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야설

란제리 연구원2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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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야설 작성일 24-11-08 17:10 조회 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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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잠결에 눈을 떴을 때, 호준은 습관적으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찾으려고 베갯머리 쪽을 더듬었다.



아직은 한밤중인 듯 주변은 분간하기 힘들었으나, 그는 당연히 자신의 방이라고 여겼는데,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핸드폰을 더듬던 그의 손끝에서 푹신한 침대가 아닌 딱딱한 바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라서 눈을 떠보니, 누군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새근거리면서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오호......이제야 생각이 난다.



홍선미로군.







그나저나 이 기자아가씨가 어느 결에 방바닥으로 내려온 것일까.



분명 잠들기 전에는 두 아가씨들이나 편히 자도록 하려는 마음에서, 자신만 방바닥으로 내려왔던 것 같은데......







시야는 어렴풋했지만, 아무래도 출근시간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호준은 시력을 집중했고, 머리맡에 곱게 개어져 있는 자신의 옷가지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대충 던져두고 잠들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홍선미가 자신이 잠든 중간에 옷들을 가지런히 개어둔 듯싶다.







평소 싸가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자아가씨치곤 제법 총각을 감동시키는군.







상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보니, 새벽 3시다.



최소한 7시까지는 푹 잠들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자, 마음이 놓였다.







그나저나 이 아가씨, 아침에 일어나서 현지 얼굴을 어찌 보려고 이리도 적극적으로 달려들까 생각하니, 속웃음이 나오면서도 마음 한쪽이 무거워진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갑자기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문득 핸드폰을 다시 들여다보니,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부재중 수신 내용이 3개나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어머니에게 외박한다고 전화를 드리지 못한 것 같다.



비록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어머니였지만,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분이신데. 갑자기 자신의 불찰이 미워진다.



더구나, 근래 들어서 자신과의 관계를 괴로워하지 않았던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란 호준에게 있어서도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더 이상 어머니를 괴롭혀드리지 말아야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누나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워낙 엉뚱하고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는 누나였지만, 아무래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것 역시 자신 때문에 비롯된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나 역시 힘들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잘 나가던 직장을 갑자기 때려치우고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날 필요성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자마자 바로 결혼을 서두른 것을 보면 누나도 무척이나 괴로웠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모든 게 다 내 탓이로군.’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그 누구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지만, 정작 그녀들의 마음을 차지하는 것은 그가 만들어 놓은 일개 시약이 아닐 런지.







부작용 소동을 한바탕 겪고 나서, 호준은 부쩍 고민이 늘었다.



약이 없더라도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를 이제는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호준씨! 그만 일어나세요. 회사 늦겠어요.”



이런 저런 고민 끝에 깜박 잠이 들었었나 보다.







힘겹게 눈을 떠 보니, 홍선미가 호준의 왼쪽 볼에 자신의 입술을 바짝 붙인 채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도 중간에 잠을 설쳤지만, 그녀도 아마 잠을 설쳤으리라.



밤새 자신의 불알을 움켜쥐고 들볶는 통에 아직도 불알이 얼얼한 느낌이 든다.







“이봐요, 선미씨! 아침이야. 그만 일어나요.”







호준이 흔들어 깨웠을 때, 싱크대 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어머! 난 벌써 일어나서 아침밥 준비하는 중이랍니다. 호호호.”







엥? 이건 또 뭔 소리?







옆자리에서 뒤척이는 얼굴을 보고서야 그녀가 이현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이 아가씨는 언제 내 옆에 누워서 잠든 거야?’







그렇다면, 밤새도록 자신의 불알을 들볶은 것은 이현지란 말인가?



오호......요런 발칙한 아가씨 좀 보라지.



나이도 어린 것이 발라당 까져가지고선. 자기가 무슨 손오공인 줄 아나.



분신술을 쓰려거든 자기 털이나 뽑을 일이지, 왜 남의 털은 뽑고 그래?







약이 바짝 오른 호준이 냅다 이현지가 덮고 있던 이불을 확 낚아채자, 알몸으로 자고 있던 그녀가 상반신을 벌떡 일으킨 채 비명을 내질렀다.







꺄악~







밤새 괴롭혔으니, 부끄러운 줄 알라 구...... 킥킥킥.







득의양양했기 때문인지 이현지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손가락 틈새가 조금 벌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듯싶다.







살그머니 호준을 살피던 그녀가 갑자기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어머!”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남자 거! 원래 이렇게 작은 거예요?”







그러고 보니, 자신 역시 발가벗은 상태가 아니던가.







이런, 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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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가씨들 덕분에 아침은 북어해장국으로 얼큰하게 때우고 출근을 한 참이었다.



어제 보다 만 서류를 꺼내기 위해서 캐비닛으로 다가서는 순간, 신한별 주임의 과장된 목소리가 호준의 청각을 잡아끌었다.







“어멋! 김주임님 오늘 너무 예쁘시다!”







아침부터 웬 설레발이람?







사무실에 김 씨라고 해봤자 26세의 김현숙주임일텐데, 나이도 어린 것이 자기보다도 세 살이나 더 먹은 선배를 놀려대다니......썩을.







물론, 김현숙 주임의 얼굴이 못생겼다는 말은 아니다.



수더분한 그녀의 용모와 달리 다른 여직원들의 용모가 너무 화려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일 뿐.







좋게 말하면 자연산 미인일 테고, 반대로 얘기하자면 물질만능시대에 보기 드문 자연주의자랄까.







피식. 호준의 얼굴에서 썩소가 떠올랐다.







‘신주임이 또 뭔가 아쉬운 소릴 할 것이 있나보군.’







그렇지 않고서야 평소 할 소리 다 하는 직선적인 성격의 신주임이 아침부터 부산을 떨 이유가 없지 않은가.







쳐다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들자, 호준은 잠깐 곤두세웠던 청각을 내려놓은 채, 캐비닛으로 향하던 손을 겨냥한 목적지로 마저 뻗쳐 나가려는 마당인데.







“어머, 김주임! 자기 핸드백도 구찌 아니야?”







이건 또 뭔 소리냔 말이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동료가 과로로 쓰러진다고 해도 나 몰라라 할 배지수차장까지 한수 거두는 등쌀에는 차마 고개를 돌려보지 않고는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는 틀렸으리라.







빼 꼼 쳐다보자니, 오호 이 아가씨가 정녕 어제까지 한 직장에서 근무했던 바로 그 김현숙 주임이란 말인가.







호준의 눈대중으로 보기에도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이 럭셔리함을 도대체 어디에 비유하리요. 앙드레 김 아저씨가 앙~ 하다가 쓰러질 만큼 부티가 잘잘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껍고 답답한 느낌을 주던 검은색 뿔테안경이 은근하게 세련된 멋을 풍기는 연한 호피무늬로 바뀌어있었고, 화장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던 그녀의 얼굴에서 향긋한 봄 냄새가 물씬 풍겨진다.







“와~ 오늘 정말 화사한데요?”



호준의 입에서도 아낌없는 찬사가 절로 터져 나오고 말았다.







“부장님까지 절 놀리세요? 창피하게......”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화장을 한 그녀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어서 마치 소녀처럼 수줍어 보인다.







“돈 많은 스폰서라도 한명 잡은 거야?”



김현숙 주임의 뒤를 따라서 출근하던 이미영 대리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면서 문득 던진 말이었다.







“아니요. 동생이 좀 꾸미고 다니라고 해서요.”



“동생? 자기 남동생?”



“예......”



“어머, 그 말썽쟁이가 어쩐 일로 누나 걱정을 다 했대?”







까칠한 성격의 이미영 대리답게 비아냥거리는 솜씨가 제법 관록이 붙은 듯싶다.







“모르겠어요. 무슨 일인지...... 갑자기 명품 핸드백도 사주고, 안경도 바꿔보라고 들들 볶아대는 통에......”



“호호. 별일이네.”







가만히 추론하자니, 김현숙 주임의 남동생이 꽤나 속을 썩이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는 듯 했지만, 그래도 누나만큼은 각별하게 여기는 듯해서 내심 기특한 마음이 든다.







“남매간에 정이 각별하면, 좋은 일이죠. 김주임 남동생이 누나를 정말 사랑하나 보네요.”



무심코 말을 뱉고 보니, 유학을 떠난 인숙의 얼굴이 떠오른다.







젠장, 밥이나 굶고 있는 건 아닌지.







부러운 마음에서 문득 김현숙 주임을 바라보노라니, 좀 전의 밝았던 얼굴과 달리 굳어진 얼굴로, 무언가 잔뜩 고민을 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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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업무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뭔 내용들이 이렇게나 복잡한 건지.



이미, 점심시간이 넘었는데도 보고 있던 서류에서 쉽게 눈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보던 서류나 마저 보고 일어설 생각이었다.







“부장님! 혹시 누나 있으세요?”



모두들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으리라 여겼는데, 김현숙 주임이 다가와서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오는 것이 아닌가.







“어? 아직 식사하러 안 갔어요?”



“예. 부장님께 뭣 좀 물어볼 얘기가 있어서요.”



“나한테? 무슨 얘긴데?”



“그냥...... 개인적인 문제요.”



“그럼,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하면 되겠네요. 일단, 나가죠. 우리.”







며칠 전에 먹었던 한정식 집의 점심특선이 제법 정갈했기에, 김현숙 주임과 더불어서 돌담이 아담하게 꾸며져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슨 얘기에요?”



자리에 앉자마자, 호준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지만, 막상 마주앉고 보니 김현숙 주임은 선뜻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아, 아니에요. 그냥, 제가 쓸데없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부담 갖지 말고 얘기해 봐요. 좀 전에 사무실에서 누나 있느냐고 물었던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남동생 얘긴가 본데.”



“......예.”







김현숙 주임이 마지못한 듯 대답을 하고는 또 다시 고개를 파묻는다.







“몇 살인데요? 남동생이.”



“스무 살이요...... 부모님이 재작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저한테는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에요.”



“동생이 속을 많이 썩이나보죠?”







이번에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떡인다.



이런 상태라면 대화가 영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호준이 계속 질문을 던졌다.







“스무 살이라면 대학생?”



“아니요. 재수생이요.”



“그럼, 돈이 없었을 텐데, 누나한테 제법 비싼 선물을 해줬네요?”



“예......제가 말렸는데도, 학원을 때려 치고는 구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하기에 고집을 꺾지 못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해봤자, 얼마나 번다고 이런 비싼 선물을 사주겠어요? 아무래도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만 같아서 정말 걱정이에요.”







듣고 보니, 이상하긴 했다.







“그럼, 물어보지 그랬어요? 돈이 어디에서 났냐고.”



“요즘 다루기가 넘 힘들어요. 부모님 살아계실 때만 해도 무척 착한 애였는데, 돌아가시고 나선 제 말도 안 들어요.”



“다 큰 사내애들이면 누구나 그렇죠. 나도 누나랑은 사이가 별로 안 좋았거든요.”



“부장님도요? 그럼, 누나한테 막 잔소리하고, 간섭하고 그랬어요?”







잔소리? 간섭?



어라? 이건 또 뭔 소리란 말이냐?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요? 동생이 오히려 잔소리를 하고 사생활을 간섭하고 그러나요?”



“......예. 마치 아빠라도 되는 것처럼 오히려 자기가 더 설쳐대는 걸요. 회사에서 늦거나 친구들을 만나서 늦게 들어가는 날에는 전화가 수십 통은 걸려 와요.”







이건, 아예 집착수준이로군.



가장의 부재로 인한 대리 책임감인가?







“누나가 너무 걱정이 되서 그런가 보죠.”



“그럴까요? 그런데 제가 늦게 들어오기라도 한 날이면, 다음 날 밥도 안 먹고, 아르바이트도 안 나가고, 얼마나 심통을 부리는지......”







듣고 보니, 김현숙 주임의 고민이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녀를 누나로서 사랑하는 수준을 넘어선 듯한데, 혹시 그녀는 어떤 생각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김주임은 동생이 어땠으면 좋겠는데요?”



“저야, 뭐. 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나중에 좋은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바램이죠. 동생이 잘 될 수 있다면, 제 인생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요? 김주임도 김주임의 인생을 살아야 하잖아요? 결혼도 해야 하고.”







결혼이라는 단어에서 그녀가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결혼 안 할래요. 부모님 장례식 때 약속드렸거든요. 동생 하나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강하게 거부하는 것을 보니, 호준의 예상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도 혹시 자신의 동생을 은연중에 남자로서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동생을 한번 만나 봐도 될까요? 같은 남자끼린 통하는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주실래요? 이럴 때 든든한 오빠가 한 명 있었다면 정말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좀 전의 침울했던 표정과 달리 그녀의 얼굴이 배꽃처럼 화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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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옷을 갈아입는 누나의 기척이 느껴졌을 때에도 정호는 잠이 깨어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잠든 척 했을 뿐이다.







“정호야! 밥 차려놨으니깐, 이따가 일어나서 아침밥 챙겨 먹어!”







현관문을 나서는 누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발자국 소리가 어지간히 멀어졌을 무렵, 그제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쳇. 그렇게 걱정되면 아예 출근도 하지 말지.”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나서, 제법 많은 금액의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누나는 전혀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미성년자였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금까지도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누나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할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몫을 분배해 준다면, 당장이라도 누나가 다니는 회사를 때려치우게 만들고 싶다.







뭣 하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산을 떠는 건지. 뭣 때문에 밤늦게까지 야근을 한답시고, 피곤한 일상을 사는 건지. 그까짓 회사 정도는 나가지 않아도 둘이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인데, 누나는 아무래도 자신과는 생각이 다른 게 분명하다.







“남자나 꼬셔보려는 수작이겠지.”







내가 그렇게 가만히 놔둘 것 같아? 어림없지.







학원을 때려치우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던 것은 누나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몫을 분배해주길 바랬던 때문인데, 멍청한 누나는 그저 울먹이기나 할 뿐, 도대체 자신의 마음을 영 몰라주는 것이 아닌가.







뱉은 말은 있고, 눈치 없는 누나는 더 이상 말리려는 생각도 없는 듯 하고, 어쩔 수 없이 재미없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랬는데, 큭. 큭.



설마, 이런 대박이 터질 줄이야.







한 달 전쯤인가? 꽉 찬 쓰레기통을 비우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사람 하나 없는 한산한 도로에서 검은 중형차 한 대가 청소부를 냅다 들이박는 현장을 목격했던 것이다.







죽지는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는데, 사고를 낸 중형차의 운전자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봐! 학생! 목격자라고는 자네밖에 없는 것 같은데, 우리 협상 좀 하지.”



“협상이요?”



“얼마면 될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마당에, 이런 나쁜 인간을 봤나.



정호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어있는 것을 본 중년남자가 피식 웃음을 짓더니,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알았어. 한 장이면 되지? 나중에 나한테 연락하면 바로 보내주지.”







한 장? 한 장이면 얼마를 얘기하는 거야? 십만 원? 백만 원?







자신의 흔들리는 눈빛을 알아챈 까닭이었는지, 중년의 남자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전화하면, 바로 천만 원 입금해 줄게.”







처, 천만 원이나?



갑자기 누나 현숙의 얼굴이 떠올랐고, 정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고 말았다.







“저, 저 사람은 요?”



조금은 양심에 찔렸던지라, 쓰러진 청소부를 가리키면서 턱짓을 보내자, 그가 걱정 말라는 듯이 정호의 어깨를 두들겼다.







“저쪽 공중전화로 가서 도로에 쓰러진 사람이 있다고, 119에 신고를 하고 끊어! 그럼 만사 오케이니깐. 유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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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만에 한 편 올리려니 뻘쭘해서 제 얘기나 조금 하죠^^



1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란연을 시작할 당시 직장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죠.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곳은 여직원이 단 한명도 없습니다. ㅠ.ㅠ.



(물론, 본사나 전국의 지사까지 통틀어서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상하관계가 워낙 강하다 보니, 툭 하면 재떨이가 날아다닐 분위기.



도대체, 못 견디겠더라 구요.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일을 할 순 없을까, 생각했던 이상향이



바로, 란연의 기본 골격이랍니다.







란연을 연재하면서, 나름의 직장위기도 넘겼고, 지금은 다른 지사로 발령 나서



마음이 많이 편해진 상태랍니다. 물론, 이곳도 여직원은 단 한명도 없지만ㅠ.ㅠ.







불경기에 다들 지치고 힘들겠지만,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좋을 일도 생기겠죠.







모두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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