖고 있는 건 아니다.
어쨌거나 이런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계획을 사고해나가려니 미칠 것만 같다.
실수인 척 딱 한번만 사정해버릴까? 설마 진짜로 죽이진...
"...안돼, 안돼, 체념하지마. 그랬다가 또 상황이 어떻게 꼬일지 몰라! 집중해, 집중해야해!"
나는 머릴 좌우로 거칠게 흔들어댄 후 다시 한번 지은의 몸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곤 쉴새없이 꿈틀거리며 시큼비릿한 살냄새를 뿜어내는 이 구릿빛 육체 속에서,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힐 약점을 찾기 시작했다.
좀 전에 어디까지 살폈더라? 그래 맞아, 귀였어!
그럼 귀말고 또 어디? 또 뭐가 있지?
"질? 음핵?"
터무니 없다. 대체 귀랑 다를 게 뭔데?
역시 칼을 쥐고 휘두르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부위들이다.
아무거나 막 던지지말고 좀 더 확실히 치명적인 부분을 생각해봐!
"으음...!"
츄릅...!
"!"
바로 그 때, 내 시야에 없던 녀석 하나가 제 발로 도마 위에 올라왔다.
"츱, 쯔읍, 으음...읍...!"
별안간 내 입술을 파고든 지은의 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혀를 내 입 안 쪽까지 아주 깊숙이 유도해내어서 한번에 짓이겨낸다면...
때마침 지은의 질 속을 휘젖던 내 성기의 자극이 이번 판단에 대한 충동을 순식간에 고조시킨다.
"해버려, 해버려!"
내 입속에서 타액을 버무리며 재롱 부리는 말랑말랑한 그녀의 혀.
이걸 어금니로 단번에 잘라내는 것만 성공한다면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1. 어금니로 지은의 혀를 절개한다.
2. 혀가 잘려 기도가 막힌 지은이 그대로 질식사하길 기다린다.
3. 지은의 접이식 나이프로 내 손목을 풀어낸 후 그녀의 시체를 치운다.
4. 그리고 미우를 기다렸다가, 그녀까지 제압한다.
좋아, 자질구레한 것들만 다 치워놓고나면 더할나위없이 완벽하다.
"... ..."
하지만 일순간 실행에 옴기기 망설여진다.
나는 스스로도 도무지 이 망설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해? 뭘 망설여? 기회야, 죽여, 죽이라고!
키스에 열중하기 시작한 지은이 다시금 서서히 허리를 멈춰간다.
거기에 맞춰 급박했던 내 머릿 속도 점점 침착을 되찾아간다.
혀를 섞는 데 몰입한 지은인 아마도 아까처럼 한동안은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다.
나는 그녀가 내 입술에 집착하는 사이 차근차근 이 망설임의 근원을 되짚어봤다.
입속을 휘젖는 그녀의 말랑한 혀를 금방이라도 깨물듯 어금니로 잘근거리면서 말이다.
그런 걸 알 리 없는 지은이 "으응...!" 하고 아프다는 듯 애교 섞인 신음을 보내온다.
오래지않아 금세 결론이 도출된다.
"멍청한 놈."
본인이 금방 말해놓고도 잊어먹다니.
나는 스스로의 덜떨어진 판단력과 기억력을 비난하며 그녀의 혀를 깨작거리던 어금니를 치웠다.
그냥 죽이면 어쩌겠다는 거야.
그래선 즐거운 인형놀이를 포기해야하잖아.
이 시건방진 녀석에게 나를 짓밟아가며 가지고 논 대가를 치르게 해야한다.
"흐음."
계획의 전제를 분명히 정리하니 머릿 속이 훨씬 더 영민하게 돌아간다.
나는 다시 한번 차근차근 지은의 몸을 부위별로 흩어보며 고깃집에 온듯 절개부위를 고르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절개와 동시에 그녀의 나이프를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덧붙여서 그녀가 죽을 수 있는 부분은 안된다.
발목은 어떨까?
발가락을 애무하는 척하다가 아킬레스 건을 물어뜯어서 일시적으로 한 쪽 발을 불구로 만든다면...
"츱...쯔읍, 으음...!"
"... ..."
아니야, 안돼.
디딤대를 잃는다고 칼을 못쥐는 건 아니다.
발을 애무하고 있었다면 결국 그녀와 포개져 있거나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상황이겠지?
그렇다면 그녀로선 굳이 일어서서 나를 찔러야할 이유가 없다.
일어설 필요없이 그대로 나와 뒤엉켜 칼질을 해댈게 분명하다.
결정적으로 지금 나역시 양 손목이 결박된 상태다.
아무리 지은이 한쪽 다릴 못쓴다해도 양 손목이 결박된 내가, 칼을 쥔 채 잔뜩 독기가 오른, 더군다나 양손까지 자유로운 그녀를 이길 순 없다.
아깝지만 역시 기각이다.
하지만 실망스럽진 않다.
어쩐지 뭔가 거의 완성되가는 느낌이 든다.
가깝다. 굉장히 가깝다.
틀림없다, 확신이 선다. 이 다음에 고르는 부분이 정답이다.
생각해라. 그리고 선택해라. 이번에 새로 떠오르는 부위가 있다면 절대 망설이지 마!
검수따윈 필요없어, 거기가 내가 물어뜯을 그녀의 살점이다!
서서히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부들부들 요동치는 맥박이 진동을 온 몸으로 전염시킨다.
마치 몸 전체가 심장이 된 듯한 기분이다.
"우후후, 왜 그렇게 떨어? 그렇게 좋아?"
이윽고 키스를 끝낸 지은이 내게 엎드려포개놓은 상체를 일으켜세운다.
허리를 움직일 자세를 갖추곤 요염히 나를 내려다본다.
다행히 그녀는 내가 자신에 성적매력에 흥분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성욕과는 전혀 다른 흥분으로 도저히 지은의 몸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육체 어딘가에 숨어있을, 내가 찢어발길 부위를 고른다는 외도적인 쾌감.
그것 자체는 차갑고 건조한 감각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밑에 억눌려 있는, 성욕이란 이름의 뜨겁고 매콤한 소스에 잘 어울리는 요리와 같았다. 이것이 여자의 신체훼손을 즐기는 연쇄살인자들의 시야인걸까?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윽고 지은인 내 명치부근을 양손바닥을 짓누른 채, 내 하반신에 주저앉은 자신의 골반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잔잔하던 내 두개골 속 뇌수가 파도치기 시작한다.
침착했던 판단력이 흐트러지면서 나를 보채온다.
찾아! 찾아내!
"죽여선 안된다, 하지만 깨문 직후 나이프는 휘두를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대체 그런 부위가 있긴 있는거야?
좀처럼 답을 고르지 못해 피폐해져가는 나와 달리 점차 황홀경에 빠져드는 지은의 얼굴은 붉은 혈색이 차올라 서서히 눈이 게슴츠레하게 풀리고 있었다. 이대로 절정까지 갈 생각인건가?
가장 최적의 기회이자 위태로운 순간이다.
자신의 경계를 완전히 개방시키며 방심하는 절정의 순간과, 그 직후 쾌감의 여운을 음미하며 서서히 침착을 되찾아가는 허무의 순간. 당연히 기습의 순간은 전자일 수 밖에 없다. 그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두번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젠장!"
모르겠다. 어딜 노려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어!
정신없이 자신의 하체를 들썩거리면서 내 몸을 뒤흔들고 있는 지은의 몸 어디에도 확신이 서는 부위가 없었다.
게다가 정말 그녀가 이대로 끝을 볼 생각이라면 절개점을 고른다한들 그 쪽으로 내 입을 가까이 들이댈 방법 또한 전무하다.
"....크와아악!"
별안간 나도 모르게 내지른 히스테릭한 발악에 지은이 흠칫하며 몸을 움찔인다.
나는 그녀가 내 얼굴을 보기 어렵도록 최대한 고개를 뒤로 꺾어 턱을 치켜세웠다.
아무리 자포자기했다해도 화가 치밀어 악의가 폭주하는 면상을 그대로 드러낼 순 없었다.
그러고 있으려니 어쩐지 이대로 울음이라도 터질 것 같아 곤혹스럽다.
"...크윽...!"
바로 그 때, 무언가 차갑고 섬뜩한 감촉이 내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설마 내 의도가 들통난 건가 싶어 흠칫한 나는, 제끼고 있던 턱을 조금씩 앞으로 내려 그녀를 올려다봤다.
"많이 힘들어?"
다행히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머뭇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친 지은.
내 목에 닿았던 칼날은 겨눠진 게 아니라 그녀가 오른 손으로 내 목부근을 쓰다듬다가 자연히 닿은 것이다.
나는 새삼 안심 했다.
그 안심의 표정을 보고 내 기분이 풀린 거라 오해한 건지 그녀의 표정이 살짝 밝아진다.
"기운 좀 내봐, 좀 이따 실컷 쉬게 해줄테니까. 힘내라, 힘내라! 우쭈쭈쭈..."
그리곤 내가 기다리던 타겟을 내 입가에 가져다놓는 다.
나는 나이프를 쥔 채 강아지 달래듯 내 턱을 간질이는 유약한 감촉에, 뇌수가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
"찾았다."
절개와 동시에 나이프를 쓰지 못하게 만드는 부위.
왜 이걸 좀 더 빨리 생각해내지 못했지?
어쩌면 내가 분위기상 너무 야릇한 방향으로만 탐색한 건지도 모른다.
귀, 혀, 클리토리스. 앞선 후보들이 모조리다 성감대들 뿐이라니.
스스로 이 야릇한 상황에 도취되지 말자고 해놓고선 은연중에 그렇게 되버린 모양이다.
아까부터 몇 번이나 내 혀를 거쳐갔던 부분인데도 떠올리지 못하다니...
-츠릅...
"아!"
지은은 순간 자신의 손가락을 적시는 내 혀의 감촉에 표정이 활짝 환해졌다.
나는 지은이 손을 회수하지 못하게끔 아까 몇 번 했던 것처럼 그녀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최대한 상냥하고 성의있게.
마치 시술부위를 소독하는 의사처럼 말이다.
"우후후, 뭐야 또 왜 그래!"
-라면서도 손가락을 빼지 않는 그녀.
그 손가락에 느슨히 걸려있는 칼등에도 간간히 혀가 닿으면서, 금속 특유의 비린 맛이 혀를 씁쓸하게 만든다.
이 녀석이 바로 내가 처한 위기의 핵심이다. 그리고 손목을 해방시킬 희망의 핵심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강아지 흉내를 내면서 그녀의 손가락들을 적당히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어느 손가락을 절단내야 칼을 쥐기 어려워질까?
기본적으로는 어느 손가락을 절단 내든 칼을 놓치긴 마찬가지겠지만,
다섯 손가락 중에도 좀 더 핵심이 되는 우선 순위가 있을 것이다.
그 순위에 맞추어 최소한 두개는 분질러야겠지? 그래야 다시 집어들기 어려워질 테니까.
이윽고 지은의 허리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녀가 손을 회수할까봐 살짝 긴장했지만, 그녀는 손을 회수하지 않은 채 몽롱한 시선으로 손 끝에 닿는 내 혀의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몹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으리란 법은 없었다.
서서히 지은의 허리 움직임이 커지기 시작하고, 다시 치밀어오르는 자극 탓에 초조해진 나는, 일단 당장 입에 들어오는 손가락 중 아무 녀석이나 깨물기 위해 내 시야에서 까부는 그것들을 정신없이 눈으로 쫓았다.
바로 그 때, 지은의 손가락 사이에서 까딱거리던 나이프가 내 혀에 밀려 떨어질 듯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진다. 지은은 그걸 탓, 하고 엄지손가락으로 받쳐내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 혀의 재롱을 받아준다.
" ...엄지다."
그 외에 어느 손가락을 쥐든 힘을 담아 휘두르기 위해선 엄지손가락이 칼등이나 손잡이를 제대로 받쳐줘야하겠지.
일순위가 결정된 직후, 엄지와 함께 깨물릴 또다른 손가락은 자연스레 검지로 결정됐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엄지 바로 옆에 붙어있으니, 함께 입안에 넣고 깨물기 편하기 때문이다.
"으음, 으으...!"
나는 서서히 흥분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지은의 눈치를 살폈다.
더 제대로 느끼려는 건지 그녀의 눈이 스르륵 감겨버린다. 이상적인 전개다.
나는 핥고 있던 그녀의 엄지를 슬그머니 입 안에 담아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았다.
어색하지 않아, 어색하지 않아. 자연스러워, 자연스럽다고.
분명 이런 애무도 어디선가 보긴 봤어. 지은이 얘도 봤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상한 행동까진 아닐거야.
이대로 검지까지 입 속에 넣으면...!
"... ..."
눈을 감은 채 허리를 움직이던 지은이 슬며시 눈을 뜨며 아예 자신의 엄지를 빨고 있는 나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혹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걸까 싶어 턱 끝이 경직되는 기분이다.
"...킥."
그 때 무슨 생각인지 지은인 자신의 엄지를 여전히 내 입속에 박아놓은 채,
입 밖에 있던 검지까지 스스로 내 입 안으로 쑤셔넣었다. 그리곤 그대로 두 손가락을 "가위" 모양으로 형성해 내 입을 주우욱 벌렸다. 꼭 치과에서 쓰는 개구기 같다. 그녀는 그대로 손을 좀 더 안으로 밀어넣어, 움추려 있던 내 혀를 엄지와 검지로 조물락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손에 끼워져 있던 나이프는 입 안까지 들어오지 못한 대신,
벌려진 내 입의 위아래에 걸린 채 내 입술을 바짝 눌러 압박시키고 있었다.
"젠장 하필이면 칼날 부분이..."
"아아, 뭐야 이거, 감촉 이상해!"
베시시 웃으면서 그런 소릴하는 니가 더 이상해.
어쨌든 그녀의 손가락을 짓이기기에는 최적의 구도였지만, 이 상태에서 벌린 입을 닫았다간 내 입술에 눌려있는 칼날이 내 윗입술과 입가부근, 어쩌면 잇몸까지 좌아악 갈라놓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다고 죽지야 않겠지만... 당장 코 앞에 느껴지는 통증을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실행을 망설이게 된다.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이빨을 다문 순간 내가 이 통증을 극복하고 지은일 제압할 수 있을 까?
입을 내리다가 입가를 파고드는 통증 탓에 무의식 중에라도 깨무는 힘을 빼버리면, 손가락절단은 실패할테고,
결국 난 지은에게 무참히 난도질 당할 거다.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느니 차라리 조금은 지은일 믿어보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폐쇄된 편의점 안에서 지은인 절대적인 권력자이고, 이대로 미우가 도착했을 때, 정말 날 어떻게든 구해줄지도 모를-
".....?!"
그 때, 우연히 옆으로 돌아간 내 시선에 굉장히 이질적인 광경이 포착되었다.
여전히 웃음을 흘리며 내 혀를 갖고 장난치는 지은인 아직 그것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어느 새 열려진 화장실 문턱으로 분홍색 컨버스화를 신은 발이 소리없이 넘어오고 있다.
바닥에 뉘여진 채 곁눈질하는 내 제한된 시야 안에선 딱 그 정도만 보였다.
한걸음, 한걸음 교차될 수록 점점 커져오는 그 한 쌍의 자그마한 컨버스화 곁으로, 바닥에 닿을듯 말듯 늘어진 알루미늄 배트의 첨단이 서서히 위로 들림과 동시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퍽!
그리곤 내 혀를 가지고 놀던 지은의 오른 손에 힘이 풀리면서, 그녀가 쥐고 있던 접이식 나이프가 내 얼굴 곁으로 떨궈졌다. 머리를 가격당했는 지 지은인 피가 흐르는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쥔 채, 변기 옆으로 뒷걸음을 치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답지 않게 몇번이고 헛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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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더욱 감당하기 버거워진다.
"웁!"
별안간 그녀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자기 유방 사이로 억누른 채 깔깔거린다.
"아하하! 뭐하는 거야, 또 나 혼자만 움직이라고? 그래도 되?! 어?"
무수한 감정기복을 겪은 끝에 마침내 쾌락에 도취된 그녀는 이미 반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위험하다.
위험할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정말로 확실히 위험하다.
그녀는 아까 삽입 직전의 나처럼, 이 뒷일에 관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있다.
미우가 돌아오던 말던, 아마 어떻게든 될거라고 스스로 얼버부리고 있겠지.
절대 그럴리가 없는 데도 말이다.
"또 해봐, 어? 아까 했던 거 또 해보라고! 이제 괜찮을 거 같애, 얼른얼른!"
아까 했던 거라니... 혹시 또 유두를 물어뜯으란 얘긴가?
내 얼굴에 자기 유방을 들이문대고 있는 걸 보면 그게 맞는 거 같다.
나는 떨떠름하게 아까 물지 않았던 깨끗한 쪽의 유두를 입에 담고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으읏!"
소름이 치닫는 지 뒤로 제낀 턱을 부르르 떨며 씩 웃는 지은.
나는 입에 넣은 유두를 차마 아까처럼 어금니로 갈지는 못하고, 턱에 힘을 뺀 채 깨작깨작 우물거리기만 했다.
혼자서 일방적으로 골반을 들썩거리며 행위를 이어가던 그녀는, 문득 내 기운없는 애무가 못마땅한 지 아까처럼 다시 한번 나를 지그시 노려본다.
하지만 이번엔 별로 달래주고픈 의욕이 생기지 않았기에, 나는 그녀의 못마땅한 시선을 그대로 외면해버렸다.
"어쩌라고 젠장."
콰악!
"컥!"
나는 복부를 파고든 이물감에 질식하며 지은의 유두를 뱉어냈다.
"여자의 펀치가 아니야, 제기랄...!"
무방비상태였던 내 복부 어딘가에 지은의 주먹이 꽂힌 것이다.
대체 아까 처음 삽입할 때 칭얼거리던 여자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거지?
"크거걱, 케엑...!"
나는 커억거리며 지은의 어린 유방 사이에 얼굴을 짓뭉갠 채, 그녀의 명치부근을 내 타액으로 더럽혔다.
조용히 나를 방치하고 있던 그녀의 왼손이 서서히 내 머리부근으로 올라온다.
이래놓고 또 내 머릴 쓰다듬으려는 건가 싶었던 나는, 별안간 내 왼쪽 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못이겨 몸을 옆으로 틀어야했다.
찌거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핏물을 머금은 내 분신이 그녀의 질 밖으로 빠져나온다.
"으, 으, 으, 흐아아악!"
귀를 잡아당기는 무자비한 손길을 따라, 지은일 덮고 있던 내 몸이 자연스레 옆으로 뒤집힌다.
그와 동시에 몸을 일으킨 그녀가 내 허리에 올라탄 후, 조금 덜쓰러진 나를 마저 바닥에 짓눌렀다.
그렇게 자세를 반전시킨 채 칼을 쥔 손가락 몇 개를 펴서 내 얼굴을 가만히 더듬어보는 지은.
완전히 핏기가 가셔버린 나와 달리, 날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붉게 상기되 있었다.
잠시동안 날 바라보던 그녀가 이윽고 손만 밑으로 내려 내 성기를 움켜쥔다.
불에 닿은 듯 움찔이던 내 성기가 그녀의 손길에 의해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내 성기를 주무르면서도 여전히 날 응시하던 그녀가, 한순간 미간을 찌프리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데, 나랑 하는 게 그렇게 싫어?"
"아니, 그런 게-"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당연하잖아! 가면 갈수록 살 가망이 사라져가니 울고 싶어질 수 밖에.
젠장, 지금쯤이면 미우가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거나 돌아오는 길목일 것 같은 데!
우후후, 어쩌면 편의점이나 24시간대형할인마트의 공구코너에서 날 죽일 고문도구를 고르고 있을 지도 모르지.
콧노래라도 불러가면서 말이다.
미치겠다 젠장! 난 지금까지 뭘 위해 이런 수고를 해온거지?
물론 꼭 싫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목적은 지은에게 잘 보여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래서는...
나는 치미는 눈물을 억누르며 그녀의 시선을 피해 필사적으로 머릴 굴리기 시작했다.
역시 이렇게 넋놓고 죽을 순 없다. 아까처럼 재갈이 물린 채 혼자 갇혀있을 때라면 모를까,
지은이와 몸을 섞고 엉켜있는 이런 상황 속에선, 아직 뭔가 시도할 게 남았을 지 모른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지은인 핏물과 애액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균열을 움찔거리며,
그 밑에 바짝 발기된 내 분신을 손으로 꺾어 삽입시킬 각도를 맞추고 있다.
좀전에 느낀 쾌감을 초조히 바라는 얼굴로, 자신과 나 사이의 접점을 침착하게 조율하는 그녀.
이윽고 입매를 꾹다물고 숨을 멈춘 그녀가 조심조심 내 귀두를 자신의 질구에 맞춘다.
그리곤 서서히 자신의 하체를 밑으로 포개어 내 분신을 새빨간 자신의 질 속으로 함몰시킨다.
"...으으읏! 아아!"
치솟는 자극과 함께 들려오는 지은의 신음소리에, 나는 이를 악물며 턱끝을 치켜들었다.
그리곤 뒷통수가 타일에 닿자마자, 정수리를 짓이겨가며 필사적으로 쾌감을 견제했다.
정신차려야해, 절대 이 상황에 도취되면 안돼!
이제 더이상 지은일 믿을 수 없게 됐으니까.
"우욱!"
내 귀두가 막의 상처를 문지른 건지 한순간 그녀의 얼굴에 새파란 안색이 스친다.
아하하, 쌤통이다. 실컷 아파해라!
나는 일부러 더 그녀의 통증을 키우기 위해 골반을 움직이려다 바보짓 같아보여 그만두었다.
"후우, 후우..."
이내 통증에 적응한 그녀가 다시금 내 두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파고들어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골반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찌걱... 찌걱...!
날 끌어안고 내 명치에 미간을 짓누른 채 위아래로 골반을 움직이는 지은.
그녀는 그렇게 요염한 호흡을 흘리며 서서히 쾌감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내 분신을 끊임없이 훑어오르는 질육의 감촉은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행위에 열중하던 그녀가 힐끗 눈을 치켜세워 나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치긴 했는 데 어떤 표정을 지어줘야할지 모르겠다.
표정 관리 한번 잘못했다간 또 어딜 후려칠지 모르니까.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허리를 멈추지 않은 채 내 얼굴쪽으로 기어온 그녀는 나와 가볍게 한번 입술을 맞춘 후,
좀전에 만족하지 못했던 자신의 유두를 한손으로 받쳐 내 입가로 들이밀었다.
그리곤 애처롭게 호소한다.
"해줘, 아까 했던 거, 빨리이!"
"하아..."
왠지 한숨이 나올 뻔 했다.
이런 자세에서 지은의 유두를 갈고 있다가 미우가 들이닥치는 상상을 하니 도저히 의욕이 생기지 않는 다.
미우를 직접 언급해보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 까?
"저기, 이러다가 진짜 미우라도 돌아오면..."
"됐으니까 빨리 안해?!"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다.
나는 히스테릭한 지은의 반응에 놀라 그녀의 유두부근을 덥썩 입에 담았다.
아까 약하게 깨물 때 무성의하다고 간주당해 복부를 후려맞았으니 조금은 쎄게 물어야겠지.
예상대로 이빨에 힘을 주니 그녀도 만족한 듯 싱긋 웃으며 내 머릴 쓰다듬는 다.
"미우는 신경쓰지마, 어차피 걘 나한테 한마디도 못할 애니까."
내가 목을 뻗어 자신의 가슴에 매달려있는 것이 힘들어보였는 지,
그녀는 바닥에 자신의 양팔꿈치를 붙인 후 두 손으로 자기 가슴에 붙은 내 뒷머리를 받쳐주었다.
"...그러니까 넌 나만 신경쓰면 돼."
그리곤 그 상태에서 종종 한 손을 빼서 내 이마 부근의 앞머리들을 쓰다듬고 정리해주는 그녀.
웃고 있다. 남은 목숨이 오가고 있는 데, 마치 허밍이라도 부를 듯한 자태다.
날 완전히 자기 인형취급하고 있어.
가까스로 억눌러온 그 검붉은 충동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지은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이상 더 이상 그녀에 관한 이 악의를 억누를 이유도 없었다.
내 머릿결을 더듬으며 인형놀이를 즐기던 그녀는 자연스레 허리를 멈추었고,
덕분에 나는 그런 위험한 충동을 유지한 채로,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나는 순순히 그녀의 유두를 애무하는 한편, 머릿 속으로 지은에 관한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짧은 만남사이 내게 무수히 많은 굴욕을 준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아주 파괴적인 계획을 말이다.
문득 빛바랜 추억의 잔영이 머릿 속을 스친다.
구릿빛피부로 채색된 미우의 바비인형을 대괴수 장난감과 맞붙여 사지를 으깨놓았던 추억말이다.
미우가 엄마한테 일러서 엄청 혼났었는 데.
"누가 동생 장난감 부숴트리래, 어어?!"
...물론 지은인 그 때 그 인형보다 훨씬 튼튼하겠지.
그녀의 몸은 플라스틱 대신 뼈와 근육, 그리고 그걸 감싼 가죽과-
그 속에 흐르는 뜨거운 피로 이뤄져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아아, 으으읏..!"
"부수는 맛이 나겠지."
흐믓하게 웃고 있던 그녀가 한순간 신음소릴 높인다.
나도 모르게 이빨에 힘이 더 강하게 들어간 모양이다.
그런 내 실수에 화내기는 커녕 베시시 웃으며 나를 지적하는 지은.
"어, 지금 나보고 웃은 거야? 다시 기분 좋아졌나보네."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나? 그건 몰랐네.
"뭐야, 입이 놀고 있잖아, 지금 무슨 생각하는 데?"
"어, 아니, 그냥..."
"네 지긋지긋한 소녀취향의 인형놀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그렇게 속으로 단정하고 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어쩐지 머리에 피가 빨리 도는 느낌이다.
이번엔 네가 내 인형이 될 차례야. 이제부터는 내가 소년취향의 극악무도한 인형놀이가 어떤 것인지,
네 몸을 인형삼아 혹독하게 가르쳐주겠어.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미우가 오기 전에 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게 우선이다.
나는 문득 내가 물고 있던 지은의 유두를 상기했다.
"...쯔읍."
이걸 좀 더 강하게 깨문다면...? 아니, 단지 깨무는 걸로는 부족하다.
아예 질긴 고기를 물어뜯을 때처럼 크게 베어물고 절개를 시켜버린다면...?
그래서 지은이가 갑작스런 통증에 기겁하는 사이 재빨리...?
나는 지은의 유두를 애무하는 한편, 불현듯 떠오른 이 아이디어를 재빠르게 확장시켰다.
1. 지은의 유두를 이빨로 절개한다.
2. 그녀가 놀란다. 그 사이에 재빨리...
3. 재빨리...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치솟던 의욕과는 상관없이, 시작부터 발상이 난관에 부딪친다.
"재빨리 뭐?"
지은의 유두를 깨물고 "재빨리" 일어나봤자 분노한 그녀가 휘두르는 나이프에 난자당할 뿐이다.
젠장, 또 잊고 있었다. 난 양 손목이 묶여있다. 결박된 손목과 지은의 나이프.
이 두 가지 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면 내게 해피엔딩따윈 없다.
오늘 밤 안으로 내 인생이 끝난단 말이다.
"으음, 하아... 아읏!"
쯔읍, 츱...츠즙...!
...당황하지마, 침착해.
역시 이 상태에서 그녀를 기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은 턱과 이빨 뿐이고,
기회는 당연히 단 한번 밖에 없다. 좀 전에 얘기했듯 유두는 적절한 절개점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적절한 부위를 찾아야 되겠지. 좋아, 그래. 잘하고 있어.
그럼 유두 말고 입에 닿을 수 있는 지은의 신체부위는 어떤 게 있지?
"흐음...!"
이윽고 그녀가 내 입에서 자신의 가슴을 거두어간다.
이미 포기한 후보였지만 망설이던 기회 하나가 멀어져가니 내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아쉬움이 번진다.
지은인 그게 더이상 자기 가슴을 애무할 수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 지, 달래는 듯 미소를 지으며 내 목에 입술을 붙여온다. 이윽고 내 목덜미를 애무하던 그녀가 잠시 쉬고있던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찌거억... 찌걱...찌걱찌걱!
불가항력에 가까운 쾌감이 척추를 치달아 내 머릿 속을 헤집어놓는 다.
더이상 침착을 유지할 수 없었던 나는 초조하게 내 입에 닿을 수 있는 그녀의 모든 부위들을 흩어보며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귀?"
역시 안된다. 유두와 마찬가지다.
물어뜯긴 직후 곧장 일어나서 내 목젖에 칼끝을 박아넣게에에엣...!?
"으음, 음...!"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아우욱...!
방심한 틈에 사정할 뻔했다.
10시간이상 참은 소변을 계속 참으라고 해도 이것보단 나을 것 같다.
나는 잠시 미간을 찡그리며 결박된 손목을 뒤틀어 자극의 고비를 견디어냈다.
이윽고 지은의 말랑하고 촉촉한 혀가 내 입 속을, 사정욕구가 과열된 내 분신이 그녀의 질 속을 각각 본격적으로 휘젖기 시작한다. 물론 그녀의 질이 일방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 내가 스스로 내 성기를 휘젖고 있는 건 아니다.
어쨌거나 이런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계획을 사고해나가려니 미칠 것만 같다.
실수인 척 딱 한번만 사정해버릴까? 설마 진짜로 죽이진...
"...안돼, 안돼, 체념하지마. 그랬다가 또 상황이 어떻게 꼬일지 몰라! 집중해, 집중해야해!"
나는 머릴 좌우로 거칠게 흔들어댄 후 다시 한번 지은의 몸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곤 쉴새없이 꿈틀거리며 시큼비릿한 살냄새를 뿜어내는 이 구릿빛 육체 속에서,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힐 약점을 찾기 시작했다.
좀 전에 어디까지 살폈더라? 그래 맞아, 귀였어!
그럼 귀말고 또 어디? 또 뭐가 있지?
"질? 음핵?"
터무니 없다. 대체 귀랑 다를 게 뭔데?
역시 칼을 쥐고 휘두르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부위들이다.
아무거나 막 던지지말고 좀 더 확실히 치명적인 부분을 생각해봐!
"으음...!"
츄릅...!
"!"
바로 그 때, 내 시야에 없던 녀석 하나가 제 발로 도마 위에 올라왔다.
"츱, 쯔읍, 으음...읍...!"
별안간 내 입술을 파고든 지은의 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혀를 내 입 안 쪽까지 아주 깊숙이 유도해내어서 한번에 짓이겨낸다면...
때마침 지은의 질 속을 휘젖던 내 성기의 자극이 이번 판단에 대한 충동을 순식간에 고조시킨다.
"해버려, 해버려!"
내 입속에서 타액을 버무리며 재롱 부리는 말랑말랑한 그녀의 혀.
이걸 어금니로 단번에 잘라내는 것만 성공한다면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1. 어금니로 지은의 혀를 절개한다.
2. 혀가 잘려 기도가 막힌 지은이 그대로 질식사하길 기다린다.
3. 지은의 접이식 나이프로 내 손목을 풀어낸 후 그녀의 시체를 치운다.
4. 그리고 미우를 기다렸다가, 그녀까지 제압한다.
좋아, 자질구레한 것들만 다 치워놓고나면 더할나위없이 완벽하다.
"... ..."
하지만 일순간 실행에 옴기기 망설여진다.
나는 스스로도 도무지 이 망설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해? 뭘 망설여? 기회야, 죽여, 죽이라고!
키스에 열중하기 시작한 지은이 다시금 서서히 허리를 멈춰간다.
거기에 맞춰 급박했던 내 머릿 속도 점점 침착을 되찾아간다.
혀를 섞는 데 몰입한 지은인 아마도 아까처럼 한동안은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다.
나는 그녀가 내 입술에 집착하는 사이 차근차근 이 망설임의 근원을 되짚어봤다.
입속을 휘젖는 그녀의 말랑한 혀를 금방이라도 깨물듯 어금니로 잘근거리면서 말이다.
그런 걸 알 리 없는 지은이 "으응...!" 하고 아프다는 듯 애교 섞인 신음을 보내온다.
오래지않아 금세 결론이 도출된다.
"멍청한 놈."
본인이 금방 말해놓고도 잊어먹다니.
나는 스스로의 덜떨어진 판단력과 기억력을 비난하며 그녀의 혀를 깨작거리던 어금니를 치웠다.
그냥 죽이면 어쩌겠다는 거야.
그래선 즐거운 인형놀이를 포기해야하잖아.
이 시건방진 녀석에게 나를 짓밟아가며 가지고 논 대가를 치르게 해야한다.
"흐음."
계획의 전제를 분명히 정리하니 머릿 속이 훨씬 더 영민하게 돌아간다.
나는 다시 한번 차근차근 지은의 몸을 부위별로 흩어보며 고깃집에 온듯 절개부위를 고르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절개와 동시에 그녀의 나이프를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덧붙여서 그녀가 죽을 수 있는 부분은 안된다.
발목은 어떨까?
발가락을 애무하는 척하다가 아킬레스 건을 물어뜯어서 일시적으로 한 쪽 발을 불구로 만든다면...
"츱...쯔읍, 으음...!"
"... ..."
아니야, 안돼.
디딤대를 잃는다고 칼을 못쥐는 건 아니다.
발을 애무하고 있었다면 결국 그녀와 포개져 있거나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상황이겠지?
그렇다면 그녀로선 굳이 일어서서 나를 찔러야할 이유가 없다.
일어설 필요없이 그대로 나와 뒤엉켜 칼질을 해댈게 분명하다.
결정적으로 지금 나역시 양 손목이 결박된 상태다.
아무리 지은이 한쪽 다릴 못쓴다해도 양 손목이 결박된 내가, 칼을 쥔 채 잔뜩 독기가 오른, 더군다나 양손까지 자유로운 그녀를 이길 순 없다.
아깝지만 역시 기각이다.
하지만 실망스럽진 않다.
어쩐지 뭔가 거의 완성되가는 느낌이 든다.
가깝다. 굉장히 가깝다.
틀림없다, 확신이 선다. 이 다음에 고르는 부분이 정답이다.
생각해라. 그리고 선택해라. 이번에 새로 떠오르는 부위가 있다면 절대 망설이지 마!
검수따윈 필요없어, 거기가 내가 물어뜯을 그녀의 살점이다!
서서히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부들부들 요동치는 맥박이 진동을 온 몸으로 전염시킨다.
마치 몸 전체가 심장이 된 듯한 기분이다.
"우후후, 왜 그렇게 떨어? 그렇게 좋아?"
이윽고 키스를 끝낸 지은이 내게 엎드려포개놓은 상체를 일으켜세운다.
허리를 움직일 자세를 갖추곤 요염히 나를 내려다본다.
다행히 그녀는 내가 자신에 성적매력에 흥분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성욕과는 전혀 다른 흥분으로 도저히 지은의 몸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육체 어딘가에 숨어있을, 내가 찢어발길 부위를 고른다는 외도적인 쾌감.
그것 자체는 차갑고 건조한 감각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밑에 억눌려 있는, 성욕이란 이름의 뜨겁고 매콤한 소스에 잘 어울리는 요리와 같았다. 이것이 여자의 신체훼손을 즐기는 연쇄살인자들의 시야인걸까?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윽고 지은인 내 명치부근을 양손바닥을 짓누른 채, 내 하반신에 주저앉은 자신의 골반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잔잔하던 내 두개골 속 뇌수가 파도치기 시작한다.
침착했던 판단력이 흐트러지면서 나를 보채온다.
찾아! 찾아내!
"죽여선 안된다, 하지만 깨문 직후 나이프는 휘두를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대체 그런 부위가 있긴 있는거야?
좀처럼 답을 고르지 못해 피폐해져가는 나와 달리 점차 황홀경에 빠져드는 지은의 얼굴은 붉은 혈색이 차올라 서서히 눈이 게슴츠레하게 풀리고 있었다. 이대로 절정까지 갈 생각인건가?
가장 최적의 기회이자 위태로운 순간이다.
자신의 경계를 완전히 개방시키며 방심하는 절정의 순간과, 그 직후 쾌감의 여운을 음미하며 서서히 침착을 되찾아가는 허무의 순간. 당연히 기습의 순간은 전자일 수 밖에 없다. 그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두번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젠장!"
모르겠다. 어딜 노려야할지 도저히 모르겠어!
정신없이 자신의 하체를 들썩거리면서 내 몸을 뒤흔들고 있는 지은의 몸 어디에도 확신이 서는 부위가 없었다.
게다가 정말 그녀가 이대로 끝을 볼 생각이라면 절개점을 고른다한들 그 쪽으로 내 입을 가까이 들이댈 방법 또한 전무하다.
"....크와아악!"
별안간 나도 모르게 내지른 히스테릭한 발악에 지은이 흠칫하며 몸을 움찔인다.
나는 그녀가 내 얼굴을 보기 어렵도록 최대한 고개를 뒤로 꺾어 턱을 치켜세웠다.
아무리 자포자기했다해도 화가 치밀어 악의가 폭주하는 면상을 그대로 드러낼 순 없었다.
그러고 있으려니 어쩐지 이대로 울음이라도 터질 것 같아 곤혹스럽다.
"...크윽...!"
바로 그 때, 무언가 차갑고 섬뜩한 감촉이 내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설마 내 의도가 들통난 건가 싶어 흠칫한 나는, 제끼고 있던 턱을 조금씩 앞으로 내려 그녀를 올려다봤다.
"많이 힘들어?"
다행히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머뭇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친 지은.
내 목에 닿았던 칼날은 겨눠진 게 아니라 그녀가 오른 손으로 내 목부근을 쓰다듬다가 자연히 닿은 것이다.
나는 새삼 안심 했다.
그 안심의 표정을 보고 내 기분이 풀린 거라 오해한 건지 그녀의 표정이 살짝 밝아진다.
"기운 좀 내봐, 좀 이따 실컷 쉬게 해줄테니까. 힘내라, 힘내라! 우쭈쭈쭈..."
그리곤 내가 기다리던 타겟을 내 입가에 가져다놓는 다.
나는 나이프를 쥔 채 강아지 달래듯 내 턱을 간질이는 유약한 감촉에, 뇌수가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
"찾았다."
절개와 동시에 나이프를 쓰지 못하게 만드는 부위.
왜 이걸 좀 더 빨리 생각해내지 못했지?
어쩌면 내가 분위기상 너무 야릇한 방향으로만 탐색한 건지도 모른다.
귀, 혀, 클리토리스. 앞선 후보들이 모조리다 성감대들 뿐이라니.
스스로 이 야릇한 상황에 도취되지 말자고 해놓고선 은연중에 그렇게 되버린 모양이다.
아까부터 몇 번이나 내 혀를 거쳐갔던 부분인데도 떠올리지 못하다니...
-츠릅...
"아!"
지은은 순간 자신의 손가락을 적시는 내 혀의 감촉에 표정이 활짝 환해졌다.
나는 지은이 손을 회수하지 못하게끔 아까 몇 번 했던 것처럼 그녀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최대한 상냥하고 성의있게.
마치 시술부위를 소독하는 의사처럼 말이다.
"우후후, 뭐야 또 왜 그래!"
-라면서도 손가락을 빼지 않는 그녀.
그 손가락에 느슨히 걸려있는 칼등에도 간간히 혀가 닿으면서, 금속 특유의 비린 맛이 혀를 씁쓸하게 만든다.
이 녀석이 바로 내가 처한 위기의 핵심이다. 그리고 손목을 해방시킬 희망의 핵심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강아지 흉내를 내면서 그녀의 손가락들을 적당히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어느 손가락을 절단내야 칼을 쥐기 어려워질까?
기본적으로는 어느 손가락을 절단 내든 칼을 놓치긴 마찬가지겠지만,
다섯 손가락 중에도 좀 더 핵심이 되는 우선 순위가 있을 것이다.
그 순위에 맞추어 최소한 두개는 분질러야겠지? 그래야 다시 집어들기 어려워질 테니까.
이윽고 지은의 허리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녀가 손을 회수할까봐 살짝 긴장했지만, 그녀는 손을 회수하지 않은 채 몽롱한 시선으로 손 끝에 닿는 내 혀의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몹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으리란 법은 없었다.
서서히 지은의 허리 움직임이 커지기 시작하고, 다시 치밀어오르는 자극 탓에 초조해진 나는, 일단 당장 입에 들어오는 손가락 중 아무 녀석이나 깨물기 위해 내 시야에서 까부는 그것들을 정신없이 눈으로 쫓았다.
바로 그 때, 지은의 손가락 사이에서 까딱거리던 나이프가 내 혀에 밀려 떨어질 듯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진다. 지은은 그걸 탓, 하고 엄지손가락으로 받쳐내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 혀의 재롱을 받아준다.
" ...엄지다."
그 외에 어느 손가락을 쥐든 힘을 담아 휘두르기 위해선 엄지손가락이 칼등이나 손잡이를 제대로 받쳐줘야하겠지.
일순위가 결정된 직후, 엄지와 함께 깨물릴 또다른 손가락은 자연스레 검지로 결정됐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엄지 바로 옆에 붙어있으니, 함께 입안에 넣고 깨물기 편하기 때문이다.
"으음, 으으...!"
나는 서서히 흥분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지은의 눈치를 살폈다.
더 제대로 느끼려는 건지 그녀의 눈이 스르륵 감겨버린다. 이상적인 전개다.
나는 핥고 있던 그녀의 엄지를 슬그머니 입 안에 담아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았다.
어색하지 않아, 어색하지 않아. 자연스러워, 자연스럽다고.
분명 이런 애무도 어디선가 보긴 봤어. 지은이 얘도 봤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상한 행동까진 아닐거야.
이대로 검지까지 입 속에 넣으면...!
"... ..."
눈을 감은 채 허리를 움직이던 지은이 슬며시 눈을 뜨며 아예 자신의 엄지를 빨고 있는 나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혹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걸까 싶어 턱 끝이 경직되는 기분이다.
"...킥."
그 때 무슨 생각인지 지은인 자신의 엄지를 여전히 내 입속에 박아놓은 채,
입 밖에 있던 검지까지 스스로 내 입 안으로 쑤셔넣었다. 그리곤 그대로 두 손가락을 "가위" 모양으로 형성해 내 입을 주우욱 벌렸다. 꼭 치과에서 쓰는 개구기 같다. 그녀는 그대로 손을 좀 더 안으로 밀어넣어, 움추려 있던 내 혀를 엄지와 검지로 조물락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손에 끼워져 있던 나이프는 입 안까지 들어오지 못한 대신,
벌려진 내 입의 위아래에 걸린 채 내 입술을 바짝 눌러 압박시키고 있었다.
"젠장 하필이면 칼날 부분이..."
"아아, 뭐야 이거, 감촉 이상해!"
베시시 웃으면서 그런 소릴하는 니가 더 이상해.
어쨌든 그녀의 손가락을 짓이기기에는 최적의 구도였지만, 이 상태에서 벌린 입을 닫았다간 내 입술에 눌려있는 칼날이 내 윗입술과 입가부근, 어쩌면 잇몸까지 좌아악 갈라놓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다고 죽지야 않겠지만... 당장 코 앞에 느껴지는 통증을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실행을 망설이게 된다.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이빨을 다문 순간 내가 이 통증을 극복하고 지은일 제압할 수 있을 까?
입을 내리다가 입가를 파고드는 통증 탓에 무의식 중에라도 깨무는 힘을 빼버리면, 손가락절단은 실패할테고,
결국 난 지은에게 무참히 난도질 당할 거다.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느니 차라리 조금은 지은일 믿어보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폐쇄된 편의점 안에서 지은인 절대적인 권력자이고, 이대로 미우가 도착했을 때, 정말 날 어떻게든 구해줄지도 모를-
".....?!"
그 때, 우연히 옆으로 돌아간 내 시선에 굉장히 이질적인 광경이 포착되었다.
여전히 웃음을 흘리며 내 혀를 갖고 장난치는 지은인 아직 그것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어느 새 열려진 화장실 문턱으로 분홍색 컨버스화를 신은 발이 소리없이 넘어오고 있다.
바닥에 뉘여진 채 곁눈질하는 내 제한된 시야 안에선 딱 그 정도만 보였다.
한걸음, 한걸음 교차될 수록 점점 커져오는 그 한 쌍의 자그마한 컨버스화 곁으로, 바닥에 닿을듯 말듯 늘어진 알루미늄 배트의 첨단이 서서히 위로 들림과 동시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퍽!
그리곤 내 혀를 가지고 놀던 지은의 오른 손에 힘이 풀리면서, 그녀가 쥐고 있던 접이식 나이프가 내 얼굴 곁으로 떨궈졌다. 머리를 가격당했는 지 지은인 피가 흐르는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쥔 채, 변기 옆으로 뒷걸음을 치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답지 않게 몇번이고 헛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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