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 3부6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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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아아…”
굳어 있는 몸에서 천천히 힘이 빠져 나갔다.
“쌌나? 어때? 만족했지?”
“아.. 아니에요.. “
엎드린채로 전화의 저쪽에 있는 지훈에게 속삭였다.
“뭐라고? 잘 안들려”
“가.. 갖고 싶어요..지훈이 거.. 지훈이 자지가.. 피.. 필요해요..”
“푸후훗! 아주 제대로 빠졌구만.. 씨발년.. 이제 알겠어? 네 몸은 이제 나 없이는 만족 못한다는 거.. 넌 이제 나 없이는 못산다고”
“제..제발.. 부탁이에요..”
파도가 빠져나가는 듯이 스스로 만들어낸 쾌감에서 빠져나오자 더 강한 쾌감에 대한 열망만이 넘쳐났다. 지훈에 의해서 개발된 만족을 모르는 육체는 더 강한 느낌을 원하고 있었다. 이제 막 절정을 경험했음에도 또 다시 몸은 달구어져가고 있었다. 어중간했던 절정이 오히려 의식을 잃을정도로 강한 느낌을 알고 있는 유미의 정욕에 불을 지폈다.
“그래? 그렇게 하고 싶으면 나와”
기다리고 있던 말이었다.
“그런데 말야.. 오늘은 안보낼 거야.. 내 지시가 아니라 네 뜻대로 정하도록 해. 네가 원해서 네가 결정하고 나한테 안기러 오도록 하라고”
유미가 대답하기 전에 지훈이 덧붙였다.
“아 맞다. 집에 가지 않으면 그 병신새끼가 걱정하겠지? 그러니까 네가 먼저 얘기 해놓고 와. 나한테로 가서 자고 오겠다고. 나한테 안기고 오겠습니다 하고 말야 하하하하.. 제대로 얘기하고 오면 상으로 아침까지 잔뜩 귀여워 해줄게. 언제나처럼 미칠 정도로 느끼게 만들어 줄게”
유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전화는 끊어졌다.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 흐트러진 옷을 고쳐 입었다.
외출을 해버리면 또 다시 희성이에게 상처를주게 되는 일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몸을 일으켜 핸드백을 들고 조종이라도 당하는 듯이 현관을 향했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멈추지 않으면… 하지만…
잠금을 풀고 손잡이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희성이 서 있었다. 눈 앞에 남자 친구가 서 있었다.
“희.. 희성아…”
“아.. 있었구나… 참 그동안 고마웠어.. 청소라던가…”
희성이는 평소와 같이 이야기하려고 애를 썼다.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친 일이라던지, 몇번이고 심한 상처를 받았던 기억 등을 억지로 감추고 있는 남자친구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도 눈이 부셔 유미는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좀 앉아봐. 커피 타줄게..”
“아.. 네,,”
원래의 유미였다면 ‘응!’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터였다. 동격이 아닌 복종의 언어로 대답을 하고 마는 유미를 보고 지훈이에 의해서 달라지고 만 두 사람의 관계를 새삼 깨닫고는 희성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이렇게 둘이 이야기 해보는 거… 참 오랜만이다…”
“그러네…”
식탁에 앉았다. 조금전까지만 하더라도 명령받은대로 자위에 몰두하던 그 식탁에 앉은 유미는 좀처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치밀어 오르는 죄책감 때문에 희성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저 짧은 대답뿐이었다. 대화가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고민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렇게 고민만 해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우선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렇게 해서 유미를…
“… 유미야.. 있잖아…”
“…응?”
여전히 유미는 테이블 저쪽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 자고 가지 않을래…?”
유미는 살짝 몸을 떨었다. 이윽고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지.. 지훈이네…가야.. 해.. 오늘은.. 그.. 그러니까.. 그… 그 사람 하고의 날이니까…. 내일… 올게… 미..안..”
“그.. 그랬니? 그..렇구나..”
또 다시 침묵이 찾아오고 유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내일… 미안…”
핸드백을 들고 현관을 향하는 유미의 빨간 리본으로 묶인 긴 머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친구의 시선을 피하는 것처럼 돌아보지도 않고 신발을 신고 손잡이를 잡았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희성은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유미를 그냥 보내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이대로 유미를 보내버린다면 두번 다시… 그저 그 생각만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못 보내! 그런 자식한테.. 안보낼 거야”
희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유미에게로 달려가 뒤에서 유미를 안으려고 두 팔을 뻗었다. 어깨에 손이 닿았다.
“싫어! 안돼! 손대지 말아줘”
유미는 그렇게 소리치며 희성의 손을 뿌리치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이 주저앉아 버렸다.
“왜.. 왜 그래 유미야…?”
다시한번 거부당하고 말았다. 그저 멍하니 유미를 내려다 보며 왜냐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미안.. 미안해.. 하지만.. 안돼..”
유미 역시 그저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다.
“그 자식 때문에 그래? 그렇게.. 그 자식이 좋은 거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유미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몇번이고 고개만을 젓고 있었다.
“그…럼.. 왜…?”
주저앉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유미를 희성은 가만히 안아주었다. 유미의 새로운 거부는 더 이상 없었다.
“유미야…?”
희성은 유미의 옷 아래로 느껴지는 이물감에 손을 떼고 말았다. 유미는 그제서야 결심을 한 듯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그게…?”
희성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유미는 바지까지 벗은 후 희성이 앞에 알몸을 드러내었다. 지훈이가 새겨놓은 계명을 희성이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비칠듯이 투명한 하얀 피부를 강조라도 하듯이 빨간 로프가 몸을 감고 있었다. 소위 이야기 하는 SM의 구속이었다. 몇겹으로 가슴을 둘러서 사타구니까지 매듭지어진 빨간 로프는 유미의 새하얀 살결을 파고 들고 있었다. 가녀린 허리는 물론 온몸을 그렇게 빨간 로프가 휘감고 있었다.
“이.. 이 따위 짓을…”
유미의 목에는 검정색 가죽 목줄이 지훈에게의 복종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채워져 있었다. 혼자서는 풀지 못하도록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는 상태였다. 목이 올라오는 스웨터를 입고 있었던 것도 그 목줄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개.. 자식.. 이 따위 짓을 하고도…”
거기에 더해서 온몸에 매직으로 낙서가 되어 있었다. 가슴에는 ‘음란한 년’ ‘개변태’라는 글씨가, 복부에는 ‘자지를 밝히는년’ ‘똥구멍으로도 싸는 년’ 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배꼽 아래로 눈을 돌리자 보지털 마저 깨끗하게 면도가 되어져 있었고, 같은 글씨로 ‘내 전용 좆물받이’라고 굵게 쓰여져 있었다. 오른쪽 허벅지 안쪽으로는 날짜가 있었고, 왼쪽 허벅지 안쪽에는 바를 정자가 새겨져 있었다. 4개의 바를 정자와 3획이 그어져 있었다. 유미를 돌려 세워보니 ‘병신 새끼.. 내 여자 몸에 손 대지 마’라는 글씨가 거칠게 쓰여져 있었다.
“이… 이런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여러가지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내 몸 같지가 않아… 나… 더럽혀 졌거든…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거든…”
이날 처음으로 희성을 향해 마주 보고 있었다. 진한 화장에 어울리지 않는 약해 보이는 눈으로 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사실은.. 그 사람한테 안기러 가려고 하는 중이었어… 그 사람한테…. 이렇게.. 야하게 화장을 하고.. 안기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거기까지 이야기한 유미가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희성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니야… 더 이상… 나… 이런 내가… 더럽지…? 희성이가 그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미.. 미안해…”
목소리가 갈라져서 떨리고 있었다.
“내가.. 나빴어… 희성이를 믿지 못했었으니까… 희성이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말아서… 미안해… 나 때문에.. 힘들게 해서…”
현관 앞 마루에 주저 않아 머리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무릎을 꿇고 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를.. 미워해도 괜찮아.. 아.. 아니야.. 미워 하도록 해… 그렇게 하면 희성이는.. 힘들지 않아도 되니까… 더 이상.. 희성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를… 차라리..”
“유미는 하나도 더럽지 않아!”
희성은 유미를 강하게 안았다. 자신의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부드럽게 하지만 강하게 유미를 끌어 안았다.
“나한테 제일 힘든 건.. 유미를 잃어버리는 거야…”
유미는 그렇게 심한 일을 당했어도.. 유미 자신 보다 희성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희성이 역시 유미와 이어진 육체의 끈 보다는 마음의 끈을 더 믿고 있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희.. 희성아.. 이런.. 이런 날… 안아주는 거야?”
“’이런’이라니.. 유미는 단 하나뿐인 내 소중한 사람이야. 내 마음은 전혀 변하질 않았는 걸?”
유미를 지키고 싶었다. 더 이상 힘들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희성은 유미를 안은채 로프를 풀기 시작했다.
“희.. 희성아..”
“더 이상 그 자식한테는 가지 않아도 돼. 내가 유미 옆에 있잖아”
희성은 다시 한번 유미를 힘주어 안았다.
목줄은 풀어내지 못했지만 몸에 쓰여 있던 낙서는 희성이 조심스럽게 지우고 씻어내었다. 제법 엷어졌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두 사람은 침대 안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희성의 팔 안에서 유미는 어린아이처럼 포근히 안겨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이렇게 했어야 했었다…. 희성은 유미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희성아.. 좀 마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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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 있는 몸에서 천천히 힘이 빠져 나갔다.
“쌌나? 어때? 만족했지?”
“아.. 아니에요.. “
엎드린채로 전화의 저쪽에 있는 지훈에게 속삭였다.
“뭐라고? 잘 안들려”
“가.. 갖고 싶어요..지훈이 거.. 지훈이 자지가.. 피.. 필요해요..”
“푸후훗! 아주 제대로 빠졌구만.. 씨발년.. 이제 알겠어? 네 몸은 이제 나 없이는 만족 못한다는 거.. 넌 이제 나 없이는 못산다고”
“제..제발.. 부탁이에요..”
파도가 빠져나가는 듯이 스스로 만들어낸 쾌감에서 빠져나오자 더 강한 쾌감에 대한 열망만이 넘쳐났다. 지훈에 의해서 개발된 만족을 모르는 육체는 더 강한 느낌을 원하고 있었다. 이제 막 절정을 경험했음에도 또 다시 몸은 달구어져가고 있었다. 어중간했던 절정이 오히려 의식을 잃을정도로 강한 느낌을 알고 있는 유미의 정욕에 불을 지폈다.
“그래? 그렇게 하고 싶으면 나와”
기다리고 있던 말이었다.
“그런데 말야.. 오늘은 안보낼 거야.. 내 지시가 아니라 네 뜻대로 정하도록 해. 네가 원해서 네가 결정하고 나한테 안기러 오도록 하라고”
유미가 대답하기 전에 지훈이 덧붙였다.
“아 맞다. 집에 가지 않으면 그 병신새끼가 걱정하겠지? 그러니까 네가 먼저 얘기 해놓고 와. 나한테로 가서 자고 오겠다고. 나한테 안기고 오겠습니다 하고 말야 하하하하.. 제대로 얘기하고 오면 상으로 아침까지 잔뜩 귀여워 해줄게. 언제나처럼 미칠 정도로 느끼게 만들어 줄게”
유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전화는 끊어졌다.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 흐트러진 옷을 고쳐 입었다.
외출을 해버리면 또 다시 희성이에게 상처를주게 되는 일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몸을 일으켜 핸드백을 들고 조종이라도 당하는 듯이 현관을 향했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멈추지 않으면… 하지만…
잠금을 풀고 손잡이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희성이 서 있었다. 눈 앞에 남자 친구가 서 있었다.
“희.. 희성아…”
“아.. 있었구나… 참 그동안 고마웠어.. 청소라던가…”
희성이는 평소와 같이 이야기하려고 애를 썼다.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친 일이라던지, 몇번이고 심한 상처를 받았던 기억 등을 억지로 감추고 있는 남자친구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도 눈이 부셔 유미는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좀 앉아봐. 커피 타줄게..”
“아.. 네,,”
원래의 유미였다면 ‘응!’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터였다. 동격이 아닌 복종의 언어로 대답을 하고 마는 유미를 보고 지훈이에 의해서 달라지고 만 두 사람의 관계를 새삼 깨닫고는 희성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이렇게 둘이 이야기 해보는 거… 참 오랜만이다…”
“그러네…”
식탁에 앉았다. 조금전까지만 하더라도 명령받은대로 자위에 몰두하던 그 식탁에 앉은 유미는 좀처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치밀어 오르는 죄책감 때문에 희성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저 짧은 대답뿐이었다. 대화가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고민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렇게 고민만 해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우선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렇게 해서 유미를…
“… 유미야.. 있잖아…”
“…응?”
여전히 유미는 테이블 저쪽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 자고 가지 않을래…?”
유미는 살짝 몸을 떨었다. 이윽고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지.. 지훈이네…가야.. 해.. 오늘은.. 그.. 그러니까.. 그… 그 사람 하고의 날이니까…. 내일… 올게… 미..안..”
“그.. 그랬니? 그..렇구나..”
또 다시 침묵이 찾아오고 유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내일… 미안…”
핸드백을 들고 현관을 향하는 유미의 빨간 리본으로 묶인 긴 머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친구의 시선을 피하는 것처럼 돌아보지도 않고 신발을 신고 손잡이를 잡았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희성은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유미를 그냥 보내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이대로 유미를 보내버린다면 두번 다시… 그저 그 생각만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못 보내! 그런 자식한테.. 안보낼 거야”
희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유미에게로 달려가 뒤에서 유미를 안으려고 두 팔을 뻗었다. 어깨에 손이 닿았다.
“싫어! 안돼! 손대지 말아줘”
유미는 그렇게 소리치며 희성의 손을 뿌리치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이 주저앉아 버렸다.
“왜.. 왜 그래 유미야…?”
다시한번 거부당하고 말았다. 그저 멍하니 유미를 내려다 보며 왜냐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미안.. 미안해.. 하지만.. 안돼..”
유미 역시 그저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다.
“그 자식 때문에 그래? 그렇게.. 그 자식이 좋은 거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유미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몇번이고 고개만을 젓고 있었다.
“그…럼.. 왜…?”
주저앉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유미를 희성은 가만히 안아주었다. 유미의 새로운 거부는 더 이상 없었다.
“유미야…?”
희성은 유미의 옷 아래로 느껴지는 이물감에 손을 떼고 말았다. 유미는 그제서야 결심을 한 듯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그게…?”
희성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유미는 바지까지 벗은 후 희성이 앞에 알몸을 드러내었다. 지훈이가 새겨놓은 계명을 희성이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비칠듯이 투명한 하얀 피부를 강조라도 하듯이 빨간 로프가 몸을 감고 있었다. 소위 이야기 하는 SM의 구속이었다. 몇겹으로 가슴을 둘러서 사타구니까지 매듭지어진 빨간 로프는 유미의 새하얀 살결을 파고 들고 있었다. 가녀린 허리는 물론 온몸을 그렇게 빨간 로프가 휘감고 있었다.
“이.. 이 따위 짓을…”
유미의 목에는 검정색 가죽 목줄이 지훈에게의 복종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채워져 있었다. 혼자서는 풀지 못하도록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는 상태였다. 목이 올라오는 스웨터를 입고 있었던 것도 그 목줄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개.. 자식.. 이 따위 짓을 하고도…”
거기에 더해서 온몸에 매직으로 낙서가 되어 있었다. 가슴에는 ‘음란한 년’ ‘개변태’라는 글씨가, 복부에는 ‘자지를 밝히는년’ ‘똥구멍으로도 싸는 년’ 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배꼽 아래로 눈을 돌리자 보지털 마저 깨끗하게 면도가 되어져 있었고, 같은 글씨로 ‘내 전용 좆물받이’라고 굵게 쓰여져 있었다. 오른쪽 허벅지 안쪽으로는 날짜가 있었고, 왼쪽 허벅지 안쪽에는 바를 정자가 새겨져 있었다. 4개의 바를 정자와 3획이 그어져 있었다. 유미를 돌려 세워보니 ‘병신 새끼.. 내 여자 몸에 손 대지 마’라는 글씨가 거칠게 쓰여져 있었다.
“이… 이런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여러가지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내 몸 같지가 않아… 나… 더럽혀 졌거든…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거든…”
이날 처음으로 희성을 향해 마주 보고 있었다. 진한 화장에 어울리지 않는 약해 보이는 눈으로 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사실은.. 그 사람한테 안기러 가려고 하는 중이었어… 그 사람한테…. 이렇게.. 야하게 화장을 하고.. 안기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거기까지 이야기한 유미가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희성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니야… 더 이상… 나… 이런 내가… 더럽지…? 희성이가 그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미.. 미안해…”
목소리가 갈라져서 떨리고 있었다.
“내가.. 나빴어… 희성이를 믿지 못했었으니까… 희성이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말아서… 미안해… 나 때문에.. 힘들게 해서…”
현관 앞 마루에 주저 않아 머리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무릎을 꿇고 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를.. 미워해도 괜찮아.. 아.. 아니야.. 미워 하도록 해… 그렇게 하면 희성이는.. 힘들지 않아도 되니까… 더 이상.. 희성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를… 차라리..”
“유미는 하나도 더럽지 않아!”
희성은 유미를 강하게 안았다. 자신의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부드럽게 하지만 강하게 유미를 끌어 안았다.
“나한테 제일 힘든 건.. 유미를 잃어버리는 거야…”
유미는 그렇게 심한 일을 당했어도.. 유미 자신 보다 희성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희성이 역시 유미와 이어진 육체의 끈 보다는 마음의 끈을 더 믿고 있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희.. 희성아.. 이런.. 이런 날… 안아주는 거야?”
“’이런’이라니.. 유미는 단 하나뿐인 내 소중한 사람이야. 내 마음은 전혀 변하질 않았는 걸?”
유미를 지키고 싶었다. 더 이상 힘들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희성은 유미를 안은채 로프를 풀기 시작했다.
“희.. 희성아..”
“더 이상 그 자식한테는 가지 않아도 돼. 내가 유미 옆에 있잖아”
희성은 다시 한번 유미를 힘주어 안았다.
목줄은 풀어내지 못했지만 몸에 쓰여 있던 낙서는 희성이 조심스럽게 지우고 씻어내었다. 제법 엷어졌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두 사람은 침대 안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희성의 팔 안에서 유미는 어린아이처럼 포근히 안겨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이렇게 했어야 했었다…. 희성은 유미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희성아.. 좀 마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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