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의 호스트 생활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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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이 운동을 한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며칠동안 운동을 쉬었다.
그래서인지 움직이는 팔다리가 전 보다 무겁다. 운동은 전부터 좋아했지만 호스트 생활을 하고나서 운동이 내게 얼만큼 도움이 되는지 새삼 깨닫는다.
그렇다고 내가 보디빌더나 주위에서 가끔 볼수 있는 근육중독에 걸린 사람은 아니다.
뭐든지 적당히. 적당히.
샤워를 해서 극도의 상쾌함을 느끼고 잠시 꿈지럭 거린 다음, 이제 출근이다.
오늘은 어떤 인연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갑자기 흥이 오른다. 노래라도 한곡 뽑아야하나.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사람은 결국 하루하루를 사는 거라면 난 지금이 시작이고, 새롭다.
거리에 헤드라이트가 흐르듯이 떠다니고 있었다. 밤의 세계.
도시의 밤 공기를 한껏 들이킨다.
도시의 밤은 화려하며 몽환적이다. 도시의 밤을 스쳐가는 사람들은 거기서 외로움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밤의 세계에 터를 잡고 살아가면 의외로 외로움을 더 바로볼수 있다.
너무나 화려함 속에 감춰져 있어서 은은하지만 때론 가장 떨쳐버리기 힘들다.
세상사람들은 다들 무언가에 기대어 산다.
나를 건네주고 싶어하고 상대에게 받고 싶어한다.
마음을 나누고 싶어하지만 돌아서기도 하고 미워하기 위해서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허무를 두려워하며 한번 느낀 허무는 잊기 힘들다.
밤의 화려함으로 그 허무를 가릴수는 있겠지만 지울수는 없다.
더군다나 밤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라면 밤의 화려함은 오히려 허무함을 더 깊게 만들수 있다.
하물며 상처를 가진 사람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꼽고 느릿하게 걸으며 밝은 생각을 떠올리려 애쓰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신에 대한 기만은 씁슬한 뒷맛을 남긴다.
그래, 나는 윤지가 걱정된다.
성인이 되자마자 밤의 세계에 들어왔고 서로가 힘들어서 진심이지 못하는 동료들과 짖궂은 남자들 사이에서 시달리다가 윤지가 찾아낸 해답은 사랑이었는지 모른다.
달리 마음 쏟을 곳이 없었던 만큼 그 사랑은 감히 짐작하건대 깊었으리라.
이제 그 허무함을 어떻게 메꿀까?
가장 잔인한 형태로 자신을 떠나간 사랑을 미처 회수하지 못했을 윤지의 마음을 그로 인해 생긴 공백을 윤지는 어떻게 할까?
그러니까 윤지는...굉장히 주저 주저 하면서 삐끼 아저씨한테 다가갈듯 하다가 멈춰서는 행동을 보였고 손님이라 생각한 삐끼아저씨가 다가오자 곧 몸을 돌려 걸어갔으며 삐끼아저씨가 멈추자 자신도 멈춰서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냥 들어오지 그랬어..."
"오고 싶어서 온게 아니라니까. 억지로 끌려왔어."
내 앞에 앉아서 새침을 떨고 있는 윤지.
어제 와는 딴판인 모습이다.
날 기억도 못할줄 알았는데.
"기억은 나니?"
"어렴풋이. 약은 오빠가 사다 놓은거야?"
"어, 뭐. 속좀 편해지라고. 괜찮아?"
"술마시는게 직업인데 뭐."
"암튼 다행이다. 오늘은 술 마시지마."
"내가 술마셔야 오빠 돈버는거 아냐?"
"......됐어. 그냥 있어도 돼."
"착각하지마. 내가 오빠땜에 온줄 알아? 술이나 시켜."
기대 이상으로 까칠하다. 휴.
술이 들어오자 윤지는 술을..어..그러니까 때려붓는다.
혼자 마시게 놔두기는 싫어서 템포를 맞췄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윤지야. 오늘은 그만 마시고 얘기만 하자. 너 어제 많이 마셨어. 그러다 몸버린다고."
"아씨~ 짜증나. 내가 내돈주고 술먹겠다고. 오빠도 어차피 선수아냐? 결국에 가서는 다빼먹을려 그러면서 괜히 위해주는척 하지마. 역겨우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왜 그렇게 생각하지?"
"뭘."
"너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진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든걸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건 너무 유치하지 않아?"
"뭐라고?"
"그렇잖아. 너도 좋았을때가 있었겠지. 근데 이제 결과가 안좋다고 해서 어차피 그런거라고? 다 똑같다고? 망상이 지나친데?"
나를 노려보는 윤지의 눈에 물기가 스민다.
나도 알고 있다. 충분히 그렇수 있다는걸. 왜 아니겠는가.
윤지의 눈물이 당황스럽다.
차라리 윤지가 남자라면 죽도록 술을 마신다음에 서로 욕이나 주고 받으면서 세상의 반은 여자야 임마 어쩌고 했을텐데 도저히 그럴순 없다.
"너 자신을 아껴야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신이여. 잘하면 이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말할것 같다.
난 자신을 좀 추슬렀다.
"믿었던 연인의 배신때문에 힘들거라는거 이해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것을 다 잃은것처럼 이러면 안돼. 인생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을지도 몰라. 노트에 썻다가 마음에 안들고 잘못되면 지울수도 찢어 낼수도 있잖아. 어차피 먹고 마시고 잠들고 그 외엔 지웠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는것도 아니잖아."
"니가 뭘 알아."
"......"
"니가 뭘 알아. 가장 소중했던것이 날 배신하고 떠나갔는데! 이제 나한텐 남은게 아무것도 없는데! 니가 뭘 아냐고!"
윤지의 말이 아프게 가슴을 찌른다. 그래. 난 저 기분을 이해할수 없다. 짐작한다고 해도 거짓말일거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있다. 윤지 옆에서 저렇게 소리치는것을 들어주는 일이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렇게 소리치고 아파한다는건 최소한 자기 자신을 동정할만한 여지는 남아있다는것일 테니까.
"그래. 미안하다. 난 네 기분은 알수없어. 그래도 너한테 위안이되고 싶고 힘이되고 싶어. 다들 그렇게 살잖아? 너더러 당장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그러라는건 아냐.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도 있는것처럼 너 스스로가 생각하고 극복해낼 시간은 필요하겠지. 하지만 그
게 너 자신을 괴롭히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된단 말야. 네 주위엔 널 아끼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 사람들도 생각해줘야지."
"천만에. 세상에 진짜 남을 위해주는 사람은 없어. 결국엔 혼자라고. 난 더이상 속지 않을거야."
"그래. 하지만 언젠간 알게 될거야. 어쩌면 지금도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러면서 모른척하는지도. 너무 자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은 그만 마셔. 벌써 많이 마셨어."
윤지는 물끄러미 날 노려봤고 난 그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왠지 피하면 안될것 같았다.
한동안 날 노려보던 윤지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따라갈까 했지만 역효과 일것 같아서 참았다.
이건 정말 쉽지 않은데.
며칠동안 윤지는 거의 매일같이 가게로 와서 나를불렀고 때로는 화를 내면서 때로는 말없이 술만 마시다가 돌아가는일을 반복했다.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다.
세번째로 윤지가 왔을때 나의 목표는 윤지를 웃게 만들자 였다. 잠깐의 헛 웃음이라도 좋으니까 웃으면 그다음엔 거봐 웃는게 훨씬 예쁘네 어쩌고 하면서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리고 윤지의 마음도 서서히 풀리면서 오 보람찬 내일을 행하여...
내가 확인해야 했던것은 적어도 내가 개그쪽에 소질이 있다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말못한다는것과, 내 주위에 개그센스가 넘치는 인간은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젠장.
그날도 윤지가 돌아가고 난 답답한 마음에 메인형과 마주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이제 예전처럼 술을 함부로 마시거나 하지는 않는데 꽁꽁 얼어붙은거 같기도 하고..."
"너 지금 잘하고 있어. 윤지가 왜 자꾸 널 찾아 오는지 모르겠냐?"
"글쎄요. 편안한가 보죠. 제가 그렇게 불편한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그런것도 있겠지만...그 이상이야. 윤지가 너를 좋아한다고까지는 말 못하겠지만 거의 비슷할걸."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를 빼내는 기분을 느낀 다음에야 간신히 말할수 있었다.
"엑..말도 안돼요. 윤지 앞에서 그런말 했다가는 난리날걸요. 이제 남자라면 치를 떨어요."
"너도 남자야 임마."
"이런! 정말요? 저는 이제까지 그것도 모르고..."
"됐어, 그만해. 그럼 볼까? 윤지도 친구나 그런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왜 널 찾아 오겠냐? 윤지 본인도 깨닫지 못하고 있겠지만 널 통해서 잊고 싶은 마음이 있는거야. 너 사람들이 연얘하는게 뭐 그렇게 복잡한줄 알아? 보통 그런식으로 다들 시작해. 너의 상처를 내가 감싸줄게. 오빠 덕분에 다시 웃을수 있어요."
"하이고. 어디 경극 대본으로 써서 내다 팔아보시지 그래요? 떼돈 버시겠구만."
"아무튼 핵심은 그거야. 너도 윤지한테 인생이 그렇게 복잡한게 아니라고 말했다며. 그렇게 해줘."
"뭘 그렇게 해줘요?"
"직접 가르쳐 주라고. 술먹이고 모텔이라도 데리고 가."
"형!"
"난 진지하게 하는 얘기야. 어줍잖게 마음을 보듬어주네 어쩌네 하다가 윤지가 정말 삐뚤어질수도 있어. 때론 단순한게 가장 현명한거
야."
"제가 윤지랑 그러는게 어째서 현명한 방법이죠?"
"말했잖아. 가장 단순하니까. 새치가 난 사람에게 염색약을 사다주고 사용방법을 알려주는것도 좋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새치를 대신 뽑아주는게 좋은거 아니겠냐."
"말은 잘해요. 윤지는 아직 그놈을 잊지 못했어요. 그런건 안되요."
"잊지 못했으니까 더 하라는거야. 계기를 만들어주라고. 니가 그래버리면 윤지가 널 두고두고 미워할것 같냐? 아마 깨닫게 되겠지. 별거 아닌데? 그동안 괜히 힘들어 했잖아. 라고."
"그러다가 윤지가 정말로 저한테 마음이 생기면요? 그럼 어쩌죠?"
"둘이 행복하게 잘살면 되지. ㅎㅎ"
"......도움이 안돼요. 형 덕분에 머리만 더 아파진것 같아요."
"다 인생의 연륜에서 나오는 말이다, 잘 생각해봐."
음...모르겠다. 그랬다고 해서 윤지가 내게 마음이 생긴다는건 너무 오바고.
물론 그전에 그러는게 맞는지도 난 모르겠다.
안그래도 요즘 나를 대하는 윤지의 태도가 전처럼 까칠하지 않다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그런다는건 코미디 아닌가?
아니 아니.
그전에 난 윤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거지?
겉으론 독해지려는척 정없는척 하지만 속은 한없이 여리고 정이 많은 아가씨.
아가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세상의 때를 타지 않은 순수함.
아파하고 힘들어하는걸 보면 내 마음까지 아파지는 사람.
아아. 모르겠다.
이게 무슨말도 안되는 생각이냐.
난 넌더리를 내면서 마지막 소주잔을 비웠다.
윤지랑 으음...그런단 말이지.
하아.
내 첫사랑은 스무살 가을에 찾아왔었다.
가을이 허락한 낙엽이 내 마음속에도 쌓이고 있을때 한 여자를 만났다.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처음만났었는데 처음만났을때 운명적 예감이나 뜨거운 눈빛의 교환같은건 없었다.
대신 그녀는 자꾸 나를 건드렸다.
항상 아무거나, 네 맘대로 해, 그러든가. 라고 하는 내게 그녀는 집요하게 파고 들었었다.
왜? 왜? 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모습이 언제부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으니.
난 내자신에게 그런 열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만일 날 떠나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을거란 확신이든다.
결국 흔히 볼수 있는 스토리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내게만은 각별하다.
그리고 또하나.
난 그녀에게서 사랑이란걸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그보다 더 사랑할 자신이 없으면 아무도 만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고 그 다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윤지를 보면 그녀와 헤어지고 세상 끝장난것처럼 살던 그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그냥 시간이 흘러감에 조금씩 잊어갔지만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은 있었다.
그게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윤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될수 있다면 물론 좋은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술때문인지 생각때문인지 정말 머리가 아프다.
................................................................................................................................
안녕하세요 케케마루입니다.
처음 글 올렸을땐 아무도 안읽어주면 어쩌나 했는데 분에 넘치는 관심 가져주신 덕분에 제가 금주에 주목할만한 신인이 되었습니다. 하하.
비밀 한가지를 고백하자면 처음 1부를 올리고 제손으로 제가 추천 한번 눌렀습니다. ㅎㅎ
아무튼 관심가져 주시고 가져주실 예정인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1부에 댓글 달아주신 중국안마사님. 호스트도 사람입니다. 생각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지 호스트라는 이유로 인생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으셔서 그러신게 아니라 괜히 한번 그래보신것이겠지요. 어차피 한번 기분좋게 읽으실글 그러실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다음엔 좀더 건전한 비판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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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움직이는 팔다리가 전 보다 무겁다. 운동은 전부터 좋아했지만 호스트 생활을 하고나서 운동이 내게 얼만큼 도움이 되는지 새삼 깨닫는다.
그렇다고 내가 보디빌더나 주위에서 가끔 볼수 있는 근육중독에 걸린 사람은 아니다.
뭐든지 적당히. 적당히.
샤워를 해서 극도의 상쾌함을 느끼고 잠시 꿈지럭 거린 다음, 이제 출근이다.
오늘은 어떤 인연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갑자기 흥이 오른다. 노래라도 한곡 뽑아야하나.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사람은 결국 하루하루를 사는 거라면 난 지금이 시작이고, 새롭다.
거리에 헤드라이트가 흐르듯이 떠다니고 있었다. 밤의 세계.
도시의 밤 공기를 한껏 들이킨다.
도시의 밤은 화려하며 몽환적이다. 도시의 밤을 스쳐가는 사람들은 거기서 외로움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밤의 세계에 터를 잡고 살아가면 의외로 외로움을 더 바로볼수 있다.
너무나 화려함 속에 감춰져 있어서 은은하지만 때론 가장 떨쳐버리기 힘들다.
세상사람들은 다들 무언가에 기대어 산다.
나를 건네주고 싶어하고 상대에게 받고 싶어한다.
마음을 나누고 싶어하지만 돌아서기도 하고 미워하기 위해서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허무를 두려워하며 한번 느낀 허무는 잊기 힘들다.
밤의 화려함으로 그 허무를 가릴수는 있겠지만 지울수는 없다.
더군다나 밤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라면 밤의 화려함은 오히려 허무함을 더 깊게 만들수 있다.
하물며 상처를 가진 사람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꼽고 느릿하게 걸으며 밝은 생각을 떠올리려 애쓰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신에 대한 기만은 씁슬한 뒷맛을 남긴다.
그래, 나는 윤지가 걱정된다.
성인이 되자마자 밤의 세계에 들어왔고 서로가 힘들어서 진심이지 못하는 동료들과 짖궂은 남자들 사이에서 시달리다가 윤지가 찾아낸 해답은 사랑이었는지 모른다.
달리 마음 쏟을 곳이 없었던 만큼 그 사랑은 감히 짐작하건대 깊었으리라.
이제 그 허무함을 어떻게 메꿀까?
가장 잔인한 형태로 자신을 떠나간 사랑을 미처 회수하지 못했을 윤지의 마음을 그로 인해 생긴 공백을 윤지는 어떻게 할까?
그러니까 윤지는...굉장히 주저 주저 하면서 삐끼 아저씨한테 다가갈듯 하다가 멈춰서는 행동을 보였고 손님이라 생각한 삐끼아저씨가 다가오자 곧 몸을 돌려 걸어갔으며 삐끼아저씨가 멈추자 자신도 멈춰서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냥 들어오지 그랬어..."
"오고 싶어서 온게 아니라니까. 억지로 끌려왔어."
내 앞에 앉아서 새침을 떨고 있는 윤지.
어제 와는 딴판인 모습이다.
날 기억도 못할줄 알았는데.
"기억은 나니?"
"어렴풋이. 약은 오빠가 사다 놓은거야?"
"어, 뭐. 속좀 편해지라고. 괜찮아?"
"술마시는게 직업인데 뭐."
"암튼 다행이다. 오늘은 술 마시지마."
"내가 술마셔야 오빠 돈버는거 아냐?"
"......됐어. 그냥 있어도 돼."
"착각하지마. 내가 오빠땜에 온줄 알아? 술이나 시켜."
기대 이상으로 까칠하다. 휴.
술이 들어오자 윤지는 술을..어..그러니까 때려붓는다.
혼자 마시게 놔두기는 싫어서 템포를 맞췄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윤지야. 오늘은 그만 마시고 얘기만 하자. 너 어제 많이 마셨어. 그러다 몸버린다고."
"아씨~ 짜증나. 내가 내돈주고 술먹겠다고. 오빠도 어차피 선수아냐? 결국에 가서는 다빼먹을려 그러면서 괜히 위해주는척 하지마. 역겨우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왜 그렇게 생각하지?"
"뭘."
"너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진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든걸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건 너무 유치하지 않아?"
"뭐라고?"
"그렇잖아. 너도 좋았을때가 있었겠지. 근데 이제 결과가 안좋다고 해서 어차피 그런거라고? 다 똑같다고? 망상이 지나친데?"
나를 노려보는 윤지의 눈에 물기가 스민다.
나도 알고 있다. 충분히 그렇수 있다는걸. 왜 아니겠는가.
윤지의 눈물이 당황스럽다.
차라리 윤지가 남자라면 죽도록 술을 마신다음에 서로 욕이나 주고 받으면서 세상의 반은 여자야 임마 어쩌고 했을텐데 도저히 그럴순 없다.
"너 자신을 아껴야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신이여. 잘하면 이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말할것 같다.
난 자신을 좀 추슬렀다.
"믿었던 연인의 배신때문에 힘들거라는거 이해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것을 다 잃은것처럼 이러면 안돼. 인생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을지도 몰라. 노트에 썻다가 마음에 안들고 잘못되면 지울수도 찢어 낼수도 있잖아. 어차피 먹고 마시고 잠들고 그 외엔 지웠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는것도 아니잖아."
"니가 뭘 알아."
"......"
"니가 뭘 알아. 가장 소중했던것이 날 배신하고 떠나갔는데! 이제 나한텐 남은게 아무것도 없는데! 니가 뭘 아냐고!"
윤지의 말이 아프게 가슴을 찌른다. 그래. 난 저 기분을 이해할수 없다. 짐작한다고 해도 거짓말일거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있다. 윤지 옆에서 저렇게 소리치는것을 들어주는 일이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렇게 소리치고 아파한다는건 최소한 자기 자신을 동정할만한 여지는 남아있다는것일 테니까.
"그래. 미안하다. 난 네 기분은 알수없어. 그래도 너한테 위안이되고 싶고 힘이되고 싶어. 다들 그렇게 살잖아? 너더러 당장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그러라는건 아냐.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도 있는것처럼 너 스스로가 생각하고 극복해낼 시간은 필요하겠지. 하지만 그
게 너 자신을 괴롭히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된단 말야. 네 주위엔 널 아끼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 사람들도 생각해줘야지."
"천만에. 세상에 진짜 남을 위해주는 사람은 없어. 결국엔 혼자라고. 난 더이상 속지 않을거야."
"그래. 하지만 언젠간 알게 될거야. 어쩌면 지금도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러면서 모른척하는지도. 너무 자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은 그만 마셔. 벌써 많이 마셨어."
윤지는 물끄러미 날 노려봤고 난 그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왠지 피하면 안될것 같았다.
한동안 날 노려보던 윤지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따라갈까 했지만 역효과 일것 같아서 참았다.
이건 정말 쉽지 않은데.
며칠동안 윤지는 거의 매일같이 가게로 와서 나를불렀고 때로는 화를 내면서 때로는 말없이 술만 마시다가 돌아가는일을 반복했다.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다.
세번째로 윤지가 왔을때 나의 목표는 윤지를 웃게 만들자 였다. 잠깐의 헛 웃음이라도 좋으니까 웃으면 그다음엔 거봐 웃는게 훨씬 예쁘네 어쩌고 하면서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리고 윤지의 마음도 서서히 풀리면서 오 보람찬 내일을 행하여...
내가 확인해야 했던것은 적어도 내가 개그쪽에 소질이 있다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말못한다는것과, 내 주위에 개그센스가 넘치는 인간은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젠장.
그날도 윤지가 돌아가고 난 답답한 마음에 메인형과 마주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이제 예전처럼 술을 함부로 마시거나 하지는 않는데 꽁꽁 얼어붙은거 같기도 하고..."
"너 지금 잘하고 있어. 윤지가 왜 자꾸 널 찾아 오는지 모르겠냐?"
"글쎄요. 편안한가 보죠. 제가 그렇게 불편한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그런것도 있겠지만...그 이상이야. 윤지가 너를 좋아한다고까지는 말 못하겠지만 거의 비슷할걸."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를 빼내는 기분을 느낀 다음에야 간신히 말할수 있었다.
"엑..말도 안돼요. 윤지 앞에서 그런말 했다가는 난리날걸요. 이제 남자라면 치를 떨어요."
"너도 남자야 임마."
"이런! 정말요? 저는 이제까지 그것도 모르고..."
"됐어, 그만해. 그럼 볼까? 윤지도 친구나 그런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왜 널 찾아 오겠냐? 윤지 본인도 깨닫지 못하고 있겠지만 널 통해서 잊고 싶은 마음이 있는거야. 너 사람들이 연얘하는게 뭐 그렇게 복잡한줄 알아? 보통 그런식으로 다들 시작해. 너의 상처를 내가 감싸줄게. 오빠 덕분에 다시 웃을수 있어요."
"하이고. 어디 경극 대본으로 써서 내다 팔아보시지 그래요? 떼돈 버시겠구만."
"아무튼 핵심은 그거야. 너도 윤지한테 인생이 그렇게 복잡한게 아니라고 말했다며. 그렇게 해줘."
"뭘 그렇게 해줘요?"
"직접 가르쳐 주라고. 술먹이고 모텔이라도 데리고 가."
"형!"
"난 진지하게 하는 얘기야. 어줍잖게 마음을 보듬어주네 어쩌네 하다가 윤지가 정말 삐뚤어질수도 있어. 때론 단순한게 가장 현명한거
야."
"제가 윤지랑 그러는게 어째서 현명한 방법이죠?"
"말했잖아. 가장 단순하니까. 새치가 난 사람에게 염색약을 사다주고 사용방법을 알려주는것도 좋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새치를 대신 뽑아주는게 좋은거 아니겠냐."
"말은 잘해요. 윤지는 아직 그놈을 잊지 못했어요. 그런건 안되요."
"잊지 못했으니까 더 하라는거야. 계기를 만들어주라고. 니가 그래버리면 윤지가 널 두고두고 미워할것 같냐? 아마 깨닫게 되겠지. 별거 아닌데? 그동안 괜히 힘들어 했잖아. 라고."
"그러다가 윤지가 정말로 저한테 마음이 생기면요? 그럼 어쩌죠?"
"둘이 행복하게 잘살면 되지. ㅎㅎ"
"......도움이 안돼요. 형 덕분에 머리만 더 아파진것 같아요."
"다 인생의 연륜에서 나오는 말이다, 잘 생각해봐."
음...모르겠다. 그랬다고 해서 윤지가 내게 마음이 생긴다는건 너무 오바고.
물론 그전에 그러는게 맞는지도 난 모르겠다.
안그래도 요즘 나를 대하는 윤지의 태도가 전처럼 까칠하지 않다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그런다는건 코미디 아닌가?
아니 아니.
그전에 난 윤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거지?
겉으론 독해지려는척 정없는척 하지만 속은 한없이 여리고 정이 많은 아가씨.
아가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세상의 때를 타지 않은 순수함.
아파하고 힘들어하는걸 보면 내 마음까지 아파지는 사람.
아아. 모르겠다.
이게 무슨말도 안되는 생각이냐.
난 넌더리를 내면서 마지막 소주잔을 비웠다.
윤지랑 으음...그런단 말이지.
하아.
내 첫사랑은 스무살 가을에 찾아왔었다.
가을이 허락한 낙엽이 내 마음속에도 쌓이고 있을때 한 여자를 만났다.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처음만났었는데 처음만났을때 운명적 예감이나 뜨거운 눈빛의 교환같은건 없었다.
대신 그녀는 자꾸 나를 건드렸다.
항상 아무거나, 네 맘대로 해, 그러든가. 라고 하는 내게 그녀는 집요하게 파고 들었었다.
왜? 왜? 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모습이 언제부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으니.
난 내자신에게 그런 열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만일 날 떠나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을거란 확신이든다.
결국 흔히 볼수 있는 스토리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내게만은 각별하다.
그리고 또하나.
난 그녀에게서 사랑이란걸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그보다 더 사랑할 자신이 없으면 아무도 만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고 그 다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윤지를 보면 그녀와 헤어지고 세상 끝장난것처럼 살던 그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그냥 시간이 흘러감에 조금씩 잊어갔지만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은 있었다.
그게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윤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될수 있다면 물론 좋은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술때문인지 생각때문인지 정말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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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케케마루입니다.
처음 글 올렸을땐 아무도 안읽어주면 어쩌나 했는데 분에 넘치는 관심 가져주신 덕분에 제가 금주에 주목할만한 신인이 되었습니다. 하하.
비밀 한가지를 고백하자면 처음 1부를 올리고 제손으로 제가 추천 한번 눌렀습니다. ㅎㅎ
아무튼 관심가져 주시고 가져주실 예정인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1부에 댓글 달아주신 중국안마사님. 호스트도 사람입니다. 생각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지 호스트라는 이유로 인생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으셔서 그러신게 아니라 괜히 한번 그래보신것이겠지요. 어차피 한번 기분좋게 읽으실글 그러실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다음엔 좀더 건전한 비판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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