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왕(法王) - 3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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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어제 조아라에 올리려고 했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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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오드는 해가 진 후, 그가 일주일동안 이 도시에 머무르며 알아낸 몇개의 비밀통로와 좁은 골목길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감시하는 자라도 따라붙기 힘들정도라는 생각이 드는 곳들이였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재빨리 입고있던 누더기 망토를 벗어버리고 옷을 뒤집어 입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에 흙칠까지 한 후에 베이오드는 도시를 벗어났다.
플라페이드 숲은 평범한 숲이다. 코볼드 정도의 몬스터나 몇마리 살고 있으며, 오크부락이나 오우거 따위의 몬스터는 없다. 뭐 이제 동대륙에선 진짜 깊은 산맥이나 숲이 아니면 오크도 찾아보기 힘들긴 했지만. 때문에 여행자들의 이동경로로 자주 사용되는데, 그런 곳에 던전이 이제야 밝혀졌다는건 꽤 늦은 감이 있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던전이 잘 숨겨져 있었다는 소리도 된다.
플라페이드 숲은 도시에서 약 4시간 거리다. 숲을 들어서서 2시간 가량을 걸어가야 되고 다시 나와서 2시간 정도 걸으면 페이드 시가 나온다. 페이드 시는 이전의 도시에 비하면 상당히 큰 도시이므로 던전에서 보석이 나오더라도 처분할 만한 여건이 된다.
베이오드는 걸어가면서 자신의 장비를 점검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낡은 단검 하나는 습관적으로 갈아두기 때문에 제법 날카로운 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밧줄 하나, 그는 주머니에 묵직한 돌을 몇개 담아두었다. 떠돌아다니면서 훔쳐배운 몇가지 함정파훼기술에 써먹거나 돌팔매질에도 유용했다. 바지 안쪽에 끼워둔 던전의 열쇠라는 보석도 확실하게 확인했다.
별이 하나 둘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고, 푸른 보름달이 머리위에 떴다.
탄생의 달이다. 매달 15일엔 푸른 보름달이 뜨는데, 그것을 탄생의 달이라고 부른다. 이날 태어난 아기는 축복을 받고 태어났다고 믿는 지역도 있다.
베이오드 역시 이 날 태어난 아기였다.
반면 매달 30일에는 붉은 보름달이 뜬다. 결말의 달.
아직까지는 머리 위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밤하늘이 보였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흘러도 나무마다 무성해져 숲 속에서 밤하늘을 보기엔 힘들어 질 것이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여서 떠돌아 다니는 여행자들이 거의 없지만, 그때가 되면 곧 이 숲도 종종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베이오드는 지나온 나무에 표시를 하며 수풀을 헤치고 걸어나갔다. 숲 한가운데.. 라고 했으니, 지도라도 있었으면 쉽게 방향을 잡았겠지만 베이오드에게 값 비싼 지도까지 살 돈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감을 믿고 숲의 길을 벗어나 중앙으로 짐작되는 방향으로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한시간 가까이 걸었을까, 주변을 조사하기 위해 약간은 지그재그 걸어온 탓에 베이오드는 살짝 지쳐 있었다. 그는 단도를 들어 바로 옆의 나무에 표시를 하고 전면의 수풀을 해쳤다. 수풀 너머에는 공터가 있었다.
나무 하나 나지 않고, 그렇다고 사람의 인적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있는 동그란 공간. 뭔가 상당히 어색하다. 인위적인 냄새가 풍긴다.
베이오드는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던전이 있을거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 역시 꼼꼼하게 살폈다. 그는 곧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스무명은 되어 보였다. 발자국 모양으로 봐서는 철굽을 붙인 장화다. 이질적인 발자국도 하나 있었다. 여자의 신발이다. 그에게 던전의 열쇠를 맡기고 도망친 그 여자의 일행들이 온 흔적이라고 생각되었다.
부스럭-
뒤에서 풀을 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베이오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베이오드는 재빨리 단검을 뽑아들었다.
뒤쪽은 이미 둥글게 검은 옷과 복면을 쓴 자들에 의해 감싸져 있었다.
묵묵히 감싼 채로 검을 뽑아든 그들에게 대화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쏟아지는 살기가 베이오드의 몸을 찌른다.
조심스럽게 베이오드는 뒤를 확인했다. 똑같은 검은 옷의 사내들이 뒤쪽에도 한명씩 나타나고 있었다.이 작은 공터를 완전히 감싼 형태로 이십여명의 사내들이 베이오드를 둘러싼 것이다.
"누구냐?"
베이오드가 날카롭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들은 검을 겨눈 채로 묵묵히 포위망을 좁혔다. 베이오드는 계속해서 눈동자를 굴렸지만 도저히 도망칠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복면인들과 베이오드의 거리가 거의 2미터 정도까지 좁혀지자, 복면인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복면인들 사이에 길이 열리며 푸른 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이오시아가 네게 열쇠를 넘긴게 맞는 것 같군. 그렇지 않다면 네가 이곳에 올 이유가 없으니까."
"젠장. 열쇠를 노리는 자들인가."
베이오드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돌렸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그들은 그 이오시아라는 여자가 베이오드에게 접근하는 순간부터 베이오드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저는 평범한 떠돌이입니다. 당신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푸른 옷의 사내가 싱긋 웃으며 검을 뽑아든다.
"죽이고 뒤져보면 알겠지."
휘익!
사내의 검이 베이오드의 미간을 향해 찔러온다. 동시에 좌우에서 복면인들이 일제히 검을 내지른다.
"치잇!"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였다. 베이오드는 재빨리 몸을 뒤로 굴렸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 베이오드는 푸른옷의 사내가 재차 검을 내리쳐 오는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베이오드는 재빨리 뒤를 확인하며 몸을 날렸다. 뒤쪽의 복면인들이 같이 협공해 오면서 그들 사이에 작지만 틈이 생겼다. 떠돌아다니며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그들의 틈새를 비집고 도망치는 것에는 이골이 나 있었다.
"핫!?"
좌우에서 검을 내뻗고 있던 복면인들이 그들 사이로 빠져나가는 베이오드의 기민함에 당황스런 신음을 내뱉었다.
"잡아!!"
푸른 옷의 사내가 소리쳤다. 베이오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안쪽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수풀 속으로 베이오드의 몸이 사라지자 푸른 옷의 사내가 소리친다.
"당장 쫓아!"
플라페이드 숲은 울창한 편이였고, 더욱이 이 근방은 길이 없었다. 일부러 길이 없는 곳으로 찾아온 탓이다. 다행이 그 덕으로 숨어들기도 쉬운 편이였다.
수풀 밑으로 허리를 숙이고 기어다니다가 베이오드는 주변에 복면인들이 없다는 판단이 들자 몸을 일으켜 나무 위로 올라갔다.
추적하는 자의 공통된 점은 땅을 보고 수색한다는 것이다. 공중은 수색자들의 취약점이다. 개 과(科)인 코볼드들이 그랬지만, 인간도 그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베이오드는 거친 숨을 다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저기 불빛이 보인다. 복면인들이 횃불을 붙인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그를 찾기 위해서 일 것이다.
"누구지?"
여행을 다니며 상당히 견문을 쌓았다고 생각했다. 이 나라의 귀족들은 물론이고 이런 저런 집단들에 대해서도 꽤 알고 있었다. 더욱이 거지들은 의외로 최신 정보에 해박한 편이였다. 그들에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듣는건 베이오드의 일과중 하나였다. 정황을 보아 이오시아라는 여자는 귀족이다. "가문"이란 단어를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자들은 귀족을 제외하면 하나도 없었다. 귀족가문이 감당하지 못할 집단이라면 그 역시 귀족가문이나 그에 준하는 자들이라고밖에는 생각할수 없었다.
"젠장."
베이오드는 이미 자신이 빠져나올수 없는 수렁에 발을 내딛었다는걸 깨닫았다.
한 귀족이 던전을 발견해서 발굴하려고 하는 사이 다른 귀족이 모르게 뒤를 쳐서
그 던전의 내용물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을 들키면 귀족가로서는 매우 곤란할게 틀림없다. 따라서 사건에 어느정도 개입한 베이오드를 저들이 살려두려고 할 리가 없었다.
"음? 다시 말하면 던전의 내용물이 귀족들간 암중에 싸움을 벌일 정도로 엄청나다는 건가?"
베이오드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렇게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던전은 이 쯔음에 있을 것이였다. 이오시아는 던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저 복면인들에게 습격받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저 복면인들은 던전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던전에 지키는 자들 한둘 두지 않았을리가 없다.
"최악의 경우 서너명 이상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내가 그걸 뚫을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였다.
"일단 던전의 위치는 알아둬야 겠다. 그리고 잠시 잠적했다가 한달 후쯤에 이곳에 와서 던전을 여는거야."
베이오드는 충분히 쉬고 몸을 일으켰다. 복면인들 두엇이 가만히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그곳이 던전의 입구일 터였다. 그리고 열쇠는 그에게 있었다. 그 열쇠가 없다면 결코 복면인들은 던전을 열수 없을 것이다. 열수 있었다면 이미 열었겠지.
베이오드가 날렵하게 다른 나무로 뛰었다.
그런 장소를 찾는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숲 허공으로 모닥불의 연기가 올라오고, 불빛이 번쩍이는 공터.
베이오드는 그 곳으로 갔고, 모닥불 가에서 앉아 졸고 있는 두 흑의인들을 볼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수십명의 사람들이 몇일을 머무른듯한 흔적이 공터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곳은 나무가 없는 공터였지만, 예전에 뭔가 큰 건물이 세워져 있었던 것처럼 폐건물의 잔재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특히 가운데의 가장 큰 돌기둥은 비록 약간 기울어 경사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거의 건물이 존재하던 적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기둥에 파여져 있는 그림같기도, 문자같기도 한 문양들이였다.
베이오드는 금새 그 문양이 무엇인지 알수 있었다. 그건, 그가 가진 던전열쇠 위에 쓰여져 있던 것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로군."
베이오드는 깨달았다.
이 곳 어딘가가 던전의 입구다. 그리고 그걸 확실히 알기 위해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모닥불 가에 앉아 졸고 있는 흑의인 두 명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심지어 한명은 입을 오물거리며 잠꼬대라고 생각되는 것까지 중얼거리고 있었다.
"좋아."
베이오드의 가슴 속에서 갑자기 무모하다고 해도 좋을 만한 용기가 솟아올랐다.
기둥은 은은한 백광을 띄고 있었다. 아마도, 돌 자체의 특수한 성분이 달빛을 받아 반사하는 것 같았다. 기둥을 둘러싼 문양들을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꼼꼼히 살펴 본 결과 자신의 목 높이 쯤에 뚫린 가느다란 구멍을 찾을수 있었다.
그 구멍 속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한건 "열쇠"가 들어갈 만큼 그 구멍이 크진 않다는 것이였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하는거지?"
베이오드가 생각에 잠겼다.
그때였다.
베이오드는 자신의 목덜미에서 차가운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도망친줄 알았는데, 자진해서 돌아올 줄이야."
그의 목에 검을 겨눈 자의 목소리는 익히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것도 방금 전에.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아니라곤 하지 마. 그랬다면 네녀석이 여기에 올 이유가 없으니까."
"칫, 결국 잡힌건가."
사내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이상 숨겨서 될 일이 아니였다.
애초에 무리하게 모습을 드러낸 자신의 잘못이였다.
베이오드가 조용히 있는 것을 보며 그 사내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열쇠를 내 놓으실까."
베이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주위는 흑의인들로 물샐틈 없이 감싸여져 있었다. 이젠 던전은 커녕 목숨을 걱정해야 할 판이였다.
베이오드의 태도를 본 사내는 목에 겨눈 검을 떼며 베이오드에게서 떨어졌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이제 베이오드는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베이오드는 주섬 주섬 품을 뒤져 열쇠를 꺼냈다.
둥근 철판에 박힌 푸른 보석. 사내는 낚아채듯 열쇠를 빼앗았다.
베이오드는 결박되어 모닥불 가에 던져졌다. 한 흑의인이 그를 지키게 한 후에 푸른 옷의 사내는 열쇠를 들고 돌기둥을 살폈다.
"...어떻게 하는 거지?"
그 역시 방법을 모르는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였다.
사내는 돌기둥 여기 저기에 열쇠를 대어 보기도 하고 긁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철판에 박힌 푸른 보석만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일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베이오드의 머릿 속으로 한줄기 기광이 스쳐 간 건 우연이였다.
열쇠의 푸른 보석이 달빛을 반사해서 돌벽을 비추는 순간, 그 반사점이 작은 점이라는 사실을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베이오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깨닫지 못한 것은 천운이였다. 그리고 푸른 옷의 사내나 흑의인들이 그 사실을 깨닫기 전에 베이오드는 그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던전의 열쇠가 있어도 뭐하나. 들어가는 방법을 모르는데."
베이오드는 혼잣말 하듯, 하지만 크게 중얼거렸다.
물론 모두가 들으라고 한 말이고,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베이오드는 씨익 웃었다.
"무슨 소리냐?"
푸른 옷의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베이오드에게 물었다.
그는 이미 방법을 찾지 못해 상당히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던 것이다.
"뭐 그렇다는 거죠."
싱글거리며 웃고있는 베이오드를 본 푸른 옷의 사내가 그에게 성큼 성큼 다가왔다.
"네놈, 들어가는 법을 알고 있는거냐?"
"..뭐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는거죠."
베이오드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
"당장 말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사내가 검을 뽑아 바닥에 쓰러진 베이오드의 목을 겨누었다.
이제부터 도박이다. 베이오드는 마음을 다잡았다.
"죽이시죠. 직접 열쇠를 써서 던전 안에 들어갈수 있다면 말이지만."
"...이놈..!"
사내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끝까지 들어올렸다. 곧 내려칠듯 하던 검은 하지만 결국 내려쳐지지 못했다.
"...원하는게 뭐냐."
사내가 거칠게 물어왔다. 베이오드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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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 보니 웬을 왼으로 수정을 안했군요.
찾아바꾸기로 했으면 금방 했을텐데 이미 올렸으니 패스.
조아라에서 보셨던 분은 뭔 소린지 금방 아실겁니다.
조아라 유료화는 정말 토나오는군요.
아이디는 다르지만 제가 그 조아라에서 글을 올렸던 "이상한 아이디"랑 똑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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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오드는 해가 진 후, 그가 일주일동안 이 도시에 머무르며 알아낸 몇개의 비밀통로와 좁은 골목길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감시하는 자라도 따라붙기 힘들정도라는 생각이 드는 곳들이였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재빨리 입고있던 누더기 망토를 벗어버리고 옷을 뒤집어 입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에 흙칠까지 한 후에 베이오드는 도시를 벗어났다.
플라페이드 숲은 평범한 숲이다. 코볼드 정도의 몬스터나 몇마리 살고 있으며, 오크부락이나 오우거 따위의 몬스터는 없다. 뭐 이제 동대륙에선 진짜 깊은 산맥이나 숲이 아니면 오크도 찾아보기 힘들긴 했지만. 때문에 여행자들의 이동경로로 자주 사용되는데, 그런 곳에 던전이 이제야 밝혀졌다는건 꽤 늦은 감이 있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던전이 잘 숨겨져 있었다는 소리도 된다.
플라페이드 숲은 도시에서 약 4시간 거리다. 숲을 들어서서 2시간 가량을 걸어가야 되고 다시 나와서 2시간 정도 걸으면 페이드 시가 나온다. 페이드 시는 이전의 도시에 비하면 상당히 큰 도시이므로 던전에서 보석이 나오더라도 처분할 만한 여건이 된다.
베이오드는 걸어가면서 자신의 장비를 점검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낡은 단검 하나는 습관적으로 갈아두기 때문에 제법 날카로운 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밧줄 하나, 그는 주머니에 묵직한 돌을 몇개 담아두었다. 떠돌아다니면서 훔쳐배운 몇가지 함정파훼기술에 써먹거나 돌팔매질에도 유용했다. 바지 안쪽에 끼워둔 던전의 열쇠라는 보석도 확실하게 확인했다.
별이 하나 둘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고, 푸른 보름달이 머리위에 떴다.
탄생의 달이다. 매달 15일엔 푸른 보름달이 뜨는데, 그것을 탄생의 달이라고 부른다. 이날 태어난 아기는 축복을 받고 태어났다고 믿는 지역도 있다.
베이오드 역시 이 날 태어난 아기였다.
반면 매달 30일에는 붉은 보름달이 뜬다. 결말의 달.
아직까지는 머리 위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밤하늘이 보였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흘러도 나무마다 무성해져 숲 속에서 밤하늘을 보기엔 힘들어 질 것이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여서 떠돌아 다니는 여행자들이 거의 없지만, 그때가 되면 곧 이 숲도 종종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베이오드는 지나온 나무에 표시를 하며 수풀을 헤치고 걸어나갔다. 숲 한가운데.. 라고 했으니, 지도라도 있었으면 쉽게 방향을 잡았겠지만 베이오드에게 값 비싼 지도까지 살 돈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감을 믿고 숲의 길을 벗어나 중앙으로 짐작되는 방향으로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한시간 가까이 걸었을까, 주변을 조사하기 위해 약간은 지그재그 걸어온 탓에 베이오드는 살짝 지쳐 있었다. 그는 단도를 들어 바로 옆의 나무에 표시를 하고 전면의 수풀을 해쳤다. 수풀 너머에는 공터가 있었다.
나무 하나 나지 않고, 그렇다고 사람의 인적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있는 동그란 공간. 뭔가 상당히 어색하다. 인위적인 냄새가 풍긴다.
베이오드는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던전이 있을거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 역시 꼼꼼하게 살폈다. 그는 곧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스무명은 되어 보였다. 발자국 모양으로 봐서는 철굽을 붙인 장화다. 이질적인 발자국도 하나 있었다. 여자의 신발이다. 그에게 던전의 열쇠를 맡기고 도망친 그 여자의 일행들이 온 흔적이라고 생각되었다.
부스럭-
뒤에서 풀을 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베이오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베이오드는 재빨리 단검을 뽑아들었다.
뒤쪽은 이미 둥글게 검은 옷과 복면을 쓴 자들에 의해 감싸져 있었다.
묵묵히 감싼 채로 검을 뽑아든 그들에게 대화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쏟아지는 살기가 베이오드의 몸을 찌른다.
조심스럽게 베이오드는 뒤를 확인했다. 똑같은 검은 옷의 사내들이 뒤쪽에도 한명씩 나타나고 있었다.이 작은 공터를 완전히 감싼 형태로 이십여명의 사내들이 베이오드를 둘러싼 것이다.
"누구냐?"
베이오드가 날카롭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들은 검을 겨눈 채로 묵묵히 포위망을 좁혔다. 베이오드는 계속해서 눈동자를 굴렸지만 도저히 도망칠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복면인들과 베이오드의 거리가 거의 2미터 정도까지 좁혀지자, 복면인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복면인들 사이에 길이 열리며 푸른 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이오시아가 네게 열쇠를 넘긴게 맞는 것 같군. 그렇지 않다면 네가 이곳에 올 이유가 없으니까."
"젠장. 열쇠를 노리는 자들인가."
베이오드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돌렸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그들은 그 이오시아라는 여자가 베이오드에게 접근하는 순간부터 베이오드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저는 평범한 떠돌이입니다. 당신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푸른 옷의 사내가 싱긋 웃으며 검을 뽑아든다.
"죽이고 뒤져보면 알겠지."
휘익!
사내의 검이 베이오드의 미간을 향해 찔러온다. 동시에 좌우에서 복면인들이 일제히 검을 내지른다.
"치잇!"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였다. 베이오드는 재빨리 몸을 뒤로 굴렸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 베이오드는 푸른옷의 사내가 재차 검을 내리쳐 오는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베이오드는 재빨리 뒤를 확인하며 몸을 날렸다. 뒤쪽의 복면인들이 같이 협공해 오면서 그들 사이에 작지만 틈이 생겼다. 떠돌아다니며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그들의 틈새를 비집고 도망치는 것에는 이골이 나 있었다.
"핫!?"
좌우에서 검을 내뻗고 있던 복면인들이 그들 사이로 빠져나가는 베이오드의 기민함에 당황스런 신음을 내뱉었다.
"잡아!!"
푸른 옷의 사내가 소리쳤다. 베이오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안쪽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수풀 속으로 베이오드의 몸이 사라지자 푸른 옷의 사내가 소리친다.
"당장 쫓아!"
플라페이드 숲은 울창한 편이였고, 더욱이 이 근방은 길이 없었다. 일부러 길이 없는 곳으로 찾아온 탓이다. 다행이 그 덕으로 숨어들기도 쉬운 편이였다.
수풀 밑으로 허리를 숙이고 기어다니다가 베이오드는 주변에 복면인들이 없다는 판단이 들자 몸을 일으켜 나무 위로 올라갔다.
추적하는 자의 공통된 점은 땅을 보고 수색한다는 것이다. 공중은 수색자들의 취약점이다. 개 과(科)인 코볼드들이 그랬지만, 인간도 그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베이오드는 거친 숨을 다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저기 불빛이 보인다. 복면인들이 횃불을 붙인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그를 찾기 위해서 일 것이다.
"누구지?"
여행을 다니며 상당히 견문을 쌓았다고 생각했다. 이 나라의 귀족들은 물론이고 이런 저런 집단들에 대해서도 꽤 알고 있었다. 더욱이 거지들은 의외로 최신 정보에 해박한 편이였다. 그들에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듣는건 베이오드의 일과중 하나였다. 정황을 보아 이오시아라는 여자는 귀족이다. "가문"이란 단어를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자들은 귀족을 제외하면 하나도 없었다. 귀족가문이 감당하지 못할 집단이라면 그 역시 귀족가문이나 그에 준하는 자들이라고밖에는 생각할수 없었다.
"젠장."
베이오드는 이미 자신이 빠져나올수 없는 수렁에 발을 내딛었다는걸 깨닫았다.
한 귀족이 던전을 발견해서 발굴하려고 하는 사이 다른 귀족이 모르게 뒤를 쳐서
그 던전의 내용물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을 들키면 귀족가로서는 매우 곤란할게 틀림없다. 따라서 사건에 어느정도 개입한 베이오드를 저들이 살려두려고 할 리가 없었다.
"음? 다시 말하면 던전의 내용물이 귀족들간 암중에 싸움을 벌일 정도로 엄청나다는 건가?"
베이오드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렇게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던전은 이 쯔음에 있을 것이였다. 이오시아는 던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저 복면인들에게 습격받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저 복면인들은 던전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던전에 지키는 자들 한둘 두지 않았을리가 없다.
"최악의 경우 서너명 이상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내가 그걸 뚫을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였다.
"일단 던전의 위치는 알아둬야 겠다. 그리고 잠시 잠적했다가 한달 후쯤에 이곳에 와서 던전을 여는거야."
베이오드는 충분히 쉬고 몸을 일으켰다. 복면인들 두엇이 가만히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그곳이 던전의 입구일 터였다. 그리고 열쇠는 그에게 있었다. 그 열쇠가 없다면 결코 복면인들은 던전을 열수 없을 것이다. 열수 있었다면 이미 열었겠지.
베이오드가 날렵하게 다른 나무로 뛰었다.
그런 장소를 찾는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숲 허공으로 모닥불의 연기가 올라오고, 불빛이 번쩍이는 공터.
베이오드는 그 곳으로 갔고, 모닥불 가에서 앉아 졸고 있는 두 흑의인들을 볼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수십명의 사람들이 몇일을 머무른듯한 흔적이 공터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곳은 나무가 없는 공터였지만, 예전에 뭔가 큰 건물이 세워져 있었던 것처럼 폐건물의 잔재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특히 가운데의 가장 큰 돌기둥은 비록 약간 기울어 경사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거의 건물이 존재하던 적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기둥에 파여져 있는 그림같기도, 문자같기도 한 문양들이였다.
베이오드는 금새 그 문양이 무엇인지 알수 있었다. 그건, 그가 가진 던전열쇠 위에 쓰여져 있던 것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로군."
베이오드는 깨달았다.
이 곳 어딘가가 던전의 입구다. 그리고 그걸 확실히 알기 위해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모닥불 가에 앉아 졸고 있는 흑의인 두 명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심지어 한명은 입을 오물거리며 잠꼬대라고 생각되는 것까지 중얼거리고 있었다.
"좋아."
베이오드의 가슴 속에서 갑자기 무모하다고 해도 좋을 만한 용기가 솟아올랐다.
기둥은 은은한 백광을 띄고 있었다. 아마도, 돌 자체의 특수한 성분이 달빛을 받아 반사하는 것 같았다. 기둥을 둘러싼 문양들을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꼼꼼히 살펴 본 결과 자신의 목 높이 쯤에 뚫린 가느다란 구멍을 찾을수 있었다.
그 구멍 속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한건 "열쇠"가 들어갈 만큼 그 구멍이 크진 않다는 것이였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하는거지?"
베이오드가 생각에 잠겼다.
그때였다.
베이오드는 자신의 목덜미에서 차가운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도망친줄 알았는데, 자진해서 돌아올 줄이야."
그의 목에 검을 겨눈 자의 목소리는 익히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것도 방금 전에.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아니라곤 하지 마. 그랬다면 네녀석이 여기에 올 이유가 없으니까."
"칫, 결국 잡힌건가."
사내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이상 숨겨서 될 일이 아니였다.
애초에 무리하게 모습을 드러낸 자신의 잘못이였다.
베이오드가 조용히 있는 것을 보며 그 사내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열쇠를 내 놓으실까."
베이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주위는 흑의인들로 물샐틈 없이 감싸여져 있었다. 이젠 던전은 커녕 목숨을 걱정해야 할 판이였다.
베이오드의 태도를 본 사내는 목에 겨눈 검을 떼며 베이오드에게서 떨어졌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이제 베이오드는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베이오드는 주섬 주섬 품을 뒤져 열쇠를 꺼냈다.
둥근 철판에 박힌 푸른 보석. 사내는 낚아채듯 열쇠를 빼앗았다.
베이오드는 결박되어 모닥불 가에 던져졌다. 한 흑의인이 그를 지키게 한 후에 푸른 옷의 사내는 열쇠를 들고 돌기둥을 살폈다.
"...어떻게 하는 거지?"
그 역시 방법을 모르는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였다.
사내는 돌기둥 여기 저기에 열쇠를 대어 보기도 하고 긁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철판에 박힌 푸른 보석만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일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베이오드의 머릿 속으로 한줄기 기광이 스쳐 간 건 우연이였다.
열쇠의 푸른 보석이 달빛을 반사해서 돌벽을 비추는 순간, 그 반사점이 작은 점이라는 사실을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베이오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깨닫지 못한 것은 천운이였다. 그리고 푸른 옷의 사내나 흑의인들이 그 사실을 깨닫기 전에 베이오드는 그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던전의 열쇠가 있어도 뭐하나. 들어가는 방법을 모르는데."
베이오드는 혼잣말 하듯, 하지만 크게 중얼거렸다.
물론 모두가 들으라고 한 말이고,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베이오드는 씨익 웃었다.
"무슨 소리냐?"
푸른 옷의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베이오드에게 물었다.
그는 이미 방법을 찾지 못해 상당히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던 것이다.
"뭐 그렇다는 거죠."
싱글거리며 웃고있는 베이오드를 본 푸른 옷의 사내가 그에게 성큼 성큼 다가왔다.
"네놈, 들어가는 법을 알고 있는거냐?"
"..뭐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는거죠."
베이오드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
"당장 말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사내가 검을 뽑아 바닥에 쓰러진 베이오드의 목을 겨누었다.
이제부터 도박이다. 베이오드는 마음을 다잡았다.
"죽이시죠. 직접 열쇠를 써서 던전 안에 들어갈수 있다면 말이지만."
"...이놈..!"
사내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끝까지 들어올렸다. 곧 내려칠듯 하던 검은 하지만 결국 내려쳐지지 못했다.
"...원하는게 뭐냐."
사내가 거칠게 물어왔다. 베이오드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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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 보니 웬을 왼으로 수정을 안했군요.
찾아바꾸기로 했으면 금방 했을텐데 이미 올렸으니 패스.
조아라에서 보셨던 분은 뭔 소린지 금방 아실겁니다.
조아라 유료화는 정말 토나오는군요.
아이디는 다르지만 제가 그 조아라에서 글을 올렸던 "이상한 아이디"랑 똑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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