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환(전반부)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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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야설 작성일 24-11-10 12:10 조회 7 댓글 0본문
여기까지가 13부입니다.
하루 5편 제한으로 나머지는 내일 올립니다.
희정은 갑자기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 속에서 혼란을 느꼈다.
그다지 알지 못했던 섹스에 미쳐가는 듯한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수철과의 첫 섹스 이후로 느껴지는 육체의 흥분, 그리고 상상도 못했던 낯선 남자와의 쾌락, 이어진 두 남자와의 섹스...
그 속에서 느낀건 극도의 쾌감과 스릴, 그리고 온 몸이 타오르는 듯한 흥분이었다.
죄책감...
애써 희정안의 차가운 이성이 희정의 행동에 제동을 걸려 했지만 그 이성은 항상 무엇에인가 끌리듯이 이루어진 뜨거운 섹스 후에나 찾아왔다.
그나마도 그다지 죄책감이나 그런 것 보다는 지난 희정의 행동을 떠올리고 자신의 과감한 행동과 그에 의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정도의 구속이었다.
고등학교 때 옆집의 대학생 오빠에 의해 알게 된 남녀 간의 섹스에 희정은 별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평소 지식으로 알던 섹스의 순서를 밟아 약간의 쾌감으로 발전하다가 사그라드는 그런 행위에 불과했었다.
대학교 시절 만나고 헤어졌던 세 명의 남자, 그리고 취직하여 결혼하게 된 남편과의 관계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기에 희정은 지극히 평범한 삶과 평범한 행동의 미시에 불과했었다.
희정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슬립 안으로 파고 들어 탱탱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어느새 오똑 솟아버린 젖꼭지가 희정의 손가락 사이에서 튕겨졌다.
그다지 관심 없었던 자신의 육체.
그 몸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강열한 쾌감과 미칠듯한 흥분.
그런것들이 완벽하게 조화되어 살고 있는 자신의 몸이 새삼스러웠다.
“왜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고 싶었다.
모르고 살아도 괜찮았었는데..
거울 앞에 선 희정의 손이 슬림의 끈을 살짝 내리자 실크재질의 슬립이 가볍게 하얀 나신을 타고 내렸다.
희정은 자신의 몸도 달라진 것 같았다.
평범하고 정숙한 이미지만 보였던 자신의 몸이 웬지 지금은 요사스러울 정도의 매끈함을 가진 몸으로 보였다.
문득 희정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피식 웃었다.
거울 앞에서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우냐?”를 물어보던 마녀가 생각났다.
그랬다.
거울 앞에 선 희정의 몸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토록 예쁜 몸을 내가 가지고 있었던가...”
희정은 특별하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희정에게는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발견하기 힘든 매력을 지녔다.
그것은 웃음이었다.
희정의 웃음은 독특했다.
절대로 크게 웃지는 않았지만 입가가 들리고 눈꼬리가 살짝 쳐지는 그 표정의 변화에 남자들은 한순간에 빠져들었다.
보통의 희정은 가지런하고 단아한 이목구비의 소유자였다.
누구나 보기에 호감을 갖을 정도였지만 넋을 잃고 쳐다보게 하는 그런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묘한 매력의 미소를 지녔기에 한번 희정의 미소를 본 사람은 무엇인지 모를 빨려듬을 느끼는 것이었다.
희정은 가볍게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한동안 주차장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던 하얀 세단을 몰아 큰 길로 나섰다.
오랜만의 운전이라 약간은 긴장이 들기도 했지만 곧 익숙해질 것 같기도 했다.
호텔의 로비는 한가했다.
아직 정오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화려한 로비에 한쌍의 커플이 한쪽 쇼파에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Hi, Mrs. An! 일찍 오셨네요.”
“인사하지, 우리와 협력을 하고 있는 회사의 지사장으로 온 Kevin이야.”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사슴처럼 순진한 눈망울로 희정을 보면서 케빈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케빈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안희정이라고 해요.”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희정이 서둘러 나간 자리에는 남편과 함께 있던 사람은 아주 몸집이 커다란 흑인이었다.
낯설음에 멈칫했지만 특별히 흑인에 대한 거리낌이 없었던 희정인지라 곧 미소를 띄우면서 남편의 옆에 앉았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희정은 캐빈이 남편 회사의 중요한 거래 고객이라는 것을 알았고 식사중 나온 관광 이야기에 남편은 캐빈의 안내를 맡아주기를 부탁했다.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정중한 매너와 사슴같이 커다란 눈망울의 캐빈이 싫지는 않아 희정도 그러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희정은 열한시로 약속한 조선호텔로 갔고 얼굴을 웃음을 지은채 희정을 맞이하는 캐빈과 인사를 했다.
“어디를 가고 싶은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미세스 안이 안내해 주실래요?”
생각보단 한국말을 잘하는 캐빈이었다.
희정은 오는 내내 어느곳을 데려갈까 생각했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 가야겠기에 희정은 캐빈과 함께 호텔을 나섰다.
“오 마이 갓...!”
작은 고추 하나를 집어들고 입으로 넣어 희정의 장난기에 희생당한 캐빈은 연신 “오 마이 갓”을 외쳤다.
청평의 호숫가에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일품관”은 한국 전통식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캐빈과 함께 희정은 첫 코스를 한국의 전통 먹거리로 안내를 했다.
처음 나온 약간의 소채와 반찬의 양에 불만을 표하던 캐빈은 그 뒤로 천천히 계속되는 약 40여가지의 음식에 입이 벌어졌고 중간이 넘어가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보는 것마다 아름다운 색과 맛있게 맛을 보는 희정의 모습에 캐빈은 무리를 해가면서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런 캐빈에게 희정은 한국의 청양고추맛을 보여주었고 역시 기대에 부응한 캐빈의 반응은 희정에게 실소를 짓게 했다.
캐빈은 부담스러운 자리를 싫어했다.
더군다나 거래업체의 형식적인 접대는 더더욱 싫었다.
하지만 집요한 수철의 요청에 할 수 없이 나갔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와이프마져 온다는 수철의 소리에 오십대의 중년여인과 어떻게 말을 섞어야 하는지 난감했다.
하지만 희정이 자신의 자리 앞에 앉아 소개를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자 잠시 캐빈은 정신을 멍하니 놓았다.
캐빈의 눈에 비친 희정의 모습은 충격적일 정도의 매력을 뿜어냈다.
한순간 자신의 모든 혼이 빠져 나가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중간 중간 자신의 바보같은 마음과 느낌을 거래처 수철의 와이프란 생각과 여러 가지 이성적인 사고로 멈추어 보려 했지만 절대적으로 불가항력이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조금 큰 키였지만 서양인 기준으로 보면 작은키의 희정이 모든 것이 자신의 눈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단정한 이목구비와 티 하나, 주름하나 없는 작은 얼굴과 크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눈에 쌍꺼풀 없는 눈매는 이지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동양인답게 작은 코와 그 아래 하얀 살결과 대조되는 붉은 입술, 립스틱이 아닌 입술 보호제만 바른 것 같은 그 입술은 정말 작고 예뻤다. 가끔씩 그 붉은 입술이 열릴때면 가지런한 백옥같은 하얀 치아가 붉은 입술과 조화를 이루었다.
미국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양적 매력은 머리카락이었다.
칠흑보다 더 검은 긴 생머리와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동양여자의 머리결은 서양의 남자들을 매혹시켰고 희정의 긴 생머리는 그런 전형적인 캐빈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손으로 꺽어도 쉽게 꺽일것 같은 가녀린 목의 선을 따라 아래쪽의 살결은 비록 블라우스에 가려져 있지만 그 부드러움과 깨끗함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연한 핑크색의 블라우스속의 하얀 살결, 서양인보다도 더 하얗게 느껴지는 것은 색이라기 보다 피부의 부드러움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가는 팔과 검정색 스커트 아래 내려온 얇고 곧은 다리, 그 아래 검은색 에나멜 구두속의 발은 너무나 작아보였다.
캐빈은 눈치챌까 조심하면서 연신 희정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캐빈의 어색한 한국말과 익숙하지 못한 태도 때문이었는지 수철도, 희정도 그런 캐빈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고 그 가운데 이루어진 희정의 가이드 약속은 캐빈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식사가 끝나고 희정 부부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캐빈은 양 눈으로 들어오는 부부의 모습에 적대감과 부러움이 함께 하는 시선을 두 부부의 등에서 떼지 못했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켜 돌아온 호텔방에서 캐빈은 자신의 마음을 분석했지만 마음을 뒤 흔드는 이성적인 매혹을 머리로 분석할 수는 없었다.
캐빈은 아침 일찍부터 잠이 깨 준비를 했다.
딸랑 세벌의 와이셔츠와 두벌의 정장만 준비한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다.
정성스럽게 면도를 하고 꽤 오랜시간 욕조에 몸도 담그었다.
평소 잘 뿌리지도 않은 향수도 사용했다.
그리고는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애써 서류들을 검토하려 했지만 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약속 장소인 로비로 삼십분 전에 내려가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다.
하얀 차에서 내리는 희정의 모습에 캐빈은 화장실 쪽으로 몸을 숨겼다.
어제와는 달리 약간 캐주얼 차림의 희정은 상쾌해 보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캐빈은 정확히 열한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확인한 후 화장실을 나서 로비로 향했다.
희정은 오랜만의 외출이 좋았다.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밝고 명랑했던 희정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과의 외출은 부담이었다.
항상 사람들이 보는 두 사람은 웬지 모를 적대감의 눈초리였다.
어울리기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인지 사람들의 시선은 부담이었다.
넉살 좋은 어떤 아줌마는 아빠와 딸이 무척 닮았다는 이야기도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처음에는 부부라고 딱 떨어지게 말도 해 보았지만 그 후 보이는 상대방의 표정은 희정에게 더 이상 변명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 후 점점 외출은 줄어들고 평소 좋아하던 책과 공부를 핑계로 집에만 있게 되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상쾌한 공기는 희정의 마음을 밝고 명랑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했다.
비록 캐빈과의 동행 역시 심상치는 않는 사람들의 시선을 동반하였지만 남편과의 외출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고 희정 역시 그런 눈초리 때문에 오랜만에 느끼는 좋은 기분을 망치기는 싫었기에 아예 무시하기로 하였다.
무려 두 시간여의 식사가 끝나자 캐빈은 두 손을 뒤쪽으로 바닥에 댄 채로 헉헉거렸다.
그런 모습에 희정은 싱긋 웃음을 지었고 그런 희정의 모습에 캐빈은 다시 넋이라도 나간 듯 희정을 쳐다보았다.
“많이 드셨나봐요.”
“네..정말...”
말조차도 잇기 힘든 캐빈을 보면서 희정이 말했다.
“우리 잠깐 나갈까요? 여기 경치가 좋아요. 소화도 시킬겸요..”
몸을 일으키는 희정을 따라 캐빈도 얼른 따라 나섰다.
푸른 하늘과 묘하게 어울리는 호숫가를 따라 둘은 걸었다.
그러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악과 문학, 그리고 그 외 여러방면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빈은 놀람을 금할 수 없었다.
교양 뿐만 아니라 무역 및 여러 가지 경제전반에 있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희정과의 대화는 따분함만 느끼고 마는 여느 기업가의 사모님들하고는 많이 틀렸다.
결혼하기전 희정은 단순히 미모로 남편의 총애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어떤 비서보다도 훌륭하게 그 역할을 담당했던 희정은 누구나 탐내는 인재였다.
엄마의 병수발로 한때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위기까지 왔었지만 경호의 지원으로 오히려 더 편하게 졸업할수 있었다.
원래도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니던 희정이었기에 돈 걱정이 덜어지자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었고 결국 국내 최고 학부를 수석 졸업할 수 있었고 경호의 도움에 감사하고자 경호의 회사로 취직을 한 것이었다.
비록 결혼 후에 일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었지만 집에서 있는 동안 인터넷으로 나름대로 주식투자를 하는 등 국내경제와 국제 사회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죽지 않았었다.
발전하는 국내 컴퓨터 분야의 투자를 위해 미국 최대 컴퓨터 회사의 지사장으로 온 캐빈의 동향은 희정에게 충분한 관심사가 될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호감을 가지고 있던 캐빈의 마음은 더욱 더 희정에게 기울게 되었다.
단순한 대화의 한 부분이었던 경제 이야기에서 이어진 한국 컴퓨터 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캐빈을 놀래킬만한 일이었고 충분히 캐빈에게도 지식과 정보가 될 만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세계에서 일례가 없는 한국 인터넷 게임시장에 대한 고찰과 지식은 단순한 전문가 수준을 넘어선 정도였기에 캐빈은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소일거리로 해 보라고 경호가 준 일억의 주식이 지난 오년동안 백배가 넘는 규모가 되어 있음은 경호조차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경호 회사의 규모로 봐서는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현금으로 모두 바꿀 수 있다는 면에서 본다면 무시할 수 없는 돈이었다.
하지만 희정에게 있어 하나의 게임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기에 굳이 경호에게 이야기 할 필요가 없었고 더욱이 “princess“라 불리는 희정의 아이디가 인터넷 주식투자가 사이에서 전설적으로 불리움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다.
어제 캐빈과의 만남과 짧은 대화에서도 희정의 투자적 감각은 저절로 돌아갔고 눈여겨 보지 못했던 주식에 대한 분석에서 만난 그래프는 희정의 마음을 만족시켜 아침에 넣은 일억 정도의 매수주식이 상한가를 쳤음을 알려온 희정이 활동하는 다음카페의 대표팀장의 문자는 희정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희정이 분석한 그래프의 곡선은 분명 대박이었다.
희정은 밤새 분석하여 추천주 종목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올렸고 그에 힘입어 더욱 탄력을 받은 주식의 질주는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제가 다 부담할께요. 캐빈 때문에 오늘 괜찮았거든요.”
내용을 들은 캐빈은 더욱 더 희정에게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하하.. 저 때문에 희정씨가 이득을 봤다면 저로서는 환영입니다.”
기업 비밀을 말한 것도 아니었는데 단순한 자신과의 대화에서 발견한 예리한 희정의 감각은 다시 한번 캐빈을 놀래켰다.
그렇게 호숫가에서의 둘의 대화는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고 호수의 투명한 물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캐빈도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쩌지요? 제가 너무 수다를 떨어서..”
“아닙니다. 오늘 제가 배운 것이 무척 많았습니다. 관광 이상의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음...이제 어디로 갈까요? 뭐 하고 싶으신 것 있으세요?”
“아니요. 희정씨와 함께라면 뭐든지 좋을 것 같습니다.”
“호호, 정말요?”
다시 한번 희정의 미소에 빨려 들어가는 캐빈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쨍그랑.....”
희정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서 빠져 나간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 조각나면서 내지른 소리조차 깨닫지 못했다.
곧이어 어깨와 귀 사이에 끼어 있던 전화마저 땅에 떨어져 버렸다.
다리가 떨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희정의 몸이 서서히 무너졌다.
정신을 차린 희정이 서둘러 옷을 입고 도착한 병원은 수철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을씨년 스러웠다.
“사모님 이쪽으로...”
장비서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영안실이었다.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부장님께서 떨어지는 H빔을 보고 그 밑의 사람들을 향해 달려 든것은...”
수철은 본사 이전 계획에 따라 새로 짓고 있던 건물을 시찰하고자 현장에 갔었고 시찰하던 중 크레인으로 옮기던 H빔이 케이블이 끊어져 추락하는 것을 보고 밑에 있던 사람들을 밀치고 자신이 그 아래 깔렸다.
긴급 출동한 구급차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장기의 심각한 손상과 출혈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희정은 차마 수철위에 덮인 하얀 천을 들어볼 수 없었다.
아직 수철의 따뜻한 온기가 자신의 안에 남아 있는 듯 했기에 더더욱 수철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었다.
수철의 장례는 간소하게 치루어졌다.
평소 수철의 말처럼 장기는 바로 기증이 되었고 주변 친지들의 울음 속에 수철은 한줌의 재가 되어 버렸다.
“아빠....난..이제.....”
경호는 오열하는 유진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유진을 찾아간 경호의 눈에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버린 유진이 텅 비어버린 커다란 집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빠...저 벌 받은 거지요?”
수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애처롭게 흐느끼는 유진을 꼭 안아주기만 하였다.
희정은 까맣게 내려앉은 어둠속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금방 “엄마”하고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수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을 뜨겁게 안아주면서 사랑을 속삭이던 수철의 모습, 그 수철과의 열정적인 섹스에 대한 기억이 희정을 더욱 슬프게 했다.
시간이 모든 것을 치료해 준다는 옛사람들의 말은 틀림이 없는 듯 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수척해진 유진은 시간이 날 때마다 들려 위로해주는 경호에 의해 서서히 슬픔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아빠..나 이제 괜찮아요.”
눈 주위가 쾡한 표정으로 경호의 품에 안겨 있던 유진이 말했다.
“이제 잊으려고 해요. 아니 잊고 싶어요. 아빠가 도와주세요.”
커다란 눈망울로 바라보는 유진의 눈에 시선을 맞추어 가던 경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래, 이제 잊으렴...”
이윽고 경호의 두툼한 입술이 유진의 입술을 덮었고 잠시 동안 어색한 듯 유진의 입술위에 머무는 단순한 키스가 서로의 눈이 마주치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눈이 감기고 갑자기 열정적인 키스로 변해 가면서 격렬한 섹스가 시작되었다.
순간순간 수철에 대한 생각으로 주저함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행위가 짙어질수록 수철의 존재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이미 사회적 도덕관념이나 윤리관념, 그리고 죄책감에서 벗어난 두 사람이었기에 한동안 가슴 깊이 묻어 둔 서로에 대한 욕망이 본격적으로 타오르자 예전보다도 더 열정적인 몸짓으로 서로를 갈구했다.
흡사 미친 사람처럼 키스를 해 대던 두 사람이 서둘러 서로의 옷을 벗겨냈고 서로의 몸을 손으로 만지던 두 사람의 자세가 엇갈리자 서로의 성기를 입으로 빨고 혀로 핥아대기 시작했다. 유진의 몸을 들어 자신의 위에 얹자 자연스럽게 유진의 보지가 경호의 입에 올려지고 이미 축축해진 빨간 속살 사이로 경호의 혀가 파고들자 유진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리고 곧 유진도 이미 단단해져 하늘을 향해 곧게 서 있는 경호의 자지를 한 입 가득히 물었다.
“아...못 참겠어요.”
집요한 경호의 혀의 놀림에 유진은 더 이상 참기 힘든 듯 몸을 일으켜 반대로 향했다.
그리고는 경호의 자지에 허리를 놀려 맞추고는 천천히 그것을 삼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릿한 아픔이 느껴졌지만 곧 다가오는 쾌락의 물결에 몸을 맞기기 시작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대지를 감쌌다.
정말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의 그런 자욱함이 눈앞에 펼쳐지자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음을 깨달았고 희정은 그냥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의 삶은 희정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수철을 그렇게 보낸 후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아해 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그 남편이 집에 오지 않는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그 의미가 주는 것에 대한 순응은 빨랐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희정은 남편에 대한 별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았다.
단순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의미에 대한 결론은 생각보다 쉽게 다가왔다.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은 굳은 얼굴로 집에 들어왔고 묵묵히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서인지, 아니면 그 어떤 일에도 동요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굳은 마음 때문이었는지 희정은 방으로 들어가 도장을 들고 나와 그 종이에 찍었고 남편은 들어올 때처럼 굳은 얼굴로 집을 나갔다.
“사모님이 살고 있는 이 집과 청평의 별장, 그리고 몇가지 주식 등을 사모님 명의로 해 드렸습니다. 싯가로 따져보니 사십억이 조금 넘습니다.”
습관처럼 중얼거리는 앞머리가 벗겨진 변호사의 말을 들으면서 희정은 문득 예전에 경철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소갈머리가 없는 사람은 정력이 아주 쎄서 여자가 그만 그만 하고 밀어내서 그런 것이고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은 정력이 시원치 않아서 여자가 양쪽 머리를 움켜 잡고 조그만 더, 조금만 더 해서 생긴 거야.”
희정은 문득 경철이 보고 싶어졌다.
“천천히...해줘.”
경철과 경수는 희정의 양쪽에 서서 희정의 옷을 서서히 벗겨냈다.
그리고 드러난 눈부신 희정의 상체를 서서히 어루만졌다.
동시에 탱탱한 희정의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같이 연습한 것처럼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희정의 부드러운 육체가 두 남자의 타액으로 촉촉히 젖어 들어갔다.
희정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비록 두 사람의 열정적이고 뜨거운 애무로 인해 본능적으로 몸이 뜨거워지고 두 번에 걸쳐 강한 오르가즘을 느꼈지만 금방 타올랐다가 꺼지는 지푸라기로 만든 불이었다.
10부
“지금 하고 있는 일 마음에 들어?”
“네? 왜요?”
“대답 먼저.”
“그냥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지요. 뭐. 배운것도 없고 노가대니까....”
말들은 그렇게 했지만 경수와 경호는 똑똑한 편이었다.
사리판단도 빠르고 독학으로 대학교도 졸업했었다.
비록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서울에 있는 삼류 대학의 졸업장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어렸을 적 고아원에 버려져 자수성가해야 했기에 돈을 벌면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가야했던 두 사람이 좋은 대학교를 나올수 없었던 것이 두 사람의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일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나 좀 도와 줄래?”
“누님이요? 어떤?”
희정은 두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되었지만 두 사람은 희정에 대해 여전히 잘 알지 못했다.
잘 사는 집의 사모님정도라는 것이 둘이 알고 있는 희정의 전부였다.
“우리 나가자.”
희정이 먼저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
영문을 모르던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서울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서 묵묵히 야경을 바라보는 희정의 모습은 아름다왔다.
경수와 경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희정의 모습에 적잖게 당황했지만 왠지 이야기를 기다려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둘을 대동한 희정은 먼저 강남에 있는 수입자동차 전시장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독일산 최고급 자동차를 구입했다.
키를 보다 침착한 경수에게 넘겨준 희정은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각기 다섯벌씩의 정장과 구두 및 필요한 모든 악세사리까지 구입한 희정은 둘을 데리고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두 시간에 걸쳐 나온 강남의 유명한 레스토랑 파빌리온의 정식코스 요리는 경수와 경철을 당황시켰고 한 차례씩 살짝 맛만 본 희정과는 달리 두 사람은 녹아드는 여러 음식 맛에 배가 터질 정도의 폭식을 해야겠고 디져트로 나온 이름도 모를 음식은 그냥 쳐다만 본 채 커피만 습관처럼 홀짝거렸다.
그 후로 벌써 한 시간째 저렇게 야경만을 바라보고 있는 희정의 모습에 경수와 경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눈짓으로 경수를 밖으로 불러낸 경철이 말했다.
“누님 정체가 뭐야?”
“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평범한 주부인줄 알았는데..”
“평범한 주부? 참내, 말도 안되는거 알지?”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야.”
“어떻게 해야 하지?”
“뭘 어떻게 해, 그냥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 같은데.....”
“휴.....”
“뭐, 잡아먹기야 하겠어? 하하. 이미 잡아 먹혔구나...”
“농담이 나오냐? 바보.”
조금은 긴장이 풀어진 두 사람이 들어오자 희정이 고개를 돌렸다.
“오늘 당황했지?”
미소를 띠운 채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희정의 모습은 웬지 범접하기 힘든 느낌이 들었다.
“조금...”
어설픈 대답을 하는 경수의 모습에 희정은 실소했다.
“킥... 바보같아.”
경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아니 그냥 편하게 말할께.”
두 사람은 긴장이 되어 귀를 기울였다.
“나 일 좀 하려고 하는데 두 사람이 좀 도와 줬으면 좋겠어.”
“무슨 일인데요?”
“투자 회사를 하나 만들거야.”
“투자 회사요?”
“뭐,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냥.... 도와 줄거지?”
경철과 경수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거절할 수 없는 희정의 매력에 빠져 있었기에 그냥 천천히 고개만 끄덕였다.
“스카웃 하는 거야. 호호.”
“저희는 투자같은 것 전혀 모르는데요? 그냥 고치는...”
“거짓말 하지마. 방안의 책장에 가득히 꽃혀 있는 책들은 그냥 장식품이고, 컴퓨터에 정리된 분석표들은 뭐지?”
경철과 경수는 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미안, 심심해서 들어갔다가....”
“그냥 장난으로 조금... 그냥 모의 주식 게임에 투자하는 정도예요.”
“알아. 그리고 그 게임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도...”
경철과 경수는 희정의 말에 정말 의아해 졌다.
자신들이 정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것에 반해 희정은 자신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주식에 관심이 좀 있거든, 활동하는 카페도 있고..”
희정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냥 도와주었으면 좋겠어.”
“어떻게....?”
“음, 뭐 보좌관이라고나 할까....호호호.”
내 뱉은 말이 부끄러운 듯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던 희정이 웃음이 멈추자 가방에서 무엇인가 깨내어 두 사람 앞에 놓았다.
“우선 강남 쪽에 사무실 하나만 구해줘.”
희정이 내민 것은 통장이었고 금액을 세던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을 거야. 쓰다가 부족하면 이야기 해.”
보름 후 경철과 경수는 희정을 데리고 한 높다란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두 사람의 능력은 희정의 예상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인테리어를 해서인지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아기자기 하게 꾸며진 사무실과 한쪽에 나있는 문으로 들어선 사장실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군데군데 고급스러움이 배어났다.
약간 딱딱한 듯한, 하지만 희정의 크지 않은 몸에 비해 커다란 의자는 희정이 몸을 묻자 포근함으로 희정을 감싸주었다.
왼쪽의 책상위에는 세 개의 모니터가 달린 최신의 컴퓨터가 설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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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은 갑자기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 속에서 혼란을 느꼈다.
그다지 알지 못했던 섹스에 미쳐가는 듯한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수철과의 첫 섹스 이후로 느껴지는 육체의 흥분, 그리고 상상도 못했던 낯선 남자와의 쾌락, 이어진 두 남자와의 섹스...
그 속에서 느낀건 극도의 쾌감과 스릴, 그리고 온 몸이 타오르는 듯한 흥분이었다.
죄책감...
애써 희정안의 차가운 이성이 희정의 행동에 제동을 걸려 했지만 그 이성은 항상 무엇에인가 끌리듯이 이루어진 뜨거운 섹스 후에나 찾아왔다.
그나마도 그다지 죄책감이나 그런 것 보다는 지난 희정의 행동을 떠올리고 자신의 과감한 행동과 그에 의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정도의 구속이었다.
고등학교 때 옆집의 대학생 오빠에 의해 알게 된 남녀 간의 섹스에 희정은 별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다.
평소 지식으로 알던 섹스의 순서를 밟아 약간의 쾌감으로 발전하다가 사그라드는 그런 행위에 불과했었다.
대학교 시절 만나고 헤어졌던 세 명의 남자, 그리고 취직하여 결혼하게 된 남편과의 관계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기에 희정은 지극히 평범한 삶과 평범한 행동의 미시에 불과했었다.
희정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슬립 안으로 파고 들어 탱탱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어느새 오똑 솟아버린 젖꼭지가 희정의 손가락 사이에서 튕겨졌다.
그다지 관심 없었던 자신의 육체.
그 몸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강열한 쾌감과 미칠듯한 흥분.
그런것들이 완벽하게 조화되어 살고 있는 자신의 몸이 새삼스러웠다.
“왜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고 싶었다.
모르고 살아도 괜찮았었는데..
거울 앞에 선 희정의 손이 슬림의 끈을 살짝 내리자 실크재질의 슬립이 가볍게 하얀 나신을 타고 내렸다.
희정은 자신의 몸도 달라진 것 같았다.
평범하고 정숙한 이미지만 보였던 자신의 몸이 웬지 지금은 요사스러울 정도의 매끈함을 가진 몸으로 보였다.
문득 희정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피식 웃었다.
거울 앞에서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우냐?”를 물어보던 마녀가 생각났다.
그랬다.
거울 앞에 선 희정의 몸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토록 예쁜 몸을 내가 가지고 있었던가...”
희정은 특별하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희정에게는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발견하기 힘든 매력을 지녔다.
그것은 웃음이었다.
희정의 웃음은 독특했다.
절대로 크게 웃지는 않았지만 입가가 들리고 눈꼬리가 살짝 쳐지는 그 표정의 변화에 남자들은 한순간에 빠져들었다.
보통의 희정은 가지런하고 단아한 이목구비의 소유자였다.
누구나 보기에 호감을 갖을 정도였지만 넋을 잃고 쳐다보게 하는 그런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묘한 매력의 미소를 지녔기에 한번 희정의 미소를 본 사람은 무엇인지 모를 빨려듬을 느끼는 것이었다.
희정은 가볍게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한동안 주차장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던 하얀 세단을 몰아 큰 길로 나섰다.
오랜만의 운전이라 약간은 긴장이 들기도 했지만 곧 익숙해질 것 같기도 했다.
호텔의 로비는 한가했다.
아직 정오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화려한 로비에 한쌍의 커플이 한쪽 쇼파에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Hi, Mrs. An! 일찍 오셨네요.”
“인사하지, 우리와 협력을 하고 있는 회사의 지사장으로 온 Kevin이야.”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사슴처럼 순진한 눈망울로 희정을 보면서 케빈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케빈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안희정이라고 해요.”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희정이 서둘러 나간 자리에는 남편과 함께 있던 사람은 아주 몸집이 커다란 흑인이었다.
낯설음에 멈칫했지만 특별히 흑인에 대한 거리낌이 없었던 희정인지라 곧 미소를 띄우면서 남편의 옆에 앉았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희정은 캐빈이 남편 회사의 중요한 거래 고객이라는 것을 알았고 식사중 나온 관광 이야기에 남편은 캐빈의 안내를 맡아주기를 부탁했다.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정중한 매너와 사슴같이 커다란 눈망울의 캐빈이 싫지는 않아 희정도 그러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희정은 열한시로 약속한 조선호텔로 갔고 얼굴을 웃음을 지은채 희정을 맞이하는 캐빈과 인사를 했다.
“어디를 가고 싶은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미세스 안이 안내해 주실래요?”
생각보단 한국말을 잘하는 캐빈이었다.
희정은 오는 내내 어느곳을 데려갈까 생각했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 가야겠기에 희정은 캐빈과 함께 호텔을 나섰다.
“오 마이 갓...!”
작은 고추 하나를 집어들고 입으로 넣어 희정의 장난기에 희생당한 캐빈은 연신 “오 마이 갓”을 외쳤다.
청평의 호숫가에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일품관”은 한국 전통식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캐빈과 함께 희정은 첫 코스를 한국의 전통 먹거리로 안내를 했다.
처음 나온 약간의 소채와 반찬의 양에 불만을 표하던 캐빈은 그 뒤로 천천히 계속되는 약 40여가지의 음식에 입이 벌어졌고 중간이 넘어가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보는 것마다 아름다운 색과 맛있게 맛을 보는 희정의 모습에 캐빈은 무리를 해가면서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런 캐빈에게 희정은 한국의 청양고추맛을 보여주었고 역시 기대에 부응한 캐빈의 반응은 희정에게 실소를 짓게 했다.
캐빈은 부담스러운 자리를 싫어했다.
더군다나 거래업체의 형식적인 접대는 더더욱 싫었다.
하지만 집요한 수철의 요청에 할 수 없이 나갔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와이프마져 온다는 수철의 소리에 오십대의 중년여인과 어떻게 말을 섞어야 하는지 난감했다.
하지만 희정이 자신의 자리 앞에 앉아 소개를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자 잠시 캐빈은 정신을 멍하니 놓았다.
캐빈의 눈에 비친 희정의 모습은 충격적일 정도의 매력을 뿜어냈다.
한순간 자신의 모든 혼이 빠져 나가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중간 중간 자신의 바보같은 마음과 느낌을 거래처 수철의 와이프란 생각과 여러 가지 이성적인 사고로 멈추어 보려 했지만 절대적으로 불가항력이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조금 큰 키였지만 서양인 기준으로 보면 작은키의 희정이 모든 것이 자신의 눈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단정한 이목구비와 티 하나, 주름하나 없는 작은 얼굴과 크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눈에 쌍꺼풀 없는 눈매는 이지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동양인답게 작은 코와 그 아래 하얀 살결과 대조되는 붉은 입술, 립스틱이 아닌 입술 보호제만 바른 것 같은 그 입술은 정말 작고 예뻤다. 가끔씩 그 붉은 입술이 열릴때면 가지런한 백옥같은 하얀 치아가 붉은 입술과 조화를 이루었다.
미국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양적 매력은 머리카락이었다.
칠흑보다 더 검은 긴 생머리와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동양여자의 머리결은 서양의 남자들을 매혹시켰고 희정의 긴 생머리는 그런 전형적인 캐빈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손으로 꺽어도 쉽게 꺽일것 같은 가녀린 목의 선을 따라 아래쪽의 살결은 비록 블라우스에 가려져 있지만 그 부드러움과 깨끗함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연한 핑크색의 블라우스속의 하얀 살결, 서양인보다도 더 하얗게 느껴지는 것은 색이라기 보다 피부의 부드러움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가는 팔과 검정색 스커트 아래 내려온 얇고 곧은 다리, 그 아래 검은색 에나멜 구두속의 발은 너무나 작아보였다.
캐빈은 눈치챌까 조심하면서 연신 희정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캐빈의 어색한 한국말과 익숙하지 못한 태도 때문이었는지 수철도, 희정도 그런 캐빈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고 그 가운데 이루어진 희정의 가이드 약속은 캐빈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식사가 끝나고 희정 부부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캐빈은 양 눈으로 들어오는 부부의 모습에 적대감과 부러움이 함께 하는 시선을 두 부부의 등에서 떼지 못했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켜 돌아온 호텔방에서 캐빈은 자신의 마음을 분석했지만 마음을 뒤 흔드는 이성적인 매혹을 머리로 분석할 수는 없었다.
캐빈은 아침 일찍부터 잠이 깨 준비를 했다.
딸랑 세벌의 와이셔츠와 두벌의 정장만 준비한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다.
정성스럽게 면도를 하고 꽤 오랜시간 욕조에 몸도 담그었다.
평소 잘 뿌리지도 않은 향수도 사용했다.
그리고는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애써 서류들을 검토하려 했지만 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약속 장소인 로비로 삼십분 전에 내려가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다.
하얀 차에서 내리는 희정의 모습에 캐빈은 화장실 쪽으로 몸을 숨겼다.
어제와는 달리 약간 캐주얼 차림의 희정은 상쾌해 보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캐빈은 정확히 열한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확인한 후 화장실을 나서 로비로 향했다.
희정은 오랜만의 외출이 좋았다.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밝고 명랑했던 희정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과의 외출은 부담이었다.
항상 사람들이 보는 두 사람은 웬지 모를 적대감의 눈초리였다.
어울리기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인지 사람들의 시선은 부담이었다.
넉살 좋은 어떤 아줌마는 아빠와 딸이 무척 닮았다는 이야기도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처음에는 부부라고 딱 떨어지게 말도 해 보았지만 그 후 보이는 상대방의 표정은 희정에게 더 이상 변명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 후 점점 외출은 줄어들고 평소 좋아하던 책과 공부를 핑계로 집에만 있게 되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상쾌한 공기는 희정의 마음을 밝고 명랑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했다.
비록 캐빈과의 동행 역시 심상치는 않는 사람들의 시선을 동반하였지만 남편과의 외출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고 희정 역시 그런 눈초리 때문에 오랜만에 느끼는 좋은 기분을 망치기는 싫었기에 아예 무시하기로 하였다.
무려 두 시간여의 식사가 끝나자 캐빈은 두 손을 뒤쪽으로 바닥에 댄 채로 헉헉거렸다.
그런 모습에 희정은 싱긋 웃음을 지었고 그런 희정의 모습에 캐빈은 다시 넋이라도 나간 듯 희정을 쳐다보았다.
“많이 드셨나봐요.”
“네..정말...”
말조차도 잇기 힘든 캐빈을 보면서 희정이 말했다.
“우리 잠깐 나갈까요? 여기 경치가 좋아요. 소화도 시킬겸요..”
몸을 일으키는 희정을 따라 캐빈도 얼른 따라 나섰다.
푸른 하늘과 묘하게 어울리는 호숫가를 따라 둘은 걸었다.
그러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악과 문학, 그리고 그 외 여러방면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빈은 놀람을 금할 수 없었다.
교양 뿐만 아니라 무역 및 여러 가지 경제전반에 있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희정과의 대화는 따분함만 느끼고 마는 여느 기업가의 사모님들하고는 많이 틀렸다.
결혼하기전 희정은 단순히 미모로 남편의 총애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어떤 비서보다도 훌륭하게 그 역할을 담당했던 희정은 누구나 탐내는 인재였다.
엄마의 병수발로 한때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위기까지 왔었지만 경호의 지원으로 오히려 더 편하게 졸업할수 있었다.
원래도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니던 희정이었기에 돈 걱정이 덜어지자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었고 결국 국내 최고 학부를 수석 졸업할 수 있었고 경호의 도움에 감사하고자 경호의 회사로 취직을 한 것이었다.
비록 결혼 후에 일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었지만 집에서 있는 동안 인터넷으로 나름대로 주식투자를 하는 등 국내경제와 국제 사회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죽지 않았었다.
발전하는 국내 컴퓨터 분야의 투자를 위해 미국 최대 컴퓨터 회사의 지사장으로 온 캐빈의 동향은 희정에게 충분한 관심사가 될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호감을 가지고 있던 캐빈의 마음은 더욱 더 희정에게 기울게 되었다.
단순한 대화의 한 부분이었던 경제 이야기에서 이어진 한국 컴퓨터 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캐빈을 놀래킬만한 일이었고 충분히 캐빈에게도 지식과 정보가 될 만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세계에서 일례가 없는 한국 인터넷 게임시장에 대한 고찰과 지식은 단순한 전문가 수준을 넘어선 정도였기에 캐빈은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소일거리로 해 보라고 경호가 준 일억의 주식이 지난 오년동안 백배가 넘는 규모가 되어 있음은 경호조차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경호 회사의 규모로 봐서는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현금으로 모두 바꿀 수 있다는 면에서 본다면 무시할 수 없는 돈이었다.
하지만 희정에게 있어 하나의 게임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기에 굳이 경호에게 이야기 할 필요가 없었고 더욱이 “princess“라 불리는 희정의 아이디가 인터넷 주식투자가 사이에서 전설적으로 불리움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다.
어제 캐빈과의 만남과 짧은 대화에서도 희정의 투자적 감각은 저절로 돌아갔고 눈여겨 보지 못했던 주식에 대한 분석에서 만난 그래프는 희정의 마음을 만족시켜 아침에 넣은 일억 정도의 매수주식이 상한가를 쳤음을 알려온 희정이 활동하는 다음카페의 대표팀장의 문자는 희정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희정이 분석한 그래프의 곡선은 분명 대박이었다.
희정은 밤새 분석하여 추천주 종목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올렸고 그에 힘입어 더욱 탄력을 받은 주식의 질주는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제가 다 부담할께요. 캐빈 때문에 오늘 괜찮았거든요.”
내용을 들은 캐빈은 더욱 더 희정에게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하하.. 저 때문에 희정씨가 이득을 봤다면 저로서는 환영입니다.”
기업 비밀을 말한 것도 아니었는데 단순한 자신과의 대화에서 발견한 예리한 희정의 감각은 다시 한번 캐빈을 놀래켰다.
그렇게 호숫가에서의 둘의 대화는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고 호수의 투명한 물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캐빈도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쩌지요? 제가 너무 수다를 떨어서..”
“아닙니다. 오늘 제가 배운 것이 무척 많았습니다. 관광 이상의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음...이제 어디로 갈까요? 뭐 하고 싶으신 것 있으세요?”
“아니요. 희정씨와 함께라면 뭐든지 좋을 것 같습니다.”
“호호, 정말요?”
다시 한번 희정의 미소에 빨려 들어가는 캐빈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쨍그랑.....”
희정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서 빠져 나간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 조각나면서 내지른 소리조차 깨닫지 못했다.
곧이어 어깨와 귀 사이에 끼어 있던 전화마저 땅에 떨어져 버렸다.
다리가 떨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희정의 몸이 서서히 무너졌다.
정신을 차린 희정이 서둘러 옷을 입고 도착한 병원은 수철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을씨년 스러웠다.
“사모님 이쪽으로...”
장비서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영안실이었다.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부장님께서 떨어지는 H빔을 보고 그 밑의 사람들을 향해 달려 든것은...”
수철은 본사 이전 계획에 따라 새로 짓고 있던 건물을 시찰하고자 현장에 갔었고 시찰하던 중 크레인으로 옮기던 H빔이 케이블이 끊어져 추락하는 것을 보고 밑에 있던 사람들을 밀치고 자신이 그 아래 깔렸다.
긴급 출동한 구급차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장기의 심각한 손상과 출혈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희정은 차마 수철위에 덮인 하얀 천을 들어볼 수 없었다.
아직 수철의 따뜻한 온기가 자신의 안에 남아 있는 듯 했기에 더더욱 수철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었다.
수철의 장례는 간소하게 치루어졌다.
평소 수철의 말처럼 장기는 바로 기증이 되었고 주변 친지들의 울음 속에 수철은 한줌의 재가 되어 버렸다.
“아빠....난..이제.....”
경호는 오열하는 유진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유진을 찾아간 경호의 눈에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버린 유진이 텅 비어버린 커다란 집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빠...저 벌 받은 거지요?”
수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애처롭게 흐느끼는 유진을 꼭 안아주기만 하였다.
희정은 까맣게 내려앉은 어둠속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금방 “엄마”하고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수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을 뜨겁게 안아주면서 사랑을 속삭이던 수철의 모습, 그 수철과의 열정적인 섹스에 대한 기억이 희정을 더욱 슬프게 했다.
시간이 모든 것을 치료해 준다는 옛사람들의 말은 틀림이 없는 듯 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수척해진 유진은 시간이 날 때마다 들려 위로해주는 경호에 의해 서서히 슬픔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아빠..나 이제 괜찮아요.”
눈 주위가 쾡한 표정으로 경호의 품에 안겨 있던 유진이 말했다.
“이제 잊으려고 해요. 아니 잊고 싶어요. 아빠가 도와주세요.”
커다란 눈망울로 바라보는 유진의 눈에 시선을 맞추어 가던 경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래, 이제 잊으렴...”
이윽고 경호의 두툼한 입술이 유진의 입술을 덮었고 잠시 동안 어색한 듯 유진의 입술위에 머무는 단순한 키스가 서로의 눈이 마주치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눈이 감기고 갑자기 열정적인 키스로 변해 가면서 격렬한 섹스가 시작되었다.
순간순간 수철에 대한 생각으로 주저함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행위가 짙어질수록 수철의 존재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이미 사회적 도덕관념이나 윤리관념, 그리고 죄책감에서 벗어난 두 사람이었기에 한동안 가슴 깊이 묻어 둔 서로에 대한 욕망이 본격적으로 타오르자 예전보다도 더 열정적인 몸짓으로 서로를 갈구했다.
흡사 미친 사람처럼 키스를 해 대던 두 사람이 서둘러 서로의 옷을 벗겨냈고 서로의 몸을 손으로 만지던 두 사람의 자세가 엇갈리자 서로의 성기를 입으로 빨고 혀로 핥아대기 시작했다. 유진의 몸을 들어 자신의 위에 얹자 자연스럽게 유진의 보지가 경호의 입에 올려지고 이미 축축해진 빨간 속살 사이로 경호의 혀가 파고들자 유진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리고 곧 유진도 이미 단단해져 하늘을 향해 곧게 서 있는 경호의 자지를 한 입 가득히 물었다.
“아...못 참겠어요.”
집요한 경호의 혀의 놀림에 유진은 더 이상 참기 힘든 듯 몸을 일으켜 반대로 향했다.
그리고는 경호의 자지에 허리를 놀려 맞추고는 천천히 그것을 삼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릿한 아픔이 느껴졌지만 곧 다가오는 쾌락의 물결에 몸을 맞기기 시작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대지를 감쌌다.
정말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의 그런 자욱함이 눈앞에 펼쳐지자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음을 깨달았고 희정은 그냥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의 삶은 희정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수철을 그렇게 보낸 후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아해 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그 남편이 집에 오지 않는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그 의미가 주는 것에 대한 순응은 빨랐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희정은 남편에 대한 별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았다.
단순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의미에 대한 결론은 생각보다 쉽게 다가왔다.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은 굳은 얼굴로 집에 들어왔고 묵묵히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서인지, 아니면 그 어떤 일에도 동요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굳은 마음 때문이었는지 희정은 방으로 들어가 도장을 들고 나와 그 종이에 찍었고 남편은 들어올 때처럼 굳은 얼굴로 집을 나갔다.
“사모님이 살고 있는 이 집과 청평의 별장, 그리고 몇가지 주식 등을 사모님 명의로 해 드렸습니다. 싯가로 따져보니 사십억이 조금 넘습니다.”
습관처럼 중얼거리는 앞머리가 벗겨진 변호사의 말을 들으면서 희정은 문득 예전에 경철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소갈머리가 없는 사람은 정력이 아주 쎄서 여자가 그만 그만 하고 밀어내서 그런 것이고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은 정력이 시원치 않아서 여자가 양쪽 머리를 움켜 잡고 조그만 더, 조금만 더 해서 생긴 거야.”
희정은 문득 경철이 보고 싶어졌다.
“천천히...해줘.”
경철과 경수는 희정의 양쪽에 서서 희정의 옷을 서서히 벗겨냈다.
그리고 드러난 눈부신 희정의 상체를 서서히 어루만졌다.
동시에 탱탱한 희정의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같이 연습한 것처럼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희정의 부드러운 육체가 두 남자의 타액으로 촉촉히 젖어 들어갔다.
희정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비록 두 사람의 열정적이고 뜨거운 애무로 인해 본능적으로 몸이 뜨거워지고 두 번에 걸쳐 강한 오르가즘을 느꼈지만 금방 타올랐다가 꺼지는 지푸라기로 만든 불이었다.
10부
“지금 하고 있는 일 마음에 들어?”
“네? 왜요?”
“대답 먼저.”
“그냥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지요. 뭐. 배운것도 없고 노가대니까....”
말들은 그렇게 했지만 경수와 경호는 똑똑한 편이었다.
사리판단도 빠르고 독학으로 대학교도 졸업했었다.
비록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서울에 있는 삼류 대학의 졸업장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어렸을 적 고아원에 버려져 자수성가해야 했기에 돈을 벌면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가야했던 두 사람이 좋은 대학교를 나올수 없었던 것이 두 사람의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일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나 좀 도와 줄래?”
“누님이요? 어떤?”
희정은 두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되었지만 두 사람은 희정에 대해 여전히 잘 알지 못했다.
잘 사는 집의 사모님정도라는 것이 둘이 알고 있는 희정의 전부였다.
“우리 나가자.”
희정이 먼저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
영문을 모르던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서울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서 묵묵히 야경을 바라보는 희정의 모습은 아름다왔다.
경수와 경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희정의 모습에 적잖게 당황했지만 왠지 이야기를 기다려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둘을 대동한 희정은 먼저 강남에 있는 수입자동차 전시장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독일산 최고급 자동차를 구입했다.
키를 보다 침착한 경수에게 넘겨준 희정은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각기 다섯벌씩의 정장과 구두 및 필요한 모든 악세사리까지 구입한 희정은 둘을 데리고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두 시간에 걸쳐 나온 강남의 유명한 레스토랑 파빌리온의 정식코스 요리는 경수와 경철을 당황시켰고 한 차례씩 살짝 맛만 본 희정과는 달리 두 사람은 녹아드는 여러 음식 맛에 배가 터질 정도의 폭식을 해야겠고 디져트로 나온 이름도 모를 음식은 그냥 쳐다만 본 채 커피만 습관처럼 홀짝거렸다.
그 후로 벌써 한 시간째 저렇게 야경만을 바라보고 있는 희정의 모습에 경수와 경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눈짓으로 경수를 밖으로 불러낸 경철이 말했다.
“누님 정체가 뭐야?”
“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평범한 주부인줄 알았는데..”
“평범한 주부? 참내, 말도 안되는거 알지?”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야.”
“어떻게 해야 하지?”
“뭘 어떻게 해, 그냥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 같은데.....”
“휴.....”
“뭐, 잡아먹기야 하겠어? 하하. 이미 잡아 먹혔구나...”
“농담이 나오냐? 바보.”
조금은 긴장이 풀어진 두 사람이 들어오자 희정이 고개를 돌렸다.
“오늘 당황했지?”
미소를 띠운 채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희정의 모습은 웬지 범접하기 힘든 느낌이 들었다.
“조금...”
어설픈 대답을 하는 경수의 모습에 희정은 실소했다.
“킥... 바보같아.”
경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아니 그냥 편하게 말할께.”
두 사람은 긴장이 되어 귀를 기울였다.
“나 일 좀 하려고 하는데 두 사람이 좀 도와 줬으면 좋겠어.”
“무슨 일인데요?”
“투자 회사를 하나 만들거야.”
“투자 회사요?”
“뭐,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냥.... 도와 줄거지?”
경철과 경수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거절할 수 없는 희정의 매력에 빠져 있었기에 그냥 천천히 고개만 끄덕였다.
“스카웃 하는 거야. 호호.”
“저희는 투자같은 것 전혀 모르는데요? 그냥 고치는...”
“거짓말 하지마. 방안의 책장에 가득히 꽃혀 있는 책들은 그냥 장식품이고, 컴퓨터에 정리된 분석표들은 뭐지?”
경철과 경수는 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미안, 심심해서 들어갔다가....”
“그냥 장난으로 조금... 그냥 모의 주식 게임에 투자하는 정도예요.”
“알아. 그리고 그 게임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도...”
경철과 경수는 희정의 말에 정말 의아해 졌다.
자신들이 정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것에 반해 희정은 자신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주식에 관심이 좀 있거든, 활동하는 카페도 있고..”
희정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냥 도와주었으면 좋겠어.”
“어떻게....?”
“음, 뭐 보좌관이라고나 할까....호호호.”
내 뱉은 말이 부끄러운 듯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던 희정이 웃음이 멈추자 가방에서 무엇인가 깨내어 두 사람 앞에 놓았다.
“우선 강남 쪽에 사무실 하나만 구해줘.”
희정이 내민 것은 통장이었고 금액을 세던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을 거야. 쓰다가 부족하면 이야기 해.”
보름 후 경철과 경수는 희정을 데리고 한 높다란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두 사람의 능력은 희정의 예상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인테리어를 해서인지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아기자기 하게 꾸며진 사무실과 한쪽에 나있는 문으로 들어선 사장실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군데군데 고급스러움이 배어났다.
약간 딱딱한 듯한, 하지만 희정의 크지 않은 몸에 비해 커다란 의자는 희정이 몸을 묻자 포근함으로 희정을 감싸주었다.
왼쪽의 책상위에는 세 개의 모니터가 달린 최신의 컴퓨터가 설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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