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의 초대 -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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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무거웠고 가끔 나도모르게 하품을 하곤했는데 남이보면 외박한 티가 줄줄 흘렀을것이다.
띵똥~
은주에게서 멧세지가 도착했다.
[ 어젠 잘 들어갔어요?... 은주는 지금 일어났어요... 회사?................................. ]
머리속이 복잡했다. 은주를 만나고 사랑을 나눈게 바로 어젯밤의 일인데 마치 몇달이 지난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와 헤어진 후의 일이 더욱더 많고 복잡해서일까? 좀처럼 지난밤의 일과
현실이 똑똑하게 그려지질 않았다. 지수와의 있었던 일로 남자는 얼마든지 사악한 마음을 가질수 있다는걸 느꼈다. 아내를 등지고 다른 여자를 사랑한것도 죄악이지만 그사이에 또다른
여자를 품을수 있다는것에 더욱 놀랬다. 해가뜨고 해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주하기가 부끄러웠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결국 닫아버린 채 서랍속에 넣었다. 지금 양심으론 도저히 은주에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답장을 할 수가 없었다. 아내와는 또다른 형식적이었지만 아내에게는
의무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장실에가서 거칠게 세수를 했다.
"왠... 아침에 세수를 하세요?... 더우세요?................................................"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 직원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직원의 말투가 마치 외박했구나~ 하고 놀리는것처럼 들렸다. 화난 사람처럼 대꾸없이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내
자신에게 화가났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냥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자리에 돌아와 담배를 한대 물었다. 아직도 입에서 술냄새가 나는것 같았고 몸에선 낯선 여자의 냄새가 나는것 같아
참을수 없었다. 아니 그 냄새들을 다른 사람들이 맡을까 두려웠다. 엉덩이를 앞으로 빼 의자속에 몸을 깊이 파묻고 눈을 감았다. 지난밤의 일들이 차례대로 한컷씩 지나갔다.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눈독들일만한 여인네들을 하루밤에 번갈아 안았다. 남들이 보면 지독하게 운좋은 남자라고 할것이라 했겠지만 내 마음속의 생각은 달랐다. 사랑을 나누어 줄수
없는 그러면서도 두갈래 모두 애착이 가는건 무슨 마음인가 은주도 지수도 차마 거부하기엔 내게 너무나도 과분한 여인들이었다. 담뱃재가 부스스 바닥에 떨어져서 재떨이에 비벼끄 곤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이 상태에선 도저히 아무것도 집중할수 없었기에 헬스클럽에 가기로 마음먹고 지하로 내려갔다.
미친듯이 스쿼시 라켓을 휘둘렀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런닝머쉰을 탔다. 지수의 처음을 가진 책임감 은주의 사랑을 받으며 또 다른 여자를 품었다는 죄책감 등이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80도의 뜨거운 사우나에서 얼마를 있었는지 모른다. 온 몸이 벌겋게 익은걸 느끼고 밖으로 나와 찬물을 뒤집어 썼다. 뜨겁게 달궈진 대장간의 쇳덩어리처럼 내 몸이
퍼렇게 식는것 같았다. 어느정도 정신을 차려 농구장엘 들어갔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맟 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텅! 텅! 바닥을 튕기는 농구공소리 여기저기 울리는 외침소리 온 몸으로 쏟아내는 땀방울 젊은이들의 바쁜 율동을 한동안 보고있자니 정신이 맑아지는듯 했다. 그래 둘다 잊어버리자.
아내에게 더 이상 나쁜 신랑으로 남기 싫었고 쑥쑥 커가는 아들을 쳐다볼 용기가 없다면 여기서 그만 멈추어야 했다. 지난 며칠 동안은 다시 태어나기 위한 잠깐동안의 방황이라고 만
생각하자. 기나긴 터널을 뚫고나와 하늘을 본것처럼 맑게만 느껴졌다. 아내의 보조개 파인 얼굴이 떠올랐다. 어떤 상황에서든 날 믿으며 의지했고 잠시 좌절감에 빠졌을때도 전쟁터의
책사처럼 새로운 의견을 꺼내들며 위로하고 다독거려주던 아내였다.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 집으로 향했다. 내가 잘못했다. 다시는 당신 얼굴을 못 쳐다보는 행동은 하지않을께. 아들 현이의 해맑은 웃음이 생각났다. 내 입가에도 어느덧 미소가 번졌고
목소리가 듣고싶어져 전화기를 찾는 순간 눈 앞이 번쩍했다. 둔탁한 무언가가 내 이마를 때리고 가슴에는 묵직한것이 한없이 짓눌렀다. 정신을 잃는구나. 세상이 전부 까맣게만 보였다.
도로 한 옆에 누워있는 내가 보였다. 내가 나를 본건 처음이었다. 흔들어 일으켜주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웅성웅성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나를 건드려보기도 했고 말을 시키기도 했다. 한 남자는 어디론가 아주 다급하게 전화를 하는듯 했고 다른 남자는 자신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고 있었다. 내 차가 보였지만 본네트 부분이 어디론가 없어지고 반동가리만 남아있었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수도 없었고 생각하기도 싫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현상은 아주
단순하게 흘러지나가는 TV속 드라마 같이만 느껴졌다. 경찰과 엠블란스가 도착해 대원이 뛰어내려 다급히 내 상의를 찢고 여기저기를 만져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백색의 들것이 오고 내가 그 위에 실려졌다. 두 세 사람이 겨우 추스려 올려놓았고 이윽고 백색의 들것은 빨간색으로 변했다. 근처의 병원으로 엠블런스가 도착했고 내 몸은 얼굴까지
하얀천으로 몇 겹 쌓여 응급실 한쪽침대로 옮겨졌다. 내가 죽은건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숨쉬고 있는데 정녕 죽었단 말인가? 고개를 숙여 다리를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다. 팔을뻗어
얼굴을 만지려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머리속의 생각이 확연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내는 어떡하지? 현이는 누가 돌보지. 잠시 후 아내가 뛰어들어왔다.
내 몸 앞에서 나를 붙들고 울부짖으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니 들어오기 전부터 아내의 얼굴은 피빛이 거의 없어 보였다. 아내에게 손을 뻗어 잡아보려 했지만 그 어떤것도 내 손에
만져지질 않았다. 진짜 죽은거야. 박이사님이 급하게 뛰어들어오다 오열하는 아내를 발견하곤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이건 아닌데 아직 할일이 남았는데 아내에게도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지금 해야하는데 눈물이 흐르는듯 했다. 아니 아내보다 내가 더욱 슬퍼 눈물이 나는것 같았다. 누워있는 내 몸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만신창이가 된 내 얼굴을 쓰다듬던
아내가 내 눈가에 흐른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박이사님이 아내를 부축해 밖으로 나가려했지만 뿌리치고 울부짖으며 계속 내 몸을 닦아주었다. 닦아도 닦아도 흘러나오는 핏물때문에
아내의 손수건은 핏물이 뚝뚝 흘렀다.
시간개념이 느껴지질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할수없어 대기실 복도 의자에서 쪼그려 울다 지쳐잠든 아내 옆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윤실장과 사모님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황급히들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복도 의자에 쪼그려앉은 아내를 보지못하고 내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윤실장의 아주 황당한 표정과 사모님의 처절한 울음소리 뒤로 입을 가린 채 소리죽여
흐느끼는 은주의 모습이 보였다. 은주야 은주야 백번도 더 불러봤지만 입에서 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보고싶은 얼굴이었지만 여기까지 오리라곤 생각 못 했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개념조차 없었기에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반가웠다. 입을 가린 손에 내가 끼워준 반지가
보였다. 태어나서 아내 외에 다른 여자에겐 처음으로 준 사랑의 표시였다. 눈 앞이 흐멀흐멀 뿌예진다. 태양보다 밝은 빛이 머리 위에 쏟아지더니 내 몸도 아내도 은주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변해간다. 이제 가야할 시간인가? 작별 인사는 해야할텐데 왈칵 그리움이 쏟아졌다. 아내의 얼굴도 은주의 모습도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았다. 낯선 사내들의 모습이
보이고 평온한 얼굴을 띄며 내게 손짓한다. 서서히 두 눈이 감긴다.
미운 사람 이제겨우 사람을 사랑할줄 알게 되었는데 오빠는 어디에 가셨어요. 내 맘 깊이 흔적을 남겨두고 혼자 가시면 어떡하라구요. 아직도 내 몸엔 오빠의 체취로 가득하기만 한데
어제 오빠의 부서진 몸을 보고 내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졌어요.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오빠를 생각하면 오빠의 그림자만 봐도 은주는 행복했고 그리워서
견딜수가 없는데 그렇게 혼자만 가면 어떡하라구요. 내가 이토록 오빠를 사랑하는걸 알면 혼자 가면 안되자나.....
어젯밤엔 울다울다 잠이들고 꿈속에서 하얀 옷을 입은 오빠를 봤어요. 내 손을 잡아주며 그토록 환하게 웃으면 은주가 어떡하라구요. 오빠를 쫒아가며 울부짖었지만 오빠는 마냥 웃기만
했어요. 하지만 이제 울지 않기로 했어요. 영원히 오빠곁에 머물수 있으니까요. 그리운 사람....... 은주도 오빠 곁으로 따라갈래. 어쩌면 오빠가 현명하게 선택한거 같아. 나를 영원히
가질수 있자나? 후훗.... 나도 오빠를 독차지 할수있을거구.
조금 이따가 봐요. 오빠가 흰옷을 입고 있었으니까 나도 오빠가 예쁘다고 했던 흰색 원피스 입고 갈께요. 그리고 반지도 꼭 끼고 갈께요. 그 반지가 오빠와 나의 영혼을 묶어주리라고
믿어요. 그동안 은주를 이뻐해주고 보듬어주셔서 고마워요. 사랑을 알게해 줘서 고맙구요......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너무 보고싶어요...... 오빠... 사랑해요... 사랑해요 내사랑......
"9시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낮 12시경 성북동의 한 가정주택에서 이집 큰딸인 34살 강모씨가 자택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을매 숨졌습니다... 처음 목격한 가정부 김씨의 말에
따르면... 강씨가 화장실안에서 어디론가 전화통화를 하곤 한동안 인기척이 없어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화장실 문고리에 스카프로 목을메 숨져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특별한 자살
이유가 없었다는 가족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외국에서 오래살다 돌아온 귀국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날로 급증하는 자살이 우리사회에................"
전화가 [딸깍] 끊겼다.
띵똥~
은주에게서 멧세지가 도착했다.
[ 어젠 잘 들어갔어요?... 은주는 지금 일어났어요... 회사?................................. ]
머리속이 복잡했다. 은주를 만나고 사랑을 나눈게 바로 어젯밤의 일인데 마치 몇달이 지난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와 헤어진 후의 일이 더욱더 많고 복잡해서일까? 좀처럼 지난밤의 일과
현실이 똑똑하게 그려지질 않았다. 지수와의 있었던 일로 남자는 얼마든지 사악한 마음을 가질수 있다는걸 느꼈다. 아내를 등지고 다른 여자를 사랑한것도 죄악이지만 그사이에 또다른
여자를 품을수 있다는것에 더욱 놀랬다. 해가뜨고 해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주하기가 부끄러웠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결국 닫아버린 채 서랍속에 넣었다. 지금 양심으론 도저히 은주에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답장을 할 수가 없었다. 아내와는 또다른 형식적이었지만 아내에게는
의무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장실에가서 거칠게 세수를 했다.
"왠... 아침에 세수를 하세요?... 더우세요?................................................"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 직원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직원의 말투가 마치 외박했구나~ 하고 놀리는것처럼 들렸다. 화난 사람처럼 대꾸없이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내
자신에게 화가났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냥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자리에 돌아와 담배를 한대 물었다. 아직도 입에서 술냄새가 나는것 같았고 몸에선 낯선 여자의 냄새가 나는것 같아
참을수 없었다. 아니 그 냄새들을 다른 사람들이 맡을까 두려웠다. 엉덩이를 앞으로 빼 의자속에 몸을 깊이 파묻고 눈을 감았다. 지난밤의 일들이 차례대로 한컷씩 지나갔다.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눈독들일만한 여인네들을 하루밤에 번갈아 안았다. 남들이 보면 지독하게 운좋은 남자라고 할것이라 했겠지만 내 마음속의 생각은 달랐다. 사랑을 나누어 줄수
없는 그러면서도 두갈래 모두 애착이 가는건 무슨 마음인가 은주도 지수도 차마 거부하기엔 내게 너무나도 과분한 여인들이었다. 담뱃재가 부스스 바닥에 떨어져서 재떨이에 비벼끄 곤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이 상태에선 도저히 아무것도 집중할수 없었기에 헬스클럽에 가기로 마음먹고 지하로 내려갔다.
미친듯이 스쿼시 라켓을 휘둘렀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런닝머쉰을 탔다. 지수의 처음을 가진 책임감 은주의 사랑을 받으며 또 다른 여자를 품었다는 죄책감 등이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80도의 뜨거운 사우나에서 얼마를 있었는지 모른다. 온 몸이 벌겋게 익은걸 느끼고 밖으로 나와 찬물을 뒤집어 썼다. 뜨겁게 달궈진 대장간의 쇳덩어리처럼 내 몸이
퍼렇게 식는것 같았다. 어느정도 정신을 차려 농구장엘 들어갔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맟 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텅! 텅! 바닥을 튕기는 농구공소리 여기저기 울리는 외침소리 온 몸으로 쏟아내는 땀방울 젊은이들의 바쁜 율동을 한동안 보고있자니 정신이 맑아지는듯 했다. 그래 둘다 잊어버리자.
아내에게 더 이상 나쁜 신랑으로 남기 싫었고 쑥쑥 커가는 아들을 쳐다볼 용기가 없다면 여기서 그만 멈추어야 했다. 지난 며칠 동안은 다시 태어나기 위한 잠깐동안의 방황이라고 만
생각하자. 기나긴 터널을 뚫고나와 하늘을 본것처럼 맑게만 느껴졌다. 아내의 보조개 파인 얼굴이 떠올랐다. 어떤 상황에서든 날 믿으며 의지했고 잠시 좌절감에 빠졌을때도 전쟁터의
책사처럼 새로운 의견을 꺼내들며 위로하고 다독거려주던 아내였다.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 집으로 향했다. 내가 잘못했다. 다시는 당신 얼굴을 못 쳐다보는 행동은 하지않을께. 아들 현이의 해맑은 웃음이 생각났다. 내 입가에도 어느덧 미소가 번졌고
목소리가 듣고싶어져 전화기를 찾는 순간 눈 앞이 번쩍했다. 둔탁한 무언가가 내 이마를 때리고 가슴에는 묵직한것이 한없이 짓눌렀다. 정신을 잃는구나. 세상이 전부 까맣게만 보였다.
도로 한 옆에 누워있는 내가 보였다. 내가 나를 본건 처음이었다. 흔들어 일으켜주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웅성웅성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나를 건드려보기도 했고 말을 시키기도 했다. 한 남자는 어디론가 아주 다급하게 전화를 하는듯 했고 다른 남자는 자신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고 있었다. 내 차가 보였지만 본네트 부분이 어디론가 없어지고 반동가리만 남아있었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수도 없었고 생각하기도 싫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현상은 아주
단순하게 흘러지나가는 TV속 드라마 같이만 느껴졌다. 경찰과 엠블란스가 도착해 대원이 뛰어내려 다급히 내 상의를 찢고 여기저기를 만져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백색의 들것이 오고 내가 그 위에 실려졌다. 두 세 사람이 겨우 추스려 올려놓았고 이윽고 백색의 들것은 빨간색으로 변했다. 근처의 병원으로 엠블런스가 도착했고 내 몸은 얼굴까지
하얀천으로 몇 겹 쌓여 응급실 한쪽침대로 옮겨졌다. 내가 죽은건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숨쉬고 있는데 정녕 죽었단 말인가? 고개를 숙여 다리를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다. 팔을뻗어
얼굴을 만지려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머리속의 생각이 확연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내는 어떡하지? 현이는 누가 돌보지. 잠시 후 아내가 뛰어들어왔다.
내 몸 앞에서 나를 붙들고 울부짖으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니 들어오기 전부터 아내의 얼굴은 피빛이 거의 없어 보였다. 아내에게 손을 뻗어 잡아보려 했지만 그 어떤것도 내 손에
만져지질 않았다. 진짜 죽은거야. 박이사님이 급하게 뛰어들어오다 오열하는 아내를 발견하곤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이건 아닌데 아직 할일이 남았는데 아내에게도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지금 해야하는데 눈물이 흐르는듯 했다. 아니 아내보다 내가 더욱 슬퍼 눈물이 나는것 같았다. 누워있는 내 몸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만신창이가 된 내 얼굴을 쓰다듬던
아내가 내 눈가에 흐른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박이사님이 아내를 부축해 밖으로 나가려했지만 뿌리치고 울부짖으며 계속 내 몸을 닦아주었다. 닦아도 닦아도 흘러나오는 핏물때문에
아내의 손수건은 핏물이 뚝뚝 흘렀다.
시간개념이 느껴지질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할수없어 대기실 복도 의자에서 쪼그려 울다 지쳐잠든 아내 옆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윤실장과 사모님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황급히들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복도 의자에 쪼그려앉은 아내를 보지못하고 내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윤실장의 아주 황당한 표정과 사모님의 처절한 울음소리 뒤로 입을 가린 채 소리죽여
흐느끼는 은주의 모습이 보였다. 은주야 은주야 백번도 더 불러봤지만 입에서 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보고싶은 얼굴이었지만 여기까지 오리라곤 생각 못 했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개념조차 없었기에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반가웠다. 입을 가린 손에 내가 끼워준 반지가
보였다. 태어나서 아내 외에 다른 여자에겐 처음으로 준 사랑의 표시였다. 눈 앞이 흐멀흐멀 뿌예진다. 태양보다 밝은 빛이 머리 위에 쏟아지더니 내 몸도 아내도 은주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변해간다. 이제 가야할 시간인가? 작별 인사는 해야할텐데 왈칵 그리움이 쏟아졌다. 아내의 얼굴도 은주의 모습도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았다. 낯선 사내들의 모습이
보이고 평온한 얼굴을 띄며 내게 손짓한다. 서서히 두 눈이 감긴다.
미운 사람 이제겨우 사람을 사랑할줄 알게 되었는데 오빠는 어디에 가셨어요. 내 맘 깊이 흔적을 남겨두고 혼자 가시면 어떡하라구요. 아직도 내 몸엔 오빠의 체취로 가득하기만 한데
어제 오빠의 부서진 몸을 보고 내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졌어요.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오빠를 생각하면 오빠의 그림자만 봐도 은주는 행복했고 그리워서
견딜수가 없는데 그렇게 혼자만 가면 어떡하라구요. 내가 이토록 오빠를 사랑하는걸 알면 혼자 가면 안되자나.....
어젯밤엔 울다울다 잠이들고 꿈속에서 하얀 옷을 입은 오빠를 봤어요. 내 손을 잡아주며 그토록 환하게 웃으면 은주가 어떡하라구요. 오빠를 쫒아가며 울부짖었지만 오빠는 마냥 웃기만
했어요. 하지만 이제 울지 않기로 했어요. 영원히 오빠곁에 머물수 있으니까요. 그리운 사람....... 은주도 오빠 곁으로 따라갈래. 어쩌면 오빠가 현명하게 선택한거 같아. 나를 영원히
가질수 있자나? 후훗.... 나도 오빠를 독차지 할수있을거구.
조금 이따가 봐요. 오빠가 흰옷을 입고 있었으니까 나도 오빠가 예쁘다고 했던 흰색 원피스 입고 갈께요. 그리고 반지도 꼭 끼고 갈께요. 그 반지가 오빠와 나의 영혼을 묶어주리라고
믿어요. 그동안 은주를 이뻐해주고 보듬어주셔서 고마워요. 사랑을 알게해 줘서 고맙구요......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너무 보고싶어요...... 오빠... 사랑해요... 사랑해요 내사랑......
"9시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낮 12시경 성북동의 한 가정주택에서 이집 큰딸인 34살 강모씨가 자택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을매 숨졌습니다... 처음 목격한 가정부 김씨의 말에
따르면... 강씨가 화장실안에서 어디론가 전화통화를 하곤 한동안 인기척이 없어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화장실 문고리에 스카프로 목을메 숨져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특별한 자살
이유가 없었다는 가족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외국에서 오래살다 돌아온 귀국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날로 급증하는 자살이 우리사회에................"
전화가 [딸깍]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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