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짓 -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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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이란 참 이상한거야.
오래된 기억들을 가만 가만 되새겨 보곤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가끔은 그걸 확인하고 싶기도 해.
그런데 참 이상하지?
가끔은 기억과 사실이 서로 부딪치곤 해.
분명한 사실로 기억하는 일들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것이 가끔은 사실이 아닐때가 있어.
그럴때 난 참 당혹스럽곤해. 뭘 믿어야하고 뭘 믿지 말아야 하지?
더더군다나 내 감정, 상대방에 대한 믿음 같은
근거 없는 내 기억들은 정말로 정확한 것일가?
혹 그녀에 대한 배신감은 사랑이 아니라
내 근거없는 자존심이나 믿고 신뢰 했던것에 대한
배신감에서 기인한 성처는 아닐까?
정말로 나는 그 여자를 사랑했던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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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인지도 모르게 털어 놓은 술이 오늘따라 더 내 감정을 흔들어 놓아서 일까?
오늘은 더 내 감정을 추스리기가 힘이든다.
... 이 도시는,,, 내가 살아가는 이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핥고 있다.
그런다고 가슴에 난 생채기같은 상처가 그런다고 사라질일은 아니지만,
시간만이 그 상처를 무디게 희미하게 희석시켜줄거라 믿지만,
술이, 담배가,,, 조금은 도움이 될듯도 하다.
오늘도,변함이 없다. 늘 그렇다....
이 도시도,,, 내 머릿속도,,,
술과 담배로 괴로워 하는 내 위와 장도,,,
점점 마취가 되어간다
눈이 흐려진다.
아무래도 오늘은 술이 과한 모양이다.
내 눈앞에 소주병을 세어본다...
세병인것 같기도 하고 내병인것 같기도 하다.
시끌벅적한 소음이 한 층 더 내 머릿속을 혼란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천정에서 죽 드리워진 백열등이 내 눈앞에서 빙빙 돌아 가고 있다.
사람들이 내 주위를 빙빙돌고 있다,
앞테이블에 앉은 중년의 부부도, 직장상사를 씹어대기 바쁜 샐러리맨들도,
아마 부모님의 호주머니를 털어 온듯한 젊은 학생들도,
혼자앉아 고독을 즐기는듯한 젊은 주부도,,,
혼자,,, 혼자라,,, 그래 나 만이 혼자는 아니었구나.
이 세상에 또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구나... ,,, ,,, 나 말고도,,, ,,,
그 가을이 흘러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여전히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불어 왔다.
세월이야 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고 새롭게 다가오지만,
그 이후로도내 의식은 여전히 혼란스러운그대로
내 머리속을 두들기며 헛돌고있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때문에
도망치듯이 빠져나온 그 도시를 잊고
내 생활에 빠져 일에 빠져 보려 얼마나 살았을까...
생계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타고난 성격상
일이 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어느정도는
마취시켜주지 않을까? 술과 더불어서라면 더욱더,,,
그런다고 잊혀지리야만,,
그런다고 생각나지 않으리랴만,,,
얼마간은 내 복수에 대한 만족감에 포만감에 어느정도는 위안도 받은것 같다.
때때로 내가 저지른 행동이 무서워 지기도 햇지만,
정말 미친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이미 미친것 같다,,,
인생은 그런것 같다.
스스로를 달래고 보듬어야만 살아 갈수 있는것 같다.
또 하나의 아픈 기억이 생겨 버렷다.
복수라는 이름하에 저지른 내 행동이
나에게 또하나의 상처를 남겻다,
그래서 혼란스럽기는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진것은 없는것 같다.
이제는 정말 잊어 버리고 싶다,
괴로운 추억도,,, 추억에 기인한 행동도... 나 자신도,,,
정말로,,, 정말로,,,
죽음만이 나를 구원할것인가?
... ...
문득 눈앞의 흐릿한 인영때문에 생각에서 깨어난다.
많이,,, 아주 많이 드셧군요,,,
.... .... 음, 조금 먹은듯 하군,,,
... ... 네, 조금 드셧군요,,, 앉아도 되나요?
맘대로...
그럼...
말이 없다. 앉아 있던 사람이나 새롭게 앉은 사람이나.
앉아 있던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자기가 비운 술잔을 세고 있고,
새롭게 앉은 사람은 그가 비웠던 술잔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다.
이동철씨, 절 기억하세요?
... ...내 이름?
이 여자는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지?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여자라,
언젠가 소개 받은 사람일까? 내 기억속에 의미없는 존재로 남은...
가만 가만 기억들 드듬어 보아도 여전히 생소한 모습이다.
더군다나 술기운 때문인지 이 여자의 얼굴도 잘 보이지가 않는군,,,
무슨 상관이냐,,, 이 여자가 뭐든,,, 누구든,,,
눈 앞에 있던 잔을 들었다.
천천히들고는 여자의 눈을 쳐다보며 잔을 비웠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천천히 의식을 잃어 갔다.
... ...
이 남자! 이동철!
그 날, 그 호텔에 이 남자가 앉아 있던 자리의 성냥,
남편과 나오면서 그걸 집을수 있었던게 얼마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던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과연 그것이 무엇에 대한 행운인지, 생각할 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만큼 고통스러워 하고 오늘으리 이 만남을 결정할때 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까? 나를 어떻게 받아줄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날의 그사람과 과연 같은 사람일까?
이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나는 그날의 나와 같은 사람일까?
그날의 만남을 적어도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운명이라고,
그 행운을 운명이라고,
우리는 다시 꼭 한 번은 만나고야 말 운명이라고
스스로에 자위하기 까지 얼마나 많이 고만하고, 많이 생각했던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 까지... ...
고민했던 시간이 우스울 만큼 결정을 내리자 말자 너무 쉽게 너무 쉽게 만나 버렸다.
드디어! 결국! 오늘 만나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사람은 또 나에게서 말없이 떠나 버린다.
이 곳에 도착하자 마자 약속이나 한듯이 나타난 이 사람을 지켜보며 반가워 했지만,
혼자서 앉아 혼자서 술을 마시고 혼자서 쓰러졌다.
이 낮선 공간에, 어색하게 나만 혼자 앉아 있다.... ...
하지만 반가운 마음보다는 어색하고 당황스럽기만 하다.
도데체 사람의 감정이라는건 뭘까?
남편이 저지른 그날 밤 동생과의 일도,
나와 이 남자의 그 전날 호텔에서의 일도,
알수 없다.
부부가 하루 사이로 남편은 처제와,
아내는 처음 보는 남자와,
성관계를 가질수 있는게 사람의 감정일까?
이 남자와의 관계가 혼란스러운 것 만큼 남편과의 관계도 혼란스럽다.
그날과 그다음날.
불과 이틀사이에 내가 감당하기 힘든 모든 일들이,
내 인생에 가장 힘든 순간과 알수 없는순간이
동시에 와 버렸다.
물끄러미 이 남자를 내려다 본다.
단정하게 자른 머리, 무쓰를 발랏는지 부드러운 머릿결이 뭉쳐저 이마를 흘러 내린다,
탁자에 안경이 눌려 감겨져 있는 눈을 벗어 나려고 한다.
피부가 무척이나 희다.
... 이사람은 정말 나에게 어떤의미지?
가만히 한숨을 내쉬어 본다.
여전히 알 수 없다.
... ...
훗날 그날의 기억을 드듬어 본적이 있는데. 정말 알수가 없었다.,
내가 술에 취해 완전히 엎어져버린 그 남자를,
어떻게 부축을 해서,
그 이른 초저녁에 모텔방에까지 데리고 갈 수 있었는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용감하고 힘이 셀수있는지 말이다,
그이후의 여러시간도 잘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인지, 너무 많은 혼란때문이었는지,
혹은 다시 시작되는 불길한 사랑에 대한 예감때문인지도,
아마도,,, 간신히 그를 눕히고, 벗기고, 물수건을 만들어 닦았던것 같다.,
그리고는 가만히 기다렸던것 같다, 그 모텔의 수많은 방중에 어느 한방,
그 방의 구석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서,,,
어스럼한 새벽이 가까워 올때야,,
간신히 눈을 뜬 그사람을 보고는 기뻐햇던것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불 같은 섹스도,,, 기억이 난다,
뒤척이는 그를 위해 옆에서 이마에 손을 짚던 내 손을 잡아 당겨 시작된
그 새벽의 섹스,,,
하지만 그날의 섹스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 사람과 두번째의 만남이라 내 머릿속에 기억되있어야 하지만,
나는 애써 그 날의 기억을 지워 버리고 싶다.
그날, 그 사람이 섹스를 하면서 내 눈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 만남에서는 그 사람이 울었지만,
두번째는 내가 울었었다.,,
그 사람이 내 몸을 잡고 쓰러트려 거칠게,,,
내 옷을 벗기고,, 내 속옷을 찢어 내고,
애무나 전희가 없는 단순히 삽입과 배설을 위한섹스를 할때,
눈을 감고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내 위에 올라간 그를 보고
난 그만 눈물을 흘려 버렷다,
슬퍼서, 슬퍼서,,,
알수 없는 고통에 괴로워 하는 그가 슬퍼서,
괴롭고 슬픈 운명이 내 앞에 오리라는 내 예감!
그 예감이 맞을것 같다는 생각에 슬퍼서,
그 사람을 위로해줄것이 없는 내가 슬퍼서,
나의 사랑이 어디로 갈지 알수는 없지만,
막연히 그냥 슬퍼서 난 울고 말았다.
소리내지는 않았지만, 어깨를 들썩이지도 않았지만,
나도 눈을 감았고, 감은 내 눈옆으로 눈물이 흘러 내 귀를 적셨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의 허리를 꼭 안았다.
놓치기 싫어서, 꼭 안았다.
그 새벽에,.. 우리는 그렇게 두번째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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