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노래 - 1부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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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두 공주님 - part 1.(Meet the Princess Duet #1)
그가 평생토록 사랑한 여자, 그를 평생토록 사랑한 여자…
이 하루동안, 그는 자신의 운명의 두 소녀를 모두 만났다.
창문에 햇살이 비쳐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저씨의 집에 온지 일주일째, 나는 조금씩 아저씨와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저씨는 독신이었다.
집은 제법 컷지만 가구는 별 것 없었고, 혼자 사는게 익숙한 듯, 아저씨는 요리며 빨래며 뭐든지 스스로 해내고 있었다.
아저씨는 내가 오는 날 즉시 가사 분담을 정했다.
아침 식사는 내가, 저녁 식사는 아저씨가, 빨래는 누구든지 세탁기가 가득차는 걸 알게된 사람이, 청소는 일주일에 한번…
귀가 시간은 제한 없이, 원한다면 외박도 상관없고, 하지만 아저씨에게 어디서 자는지 꼭 알릴 것…
“방황하고 싶다면 해보려무나. 하지만, 나한테 알리고 방황하거라. 아비가 죽었는데 멀쩡히 생활하라는 것도 가혹한 말이겠지. 그래도 난 널 책임진 만큼, 네가 무엇 때문에 방황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냐? “
참 속보이는 말씀이군... 하고 생각이 드는 말이었지만, 오히려 나는 부드럽게 관심을 표현할 줄 모르는 아저씨의 최대한의 노력인 것 같아 고마왔다.
나는 별로 방황하고 싶은 생각도, 이유도 없었고, 오히려 차갑기만 하던 아버지와 살 때보다 무뚝뚝하지만 정많은 아저씨와 사는 것이 더 맘에 들었지만 그걸 말하지는 않았다.
너무 빨리,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내 맘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아버지가 죽던 밤은 내 맘속에 갑작스럽게 떠오르곤 했고, 그런 날이면 밤새도록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곤 했다.
부엌으로 나가서, 나는 간단히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된장국과 밥을 차리고, 김치랑 몇가지 밑반찬을 꺼내 식탁을 차리고서, 마당에서 운동중인 아저씨를 불렀다.
“식사하세요. “
“오냐, 곧 가마. “
웃통을 벗어젖힌채, 아저씨는 땀을 흘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나이에 어울리지않게 멋진 몸매였다.
아저씨의 어깨 부근에 여자의 이빨자국이 보였다.
어젯밤에 새벽에 들어오신 이유를 안 나는 들키지않게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나는 아저씨의 애인인 여자분을 한번 인사드린 적이 있었고, 대단한 미인인 줄도 알고 있었지만, 잠자리에서 남자의 어깨에 이빨자국을 남길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못했었고, 내 나이 또래의 사내애와 살면서 저런것도 신경쓰지 못하는 아저씨의 둔감함에 웃음이 나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마주 앉아서 별 대화없이 식사를 했고, 다 먹은 그릇을 치우는 내게 아저씨는 말했다.
“전학 준비는 다 했냐? “
“뭐, 준비랄게 있어야죠. 교과서만 사놨어요. 교복은 아직이구요. “
“돈 모자라면 이야기해라. 네 아버지가 남겨놓은 돈도 꽤 많고, 낭비해대는것도 좋을 건 없지만 사내 자식 지갑이 얇으면 마음까지 얇아지는 법이다. “
“별루 모자라진 않아요. 필요하면 말씀드릴께요. “
나는 대충 그릇을 물에 담궈 놓은 후 방으로 가서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
운동화의 끈을 매는 내게, 아저씨가 지나가는듯이 물었다.
“어디 가냐? “
“그냥, 런닝요. 몸이 찌부등하네요. “
“네가 했었던 운동이… 권투였던가? 태권도인가? “
“하하… 복싱이예요. 심심풀이 정돈걸요. “
“그래… 운동은 좋은거지. 잘 다녀와라. 참, 손님이 오실거니까, 열두시까지는 들어오거라. “
“알겠습니다. “
나는 가볍게 달려서 집을 나섰다.
아저씨를 따라 온 이 동네는 20~30분정도 달려가면 해변가로 나갈 수 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부터, 나는 이 해안 도로를 달리는 런닝 코스를 발견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했었다.
바다위로 솟은 해안 도로가 2km정도 구불거리며 이어지고, 그 끝에는 커다란 체육공원과 잔디밭이 있었다.
나는 가볍게 달려 해안도로로 나섰고, 한시간정도 달려서 잔디밭까지 달려갔다.
여기저기 가족 단위로 운동을 하거나 잔디밭에 앉아 햇살을 즐기고 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어느정도 숨이 고르게 가라앉자 나는 천천히 잔디밭의 한쪽 구석에 앉아 간식으로 챙겨간 사과를 꺼냈다.
한입 베어무는 순간, 갑자기 귓가에 우렁찬 소리가 울려퍼졌다.
“왕! “
“우와왓! “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며 새카만 그림자가 내 위로 덮쳐왔다.
놀란 내가 뒤로 벌렁 넘어지는 순간에, 덩치가 내 반정도는 될듯한 털북숭이 개가 내 정면으로 달려들더니, 내 손의 사과를 핥아대었다.
나는 손을 물리는 줄 알고 혼비백산해서 손의 사과를 떨어뜨렸고, 털북숭이 약탈자는 그 사과에 달려들었다.
“너, 너… 감히 내 간식을 노리다니… 좋은 배짱이다, 분명히 숫컷이겠지? 암놈이라면 곤란해, 난 아직까지 여자랑 싸워본 적은 없다구. “
“왕왕! “
“우와왔! 진정, 진정해! 음음… 가만 생각해보니… 사과 하나에 목숨거는 개라는 것도 제법 특이하군. 이렇게 하자, 네가 나한테 멋진 아가씨를 한 명 소개시켜 준다면, 내가 너한테 사과 한박스를 선물하지. 싫어? 그렇다면 시간과 장소를 정해. 결투는 신성한… “
“맙소사, 덤프! 이게 무슨 짓이니? 죄송해요, 다치진 않으셨죠? “
햇살을 등지고 서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커다란 눈망울의 긴 머리 소녀…
나는 그렇게 한 소녀를 만났다.
# # #
소녀는 조심스럽게 소년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괜찮으세요? 다친데 없어요? 우리 덤프는 이상하게 사과를 너무 좋아해서… 그래도 물거나 하진 절대 않아요. 다친 데 없죠? “
소년은 멍하니 소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소녀는 말하다 말고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퍼부어 주었고, 지나가는 남자들은 그녀를 힐끔거리며 바라보기 일쑤였다.
남자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아름다움도 별로 대단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소년처럼 이렇게 처음 그녀를 바라본 순간부터 단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눈앞의 소년은 마치 그녀의 머리칼 하나까지 자신의 머리속에 새겨넣으려는 듯이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소녀는 갑자기 부끄러움을 느꼈다.
꽃사슴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아무런 관심이나 책임도 지지 않듯이, 그녀도 자신의 아름다움에 아무런 관심도, 책임도 지지 않고 살아왔었지만, 오늘 소년의 시선을 받으면서 소녀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아름다움이 부담스러워졌다.
“저기… 괜찮으세요? “
소녀는 어색함을 털어버리려는듯이 다시 물었다.
그제서야 소년은 정신을 차리는 듯 고개를 몇번 흔들고서 입을 열었다.
“네, 괜찮습니다… 고맙다, 약속은 꼭 지키마. 아니, 두박스라도… “
“네? “
“아니, 아닙니다! 괜찮아요, 정말로… 이 개 이름이 덤프인가 보죠? “
“네, 덤프(dump)… 먹이에 덤벼들 때 마치 덤프트럭 같다고 아빠가 지으셨어요. 잘 어울리죠? “
“네, 정말로 잘 어울립니다. 그 쪽 이름은 뭐죠? “
“네? “
“아, 미안해요. 내 이름은 이 신입니다. 외자로 믿을 신(信)자를 쓰죠. 자, 그러면… 그 쪽 이름은 뭐죠? “
“호호… 그건 왜 물으세요? “
“반했으니까요. “
거침없는 소년의 대답에, 소녀는 잠시 어쩔줄 몰라 대답을 못하고 소년을 바라보았다.
약간 갸날파 보이는 얼굴선과, 포니테일을 해도 될 정도로 기른 머리, 거의 180이 되어 보이는 껑충한 키에 조금 마른듯한 몸집…
유달리 팔다리가 길어보이는 그 소년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는 갑작스럽게, 자신이 이 소년을 꽤나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사람을 외모만 보고 판단한 적 없는 그녀였고, 자신에게 좋아한다는 고백 역시 열손가락이 모자라게 들어봐서 그정도 말로는 눈 하나 깜짝않는 그녀였지만, 이 소년의 거침없는 고백은 묘하게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안돼요, 난 그렇게 값싼 여자가 아니거든?’
소녀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밝게 웃으며 말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그런 물음은 너무 실례인 것 같은데요? “
소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년이 얼마나 능숙한 솜씨로 자신을 유혹해올까 궁금해했다.
자신은 결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거라고 다짐하면서.
하지만 소년은, 소녀의 그 한 마디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당황해하며 갑자기 말까지 더듬거렸다.
“아아, 그, 그렇죠… 미, 미안해요… 저, 저는… 그러니까 이 개가… 사과를 사주기로 약속하고서… 아, 아니 내가 개한테 결투대신 사과를 사주기로 했거든요? 아니, 이게 아니잖아! “
“네? 뭐라구요? 사과…요? “
“아니예요. 내 말은 그러니까… 내가 사과해야 한다는 거죠. 처음만나서 갑자기 이름을 물어보는건 너무 실례니까. 네, 그래요. “
“흐응~~ 덤프에게 사과를 사주기로 했나요? “
“네, 미인이면 한박스, 내 이상형이면 두박스… 아니야, 그런 조건은 없었잖아! 이 강아지, 너 혹시 최면술이라도 쓰는 거냐? “
“미인? 이상형? “
신은 얼굴을 마치 덤프가 물고있는 사과처럼 물들이더니, 쭈뼛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소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신은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서면서 말했다.
“오, 오늘은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처음 뵌 자리에서 이름을 여쭤본 것, 진심으로 사과드릴께요. 하, 하지만… “
“하지만? “
소녀는 소년의 당황하는 표정과 쏟아져나오는 극존칭에 너무 재미있어 했다.
‘저러다가 나한테 공주님이라고 부르기라도 하는거 아닐까? ‘
“하지만, 하지만 다음번에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두번째 만남이니까, 이름 정도는 가르쳐 주시겠죠, 공주님… 으아악! “
소녀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신의 입에서 결국 공주님이라는 말이 새어나온 순간, 신은 온 몸을 흔들며 비명을 질렀고, 그녀는 허리를 잡고 웃었다.
신은 자신의 머리를 몇번 쥐어뜯더니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소녀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다음에 또 만난다면, 그 땐 정식으로 인사해요~~~! “
“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꼭 정중하게… 너 이자식! 바지 물지마! 아무리 네가 내 은인이지만 공주님 앞에서 바지가 벗겨지게 만드는 걸 참아줄 … 으아악!!! ”
결국 신의 마지막 말은 비명소리였고, 소녀는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웃고 있었다.
신의 뒤를 쫗아가던 덤프가 소녀에게 돌아와서 그녀의 얼굴을 핥아댈 때, 소녀는 겨우 웃음을 멈추고서 개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하하… 덤프 너 어떻게 저런 사람을 찾았니? 너무 재미있어… “
소녀는 잠시동안 덤프의 털 속에 얼굴을 파묻고서, 부드러운 털의 감촉을 즐기며 호흡을 골랐다.
잠시 후 고개를 든 소녀는 입가에 띄운 미소를 지우지 않고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당신은 좀 더 용기를 냈었어야 했어요. 아마 내가 이 동네에 살고 있을거라 생각했나보죠? 여기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미안해요, 우리 집은 이동네가 아닌 걸… 당신이 여기서 날 다시볼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는걸요… “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등 뒤로 두 남녀가 다가왔다.
부드러운 인상의 40대 중반 남자와 눈이 확 뜨일 정도로 대단한 미모를 자랑하는 30대 정도의 미녀가 웃으며 다가와 소녀에게 말했다.
“여기 있었구나… 그래 경치 구경은 충분히 했냐? “
“헤이, 차 안에서 보니까 왠 남자애하고 이야기 하더라? 이봐 오케이, 드디어 왕자님을 만난 거야? “
“엄마는… 무슨 말이야? 그냥 덤프가 무례하게 굴어서 사과한거야. “
“흐응? 아니던데? 네가 남자랑 이야기 하면서 그렇게 숨이 넘어가라 웃는 건 첨 보는 것 같던데?"
“씨이, 놀릴 거야? “
“에구 무서워… 오빠, 오빠 딸내미가 나한테 덤벼요! 혼좀 내줘요. “
“험험… 사람 많은데 그만 하고 가자구. 이사장님이랑 약속 시간 다됐어. “
“엄마는 결혼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오빠라고 불러? “
“뭐가 어때서? 난 죽을때까지 오빠라고 부를건데? 부러우면 너도 빨리 오빠 하나 만들렴? “
“씨이, 그게 이제 고1짜리 딸한테 할소리야? “
“사랑은 빨리 해야 해. 하루를 늦게 하면 하루만큼 손해인거라구.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걸 왜 미룰거야? “
“알았어, 알았어… 또 엄마 사랑 강의 나오겠네. “
“자자, 그만해. 빨리 차에 타라구. 출발해야지. “
세사람과 한마리의 개는 차가 세워진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면서, 소녀는 잠시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미 사라져버린 소년이 뛰어간 길을 바라보면서, 소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만약에 다시 우리가 만난다면… 그 땐 운명이란걸 믿어보고 싶네요… “
# # #
나는 수없이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자학에 자학을 거듭하고, 그렇게 도망쳐 온 나를 저주하면서 인상을 구겼다가,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곤 히죽거리며 웃었다가 하는 내 얼굴을 보면서, 미친 사람 쳐다보듯 하는 행인들이 여럿이었지만 전혀 깨닫지 못하고서.
‘내일은 새벽부터 나가있어야지. 전학하려면 며칠 남았으니까, 그 동안에 매일 기다리고 있으면 분명히 만나게 될거야. 개를 키우는 사람은 절대로 개를 집안에 계속 두지 못하는 법이잖아? 게다가 그렇게 덩치크고 움직이기 좋아하는 개라면… 다음번엔 꼭 멋지게 인사를 건네고… ‘
중얼거리는 동안 집에 도착한 나는,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며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
“오오, 늦었구나. 이리 와 앉거라. 아니, 인사부터 하지. 김차장, 여기 이 녀석이 내가 말한 신이놈이야. “
“그렇군요… 어딘지 그 사람의 얼굴이 조금 남아있는듯 하기도… 하긴 내가 그 사람을 본 건 너무 오래전이군요. “
아저씨의 곁에,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가 웃음을 띄고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아저씨가 예의를 갖추라고 하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는 건 너무 당연하기에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 신이라고 합니다. “
“그래, 힘든 일 겪었다면서? 나는 김 지호라고 한다. 네 아저씨에게 많이 빚을 진 사람이지. 앞으로 잘 부탁한다. “
“이 사람, 빚은 무슨… 김차장은 은행에 근무하시는 분이시다. 나와 오랬동안 거래를 해왔고, 친구지간이나 마찬가지야. 우리 집에도 가끔씩 찾아오곤 하시니까, 앞으로 뵐 때마다 인사 잘 하거라. “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릴께요. “
“이쪽은 부인이신 이 여사님. 하하. “
“사장님, 여사님은 무슨… 그냥 이름 부르시면 되지… “
“그럴수야 있나, 어엿한 여염집 부인께. 이젠 제법 사모님 티가 나는 걸? “
“그래요? 정말로요? 감사합니다… “
그렇게 말을 나누던 아줌마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내 얼굴과 몸에서 무언가 찾아내려는 듯한 느낌이 배어 있었고, 앞으로 낀 팔짱에는 무언가 경계하는 듯한 느낌이 서려있었지만, 나는 별 생각없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그 아줌마는 정말 멋지게 아름다웠다.
어딘지 모르게 장례식장에 왔던 그 남자의 옆에 서 있던 여자들을 생각나게 하는 미모와 분위기… 하지만 그 아줌마의 온 몸에 휘감긴 느낌은 가시넝쿨이 아니라 초록색 담쟁이 넝쿨같이, 온 몸을 행복하게 휘어감고 있었다.
그 아줌마는 잠시 나를 뜯어보다가, 얼굴 가득 웃음을 피우며 팔짱을 풀어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신이 안녕? 넌 날 모르겠지만, 난 네가 갓난장이일 때 몇 번 본적이 있단다. 이리 오렴. “
나는 악수라도 하자시는 줄 알고 쭈뼛쭈뼛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줌마는 나를 자신의 품에 끌어당겨 꼭 안았다.
부드러운 화장품 냄새와 뭉클한 젖가슴의 감촉…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츄리닝의 앞이 일어서려 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마음 많이 아팠지? 네 아빠는 참 안됐어… 하지만 신이는 열심히, 착하게 살아야해, 알고 있지? “
“네, 네… “
나는 그저 네네 하는 정도의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잠시 날 품에 안고 있다가 놔준 아줌마의 눈가에는, 자그맣게 눈물이 맺혀 있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푹 숙인 내 귓가에, 어른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렇군. 수정이는 저 애를 본 적이 있는 거야? “
“네, 오빠. 저 애가 갓난애기일 때… 저 애 엄마랑은 조금 친했었어요. 화나셨어요? 미안해요… “
“무슨 말이야? 왜 내가 화가 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
“자자, 김차장. 따님도 소개시켜 줘야지. “
“아, 그렇죠. 시현아, 이리 오거라. “
“네 ,아빠. “
어디선가 들은듯한 목소리…
“인사하거라. 이쪽은 내 딸 시현이란다. 시현아, 인사해야지? “
“… 또 만나네요? “
이 목소리는!
너무 급하게 들어올리다 목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 앞에, 그 소녀가 웃으며 한손을 내밀고 서 있었다.
“약속했었죠? 두번째 만날때는 정식으로 인사하기로… 김 시현이예요. “
“네! 저, 저는 이 신입니다! 두번째 뵈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
엉겁결에 나는 두 손을 내밀어 그녀, 시현의 손을 움켜쥐었고, 두 아저씨와 아줌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멍하니 소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손을 잡고 있는 내게, 소녀와 아줌마가 한마디씩 건넸다.
“저기… 이제 놔 주실래요? 손이 아파요… “
“얘, 넌 국회의원이랑 악수하니? 무슨 높으신 분이라고 두 손으로 잡고서… 아니, 근데… 아까 잔디밭에서 만난 애가 얘니, 시현아? “
앞으로 일주일에 최소 두편은 올리기로 다짐해 봅니다.
실력없는게 양까지 적다니, 뭐 믿고 그러는거냐... 라는 독자님들의 투덜거림이 귓가에 들려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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