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부는 내제자 - 8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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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야설 작성일 24-11-10 07:25 조회 6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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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미성년자가 보기에는 적절치 못한 내용입니다.
19세 미만인 사람은 절대 읽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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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편 82부 >
[ 상미, 갈등 그리고... 4 ]
갑자기 들려온 날카로운 고함소리에 임실장과 경호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상미와 동성이 간
곳을 바라보았다. 화가 잔뜩 난듯 한 고음의 목소리는 직접 보지않아도 누가 지른 것인지 금방
감지할수 있는 그들이었다. 경호원들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임실장을 바라봤다.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임실장의 지시를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임실장은 잠시 소리난 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어 고개를 저어 몸을 움찔거리는 경호원들의 행동을 저지했다.
( 휴!... 알아서 해결하겠지... 한때 죽도록 사랑했던 사인데... 그리고 아직도 미련을 못버린 듯
한 아가씨니까... 알아서 하시겠지... 그냥 지켜보는 수 밖에... )
아까 동성이 차를 타는데도 별 다른 제지를 하지않은 상미를 떠올리며 임실장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눈길을 하늘로 돌리는 임실장이었다. 조금은 더운 듯한 이른 더위가 시작되는 듯 한
날씨는 검은 색 슈트를 입고 있는 임실장을 더욱 덥게 만들고 있었다.
문득 한줄기 바람이 몸을 스치자 조금은 시원한 느낌을 받는 임실장이었다.
벌써 그늘이 그리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냥 뙤약볕 아래에 묵묵히 몸을 세우고 있는 그였다.
어느 순간인가 똑똑히는 아니지만 크게 울려퍼지던 상미의 고함 소리가 멈춘것을 느끼며 임실장의
눈은 다시 오솔길로 향했다. 얼마를 그렇게 지켜보고 있었던가?... 문득 오솔길을 따라 누군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던 임실장은 다음 순간 고개를 갸웃
거렸다. 가기는 두 사람이 갔는데 한명 만이 오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의문의 눈길을 주던 임실장은 점점 그 사람이 다가오자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인 것을
발견하고는 조금 놀란 마음이 되었다.
임실장보다 가까이 있었기 때문인지 경호원들은 상미를 업고 오는 동성을 발견하고는 그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임실장도 뒤늦게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는 걸음을 옮기며 자신을 바라보는
경호원들을 제지했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묵묵히 다가오는 동성이었다.
눈에 힘을 주고 동성의 등뒤를 본 임실장의 얼굴에 드물게 미소가 걸렸다.
편안한 표정의 상미를 확인한 임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 누님이 다리를 삔 듯합니다... 조치를... "
" 그래요... 괜찮으세요. 아가씨!... 어서 차로... "
" 내려줘... 걸을 수 있으니... "
" ......... "
동성은 임실장을 보며 걸어가다 어느 정도 임실장에게 다가서자 입을 열었다.
그런 동성의 말에 다시 임실장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확인하듯 상미에게 상태를 물은 임실장은
얼른 앞장서서 차로 걸음을 옮겼다. 편안한 기분에 동성의 등에 얼굴을 묻고 있던 상미는 그런
임실장의 목소리 때문인지 고개를 들더니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이어 살짝 얼굴을 붉히며 한참을 소리지르고 운 탓인지 약간 잠긴 목소리로 나직히 말을 했다.
그러면서 동성의 등을 미는 상미였다. 그러나 동성은 그런 상미의 행동과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상미를 업은체 차로 걸어갔다. 상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폭 내쉬었다.
조심스럽게 상미를 차에 태운 동성은 잠시 상미의 얼굴을 들여다 보다 차를 돌아서 상미의
옆자리에 올라탔다. 임실장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룸 밀러로 훔쳐보다
기사에게 출발할것을 지시했다. 별로 달라진게 없었다. 상미와 동성! 두 사람은 여전히 입을
다문 체 반대편 차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올때의 그런 숨막힐 듯한
침묵은 아니란 사실이었다. 임실장은 그것만으로도 감지 덕지하며 연신 두 사람을 살폈다.
" 누님!... "
" 이제 됐어... 나 혼자도 갈수 있어... 그리고 상아라도 본다면... "
" ......... "
집에 도착하자 동성은 제빨리 차에서 내려 막 차문을 나서는 상미를 부축했다.
상미는 그런 동성을 가볍게 뿌리쳤다. 동성은 그런 상미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 이어 나온 상미의
말에 얼굴을 참혹하게 일그러 뜨렸다. 상미는 그렇게 동성의 아킬레스건을 찌르고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성은 여전히 얼굴을 일그러뜨린체 그런 상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서 그런 광경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던 임실장이 그런 동성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돌아보는 동성에게 안심하라는 듯 격려의 미소를 보내는 임실장이었다.
동성은 그런 임실장에게 고마운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숙여 감사의 표시를 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상미가 들어가 버리고 문이 닫힌 빌라를 바라보고는 힘없는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온 동성은 견딜수 없는 피로감에 옷도 벗지 않은체 침대에 쓰러졌다.
이틀 동안의 고민은 그렇게 동성의 전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동성의 벌린 입에서 조금 심하다싶은 코고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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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은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직 시간이 이른지 전에 상미와 온적이 있던 커피샵 안은 몇몇 자리를 제외하고는 비어있었다.
조용히 흐르는 잔잔한 음악 소리도 동성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동성의 눈길은 출입문에 고정된체 기대감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한번씩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동성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사라질줄 모르고 있었다.
동성은 그렇게 죽은듯이 잠에 빠졌다가 눈이 부심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었다.
온몸이 묵직한게 아무래도 어제 상미에게 비록 별다른 타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맞았지만 그래도
맞은 것은 맞은 것인지 찌뿌등 함을 느끼고 있었다.
잠시 눈만 껌벅이며 천장을 바라보던 동성은 반사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이미 강의에 들어가기는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동성은 잠시 그대로 누운체 천장만 쳐다봤다.
벌써 이틀 동안... 오늘까지 치면 사흘째 강의를 무단으로 빠지는 것이었다.
평소의 동성이라면 절대로 생각할 수도 꿈도 꾸지 못할 그런 일이었다.
그러나 상미와의 문제는 평소의 원칙을 가볍게 깨뜨린 것이다.
안그래도 하루 강의를 빼먹자 친구들의 전화가 빗발같이 날아왔었지만...
무기력하게 침대에 몸을 묻은체 그렇게 다시 한참을 천장만 바라보며 눈을 굴리던 동성은 다음
순간 발작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헨드폰을 잡았다.
이어지는 본능적인 동작으로 헨드폰을 열고 막 번호판을 누르려던 동성의 손은 순간 멈칫하며
고민을 대변하듯 부르르 떨었다. 두번만 누르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손가락을 몇번이고
꼼지락거리는 동성이었다. 그렇게 어쩔줄 모르며 손가락만 꿈틀거리던 동성은 이윽고 결심한 듯
깊은 숨을 들여마셨다. 이어 다시 떨리는 손으로 번호판을 누르는 동성이었다.
자신과 같이 받았던 컬러링 소리를 들으며 동성은 숨이 막히는 듯 몇번이고 숨을 들이마셨다.
" 여보세요... "
" 상... 누님!... "
마치 동성은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조금은 탁한 듯한 상미의 목소리에 감격스러운 심정으로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었다. 아직도 화가 전부 풀리지 않아 받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상미가
전화기 저쪽에서 마술같이 들려왔던 것이다. 동성의 목소리에서 그런 동성의 마음을 감지한 것일까
상미는 잠시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동성은 정신이 나갈 정도로 감격스러움에 몸을 부르르 떨다가
그것을 감지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행여 전화가 끊기기라도 할까 겁을 먹으며...
" 누님!... 오늘 얼굴을 다시... 볼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더... "
" ........ "
" 누님!... 어제 못다한 말도... 그러니 다시 한번만 더 만나서... "
" ......... "
동성은 상미에게 그렇게 애원하듯 말을 건냈다.
침묵을 지키며 생각만 해도 혼란스러운 동성의 말에 상미는 선뜻 대답하지를 못했다.
안그래도 어제 절뚜거리며 들어오는 두 눈이 퉁퉁 부운 상미를 보고 식구들이 놀라 추궁하듯 하는
질문을 간신히 얼버무린 상미였다. 그리고 급히 불러온 의사에 의해 가벼운 치료를 받은 상미였다.
그리고는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고민으로 밤늦게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었다.
그런데 늦은 아침시간에 이렇게 동성의 전화를 받자 상미의 마음은 흩으러진 실타레 마냥 복잡하게
얼켜들었다. 그런 생각들로 동성이 애타게 애원했으나 선듯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미였다.
얼마를 그렇게 갈등하며 침묵을 지키는 상미였을까?... 미움과 사랑... 증오와 선호...
그런 이질적인 생각이 어지럽게 상미의 머리 속을 번갈아 휘젇고 있었다.
한참만에야 상미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 좋아... 어짜피 한번은 만나서 정리를 해야하니까... "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상미의 말에 동성은 마치 상미가 바로 앞에 있기라도 한 듯 전화를 귀에 붙인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한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
동성은 전화를 끊자마자 욕실로 달려갔다. 초췌한 지저분한 몰골의 인물이 마치 나선 사람 마냥
거울 속에서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것을 잠시 바라보는 동성이었다.
그러나 동성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간단하게 샤워까지 마친 동성은
조금이라도 돋보이려는 마음에 몇벌 없는 옷을 전부 꺼내 이리저리 입어보았다.
그렇게 절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여 방안을 어슬렁 거리던 동성은 급기야
아직도 한참이나 약속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약속 시간보다 무려 한시간 이상이나 일찍 약속 장소에 자리를 잡고는 초조하게 상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나 드는 사람의 얼굴을 하나 하나 확인하듯 바라보며...
지금 동성에게는 그 기다림의 시간까지도 가슴 뛰는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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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는 동성의 전화를 끊자 다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막상 약속을 하고나서 괜한 약속을 했다는 후회스러운 감정이 전신을 감쌓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전화를 해서 약속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일어 몇번이고 헨드폰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놓은 상미였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 넋을 놓은체 갈등 속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상미였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린 상미는 힐끔 시계를 바라보고는 다시 땅이 꺼질듯 한숨을 내쉬며 서서히
걸음을 옮겨 욕실로 향했다. 어제 약간 삔 발목이 시큰거리기는 했으나 천천히 걷는 데는 별 다른
지장이 없는 상미였다. 편한 차림으로 지내는 상미인지라 순식간에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는
욕실 벽에 붙은 거울을 바라봤다. 상미는 거울 속에 떠오른 자신의 모습이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양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을 느꼈다. 잠시 그런 거울 속의 여자를 바라보며 찬찬히 한부분 한부분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상미였다.
( 응?... 코가 저렇게 생겼구나... 입은 또... 눈은 왜 저렇게 큰건가?... 얼굴 선은 또...
호!... 제법 예쁘장한 가슴이네... 남자께나 홀리게 생겼네... 허리는 저 정도면 됐고...
엉덩이가 좀 큰가?... 뭘 먹어서 저렇게 엉덩이만 키웠을까?... 킥킥킥... 우습네... )
마치 처음 본다는 듯 상미는 자신의 몸을 하나 하나 품평하듯 그렇게 관찰을 했다.
다음 순간 다시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것을 느끼며 눈시울을 붉히는 상미였다.
그런 상미의 뇌리에는 동성의 오피스텔에서의 첫번째 경험과 부산에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상미는 아름다운 자신의 나신을 어루만졌다.
( 이몸... 이몸 구석 구석에 동성의 손길이 스쳐지나갔어... 뜨겁게 달구면서...
그리고 이곳에 그의 그것이... 처음에는 아프게 나중에는 황홀하게... 그런데... 그런 그가... )
상미는 다음 순간 분노로 인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저히 동성을 용서할수 없는 기분이 드는
상미였다. 잠시 분노의 눈초리로 거울 속을 들여다보던 상미의 표정은 잠시후 힘없이 풀렸다.
기운이 쭉 빠진 얼굴로 다시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보는 상미의 입에서 힘없는 독백이 흘러나왔다.
나지막 하지만 처절한 기운을 가득 담은체...
" 그러나... 그러나 어쩔수 없어... 동성이 앞에 만 서면 한없이 약해지는 마음을...
마치 중독이라도 된듯... 동성이 마술을 부리기라도 하는 듯... 빠저나오려고 허우적거려도...
어쩔수 없이 점점 더 빠져들게 되는 이 마음을... 내가 바보라서 그런가?...
아니면 이게 사랑이라는 걸까?...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왜!... 동성이 앞에만 서면
한없이 마음이 약해지는지... 정말... 정말... "
아무리 자문 자답을 해봐도 결론을 얻을 수 없는 상미였다. 그렇게 넋을 놓은체 빛나는 나신을
드러내 놓고 있던 상미는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 이어 서둘러 샤워를 한 후 대충 몸을 가리고
화장대 앞에 앉는 상미였다. 경쟁이라도 하듯 자신을 뽑내는 예쁜 화장품들을 바라보던 상미는
이윽고 손을 뻗어 화장품을 집어들었다. 이어 정신을 집중하고는 화장을 하는 상미였다.
그렇게 정성껏 화장을 하던 상미는 안그래도 아름다운 얼굴이 더욱 아름답게 변해가는 것을 보며
갑자기 화장하던 손길을 멈추었다.
( 내가 왜?... 내가 왜 이렇게 정성을 들여 화장을 하는거지?... 누구에게 잘보이려고?...
동성이에게?... 왜 내가 동성이에게 잘 보여야 하는거지?... 나쁜 놈인데... 왜?...
아니야... 마지막 만남인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수는 없어... 마지막까지 의연한 모습을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줘야 해... 내가 이렇게 아파한 만큼 그놈도... )
상미는 그렇게 말도 되지않는 자기 변명으로 자신을 납득시켰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정신을 집중하여 얼굴을 다듬는 상미였다.
누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모를 정도로 자신이 하는 행위에 푹 빠져서...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일어나는 동성에 대한 애정은 어쩔수 없는 상미였다.
물론 본인은 애써 그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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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이제 거의 다되어 가자 동성은 더욱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출입문에 충혈된 눈을 보내고 있는 동성이었다.
그 순간 출입문이 열리며 아름다운 마치 천상의 선녀가 하강한 듯 아름다운 상미가 들어왔다.
여기저기서 그런 상미의 미모에 감탄한듯 감탄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동성은 그런 상미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다른 한편에 감격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이 있었던 동성인지라 이렇게 나와 준 상미가 너무나 고마웠던 것이다.
" 여깁니다... 누님!... "
" .......... "
미인은 어떤 표정을 지어도 아름다운 듯 했다. 그것을 마치 보여주기라도 하듯 상미는 표면에 한
겹 살얼음을 깐듯 차가운 표정으로 동성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걸어왔다.
언제나 단정한 슈트차림의 모습이 오늘따라 편안한 캐주얼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다리에 무리를 피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 상큼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감탄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동성을 힐끔 바라본 상미는 말없이 동성의 앞자리에 앉았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보지는 않고 있지만 주위에서 힐끔거리는 시선을 느끼는 두사람이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상미의 폭발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스럽기까지한 것이었지만...
" 차는 어떤걸로?... "
" 커피로... "
잠시 말머리를 잡지못하고 쩔쩔매던 동성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그렇게 상미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너무도 짧은 차가운 음성이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려고 하지않고 있는 두사람이었다. 그런 숨막히는 분위기는 차를 내온 직원에
의해 깨어졌다. 차를 테이블에 놓느라 시야가 가려지자 동성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잠시 심호흡을 하자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는 동성이었다.
" 말해봐!... 할말이 뭔지?... "
" 그러니까... 그게 뭐냐 하면 말입니다... 그게... "
동성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던 상미가 시선을 동성에게 주며 입을 열자
당황스러운 심정으로 더듬 거렸다. 그러면서 동성은 자신의 주변머리 없는... 한심할 정도로 없는
말주변에 자신에게 저주를 보냈다. 하고싶은 말은 한도 없었다. 어제 꿈속에서도 연습했던 수많은
말은 끝내 동성의 입을 타고 나오지 못했다. 상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많은 준비된 말들은
모두 어디로 숨었는지 끝내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 그럼 내가 말하지... 상아는 어떡할꺼야?... "
" 사... 상아!... "
" 그래! 상아!... 상아 몰라?... "
" 그... 그게... 어떡할거냐 하면요... 그게... "
" .......... "
느닷없이 상미의 입에서 상아의 일이 나오자 동성은 더욱 허둥거렸다.
상아에 대해 할말을 무수히 연습했던 동성이었지만 더듬거리기만 할뿐 쉽게 말을 하지 못하는
동성이었다. 상미는 확인 시키듯 말을하고는 동성의 대답을 기다렸다.
동성은 식은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마냥 상미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했을까?... 동성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상미의 눈을 피했다.
" 상아에게는... 상아에게는 우리의 관계를... 모두 말하겠... "
" 안돼!... 절대 안돼... 상아에게 상처를 줄 말은... 절대로... "
동성의 입에서 작은 더듬거리는 말이 흘러나오자 주위에서 돌아볼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상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동성은 놀라 그런 상미를 바라보았다.
상미는 뭐라고 꼭집어서 말할수 없는 복잡한 눈빛으로 동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 가득 굳은 결심의 표정을 짓고 있는 상미였다.
동성은 잠시 그 엄청난 기백에 놀란 듯 멀건히 그런 상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하지만... 어쩔수 없잖아요... 어쩔수... 그렇다고 이대로... 누님을... "
" 안돼 무조건 안돼... 상아에게는 알려서는 안돼... "
잠시 그렇게 상미를 바라보던 동성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이어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갈라진 음성을 내 뱉듯 토하는 동성이었다.
상미는 그런 동성의 말에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얼굴을 굳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상미의 눈 속 깊숙한 곳에는 아픈 마음을 표현하듯 그런 눈빛이 자리잡고 있었다.
동성으로써는 알수 없었지만...
( 안돼...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돼... 만약 상아가 이일을 안다면... 배신감에 어떤일을 저지를지
절대 그래서는 안돼... )
상아의 성격을 잘아는 상미인지라 그 말을 들은 상아의 행동이 눈이 보이는 듯 했다.
물론 동성의 말에 흐뭇한 마음이 안드는 것은 아닌 상미였다.
갈구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미의 표정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동성은 그렇게 상미의 얼굴을 한참동안이나 쳐다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럼 어떻게 합니까?... 저는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상미씨를 사랑할건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어떻게... "
" 그건... 그건... 휴!... 그건 우리가... 우리가... 그만 두면... "
" 안돼요... 그건 안돼요... 그건 제가 안돼요... 절대로 절대로 안되요... "
" .......... "
다시 주어짜듯 말을 하는 동성이었다. 그런 동성의 말에 상미는 충격을 받은 듯 잠시 할말을 잊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뒤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동성의 입에서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커다란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놀란 눈초리로 그런 동성을 바라보며 웅성거리는 주위사람들이었다.
상미는 방심한 듯 말을 하다가 갑자기 천둥소리 마냥 들려오는 동성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동성을
바라보았다. 동성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 뜨린체 그런 상미를 쏘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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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편 82부 >
[ 상미, 갈등 그리고... 4 ]
갑자기 들려온 날카로운 고함소리에 임실장과 경호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상미와 동성이 간
곳을 바라보았다. 화가 잔뜩 난듯 한 고음의 목소리는 직접 보지않아도 누가 지른 것인지 금방
감지할수 있는 그들이었다. 경호원들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임실장을 바라봤다.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임실장의 지시를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임실장은 잠시 소리난 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어 고개를 저어 몸을 움찔거리는 경호원들의 행동을 저지했다.
( 휴!... 알아서 해결하겠지... 한때 죽도록 사랑했던 사인데... 그리고 아직도 미련을 못버린 듯
한 아가씨니까... 알아서 하시겠지... 그냥 지켜보는 수 밖에... )
아까 동성이 차를 타는데도 별 다른 제지를 하지않은 상미를 떠올리며 임실장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눈길을 하늘로 돌리는 임실장이었다. 조금은 더운 듯한 이른 더위가 시작되는 듯 한
날씨는 검은 색 슈트를 입고 있는 임실장을 더욱 덥게 만들고 있었다.
문득 한줄기 바람이 몸을 스치자 조금은 시원한 느낌을 받는 임실장이었다.
벌써 그늘이 그리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냥 뙤약볕 아래에 묵묵히 몸을 세우고 있는 그였다.
어느 순간인가 똑똑히는 아니지만 크게 울려퍼지던 상미의 고함 소리가 멈춘것을 느끼며 임실장의
눈은 다시 오솔길로 향했다. 얼마를 그렇게 지켜보고 있었던가?... 문득 오솔길을 따라 누군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던 임실장은 다음 순간 고개를 갸웃
거렸다. 가기는 두 사람이 갔는데 한명 만이 오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의문의 눈길을 주던 임실장은 점점 그 사람이 다가오자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인 것을
발견하고는 조금 놀란 마음이 되었다.
임실장보다 가까이 있었기 때문인지 경호원들은 상미를 업고 오는 동성을 발견하고는 그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임실장도 뒤늦게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는 걸음을 옮기며 자신을 바라보는
경호원들을 제지했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묵묵히 다가오는 동성이었다.
눈에 힘을 주고 동성의 등뒤를 본 임실장의 얼굴에 드물게 미소가 걸렸다.
편안한 표정의 상미를 확인한 임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 누님이 다리를 삔 듯합니다... 조치를... "
" 그래요... 괜찮으세요. 아가씨!... 어서 차로... "
" 내려줘... 걸을 수 있으니... "
" ......... "
동성은 임실장을 보며 걸어가다 어느 정도 임실장에게 다가서자 입을 열었다.
그런 동성의 말에 다시 임실장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확인하듯 상미에게 상태를 물은 임실장은
얼른 앞장서서 차로 걸음을 옮겼다. 편안한 기분에 동성의 등에 얼굴을 묻고 있던 상미는 그런
임실장의 목소리 때문인지 고개를 들더니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이어 살짝 얼굴을 붉히며 한참을 소리지르고 운 탓인지 약간 잠긴 목소리로 나직히 말을 했다.
그러면서 동성의 등을 미는 상미였다. 그러나 동성은 그런 상미의 행동과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상미를 업은체 차로 걸어갔다. 상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폭 내쉬었다.
조심스럽게 상미를 차에 태운 동성은 잠시 상미의 얼굴을 들여다 보다 차를 돌아서 상미의
옆자리에 올라탔다. 임실장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룸 밀러로 훔쳐보다
기사에게 출발할것을 지시했다. 별로 달라진게 없었다. 상미와 동성! 두 사람은 여전히 입을
다문 체 반대편 차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올때의 그런 숨막힐 듯한
침묵은 아니란 사실이었다. 임실장은 그것만으로도 감지 덕지하며 연신 두 사람을 살폈다.
" 누님!... "
" 이제 됐어... 나 혼자도 갈수 있어... 그리고 상아라도 본다면... "
" ......... "
집에 도착하자 동성은 제빨리 차에서 내려 막 차문을 나서는 상미를 부축했다.
상미는 그런 동성을 가볍게 뿌리쳤다. 동성은 그런 상미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 이어 나온 상미의
말에 얼굴을 참혹하게 일그러 뜨렸다. 상미는 그렇게 동성의 아킬레스건을 찌르고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성은 여전히 얼굴을 일그러뜨린체 그런 상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서 그런 광경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던 임실장이 그런 동성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돌아보는 동성에게 안심하라는 듯 격려의 미소를 보내는 임실장이었다.
동성은 그런 임실장에게 고마운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숙여 감사의 표시를 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상미가 들어가 버리고 문이 닫힌 빌라를 바라보고는 힘없는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온 동성은 견딜수 없는 피로감에 옷도 벗지 않은체 침대에 쓰러졌다.
이틀 동안의 고민은 그렇게 동성의 전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동성의 벌린 입에서 조금 심하다싶은 코고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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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은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직 시간이 이른지 전에 상미와 온적이 있던 커피샵 안은 몇몇 자리를 제외하고는 비어있었다.
조용히 흐르는 잔잔한 음악 소리도 동성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동성의 눈길은 출입문에 고정된체 기대감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한번씩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동성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사라질줄 모르고 있었다.
동성은 그렇게 죽은듯이 잠에 빠졌다가 눈이 부심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었다.
온몸이 묵직한게 아무래도 어제 상미에게 비록 별다른 타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맞았지만 그래도
맞은 것은 맞은 것인지 찌뿌등 함을 느끼고 있었다.
잠시 눈만 껌벅이며 천장을 바라보던 동성은 반사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이미 강의에 들어가기는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동성은 잠시 그대로 누운체 천장만 쳐다봤다.
벌써 이틀 동안... 오늘까지 치면 사흘째 강의를 무단으로 빠지는 것이었다.
평소의 동성이라면 절대로 생각할 수도 꿈도 꾸지 못할 그런 일이었다.
그러나 상미와의 문제는 평소의 원칙을 가볍게 깨뜨린 것이다.
안그래도 하루 강의를 빼먹자 친구들의 전화가 빗발같이 날아왔었지만...
무기력하게 침대에 몸을 묻은체 그렇게 다시 한참을 천장만 바라보며 눈을 굴리던 동성은 다음
순간 발작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헨드폰을 잡았다.
이어지는 본능적인 동작으로 헨드폰을 열고 막 번호판을 누르려던 동성의 손은 순간 멈칫하며
고민을 대변하듯 부르르 떨었다. 두번만 누르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손가락을 몇번이고
꼼지락거리는 동성이었다. 그렇게 어쩔줄 모르며 손가락만 꿈틀거리던 동성은 이윽고 결심한 듯
깊은 숨을 들여마셨다. 이어 다시 떨리는 손으로 번호판을 누르는 동성이었다.
자신과 같이 받았던 컬러링 소리를 들으며 동성은 숨이 막히는 듯 몇번이고 숨을 들이마셨다.
" 여보세요... "
" 상... 누님!... "
마치 동성은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 조금은 탁한 듯한 상미의 목소리에 감격스러운 심정으로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었다. 아직도 화가 전부 풀리지 않아 받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상미가
전화기 저쪽에서 마술같이 들려왔던 것이다. 동성의 목소리에서 그런 동성의 마음을 감지한 것일까
상미는 잠시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동성은 정신이 나갈 정도로 감격스러움에 몸을 부르르 떨다가
그것을 감지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행여 전화가 끊기기라도 할까 겁을 먹으며...
" 누님!... 오늘 얼굴을 다시... 볼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더... "
" ........ "
" 누님!... 어제 못다한 말도... 그러니 다시 한번만 더 만나서... "
" ......... "
동성은 상미에게 그렇게 애원하듯 말을 건냈다.
침묵을 지키며 생각만 해도 혼란스러운 동성의 말에 상미는 선뜻 대답하지를 못했다.
안그래도 어제 절뚜거리며 들어오는 두 눈이 퉁퉁 부운 상미를 보고 식구들이 놀라 추궁하듯 하는
질문을 간신히 얼버무린 상미였다. 그리고 급히 불러온 의사에 의해 가벼운 치료를 받은 상미였다.
그리고는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고민으로 밤늦게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었다.
그런데 늦은 아침시간에 이렇게 동성의 전화를 받자 상미의 마음은 흩으러진 실타레 마냥 복잡하게
얼켜들었다. 그런 생각들로 동성이 애타게 애원했으나 선듯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미였다.
얼마를 그렇게 갈등하며 침묵을 지키는 상미였을까?... 미움과 사랑... 증오와 선호...
그런 이질적인 생각이 어지럽게 상미의 머리 속을 번갈아 휘젇고 있었다.
한참만에야 상미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 좋아... 어짜피 한번은 만나서 정리를 해야하니까... "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상미의 말에 동성은 마치 상미가 바로 앞에 있기라도 한 듯 전화를 귀에 붙인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한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
동성은 전화를 끊자마자 욕실로 달려갔다. 초췌한 지저분한 몰골의 인물이 마치 나선 사람 마냥
거울 속에서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것을 잠시 바라보는 동성이었다.
그러나 동성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간단하게 샤워까지 마친 동성은
조금이라도 돋보이려는 마음에 몇벌 없는 옷을 전부 꺼내 이리저리 입어보았다.
그렇게 절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여 방안을 어슬렁 거리던 동성은 급기야
아직도 한참이나 약속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약속 시간보다 무려 한시간 이상이나 일찍 약속 장소에 자리를 잡고는 초조하게 상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나 드는 사람의 얼굴을 하나 하나 확인하듯 바라보며...
지금 동성에게는 그 기다림의 시간까지도 가슴 뛰는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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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는 동성의 전화를 끊자 다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막상 약속을 하고나서 괜한 약속을 했다는 후회스러운 감정이 전신을 감쌓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전화를 해서 약속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일어 몇번이고 헨드폰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놓은 상미였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 넋을 놓은체 갈등 속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상미였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린 상미는 힐끔 시계를 바라보고는 다시 땅이 꺼질듯 한숨을 내쉬며 서서히
걸음을 옮겨 욕실로 향했다. 어제 약간 삔 발목이 시큰거리기는 했으나 천천히 걷는 데는 별 다른
지장이 없는 상미였다. 편한 차림으로 지내는 상미인지라 순식간에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는
욕실 벽에 붙은 거울을 바라봤다. 상미는 거울 속에 떠오른 자신의 모습이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양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을 느꼈다. 잠시 그런 거울 속의 여자를 바라보며 찬찬히 한부분 한부분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상미였다.
( 응?... 코가 저렇게 생겼구나... 입은 또... 눈은 왜 저렇게 큰건가?... 얼굴 선은 또...
호!... 제법 예쁘장한 가슴이네... 남자께나 홀리게 생겼네... 허리는 저 정도면 됐고...
엉덩이가 좀 큰가?... 뭘 먹어서 저렇게 엉덩이만 키웠을까?... 킥킥킥... 우습네... )
마치 처음 본다는 듯 상미는 자신의 몸을 하나 하나 품평하듯 그렇게 관찰을 했다.
다음 순간 다시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것을 느끼며 눈시울을 붉히는 상미였다.
그런 상미의 뇌리에는 동성의 오피스텔에서의 첫번째 경험과 부산에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상미는 아름다운 자신의 나신을 어루만졌다.
( 이몸... 이몸 구석 구석에 동성의 손길이 스쳐지나갔어... 뜨겁게 달구면서...
그리고 이곳에 그의 그것이... 처음에는 아프게 나중에는 황홀하게... 그런데... 그런 그가... )
상미는 다음 순간 분노로 인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저히 동성을 용서할수 없는 기분이 드는
상미였다. 잠시 분노의 눈초리로 거울 속을 들여다보던 상미의 표정은 잠시후 힘없이 풀렸다.
기운이 쭉 빠진 얼굴로 다시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보는 상미의 입에서 힘없는 독백이 흘러나왔다.
나지막 하지만 처절한 기운을 가득 담은체...
" 그러나... 그러나 어쩔수 없어... 동성이 앞에 만 서면 한없이 약해지는 마음을...
마치 중독이라도 된듯... 동성이 마술을 부리기라도 하는 듯... 빠저나오려고 허우적거려도...
어쩔수 없이 점점 더 빠져들게 되는 이 마음을... 내가 바보라서 그런가?...
아니면 이게 사랑이라는 걸까?...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왜!... 동성이 앞에만 서면
한없이 마음이 약해지는지... 정말... 정말... "
아무리 자문 자답을 해봐도 결론을 얻을 수 없는 상미였다. 그렇게 넋을 놓은체 빛나는 나신을
드러내 놓고 있던 상미는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 이어 서둘러 샤워를 한 후 대충 몸을 가리고
화장대 앞에 앉는 상미였다. 경쟁이라도 하듯 자신을 뽑내는 예쁜 화장품들을 바라보던 상미는
이윽고 손을 뻗어 화장품을 집어들었다. 이어 정신을 집중하고는 화장을 하는 상미였다.
그렇게 정성껏 화장을 하던 상미는 안그래도 아름다운 얼굴이 더욱 아름답게 변해가는 것을 보며
갑자기 화장하던 손길을 멈추었다.
( 내가 왜?... 내가 왜 이렇게 정성을 들여 화장을 하는거지?... 누구에게 잘보이려고?...
동성이에게?... 왜 내가 동성이에게 잘 보여야 하는거지?... 나쁜 놈인데... 왜?...
아니야... 마지막 만남인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수는 없어... 마지막까지 의연한 모습을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줘야 해... 내가 이렇게 아파한 만큼 그놈도... )
상미는 그렇게 말도 되지않는 자기 변명으로 자신을 납득시켰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정신을 집중하여 얼굴을 다듬는 상미였다.
누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모를 정도로 자신이 하는 행위에 푹 빠져서...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일어나는 동성에 대한 애정은 어쩔수 없는 상미였다.
물론 본인은 애써 그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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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이제 거의 다되어 가자 동성은 더욱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출입문에 충혈된 눈을 보내고 있는 동성이었다.
그 순간 출입문이 열리며 아름다운 마치 천상의 선녀가 하강한 듯 아름다운 상미가 들어왔다.
여기저기서 그런 상미의 미모에 감탄한듯 감탄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동성은 그런 상미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다른 한편에 감격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이 있었던 동성인지라 이렇게 나와 준 상미가 너무나 고마웠던 것이다.
" 여깁니다... 누님!... "
" .......... "
미인은 어떤 표정을 지어도 아름다운 듯 했다. 그것을 마치 보여주기라도 하듯 상미는 표면에 한
겹 살얼음을 깐듯 차가운 표정으로 동성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걸어왔다.
언제나 단정한 슈트차림의 모습이 오늘따라 편안한 캐주얼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다리에 무리를 피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 상큼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감탄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동성을 힐끔 바라본 상미는 말없이 동성의 앞자리에 앉았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보지는 않고 있지만 주위에서 힐끔거리는 시선을 느끼는 두사람이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상미의 폭발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스럽기까지한 것이었지만...
" 차는 어떤걸로?... "
" 커피로... "
잠시 말머리를 잡지못하고 쩔쩔매던 동성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그렇게 상미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너무도 짧은 차가운 음성이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려고 하지않고 있는 두사람이었다. 그런 숨막히는 분위기는 차를 내온 직원에
의해 깨어졌다. 차를 테이블에 놓느라 시야가 가려지자 동성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잠시 심호흡을 하자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는 동성이었다.
" 말해봐!... 할말이 뭔지?... "
" 그러니까... 그게 뭐냐 하면 말입니다... 그게... "
동성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던 상미가 시선을 동성에게 주며 입을 열자
당황스러운 심정으로 더듬 거렸다. 그러면서 동성은 자신의 주변머리 없는... 한심할 정도로 없는
말주변에 자신에게 저주를 보냈다. 하고싶은 말은 한도 없었다. 어제 꿈속에서도 연습했던 수많은
말은 끝내 동성의 입을 타고 나오지 못했다. 상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많은 준비된 말들은
모두 어디로 숨었는지 끝내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 그럼 내가 말하지... 상아는 어떡할꺼야?... "
" 사... 상아!... "
" 그래! 상아!... 상아 몰라?... "
" 그... 그게... 어떡할거냐 하면요... 그게... "
" .......... "
느닷없이 상미의 입에서 상아의 일이 나오자 동성은 더욱 허둥거렸다.
상아에 대해 할말을 무수히 연습했던 동성이었지만 더듬거리기만 할뿐 쉽게 말을 하지 못하는
동성이었다. 상미는 확인 시키듯 말을하고는 동성의 대답을 기다렸다.
동성은 식은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마냥 상미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했을까?... 동성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상미의 눈을 피했다.
" 상아에게는... 상아에게는 우리의 관계를... 모두 말하겠... "
" 안돼!... 절대 안돼... 상아에게 상처를 줄 말은... 절대로... "
동성의 입에서 작은 더듬거리는 말이 흘러나오자 주위에서 돌아볼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상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동성은 놀라 그런 상미를 바라보았다.
상미는 뭐라고 꼭집어서 말할수 없는 복잡한 눈빛으로 동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 가득 굳은 결심의 표정을 짓고 있는 상미였다.
동성은 잠시 그 엄청난 기백에 놀란 듯 멀건히 그런 상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하지만... 어쩔수 없잖아요... 어쩔수... 그렇다고 이대로... 누님을... "
" 안돼 무조건 안돼... 상아에게는 알려서는 안돼... "
잠시 그렇게 상미를 바라보던 동성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이어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갈라진 음성을 내 뱉듯 토하는 동성이었다.
상미는 그런 동성의 말에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얼굴을 굳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상미의 눈 속 깊숙한 곳에는 아픈 마음을 표현하듯 그런 눈빛이 자리잡고 있었다.
동성으로써는 알수 없었지만...
( 안돼...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돼... 만약 상아가 이일을 안다면... 배신감에 어떤일을 저지를지
절대 그래서는 안돼... )
상아의 성격을 잘아는 상미인지라 그 말을 들은 상아의 행동이 눈이 보이는 듯 했다.
물론 동성의 말에 흐뭇한 마음이 안드는 것은 아닌 상미였다.
갈구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미의 표정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동성은 그렇게 상미의 얼굴을 한참동안이나 쳐다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럼 어떻게 합니까?... 저는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상미씨를 사랑할건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어떻게... "
" 그건... 그건... 휴!... 그건 우리가... 우리가... 그만 두면... "
" 안돼요... 그건 안돼요... 그건 제가 안돼요... 절대로 절대로 안되요... "
" .......... "
다시 주어짜듯 말을 하는 동성이었다. 그런 동성의 말에 상미는 충격을 받은 듯 잠시 할말을 잊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뒤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동성의 입에서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커다란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놀란 눈초리로 그런 동성을 바라보며 웅성거리는 주위사람들이었다.
상미는 방심한 듯 말을 하다가 갑자기 천둥소리 마냥 들려오는 동성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동성을
바라보았다. 동성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 뜨린체 그런 상미를 쏘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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