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with Roses - 3부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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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야설 작성일 24-11-10 06:18 조회 8 댓글 0본문
4. Against all Odds - Phill Collins
어느 날, 나는 ARTEMIS의 마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한번 만나보고 싶으니 잠시 가게에 올 수 없느냔 말에, 나는 무슨 일일까 하고 의아해하며 가게로 향했다.
아직 아가씨들이 출근하기 전 이른 저녁이라, 가게에는 청소하는 웨이터들과 마담만 있었고, 마담은 나를 작은 홀로 안내했다.
“앉으세요, 김대리님. 제가 바쁜 시간 뺏은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
“별 말씀을… 별로 바쁜 것도 없는 걸요. 하하. “
마담은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내 앞에 놓인 잔에 맥주를 따라주었다.
“한잔 드세요. “
“아, 네 그러죠. 고맙습니다. “
내가 잔을 비우자, 마담은 내 잔에 다시 술을 따르면서 물었다.
“제가 왜 대리님한테 연락했는지… 잘 모르시죠? “
나는 그냥 마담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고, 마담은 가늘게 한숨을 쉬더니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바로 묻죠… 애리, 아니 수정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
* * *
“이 수정씨죠? “
“네, 누구세요? “
“잠시 만날 수 있을까요? “
“저… 누구시길래… “
* * *
“김대리님 나쁜 사람 아니시라는 거 잘 알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수정이가 대리님한테 열 올리는거 보면서도 별로 터치안했었죠. 사실, 수정이는 너무 손님에게 정주거나 하는 일이 없고 겉으로만 강한 척 했지 속이 너무 여려서 걱정을 많이 한 애니까요. “
나는 아무 말 없이 마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담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라 마시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 본 결과로는, 이건 아니예요. “
“아니라는 건… “
“대리님, 우리 수정이, 어떻게 대하고 계신 거 예요? “
“… 무슨 말씀이신지… “
“걔 처음에 이바닥 뛰어들면서 질 나쁜 남자한테 엮여서 고생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나서 나랑 같이 장사하면서 열심히 돈버는 게 최대의 목표인 애였죠. “
* * *
“이렇게 갑자기 연락드려서 만나자고 해서 죄송해요. “
“아, 아녜요. 오히려 제가… 말씀 낮추세요, 저보다 한참 위이신데… “
“처음 본 사람에게 그럴 순 없죠. 수정씨, 제가 갑자기 전화드려서 놀라셨죠? “
“아, 네… “
“수정씨 전화번호는 우리 형부 핸드폰 열어보고 금방 알았어요. 형부는 핸드폰에 비밀번호 따위 안 거는 성미니까. “
“네, 오빠는 비밀번호는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금방 까먹어버리신다고… “
“그래요? 그런 것도 다 알고 계세요? 형부한테 직접 들으셨나요? 아니, 그것보다, 우리 형부 오빠라고 부르시나 보죠? “
“죄, 죄송해요… “
* * *
“대리님, 우리 수정이 그냥 술집아가씨로만 보고 계시죠? “
“아, 아닙니다. 무슨 그런… “
“그럼 어떻게 보고 계신 거죠? 결혼 상대자로 보시나요? “
“그, 그건… “
나는 마담의 집요한 물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남녀관계에, 그것도 내가 강요한 관계도 아닌 관계에 왜 제3자인 마담이 끼어들어 이렇게 추궁해 대는 건지 화가 날 법도 하지만, 나는 이미 내가 느꼈던 수정이에 대한 미안함이 마담의 질문에 되살아나면서 허둥대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주제넘게 이야기하는게 화나시겠지만…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세요.”
마담이 조금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만약에, 이 술집이 아닌 밖에서 수정이를 만났다면요? 술집 아가씨가 아닌 그냥 지나가는 아가씨가 대리님에게 좋아한다고 대쉬했다면요? 물론 수정이는 처녀가 아니예요. 여러 남자를 많이 경험했죠. 그렇지만, 요즘 세상에 처녀로 시집가는 여자가 흔한 건 아니죠, 안그래요? “
“그, 그렇죠… “
나는 물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우리 가게 아가씨들, 그냥 술집 아가씨들로만 보시면 안돼요. 다들 미모나 교양이나 어디 내놓아도 안빠지는 애들이예요. 우리 가게에서 일하다가 CF나 영화감독 눈에 띄어 지금 계속 TV나 광고에 나오는 아가씨들도 두어명 돼요. 재벌가는 아니더라도 졸부집에 재취나 후처자리정도 차지하는 애들도 많구요. 깨놓고 말해서, 김대리님 여기 있는 아가씨들하고 어울리기에 훨씬 못미쳐요. “
나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마치 중고등학교로 되돌아가 못할짓을 하고서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꾸중듣는 학생이 된 느낌이었다.
그만큼 마담은 온 몸에서 풍겨나오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 * *
“사실, 나는 형부와 수정씨의 관계, 그렇게 신경 안썼어요. “
“죄송해요… “
“죄송하실 거 없어요. 홀몸인 우리 형부와 아직 아가씨인 수정씨가 만나서 뭘 하든 제가 입댈 입장 아니니까요. 첨부터 그렇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
“그런데요? “
“이 사진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
“? ? ? 이 이사진은… “
“미안해요. 사람을 시켜서 조금 알아봤었어요. 수정씨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거,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예요. “
“저… 그럼 뭐가 문제이신지… 전 잘 모르겠어요… “
“이 사진, 아가씨와 우리 형부의 표정… 이건 두 사람다 서로를 사랑하는 얼굴이더군요. “
“무, 무슨 말씀을! 제가 감히 어떻게… “
“아가씨가 우리 형부를 사랑하는 건 저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형부의 이 표정… 이건 분명히 아가씨와 사랑에 빠진 얼굴이예요. 죽은 우리 언니를 바라볼 때 외에는 우리 형부는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표정을 지어본 적 없어요. 자신이 느끼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가씨를 사랑한다는 건 확실해요. “
“흐흐흑! “
* * *
“수정이, 내가 내 다음 후계자로 생각하고 애기 마담으로 키우던 애예요. 수정이 아버지는 평생 교편을 잡으셨던 분이시죠. 그런데 중병에 걸려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자 갓 스물난 처녀애가 자진해서 이 바닥에 뛰어든 거 예요. 지금은 병도 낫고 집안형편도 수정이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온전히 폈지만 걔는 자기집에서 사람 취급 못받아요. 인격자이신 아버님은 수정이 덕분에 병을 치료하고 먹고 살면서도, 자기 딸이 그렇게 돈을 벌어온다는 거 인정할 수가 없는 모양이더군요. “
“… “
나는 눈물이 차올라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사정은 수정이는 내게 한번도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아니, 나는 한번도 수정이의 집안 사정은 어떤지, 가족은 몇 명인지,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김대리님 그거 아세요? 수정이는 마음속에 자기 비하가 엄청나게 심해요. 언제나 ‘나 같은게 무슨…’, ‘나같는 게 어떻게… ‘ 하는 생각이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어요. 제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만 그렇게 사람취급 못받고 버린 딸이라는 생각이 항상 걔를 괴롭히죠. “
나는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마담은 나를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나는 그 애가 항상 안스러웠어요. 착하고 영리한데다가, 그렇게 예쁜 애가 마음속에 그렇게 아픈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거, 항상 가슴아팠죠. 게다가 처음 이바닥 들어오면서 남자에게 엄청나게 당해서 남자를 좋아하는일도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그 애가 김대리님에게 빠질 때 난 오히려 좋아했었어요. “
나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고, 마담 역시 내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건 아닌 거 같아요. 대리님, 요즘 수정이 룸에 안들어가려 한다는 거 아세요? “
“그… 그렇습니까? “
“네, 요즘 걔, 아예 룸에 안들어 가려 해요. 예전에 늘 오시던 단골 손님들, 그것도 점잖게 노시는 분들만 가끔 상대하고 2차는 아예 처음부터 안간다고 못박아 버려요. 아실지 모르시겠지만, 이장사 하면서 가끔 거절하는 건 모르겠지만 아예 2차가 없다는 거, 말도 안되는 얘기예요.”
* * *
“난, 우리 형부가 누굴 사랑하든지 그건 형부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
“죄송해요, 죄송해요… “
“그런 말 듣자고 만나자고 한 거 아니예요. 그리고 수정씨한테 그런 말 들을 자격도 없고요. 내가 와이프도 아닌데, 두 사람 관계를 어떻게 하겠어요? 하지만, 우리 형부에게는 죽은 언니가 남겨둔 딸이 있어요. 그 애에게 관계되는 일이라면 난 끼어들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
“네, 그래요. 맞는 말씀이세요… “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예요. 수정씨… 우리 형부랑 결혼할 마음이예요? “
“무, 무슨 그런 말씀을! 저 같은게 어떻게 감히… “
“그럼 이야기가 쉽겠군요. 두 분이 어떤 관계를 지속하든 그건 전 상관않겠어요. 하지만, 우리 시현이의 새엄마가 될 사람은 수정씨는 아니예요. 제 말 이해하시죠? “
“네, 그럼요… 이해하고 말구요… “
“그럼 수정씨가 우리 형부 잘 컨트롤 해 주세요. 우리 형부, 보기보다 되게 고지식해요. 선비 같은 부분이 좀 있죠. 아직은 모르겠지만, 이대로 관계가 지속된다면 분명히 우리 형부는 수정씨를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려 할 거 예요. 그건 수정씨가 막아주세요. “
“네, 그럴께요… 저는 오빠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어요… “
“그리고 우리 형부, 시현이 때문이라도 아내감을 찾아야 해요.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할 거지만, 형부가 아내될 여자를 만나게되면 그때는 수정씨가 알아서 물러나 주세요. 안 그러면 그때는 불륜이 되는 거잖아요? “
“네, 알겠어요… 저는, 저는… “
“”그럼, 그렇게 부탁드릴께요. 난 아직도 도대체 아가씨처럼 예쁘고 젊은 사람이 왜 우리 형부를 좋아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건 두사람만이 아는 문제겠죠. 수정씨가 제 얘기 잘 이해하시고 현명하게 행동해 주기 바래요. “
“네, 네… 정말 죄송해요… 본의 아니게 걱정하시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해요… “
“… 어쩌면, 이렇게 만난 게 아니라면… 난 수정씨 많이 좋아했을 거 같애요. 하지만, 이런 상황으로 만난 것도 어쩔 수 없겠죠… “
“저는… 저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
* * *
“대리님, 한가지만 여쭤 볼께요. 수정이, 데리고 사실 생각이세요? “
“… “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런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마치 10대의 소년처럼, 나는 수정이와의 사랑 자체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거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도 진지하게, 아니 제대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게 아니라면, 수정이 바로 돌려 놔 주세요. 관계를 끊으라는 말 아니예요. 이렇게 표현하는 거 기분나쁘실지 모르겠지만… 데리고 사시는 거 아니라면 기둥서방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 주세요. “
“기, 기둥… 서방으로서의 역할… 이라고요? “
“네, 기둥서방요. 수정이 데리고 노시면서 걔 한테 용돈도 받고 그러세요. 수정이가 자기의 자리를 정확히 알도록 하세요. 그러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두 사람 사이도 정리될 거 예요. 수정이, 돈 많이 벌어야 하는 애예요. 걔 가족들, 모두 수정이의 수입으로 살아요. 그런데 요즘 수정이는 예전의 반도 못벌어요. 이 바닥을 뜰거라면야 당연히 그런 거와는 상관 없겠지만, 대리님이 수정이를 이 바닥에 그대로 둘거면서 걔가 쓸데없는 기대를 갖고, 또 쓸데없는 순결심 같은 거 같게 하시는 거, 너무 파렴치한 짓 이예요. “
마담은 말을 하고 나서, 자신의 말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는 듯, 내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테이블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담의 말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았다.
데리고산다… 기둥 서방이 된다… 데리고 산다… 기둥서방이 된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가게를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들어가서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도, 내 머릿속은 그 말이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난 아침에, 나는 맑은 마음으로 우리의 관계를 다시 그릴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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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ARTEMIS의 마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한번 만나보고 싶으니 잠시 가게에 올 수 없느냔 말에, 나는 무슨 일일까 하고 의아해하며 가게로 향했다.
아직 아가씨들이 출근하기 전 이른 저녁이라, 가게에는 청소하는 웨이터들과 마담만 있었고, 마담은 나를 작은 홀로 안내했다.
“앉으세요, 김대리님. 제가 바쁜 시간 뺏은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
“별 말씀을… 별로 바쁜 것도 없는 걸요. 하하. “
마담은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내 앞에 놓인 잔에 맥주를 따라주었다.
“한잔 드세요. “
“아, 네 그러죠. 고맙습니다. “
내가 잔을 비우자, 마담은 내 잔에 다시 술을 따르면서 물었다.
“제가 왜 대리님한테 연락했는지… 잘 모르시죠? “
나는 그냥 마담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고, 마담은 가늘게 한숨을 쉬더니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바로 묻죠… 애리, 아니 수정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
* * *
“이 수정씨죠? “
“네, 누구세요? “
“잠시 만날 수 있을까요? “
“저… 누구시길래… “
* * *
“김대리님 나쁜 사람 아니시라는 거 잘 알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수정이가 대리님한테 열 올리는거 보면서도 별로 터치안했었죠. 사실, 수정이는 너무 손님에게 정주거나 하는 일이 없고 겉으로만 강한 척 했지 속이 너무 여려서 걱정을 많이 한 애니까요. “
나는 아무 말 없이 마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담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라 마시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 본 결과로는, 이건 아니예요. “
“아니라는 건… “
“대리님, 우리 수정이, 어떻게 대하고 계신 거 예요? “
“… 무슨 말씀이신지… “
“걔 처음에 이바닥 뛰어들면서 질 나쁜 남자한테 엮여서 고생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나서 나랑 같이 장사하면서 열심히 돈버는 게 최대의 목표인 애였죠. “
* * *
“이렇게 갑자기 연락드려서 만나자고 해서 죄송해요. “
“아, 아녜요. 오히려 제가… 말씀 낮추세요, 저보다 한참 위이신데… “
“처음 본 사람에게 그럴 순 없죠. 수정씨, 제가 갑자기 전화드려서 놀라셨죠? “
“아, 네… “
“수정씨 전화번호는 우리 형부 핸드폰 열어보고 금방 알았어요. 형부는 핸드폰에 비밀번호 따위 안 거는 성미니까. “
“네, 오빠는 비밀번호는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금방 까먹어버리신다고… “
“그래요? 그런 것도 다 알고 계세요? 형부한테 직접 들으셨나요? 아니, 그것보다, 우리 형부 오빠라고 부르시나 보죠? “
“죄, 죄송해요… “
* * *
“대리님, 우리 수정이 그냥 술집아가씨로만 보고 계시죠? “
“아, 아닙니다. 무슨 그런… “
“그럼 어떻게 보고 계신 거죠? 결혼 상대자로 보시나요? “
“그, 그건… “
나는 마담의 집요한 물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남녀관계에, 그것도 내가 강요한 관계도 아닌 관계에 왜 제3자인 마담이 끼어들어 이렇게 추궁해 대는 건지 화가 날 법도 하지만, 나는 이미 내가 느꼈던 수정이에 대한 미안함이 마담의 질문에 되살아나면서 허둥대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주제넘게 이야기하는게 화나시겠지만…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세요.”
마담이 조금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만약에, 이 술집이 아닌 밖에서 수정이를 만났다면요? 술집 아가씨가 아닌 그냥 지나가는 아가씨가 대리님에게 좋아한다고 대쉬했다면요? 물론 수정이는 처녀가 아니예요. 여러 남자를 많이 경험했죠. 그렇지만, 요즘 세상에 처녀로 시집가는 여자가 흔한 건 아니죠, 안그래요? “
“그, 그렇죠… “
나는 물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우리 가게 아가씨들, 그냥 술집 아가씨들로만 보시면 안돼요. 다들 미모나 교양이나 어디 내놓아도 안빠지는 애들이예요. 우리 가게에서 일하다가 CF나 영화감독 눈에 띄어 지금 계속 TV나 광고에 나오는 아가씨들도 두어명 돼요. 재벌가는 아니더라도 졸부집에 재취나 후처자리정도 차지하는 애들도 많구요. 깨놓고 말해서, 김대리님 여기 있는 아가씨들하고 어울리기에 훨씬 못미쳐요. “
나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마치 중고등학교로 되돌아가 못할짓을 하고서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꾸중듣는 학생이 된 느낌이었다.
그만큼 마담은 온 몸에서 풍겨나오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 * *
“사실, 나는 형부와 수정씨의 관계, 그렇게 신경 안썼어요. “
“죄송해요… “
“죄송하실 거 없어요. 홀몸인 우리 형부와 아직 아가씨인 수정씨가 만나서 뭘 하든 제가 입댈 입장 아니니까요. 첨부터 그렇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
“그런데요? “
“이 사진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
“? ? ? 이 이사진은… “
“미안해요. 사람을 시켜서 조금 알아봤었어요. 수정씨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거,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예요. “
“저… 그럼 뭐가 문제이신지… 전 잘 모르겠어요… “
“이 사진, 아가씨와 우리 형부의 표정… 이건 두 사람다 서로를 사랑하는 얼굴이더군요. “
“무, 무슨 말씀을! 제가 감히 어떻게… “
“아가씨가 우리 형부를 사랑하는 건 저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형부의 이 표정… 이건 분명히 아가씨와 사랑에 빠진 얼굴이예요. 죽은 우리 언니를 바라볼 때 외에는 우리 형부는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표정을 지어본 적 없어요. 자신이 느끼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가씨를 사랑한다는 건 확실해요. “
“흐흐흑! “
* * *
“수정이, 내가 내 다음 후계자로 생각하고 애기 마담으로 키우던 애예요. 수정이 아버지는 평생 교편을 잡으셨던 분이시죠. 그런데 중병에 걸려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자 갓 스물난 처녀애가 자진해서 이 바닥에 뛰어든 거 예요. 지금은 병도 낫고 집안형편도 수정이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온전히 폈지만 걔는 자기집에서 사람 취급 못받아요. 인격자이신 아버님은 수정이 덕분에 병을 치료하고 먹고 살면서도, 자기 딸이 그렇게 돈을 벌어온다는 거 인정할 수가 없는 모양이더군요. “
“… “
나는 눈물이 차올라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사정은 수정이는 내게 한번도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아니, 나는 한번도 수정이의 집안 사정은 어떤지, 가족은 몇 명인지,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김대리님 그거 아세요? 수정이는 마음속에 자기 비하가 엄청나게 심해요. 언제나 ‘나 같은게 무슨…’, ‘나같는 게 어떻게… ‘ 하는 생각이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어요. 제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만 그렇게 사람취급 못받고 버린 딸이라는 생각이 항상 걔를 괴롭히죠. “
나는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마담은 나를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나는 그 애가 항상 안스러웠어요. 착하고 영리한데다가, 그렇게 예쁜 애가 마음속에 그렇게 아픈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거, 항상 가슴아팠죠. 게다가 처음 이바닥 들어오면서 남자에게 엄청나게 당해서 남자를 좋아하는일도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그 애가 김대리님에게 빠질 때 난 오히려 좋아했었어요. “
나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고, 마담 역시 내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건 아닌 거 같아요. 대리님, 요즘 수정이 룸에 안들어가려 한다는 거 아세요? “
“그… 그렇습니까? “
“네, 요즘 걔, 아예 룸에 안들어 가려 해요. 예전에 늘 오시던 단골 손님들, 그것도 점잖게 노시는 분들만 가끔 상대하고 2차는 아예 처음부터 안간다고 못박아 버려요. 아실지 모르시겠지만, 이장사 하면서 가끔 거절하는 건 모르겠지만 아예 2차가 없다는 거, 말도 안되는 얘기예요.”
* * *
“난, 우리 형부가 누굴 사랑하든지 그건 형부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
“죄송해요, 죄송해요… “
“그런 말 듣자고 만나자고 한 거 아니예요. 그리고 수정씨한테 그런 말 들을 자격도 없고요. 내가 와이프도 아닌데, 두 사람 관계를 어떻게 하겠어요? 하지만, 우리 형부에게는 죽은 언니가 남겨둔 딸이 있어요. 그 애에게 관계되는 일이라면 난 끼어들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
“네, 그래요. 맞는 말씀이세요… “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예요. 수정씨… 우리 형부랑 결혼할 마음이예요? “
“무, 무슨 그런 말씀을! 저 같은게 어떻게 감히… “
“그럼 이야기가 쉽겠군요. 두 분이 어떤 관계를 지속하든 그건 전 상관않겠어요. 하지만, 우리 시현이의 새엄마가 될 사람은 수정씨는 아니예요. 제 말 이해하시죠? “
“네, 그럼요… 이해하고 말구요… “
“그럼 수정씨가 우리 형부 잘 컨트롤 해 주세요. 우리 형부, 보기보다 되게 고지식해요. 선비 같은 부분이 좀 있죠. 아직은 모르겠지만, 이대로 관계가 지속된다면 분명히 우리 형부는 수정씨를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려 할 거 예요. 그건 수정씨가 막아주세요. “
“네, 그럴께요… 저는 오빠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어요… “
“그리고 우리 형부, 시현이 때문이라도 아내감을 찾아야 해요.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할 거지만, 형부가 아내될 여자를 만나게되면 그때는 수정씨가 알아서 물러나 주세요. 안 그러면 그때는 불륜이 되는 거잖아요? “
“네, 알겠어요… 저는, 저는… “
“”그럼, 그렇게 부탁드릴께요. 난 아직도 도대체 아가씨처럼 예쁘고 젊은 사람이 왜 우리 형부를 좋아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건 두사람만이 아는 문제겠죠. 수정씨가 제 얘기 잘 이해하시고 현명하게 행동해 주기 바래요. “
“네, 네… 정말 죄송해요… 본의 아니게 걱정하시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해요… “
“… 어쩌면, 이렇게 만난 게 아니라면… 난 수정씨 많이 좋아했을 거 같애요. 하지만, 이런 상황으로 만난 것도 어쩔 수 없겠죠… “
“저는… 저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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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 한가지만 여쭤 볼께요. 수정이, 데리고 사실 생각이세요? “
“… “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런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마치 10대의 소년처럼, 나는 수정이와의 사랑 자체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거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도 진지하게, 아니 제대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게 아니라면, 수정이 바로 돌려 놔 주세요. 관계를 끊으라는 말 아니예요. 이렇게 표현하는 거 기분나쁘실지 모르겠지만… 데리고 사시는 거 아니라면 기둥서방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 주세요. “
“기, 기둥… 서방으로서의 역할… 이라고요? “
“네, 기둥서방요. 수정이 데리고 노시면서 걔 한테 용돈도 받고 그러세요. 수정이가 자기의 자리를 정확히 알도록 하세요. 그러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두 사람 사이도 정리될 거 예요. 수정이, 돈 많이 벌어야 하는 애예요. 걔 가족들, 모두 수정이의 수입으로 살아요. 그런데 요즘 수정이는 예전의 반도 못벌어요. 이 바닥을 뜰거라면야 당연히 그런 거와는 상관 없겠지만, 대리님이 수정이를 이 바닥에 그대로 둘거면서 걔가 쓸데없는 기대를 갖고, 또 쓸데없는 순결심 같은 거 같게 하시는 거, 너무 파렴치한 짓 이예요. “
마담은 말을 하고 나서, 자신의 말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는 듯, 내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테이블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담의 말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았다.
데리고산다… 기둥 서방이 된다… 데리고 산다… 기둥서방이 된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가게를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들어가서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도, 내 머릿속은 그 말이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난 아침에, 나는 맑은 마음으로 우리의 관계를 다시 그릴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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