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야설

❤널 잊으려 하면 할수록 - 1부 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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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였다.



격정적인 시간이 흐르고 뜨겁게 달궈졌던 방안의 공기도 약간씩 희석이 되고 있었다. 번갈아가며 몸을 씻고 나온 우리는 속옷만을 걸친 채 침대위에 나란히 누웠다.



혜민이 몸을 뻗어 담배와 재떨이를 우리 사이에 놓았다. 언제나처럼 담배 두개피를 꺼내선 한꺼번에 불을 붙였다. 하얀 연기가 실타래처럼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후, 민아, 자고 갈래?"



"글쎄, 자고 갈까?"



"응, 그래라."



"뭐, 하는 거 봐서. 호호호."







그녀의 손을 살며시 맞잡아 보았다. 아직 뜨거워진 몸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는지 여전히 그녀의 손은 따스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번갈아 뿜어내는 연기에 방안에 공기가 약간 희뿌옇게 되며 흐려졌다. 침대 바깥에 앉아있던 그녀는 몸을 일으켜 창문을 약간 열었다. 서늘한 겨울의 공기가 열려진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벗겨진 그녀와 내 몸을 휩쓸고 지나가며 남아있던 우리의 열기를 쓸어가며 맨살위에 소름을 남겼다.







"으으. 추워."



"어이구, 엄살은. 호호호."







환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참 눈부셨다. 손에 든 담배를 비벼 끄고는 이미 담배를 다 피고 맨손으로 있는 그녀를 안았다. 맨살의 감촉과 함께 옅은 온기가 전해져왔다. 그녀의 이마며 볼에 살짝 입을 맞춰주고 품안에 꼭 껴안았다.







"민아."







그녀를 안은 채 가만히 그녀를 불러보았다.







"응?"







그녀가 대답한다.







"민아."







아무 말 없이 그냥 그녀를 다시 한 번 불러보았다.







"왜?"







이번에도 그녀는 내 부름에 대답해 주었다.







"사랑해. 많이많이."







더 많은 말이 있겠지만 어떤 말보다 지금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다.







"응, 나두."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그녀 역시 다른 말없이 그냥 내 사랑을 받아주었다.



그렇게 그녀를 안고 난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외롭지 않다는 생각에 난 그 어떤 날보다 편하게 그녀를 안고 잠이 들었다.







품속의 따뜻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여전히 품안에서 잠들어 있는 그녀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정겹게 느껴졌다. 여전히 속옷만 입고 잠이 든 우리였기에 자연스레 그녀의 맨살이 내 피부에 닿아 자연스럽게 미끄러지고 있었다. 무척이나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모로 누워 내게 등을 보이고 있는 그녀였기에 조금 아쉽긴 했지만 조금 더 그녀의 몸에 내 몸을 밀착시키며 그녀의 온기를 나누워 가졌다.



슬쩍 손을 움직여 그녀의 배를 쓰다듬어보았다.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 손끝에서 퍼져나갔다.



대충 시계를 보니 7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좀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이러고만 있을 수도 없는 지라 슬쩍 침대위에서 몸을 빼어 내었다.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어제 아무렇게나 벗어서 침대 아래에 던져둔 옷들을 챙겨 입으며 화장실을 향했다. 볼일을 보고 방안을 슬쩍 보니 여전히 그녀는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일별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가볍게 뭐라도 챙겨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별달리 먹을 것이 없었다. 어쩌나 하며 밥을 안치려고 쌀을 꺼내 씻고 있을 때였다. 소리 내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던 나였기에 주위의 기척보다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더 신경이 쓰였다.



그때였다.







"뭐해?"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에그머니나."







너무 놀란 나는 순간 온몸이 굳어져버렸다.







"호호호호, 에그머니나? 호호호 완전 아줌마 다 됐다니까."







뒤돌아보니 어느새 일어났는지 방문에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에휴, 놀래라. 임마 깜짝 놀랬잖아."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녀는 나를 놀려댔다.







"으이구, 무슨 남자가 "에그머니나"냐. 크크큭, 아무튼 아침부터 웃겨요? 근데 뭐해? 밥해?"







짓궂은 그녀의 말에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문디, 암튼. 그래 밥한다. 너 먹일려구."







그녀의 놀리는 말에 답하며 씻고 있던 쌀을 다시 한 번 헹구었다.







"나 밥 안 먹을건데. 자기 먹으려면 먹구."



"왜? 밥 먹고 가지."



"됐어. 나중에 집에 가서 먹지 뭐. 별로 배 안고프다."







솔직히 그녀나 나나 이 생활이 오래되어서 아침을 굶는 것이 생활이 된지 오래였다. 그런 것을 알기에 더 이상 권하기가 어려웠다.







"알았어. 뭐 그럼 말지 뭐. 저녁에 와서 해먹지 뭐."







쌀을 씻어 물을 적당히 부은 후 일단 뚜껑만 덮어두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그녀는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언제 씻었는지 가볍게 세안을 하고 나왔다.







"자기 배고플 텐데 밥하지? 왜?"



"나도 별로 배 안고파, 너 해먹이려고 한 건데 뭐. 그리고 사무실 나갈 건데 어차피 일찍 먹을 테구."







결국 밥은 물리고 커피만 서로 한잔씩 먹으며 아침을 때웠다. 9시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녀를 배웅하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와 씻고, 어제 못 챙겨둔 교재를 챙기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제와 그리 다르지 않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한 또 하루가 여느 날과는 조금 다르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 이후는 똑 같았다. 그녀에게 안부전화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서며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창현선생님에게 오늘 수업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해주고 점심을 먹고, 수업을 가고, 그리 다르지 않은 어머니들의 반응에 어제와 마찬가지로 안타까워하며 헤어짐을 서로 나누었다.







그런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그녀와 함께 아침을 맞이한 후 이틀이 라는 시간이 지났다. 금요일. 드디어 마지막 하루가 남았다. 물론 토요일의 수업이 두세 교실 남긴 했지만 공식적인 일정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가방을 둘러매고 골목을 빠져나와 대로변으로 나왔다. 차들이 옆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한발 한발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어제와 같은 아침이었지만 무척이나 생경한 아침이었다.



길옆을 스쳐지나는 자동차도 달라보였고 매일 걷던 이 길도 달라보였다. 길 옆에 걸려있는 간판들 역시 여느날과는 왠지모르게 다르게만 모였다.



사무실 건물앞에 서서 위를 슬쩍 올려다 보았다. 회색빛 건물 중간 쯤 걸린 간판에 회사명이 적혀있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짧은 것은 아닌지 아쉬움과 함께 어떤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2층에 사무실이 있는 지라 계단을 따라 올라서는데 계단 하나하나가 눈에 밟히며 점점 이상한 기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련하면서도 어설픈 감정이 사무실 입구까지 이어졌다. 저 문 뒤로 익숙한 광경이 펼쳐지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쉽사리 문안으로 들어설 수 없었다. 잠깐 머뭇하는 사이에 계단아래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 쌤. 안녕하세요."







올라서는 이를 보니 두어달 전에 들어온 신입선생님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많지 않지만 한 아이의 엄마이니 만큼 오히려 나보다 어른 이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피식 하고 미소를 지으니 그 선생님도 따라 웃으며 함께 사무실로 들어섰다.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팀장님들과 국장님이 들어서는 우리를 반겨주었고 그에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어느새 제법 친해진 창현선생님이 큰소리로 인사를 건네왔다.







"시현쌤 안녕하세요."



"아, 창현쌤 좋은 아침. 어젠 늦게 들어가서 피곤하셨죠?"



"아니요. 선생님이야 말로 수업하시느라 피곤하셨겠어요."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상황을 체크하면서 오전시간을 보냈다.



물론 중간에 살짝 빠져나가 혜민에게 전화하는 것은 빼먹지 않았다. 지영선생님이 놀러와 있는 상황이라 오래 전화를 하진 못했지만 마지막 날인 만큼 수고하라는 말을 나누며 전화를 끊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을 나서며 이런저런 말을 들었다. 수고했다는 둥, 섭섭하다는 둥, 주례교육 때 보자는 말들을 뒤로하고 교실을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차를 몰고 가는데 이또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며 눈여겨 보게끔 했다.



수업지역이 어제와 같은 지라 늘 똑같은 장소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업시간을 맞추어 나갔다. 특히나 마지막 날이라 몇마디를 더 나누다 보니 시간이 제법 지나가버렸다.



어제 수업을 하며 대충 내 사정을 들은 어머니들이 수업에 들어서자마자 서운해 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특히나 유독 아이들중에 나를 따르는 아이가 많은 날이고 보니 더욱 발걸음을 떼기가 무척 어려웠다. 수업 중. 결국 한 아이가 눈물을 흘렸고 내 눈가 역시 촉촉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나니 정말이지 파김치가 다 되어버렸다.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나서 창현 선생님이 내게 인사를 해주었다.







"선생님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하하, 창현쌤 인제 부터 수고 해주세요."







차를 몰고 나오는데 창현선생님이 약속이 있다며 지하철 탈수 있는데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재미있게 놀라며 내일 보자는 인사를 끝으로 정말로 오늘 하루가 끝나감을 느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널 사랑해~ 말하고 싶지만~]







혜민에게 전화를 했다. 익숙한 연결음이 귓가에 멤돌았다.







"혜민? 뭐해?"



"마쳤어?"



"응. 넌?"



"나야 티비보고 있었지. 어디야?"



"응, 인제 집에 들어가는 중."



"수고 많았네."



"그렇지 뭐. 뭐할꺼야?"



"글쎄?"



"걔는? 들어왔어?"



"가게 나갔지. 혼자 있어."



"그렇구나."







와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었고 왠지 밝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운전중 아냐?"



"맞어."



"운전 조심해서 해. 들어가서... 아니다 얼른 들어가라."







그녀의 전화를 끊고 나니 어느새 집에 거의다 와가고 있었다. 집근처를 두바퀴를 돌아 차를 주차했다. 늦은 시각이라 어느새 골목길 사이사이에 차가 주차되어 있는 지라 주차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피곤함을 뒤로하로 집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방에 불이 켜져있는 것이 창문 밖으로 보였다. 어머니가 오셨나? 하는 생각과 함께 혹여 어머니께 들킬 물건이 없는지 걱정하며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데 방문 안에서 혜민의 얼굴이 쑥하고 튀어나왔다.







"어? 민아?"



"히히히. 어서와."







순간 속았다는 생각과는 반대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개구쟁이. 나 속였구나. 재밌냐?"



"호호호호. 오늘 수업 일찍 마치잖아. 그래서 왔지. 왜? 갈까?"







나는 손사레를 치며 말렸다.







"아니, 아니, 그냥 좋다구."







그녀를 살짝 안아 주고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TV를 보고 있었는지 TV에서 드라마가 한창 하고 있었다.







"왜이렇게 늦었어? 금방 들어온다더니."



"응, 주차하기가 힘들어서 동네 두바퀴는 돌다 왔다."



"밥안먹었지?"



"응. 왜? 나가서 먹게?"







순간 코에 김치찌게 향이 느껴졌다.







"어? 밥했어?"







얼른 부엌으로 가보니 김치찌게가 끓고 있었다.







"우와, 우리 애인이 밥해놨네. 히히히히. 좋아라."



"어이구, 그렇게 좋아요?"



"웅."







그녀와 마주앉아 밥을 먹었다. 자신은 먹었다며 밥 한그릇만 퍼와선 나만 먹였다. 대신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주는데 그녀의 손길을 느끼니 무척이나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히히, 장가간거 같다."



"호호호, 좋아?"



"응. 너무 좋아. 히히히히."







밥을 다 먹고 나서 내가 치운다며 그녀를 홀로 방안에 앉혀두고 부엌으로 나왔다. 설겆이 통에 씻을 그릇을 밀어넣고 반찬들을 다시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제법 쌓여있던 그릇들을 깨끗이 씻어선 엎어놓은 것을 보니 왠지 미안했다.



설겆이를 끝마칠 때 쯤 방안에 대고 말했다.







"커피 마실꺼지?"



"응."







커피를 두잔 타서 방안에 들어서는데 그녀가 담배를 막 꺼내고 있었다.







"내꺼두."







혜민이 미소를 지으며 입안에 담배 두개피를 꺼내 문다. 저 모습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또한 사랑스럽게 보이는 걸로 봐서 내 눈에 확실히 콩깍지가 씌이기는 했나보다.







그녀에게 커피를 건네주며 침대 위에 마주보고 앉았다. 이불을 살짝 걷어 재떨이를 사이에 놓고는 마주 앉은 채 담배를 나누어 입에 물었다.



어느새 열어뒀는지 살짝 열려진 창문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와 방안을 차지한 하얀 연기들을 한쪽으로 걷어간다.







담배를 한모금 빨고는 커피를 입에 물었다. 씁쓸한 풀뿌리의 맛이 느껴지며 혀끝이 싸해졌다.







"내일 뭐할꺼야?"







아무말 없이 앉아 있기가 어색해서 의미없는 질문을 던졌다.







"글쎄? 희주가 나오라던데... 나갈까해."



"어디? 시내?"



"응."







그리고 나선 또다시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이 이어지면 이상하리 만치 초조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특히나 수다스럽진 않지만 아무말없이 앉아 있는 것을 예민할 정도로 싫어하는 혜민의 성격이 떠올라 더욱 조급해졌다.



서둘러 무슨 이야길 꺼내려고 했지만 쉽사리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없었다. 공기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하릴없이 담배만 빨아보았지만 어느새 꽁초가 된 담배는 손끝에서 마지막을 알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깊숙이 빨아들인 담배연기가 폐부를 가득 채우는 것을 느끼며 결국 손안에 든 담배마져 재떨이에 비벼껐다. 한숨처럼 담배연기가 입안에서 새어나온다.







"자긴 내일 수업갈꺼지?"







잠시간의 침묵뒤에 이어진 질문이라 조금 놀랐다. 반사적으로 응이라고 대답한 후에야 다음 말이 떠올랐다.







"11시부터 수업이니까. 여유 있지뭐."







대답을 하고 나니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어색한 느낌. 왠지 모르게 싫었다. 의식적으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지만 정작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한참을 떠올린 끝에 겨우 말꼬리나마 찾아내었다.







"술이나 한잔 할까?"



"술?"



"응."



"글쎄…."







글쎄라는 그녀의 말을 끝으로 또다시 침묵 속에 빠져드는 듯 했다.







"나갈까? 아님 집에서 마실래?"







다행이 그녀가 말을 이어주었다.







"그냥 집에서 먹을까? 간단하게?"







그렇게 말을 하며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집앞에 가게는 문닫았을 테고 저기 편의점갔다와야겠다. 뭐 마실래?"







집에서 마시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듯 그녀의 대답도 다 듣지 않고 편의점을 가기로 결정해 버렸다. 두터운 오리털 잠바를 꺼내 입으며 지갑을 들고 일어섰다.







"혼자 가게?"



"추운데 뭐하러 같이가. 그냥 혼자 갔다올께. 먹고 싶은 거 있어? 뭐 사올까?"



"그냥 소주 두어병하고 소시지나 몇개 사와. 간단하게 먹게."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갔다올께."







그녀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춰주며 불이나케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제법 추운 날씨라 걷는 것보다 오히려 나았다.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음료수와 소주, 안주거리를 사고 담배도 한갑 샀다. 가게문을 나서며 또다시 종종걸음을 치며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비록 5분도 안되는 거리지만 그녀 혼자 두기도 그렇고 날씨도 추웠다.







"민아, 나 왔어."



"응, 어서와."







방안엔 어느새 상을 꺼내놓고 컵두개를 준비한채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사온것들을 풀어놓고는 옷을 한쪽에 벗어두었다. 종종걸음 치며 들어서는 나를 보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녀가 말했다.







"밖에 많이 추워?"



"따뜻한데 있다가 나가서 더 그런가봐."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상위에 놓인 술잔을 채웠다. 투명한 액체가 조그마한 잔에 채워지는 모습을 보며 자그마한 기쁨을 느꼈다.



이제서야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그녀 외에 이렇게 술잔을 마주하며 즐거워한 여인은 그리 없다. 물론 그녀에게 말했듯 처음 사귄 애와는 자주 술자리도 갖긴 했지만 이렇게 오붓한 장소에서 단둘이 마시는 것은 처음이나 다름 없었다.



담배도 그렇고 술도 그렇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녀가 더욱 절실한지도 모르겠다.







술이 한두잔 오고가고 어느새 한병이 비워졌다. 솔직히 말해 그녀의 주량은 나를 넘어섰다. 나는 특히 오늘처럼 피곤한 날엔 술이 빨리 취하곤 했다.







"자기, 슬슬 취하지?"







그 말이 왠지 자존심을 긁었다.







"아직, 괜찮아. 얼마나 마셨다구 벌써 취하냐!"







빈말이었다.







"크큭, 그래 얼마나 마시는 지 두고 보지."







그녀는 새로운 병을 하나 따고는 내 잔을 채웠다. 맑고 투명한 소주가 내 잔에 가득 채워졌다.



그녀와 잔을 마주치며 또다시 잔을 한번에 비웠다. 얼굴에 주기가 일어 벌개진게 느껴졌지만 애써 취하지 않은 듯 행동했다.







"자기야, 얼굴 빨개지기 시작했다. 호호호호."







나 역시 느끼고 있던 터라 더이상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에겅. 오늘 좀 피곤했나보다. 벌써 취기가 올라오는 거보니."



"적당히 마셔, 내일 수업하러 가야하잖아."



"괜찮아. 한병정도는."







솔직히 한병을 채 못마시기는 했지만, 이미 취한 상태였다.



혜민은 연거푸 술을 들이키며 술을 거의 동을 냈다.







"자, 이제 마지막 잔이야."







어느새 술은 거의 비워졌고 그녀와 내가 마지막 잔을 나누었다.







"어쨌든, 자기 내일이면 끝이네. 축하해."







그녀의 건배를 마지막으로 술잔이 비워졌다. 마지막이라는, 끝이라는 말이 귓가에 걸렸다. 드디어 일을 끝냈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응, 고마워."







순수하게 그녀의 축하를 받아들였다. 얼마나 소망했던 일이었던가. 거의 5달을 꼬박 기다린 결과였다.







그녀가 술상를 치우는 동안 침대에 몸을 실었다. 출렁이는 느낌과 함께 포근함이 몸을 지배했다.







"자기 잠와?"







어느새 곁에 다가온 그녀가 곁에 앉으며 물었다.







"아니, 잠온다기 보다는…."







애써 오는 잠을 쫓으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일찍 자. 뭐 일찍도 아니네. 뭐."







시각은 어느새 1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두병을 비운 시각하고는 짧았다.







"웅, 민이 너 나 자는 동안 집에 갈꺼지?"







그녀의 허리를 감으며 물었다. 그녀의 체향이 코를 통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왜? 도망갈까봐? 호홋."







짧은 그녀의 웃음소리에 더욱 조바심이 일었다.







"응, 나 자면 민이 갈까봐."







애써 감겨지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호호호호, 알았어. 안가. 오늘 자고 갈께. 얼른 제대로 누으시죠."







그녀는 나를 달래듯 머리를 쓸어주며 말했다. 그녀의 손길이 아련히 느껴졌다.







"잠깐, 불끄고 올께. 바로 누워."







그녀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난 그녀의 말을 믿으며 침대 구석으로 몸을 바로 눕혔다.



그녀가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몸을 안았다. 목뒤로 손을 넣어 팔베개를 해주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이러면 불편해서 잠자기 힘든데…."







그녀가 투정부리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왠지 또다시 도망치듯 집에 가버릴것 같아 놓아줄순 없었다.







"싫어. 안놓을래. 그냥 자."







그녀를 더욱 껴안으며 말했다. 잠시 몸을 뒤척이던 그녀가 곧 순순히 내가 안는데로 가만히 있었다.







"아, 좋다. 민이 냄새."







그녀의 체향을 가슴속 깊이 빨아들였다.



혜민이 슬쩍 몸을 뒤척여 내쪽으로 누웠다. 가볍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어둠속에서 그녀의 손이 움직여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느껴졌다.



아련한 느낌과 함께 내가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 내가 보호 받는 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약간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의 기분좋은 손놀림을 느끼며 그녀의 옷속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흠칫하며 그녀가 놀라는 낌새가 손끝을 통해 느껴졌다.







"그냥 너 살 만지고 싶어."







그것도 변명이라는 듯 내 뱉어진 말이었지만 그것만큼은 솔직히 진심이었다. 곁에 누운 사람의 살을 만지는 행동이 어쩜 이상할 지도 모르지만 맨살을 만지는 그 순간 만큼은 진시황의 아방궁이 부럽지 않았다.







"하~아."







그녀의 한숨소리와 같은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민아, 그냥 만지고만 있을께."







솔직히 지금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녀의 촉감을 즐기고 싶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다.







아무 대답없는 그녀의 행동에 긍정이라는 의사를 읽고는 약간 자신감이 생겼다. 여러번 안아본 그녀였지만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웠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그녀의 가슴을 매만졌다. 브레지어의 부드러운 천의 느낌이 손안에 들어왔지만 맨살을 만지는 느낌만큼은 아니었다.







"민아, 나 가슴 만지고 싶은데."







어리광이었다. 술에 취했다는, 피곤에 절어있다는 어필이었고 말 그대로 어리광이었다.







혜민이 말없이 허리를 들어 자신의 브레지어 후크를 풀어주었다. 단단하게 묵여져 있던 가슴에 손쉽게 드나들수 있는 통로가 놓여졌다.



거침없이 그녀의 브레지어 밑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풍만하고도 포근한 가슴을 손안에 넣었다. 부드러운 감촉이 손안에 느껴지며 포만감이 들었다. 손바닥안에 긴장되어 굳어진 그녀의 젖꼭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애써 무시하며 그녀의 물컹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을 즐겼다.



지금 이 순간 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그녀를 느끼고 싶었다. 물컹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온몸이 내게 기대어 있듯 단순한 성관계가 아니라 정신과 정신으로 연결되고 싶다는 욕망이 더욱 컸다.







손안에 거두어진 그녀의 가슴을 약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냥 이렇게 끝내버리면 그녀가 괴로울지 모른다는 생각은 솔직히 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 위로받고 싶고 재충전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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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에는 찌~~인~~한 장면은 없었네요....ㅎㅎㅎㅎ. 뭐. 그래도 나름 괜찮았지 않았나 싶은데...ㅎㅎㅎ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다른 때보다는 빨랐다고 생각드는데....



어쨌든 다음화 기대해 주세요 ^^;



많은 관심 감사드리고요. 특히 응원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어 덧붙입니다. 솔직히 그분의 말씀에 속이 상한건 아닙니다. 제가 죄송하다는 생각 뿐이었지 속이 상한건 아니랍니다. ^^;



어쨌든 그나마 빠른 시간내에 다음 글을 올려 다행이라고 여겨지내요. 어쨌든 화팅 할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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