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야설

욕망의 포효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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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줘 봐.”







“응?”







“손.”







“아.”







희수가 손을 내밀자 효준은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손을 높이 쳐들고 황홀한 듯 반지를 바라보던 희수가 효준에게 눈을 돌렸다.







“어때?”







“예쁘다. 정말 예쁘죠?”







효준이 직원을 보며 물었다.







“네. 정말 잘 어울리세요. 아름다우세요.”







“감사해요.”







부끄러운 희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효준이 계산하는 동안 희수는 거울 속 자신을 보며 미소 지었다.



목걸이하고 반지가 너무 예뻤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좋아할 거면서 빼긴.”







“비싸지?”







“아무리 비싸도 당신만큼 비싸진 않아. 나한테 보석하고 강희수하고 고르라고 하면 뭘 고를 것 같아?



강희수에게 아까운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완벽하게 날 가지라고.”







“치. 말이나 못 하면.”







샵을 나온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희수가 반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왜? 놔봐.”







“날 보라고. 반지만 보지 말고.”







“자기가 사준 반지를 질투하는 거야?”







“내가 좋아, 반지가 좋아?”







“무슨 질문이 그래?”







“빨리 대답해.”







희수는 콧등을 찡그렸다.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텐데, 이 남자는 대체 뭔가.







“애야?”







“대답을 회피하는 거야? 대답하기 힘들어?”







“나참. 정말 웃긴다. 빨리 가.”







“내가 반지한테 밀렸군. 내가 사준 반지니까 참는다.”







그는 씩씩거리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희수 마음 편해지라고 능청을 떨었지만, 좋아하는 그녀를 보니 기뻤다.



그녀를 위해서 해줄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쁨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그녀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아서 그 말은 목구멍으로 꿀꺽 삼켜버렸다.







***







가평 별장에 도착한 효준은 진선을 보고 깜짝 놀랐다.



머리는 쥐가 파먹은 것처럼 잘려있었고, 왼쪽 눈가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으며 입가는 찢어져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도 퉁퉁 부어 있어서 사람 꼴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왜 왔어? 구경하러 왔어?”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처럼 진선에게서는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님이 그런 거야?”







“그럼 누가 그랬겠어. 살려고 도망치긴 했는데 괜히 도망쳤다 싶어. 그냥 아버지 손에 맞아 죽을걸.”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아?”







“내 걱정하는 거야? 우습네.”







“아버님하고 내가 얘기할게.”







“너무 억울하고, 나 자신이 처량해서 당신한테 억지소리 했어.



당신이 아버지한테 말했을 리가 없지. 나보다 아버지를 더 위하는 당신이 그랬을 리가 없어. 뭐 마실래?”







“됐어. 정말 괜찮은 거야?”







처참한 몰골을 보니 진선이 안쓰러웠다. 희수의 말이 떠올랐다.



진선도 죄책감을 느낄 거라는 말. 상처는 진선도 입었을 거라는 말. 어쩌면 희수 말이 맞을 것 같았다.



효준은 희수가 앉아있는 소파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당신 말이 맞아. 당신을 그렇게 만든 건 나야. 내가 가장 나쁜 놈이야.”







“갑자기 왜 이래? 사랑을 되찾으니까 여유가 생겼어? 날 동정할 마음이라도 생긴 거야?”







“내 상처가 너무 커서 당신도 상처 입었을 거라는 생각을 미처 못 했어. 아이 잃고 당신이 느꼈을 좌절감을 상상도 못 했다고.



당신도 아팠던 거지? 당신도 그 아이에게 미안했던 거지?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많이 울었지?



홧김에 이혼은 했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잘해보려고 그렇게 애썼던 거지?”







진선의 두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갑자기 나타나서 마음을 울리는 효준이 의아한데 마음을 알아주니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효준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당한 흉한 꼴은 보여줄지라도 눈물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당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진선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데 자꾸 솟아올랐다.







“울고 싶은 만큼 울어. 참지 말고 울어.”







“하지 마. 날 이해하는 척하지 말라고. 갑자기 나타나서 왜 이래? 왜 사람을 울리고 그래? 당신이 내 마음을 눈치 챌 리가 없어. 혹시 그 여자 때문이야?”







“나만 상처받은 건 아닐 거라고 하더라고. 당신도 매우 아플 거라고, 당신 자신을 자책하고 죄책감을 느낄 거라고, 그럴 거라고 했어.



난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당신은 가해자, 난 피해자라고만 생각했어. 당신을 외롭게 만들고 쓸쓸하게 한 나야말로 가해자지.”







“뭐 어쩌려고? 왜 그런 말을 하는데? 다시 시작하기라도 하려고?”







“아니. 당신과 난 이미 끊어진 인연이야. 당신도 알고 있잖아.”







진선은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알고 있었다. 자신 앞에서 강희수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걸 봤을 때 더는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왜 이래? 당신답지 않아. 원래 당신처럼 굴어.”







그때 별장 밖에서 차 소리가 났다.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 싶어 진선이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갔다. 담운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 왜 오셨지?”







“내가 오시라고 했어.”







“뭐?”







“아버님께 할 말이 있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겁먹은 진선이 초조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번에 아버지한테 걸리면 정말로 맞아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으려고 하는데 효준이 진선 앞에 섰다.







“숨어야 해.”







“괜찮아. 내가 있는 한 아버님께서 당신에게 손대지 못해.”







현관문이 열리고 담운이 들어왔다. 냉담한 얼굴의 담운을 본 진선은 움츠러들었다.







“아, 아버지…….”







“오셨습니까, 장인어른.”







“왜 여기로 오라고 한 건가? 자네 얼굴 왜 그러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살짝 긁힌 겁니다.”







효준은 더는 진선이 담운에게 찍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담운의 눈이 진선에게 향하자 효준은 긴장했다.







“저 녀석은 이제 내 자식이 아닐세.”







담운은 소파에 앉으며 냉랭하고 확고하게 말했다.







하지만 진심이 아니라는 걸 효준은 알아차렸다.



담운의 눈빛이 희미하게 흔들리는 걸 목격했다.



하나뿐인 자식인데 어떻게 연을 끊겠는가.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담운과 진선의 관계를 잘 이어놓는 것이다. 효준은 진선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그 소리도 이젠 지겹네.”







“진선이가 잘못했지요. 하지만 저 또한 잘한 게 없습니다. 진선이가 그렇게 되도록 전 방관하고 있었으니까요.



임신한 아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제가 진선이 탓만 했습니다. 못난 놈이죠.



아버님께서도 진선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시죠? 그래서 이 꼴로 만들어 놓으신 거죠?”







“살아 있는 것이 다행이지. 아무리 외롭고 쓸쓸했다고 해도 유부녀가 그런 짓을 하고 다녀? 유부남하고 놀아 나? 그 남자 와이프가 쫓아오게 만들어?



어디 할 짓이 없어서 그런 짓을 하고, 찾아온 아이까지 놓쳐!



아무리 감싸려고 해도 감쌀 가치가 없어. 그래 놓고 재결합을 원해? 양심이 있다면 재결합을 운운하지 못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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