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의 사랑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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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데이트
아침부터 은정은 이옷 저옷 꺼내놓고 법썩을 떤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할 지 고민이다.
그래도 남자하고 첫데이트인데 평소처럼 하고 갈 수는 없었다.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흰 레이스 블라우스에 무릎까지 오는 회색 스커트, 속에는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까만 힐을 신었다. 그리고 겉에는 한 번 사놓고 아껴서 입지않던 무스탕
재킷을 걸쳤다. 머리는 자연스럽게 뒤로 넘긴 후 옆으로 흐트러지지 않도록 큐빅이 박힌
머리핀으로 묶어 고정시켰다.
평소와는 다르게 차려입은 은정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해서 남들이 볼까 무섭게 얼른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정신없는 가운데 하루가 지나가고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긴장이 되는 것이 좀 떨린다.
현미가 이상한 눈치가 들었는지 묻는다.
"야 은정아, 왜그러니 오늘 저녁에 선이라도 보냐!!"
은정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오히려 강하게 나간다.
"야 내가 선은 무슨 선이냐,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남들은 재밌게 노는데 난 못그래서 배아파
그렇다. 남자친구 있는 사람은 이 맘 모른다..."
현미는 벌써 일년된 남자친구가 있는데 잠도 같이 잔다.
가끔씩 남자친구와 잔 얘기를 해주는데 솔직히 별 감이 안왔다.
은정이 아직 그 쪽에 너무 무관심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난 남들이 볼세라 얼른 탈의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는 회사를 나왔다.
극장근처에 가 둘러보니 곤색 코트를 입고 있는 그가 보였다.
두리번 두리번 하던 그가 은정을 알아보고는 손을 흔든다.
"아직 저녁 안먹었죠?"
다짜 고짜 묻는다.
"당연히 안먹었지 이 바보야"
속으로는 그렇게 대꾸하며 겉으로 얌전히 대답한다.
"예"
"영화 시작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있으니 옆에 가서 뭐라도 먹고 봅시다. 영화 끝날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으면 배고플테니까"
그가 앞장을 선다.
옆에 있는 패스트 푸드점으로 들어가 햄거거 세트를 하나씩 사서 들고는 자리에 앉아 먹는다.
"갑자기 연락해서 나오라고 해서 놀라셨죠?"
"..."
"사실 여동생이 영화를 보려고 예매를 했는데 남자친구가 일이 생겨 못보게 됐다고 오랫만에
인심쓴다고 표를 줘서..누구하고 같이 갈까 하다가 은정씨 생각이 나더군요..."
"영숙언니는 어쩌구요" 하는 말이 목구멍가지 올라오다 만다.
기분이 좀 나빠지려 한다.
원래 나하고 보려고 산게 아니고 동생이 펑크난걸 줘서 땜빵으로 보려고..
그래도 영화가 좋아서 괜찮았다.
여러가지 사랑얘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연결되서 좀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따스한 사랑이
느껴지는 것이 참 좋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와서 같이 종각쪽으로 걷다가
"저기 갑시다"
하고 근처 까페를 들어가는데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자리가 없다.
몇군데 더 들렸는데도 자리가 없자 은정은
"늦었는데 그냥 들어가요"
하고 그에게 그만 들어갈 것을 권유한다.
"에구 크리스마스 이븐데"
그는 매우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근처의 좌판으로 조르르 달려가더니 산타 모자를
하나 사서는 은정의 머리에 씌워 준다.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
그가 은정을 보며 밝게 웃는다.
버스정류장에서 머뭇머뭇하며 그가 말을 꺼낸다.
"오늘은 그럼 이만 끝내구요 낼 또 만나 놉시다."
"넹?"
은정은 화들짝 놀라며 그를 쳐다본다.
"오늘은 밥도 제대로 못먹고 차도 제대로 못마셨는데 낼은 제대로 놀자구요"
"낼은 롯데월드갑시다. 11시에 잠실역 앞에 분수대에서 봐요 괜찮죠?"
마치 작정이라도 한듯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얘기한다.
은정은 사실 내일도 할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고민하는 척 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밤잠을 설쳐가며 아침 일찍 일어나 그를 만나러 잠실역을 나섰다.
저기 그가 보인다.
어제와는 다르게 카키색 면바지에 가죽 재킷 차림이다.
캐주얼을 입어도 정장을 입은 것 만큼이나 깔끔해 보인다.
롯데월드에 들어갔는데 아직 일러서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가 자유이용권 2매를 끊어서
"우리 사람 없을때 빨리 다 타봅시다"
하며 설친다.
바이킹 등 몇가지를 타다보니 어느새 한시가 넘었다.
점심을 롯데월드 안에 있는 호프집에서 패스트푸드로 때우고 다시 일어선다.
그는 패스트푸드를 꽤 좋아하는 것 같다.
놀이기구 타는게 시시해지자 그가 다른 제안을 한다.
"스케이트 타 봤어요?"
"아뇨 안타봤어요"
"그럼 오늘 스케이트 배웁시다"
그가 가운데 있는 스케이트 장으로 간다.
처음 타보는 스케이트가 잘 될리 없다.
은정이 꽈당 계속 넘어지는데 그는 저쪽에서 웃고만 있다.
기분이 나쁘다.
그의 스케이트 실력은 상당한 것 같다.
심지어는 뒤로 가기도 한다.
잠시 스케이트 실력을 뽐내던 그가 은정의 곁으로 와서는
"내가 도와줄테니 한 발 한 발씩 가봐요?"
하며 손을 내민다.
잠시 고민을 하다 은정은 그의 손을 잡는다.
손이 참 따뜻하다.
두 손을 잡고는 한 발 한 발 내밀다 다시 꽈당 넘어진다.
그바람에 그가 은정의 위로 같이 넘어졌는데 공교롭게도 그이 손이 은정의 가슴을
물컹 하며 잡는다.
그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고 은정도 깜짝 놀라며 두손을 가슴에 모은다.
잠시 얼음판을 바라보다 그가 뻘쭝하게 일어나서
"고의는 아니었어요"
하고 사과를 하며
손을 내민다.
은정은 가만히 그를 쳐다보다 손을 잡고 일어선다.
한 삼십분을 타니 그래도 조금씩 가기는 한다.
한시간이 다 될 때는 손을 놓고 혼자서 조금씩 가는 정도는 되었다.
스케이트를 마치고 나오니 사람이 꽤 많아졌다.
이리저리 사람들이 계속 부딪친다.
그가 안되겠는지 갑자기 은정의 손을 잡고 출구로 향한다.
출구를 빠져나와서도 그는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는다.
은정이 슬그머니 손을 빼려하자 그가 손을 꽉 잡고 웃으며 말한다.
"어딜 도망가려구 그래요!!!"
"아니오 손이 아파서요"
"그래요 그럼 팔짱끼세요"
하고는 그가 손을 잡고 그의 팔사이에 끼워 넣는다.
팔짱을 끼니 참 편하다. 하루종일 노느라 피곤했는데 힘도 덜 든다
"저녁은 근사하게 먹읍시다" 하고 그가 호텔쪽으로 향한다.
"뭘로 먹을까요? 한식, 일식, 중식, 양식?"
그가 묻는다.
"그냥 그쪽이 좋은대로 하세요 전 다 잘먹어요..."
"그래요 그럼 일식으로 합시다."
회가 참 맛이있었다.
회사근처에서 먹던 것 하고는 다른 것 같았다.
내숭떨지 않고 부지런히 먹었다.
그는 회는 많이 먹지않고 쓰기다시류에만 젓가락을 댔다.
"회 안좋아 하세요?"
은정이 묻자
"아뇨 좋아하는데 은정씨가 너무 잘 먹는 것 같아서요!!!"
갑자기 창피스러워져 젓가락을 놓았다.
그가 웃으며
"여태까지 잘 먹어놓고서 갑자기 왠 내숭이에요"
하며 자기 앞 쪽에 놓인 회를 집어 은정쪽으로 가져다 준다.
은정은 혀를 쏙 내밀고는 다시 젓가락을 댄다.
저녁을 먹고나자 그가 이번에는 호텔 바로 데려간다.
여자가 피아노를 생음악으로 연주하고 있다.
커피를 시켜놓고 피아노 연주를 잠시 듣다 그가 말을 꺼낸다.
"사실 은정씨를 첨 봤을때 뭐라 그럴까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남들보다 이쁘거나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차분해 보이고 수수한
모습이 왠지 편안해 보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말을 건낼 기회가
잘 안생기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기다리다 명함까지 줬는데
연락을 안하시길래 이거 내가 맘에 안드나 보다 고민하다가
그래도 부딪쳐 보자 결심하고 영화표 예매하고 연락을 드린거지요"
"네~에, 그럼 어제 영화표가 동생이 준게 아니고...."
"네, 어제한 얘기는 핑계였고 사실은 제가 예매했어요.. 주위사람 의견을
참고해서 영화도 골랐구요..."
"그러다 제가 시간이 안된다고 했으면 어쩌려구요"
"뭐 그럼 동생 줬겠지요...ㅎㅎㅎ"
"영숙언니하고도 영화봤다면서요!!!"
슬쩍 찔러본다.
"그걸 어떻게..."
"그건 어떻게 된거냐 하면요" 그가 얼굴색이 변하며 변명을 한다.
"학원끝나고 집에 가다가 영숙씨를 만났는데 영숙씨가 친구하고 영화를 보려고
예매를 했는데 친구가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표가 남게 생겼다고 시간되면 같이
영화보자구 해서 영화도 제가 보고싶던 거라 같이 보고 대신 제가 저녁사고
그렇게 그냥 헤어졌어요. 영숙씨는 또 만나고 싶어하던 눈치던지 그런 스타일의
여자는 피곤해서 제가 별루 안 좋아 하거든요.옛날 여자친구같이 얌체 스타일이라
저두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은정씨한테 작업한 거지요..."
"흠 그래요..."
은정이 마지 못해 이해하는 척 하자 그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날 그는 자신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그는 2남 1녀의 장남인데 양친이 다 살아계신다. 아버님은 자수성가하신 분으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실속있는 중소기업 사장님이고 어릴때는 아버님이 사업하시느라
전세집을 전전하면서 고생고생하면서 컸고 두분이 초등학교밖에 못나오신게 한이되서
자식들은 공부시키시겠다고 결심하셔서 장남인 그는 대학원을 나왔고 동생도
지금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그와 얘기를 나누다 헤어지려고 전철을 기다리는데 그가 잠깐 핸드폰좀 줘봐요
하고는 핸드폰을 뺏더니 내 핸폰으로 전화를 한다.
"제 전화로 핸폰 했으니까 제 번호 찍혀있을 거예요. 나중에 전화해요."
그러면서 그가 핸폰을 돌려준다.
011-41x-xxxx
"음 부자라 SK텔레콤 쓰는 군"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그는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내 집은 대림역 근처였고
그의 집은 불광동이라 가는 방향이 반대였지만 그가 집까지 바래다 준다는 걸 굳이 사양하고
전철역에서 이별을 한다. 헤어지기전 그가 내 손을 꽉 잡았다 놓아준다.
집으로 가는데 핸폰에 메세지가 들어온다.
"오늘 재밌었어요 피곤할텐데 얼른 쉬어요!! 좋은 꿈 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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