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야설

여승무원, 연인, 여자 -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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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다.



토요일...아직 오전인데 차는 별로 없다.







차창 밖에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기분이 상쾌하다.







회사든 어디든 꼭 주기가 있는 법이다.



좋았다 나빠졌다...



일이 잘 풀리다가도 또 뜻대로 풀리지 않게 되고...







보통 2주 정도가 주기가 아닐까?



내 경험으로는 그 시점을 중심으로 컨디션의 좋고 나쁨이 교차되는 것 같던데...







사실 지난 주는 별로 일진이 좋지 않았다.



업무도 많아서 심신이 피곤했다.



하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해서 또다시 좋은 쪽으로 풀려나가겠지...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혜미는 좌석 등받이에 편안한 자세로 몸을 푹 파묻고 앉아있다.







혜미는 특히 푹 파묻히듯이 앉는 걸 좋아하나 보다.







예쁜 유니폼을 입은 채로 눈을 감고 의자에 푹 파묻히듯이 앉아있는 혜미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대다수 남자들이 틀림없이 속으로 은밀한 생각을 품게 될 것이다.







그건 결코 남자들의 잘못만은 아니겠지.



오히려 혜미 자기자신의 잘못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그렇게 예쁘게 잘생기라고 했던가?







혜미는 눈을 감고 있다.



또 다시 지친 몸을 이끌고 귀국하니 업무로 인해 팽배하던 긴장감이 일순에 풀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땅콩 한 알을 집어서 입에 넣고 아그작 아그작 씹었다.



고소하다.







나는 생땅콩을 삶아서 껍질을 벗겨먹는게 더 맛있더라.



흠...하지만 이것도 기내에서 먹을 때는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긴 하지.







땅콩을 씹으면서는 오로지 땅콩에 관한 것만 생각한다.



그러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대상인 사물에 대한 의미도 곱씹을 수 있지...







왜 이런 쓸데 없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아무튼 내가 생각해도 나는 엉뚱한 면이 많은 놈이다.



여자들 꼬시는 일에 전념하면서부터는 점점 이상하게 변해간다.







또 한 알을 집어들고 입에 넣었다.







“혼자 먹으니까 맛있어요?”







혜미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온다.







살짝 눈길을 돌려보니 혜미가 날 바라보고 있다.







얼른 땅콩 한 알을 집어 “아~!”하고 혜미의 입에 건네준다.







혜미가 입을 벌리더니 내 손가락까지 함께 자신의 입 속으로 넣더니!!! 땅콩만 쏘옥~홅아간다.







허허~이것봐라...도발적인데...!!!







살짝 눈길을 돌려보니 눈을 게슴츠레 뜨고선 입을 삐죽 장난스럽게 내민 채 땅콩을 아그작아그작 씹고 있다.



귀엽기도 하고 섹시하기도 하다.







“풋~!^^”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살짝 튀어나온다.







“너무 맛있어서 웃음이 다 나와요?”







혜미가 킥킥 거리며 물어온다.







“기분 좋은 일 있니?”







연이어지는 그녀의 장난기에 즐거워진 내가 웃으며 물어본다.







“있을까 없을까...어느 쪽일까요?”







“당연히 기분 좋겠지.”







“어떻게 알아요?”







“차는 시원하게 달리고 좌석은 편안하고 곁에는 잘생긴 운전기사까지 두고 있으니...



거기에 고소한 땅콩까지...기분 좋잖아?”







“우웩~!”







“허걱~! 우웩이라니...”







“잘생긴 운전기사....그건 아니라고 봐.”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야.”







“골라가며 살아갈 수 있는 시장경제 체제인데 뭐가 어때서요?”







“우와~시장경제...그건 어디서 배웠니?”







“왜 이래요? 나도 사회인이에요.”







“죽은 시인의 사회?”







“썰렁해...”







이런 젠장, 내가 졌다 -_-;;;



내가 미쳤지...어쩌자고 이런 썰렁하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혜미가 신고있던 구두를 벗는다. 스타킹을 신은 맨발이 되었다.







“발 아프니?”







“답답해서요.”







그럴거야...도대체 몇 시간 동안 발이 혹사당했을까....







스타킹을 신은 매끈한 다리로 눈길이 쏠린다.







혜미가 살며시 발을 들어올리더니 내 코 가까이로 갖다 댄다.







“야~! 뭐하는 거야~~~!!!”







“흠헤헷...맛 좀 보라구여^^”







그녀의 장난이 싫지 않았다.



오른 손으로 그녀의 왼쪽 다리를 들어서 내 무릎 위에 살짝 올린다.



그리고 운전을 하면서 조심조심 다리를 살짝 살짝 주물렀다.







“에고...시원해라^^”







혜미가 웃음 지으며 좋아한다.







“조금만 기다려...정말 시원하게 맛사지 해줄께.”







“맛사지도 할 줄 알아요?”







“당근.”







“배웠나요?”







“어머니들 많이 주물러 드리잖아. 나 효자라서 연습 많이 했어.”







어머니...나의 어머니는...







웃고있던 혜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조금씩 사라짐을 느꼈다.







“왜? 그러면 안돼?”







“아뇨...”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그냥...서러워서...”







“응? 뭐가 서러워?”







“난 주물러 줄 효자가 없으니까...흠헤헷^^”







“하나 낳도록 도와줄까?”







“쿡쿡...^^”







간들어지게 웃는 혜미...



보면 볼수록 귀엽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자꾸 이런 생각하면 안되는데...



엔조이 상대일 뿐이야 넌.







엔조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몸이 뜨거워진다.



오른 손을 살짝 내려 무릎 위에 얹혀놓은 그녀의 다리를 살며시 훑으며 애무해본다.



스타킹에 감싸인 매끈한 다리의 감촉이 좋았다.







“안 주물러 줘요?”







“좀 만져보고 나서...”







“핏, 관둬요.”







혜미가 입을 삐죽거리며 다리를 내려놓는다.







염려 마...조금 있다가 실컷 주물러 줄께...너의 그 고운 몸뚱이 전체를 말야...푸키킷...







“아참, 어머니는 잘 계셔?”







“어머니요? 갑자기 웬 어머니...?”







“그 날 따님을 극진히 걱정하시는 어머니한테 감명 받아서”







“와~감명까지...”







“그래, 감명...”







“어려운 단어 쓰시네....프랑크푸르트는 가보셨어요?”







“갑자기 웬 프랑크푸르트...?”







“제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왔답니다.”







“오~당신 독일아가씨?”







“Ja.”







“................-_- 독일어 잘해서 좋겠다.”







“아는거 방금 다 써먹었는데요.”







“쿡쿡^^...고딩때 말이야.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도는 옆 학교 여고생들이 있었거든.



어찌나 시끄럽던지 친구들 모두 짜증이 났어.



내 친구 하나가 먼저 내리면서 그애들한테 “Gute Nacht!” 그랬어.



독일말로 밤인사잖아.



그런데 여고생 하나가 그러는거야.



“야야...그정도 영어는 우리도 다 알아.” 우리 전부 배꼽잡고 뒤로 넘어갔었다 ㅋㅋㅋ”







“그거 영어 아니었어요?”



혜미가 웃지도 않고 오히려 진지한 척 되묻는다.







쿵!!! 또 내가 졌다...-_-



이 애가 오늘 도대체 왜 이럴까....



어쨌든 기분은 좋은가 보다....







“아참, 어머니는 잘 계신거야?”







“프랑크푸르트 보다는 하이델베르크가 좋아요. 성이 무척 예쁘거든요.”







어머니에 관한 질문에 대답을 또 회피한다...



싫은가 보다...그럼 귀찮게 하지 말아야지...







“아직 독일은 못 가봤어.



하이델베르크랑 프랑크푸르트가 서로 가까워?”







“응...기차로 50분쯤...”







“가깝네...둘이 사귀는 거야?”







“쿡쿡...^^”







조금 전 어머니에 대한 질문으로 기분이 상했는지도 모른다.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오늘도 순조롭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테니.







“어느 쪽이 남자고 어느 쪽이 여자야?”







“흠...모르죠.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프랑크푸르트가 남자고 하이델베르크가 여자야.”







“피~그런게 어딨어요?”







“프랑크소세지...소세지는 당연히 남자한테 달렸고, 하이델베르크는 예쁜 성이라며?



예쁜 성은 여성이야. 벌써 답이 나오잖아.



난 예쁜 성에 오르는거 무척 좋아하는데, 혹시 소세지 먹는거 좋아하니?”







“.......................”







혜미가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내다본다.







안웃겼나?



나 오늘 왜 이러냐 정말...







아무래도 아직 일진이 안좋은가 보다,



어쩌면 유니폼 입혀놓고 섹스 하겠다는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뜻을 이루지 못하면 실망할 사람이 결코 나 혼자만은 아닐테니...ㅋ



조심해야겠다 -_-







어쩌면 잘못은 내가 아니라 혜미에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일놈들은 무뚝뚝하다더니, 아무래도 프랑크푸르트에서 웃는 법을 잊어버리고 왔나보다.







“펜션 잡았다.”







“펜션?”







“비싸더라. 예약 안하면 방이 없댄다.”







“비싼데 돈은 어디서 났어요?”







“몸 팔았다.”







“왜 그렇게 무리를?”







“취했나 보다.”







“술 기운에 몸 팔았어요?”







“네 미모에 취했나 봐, 쿨럭.”







“썰렁함에 추운가 봐요?”







아니, 이게 오늘 정말....!!!



너 오늘 밤부터 내일 오전까지 죽었어!!!



숨도 쉬기 힘들만큼 초죽음으로 만들어주마!!!







“펜션에서 옷 갈아입고, 석모도에 갔다오자.”







“석모도요? 거기 좋은데.”







“가본거야?”







“당연하죠.”







“누구랑?”







“친구들요.”







“그럼 나랑은 아직 안가봤네.



다행이다, 같이 가보자. 난 아직 안가봤거든.



너랑 같이 가보고 싶어...그럼 무척 행복할 거 같아.”







내가 얼굴을 돌려 혜미를 바라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혜미도 볼이 발그레진 채 밝게 웃는다.







보조개...눈웃음...







환하다...혜미의 모습...







이제야 비로소 무뚝뚝한 독일의 시차에서 해방된거냐??







기내에서 처음 봤을 때, 내 앞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있던 예쁜 승무원 아가씨...



화려한 내 말빨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귀 기울여 듣고 있던 모습...



나에게서 책을 받아들고 갤리로 갖다 놓으러 가던 그 늘씬한 뒷모습...



압구정동에서의 재회...



길고 깊은 입맞춤...



강변에서의 격렬했던 카섹스...



그리고 지금 다시 유니폼을 입고 내 곁에 앉아있는 그녀...







똑같이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지만, 우리 둘의 사이는 그 사이에 이미 많이 달라져 있다.



기내에서는 손 댈수 없던 그녀를, 조심스레 대해야만 했던 그녀를...



지금은 말을 놓고 손을 내뻗어 어루만지고, 애무하고, 키스를 하고, 그리고...







사람이 서로 만나고 알게되고, 발전하는 사이로 변해가는....



어찌보면 인연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마음에 걸리는 뭔가가 있다...



그게 뭘까...







아, 맞다...!



어머니...







혜미는…왜 자꾸 어머니 이야기에 민감했던 걸까.....



정말 집에 무슨 문제가 있나???







마음 속으로 갸우뚱 / 애매모호 / 알쏭달쏭 / 아리끼리 / 긴가민가 해짐을 느끼고 있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어느덧 차는 이미 강화쪽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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