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혈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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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위치에 말뚝을 대고 굵은 철사를 대충 감고 잡고 있다. [종필]이 형이 오함마를 내리찍는다. [쩡!!!....쩡!!!...쩡!!!...쩡!!!...쩡!!!...] 들어간다. [쩡!!!....쩡!!!...쩡!!!...쩡!!!...쩡!!!...]
이젠 잡고 있던 철사줄을 놔도 될꺼 같았다. [쩡!!!..쩡!!!..쩡!!!...쩡!!!...쩡!!!..] 뒤를 돌아보니 구례방향으로 아득하게 먼 도시들이 내려다 보인다. 까마득하기만 하다. 이산의 산줄기중
한가닥이 그곳으로 멀리 뻗어져 있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찝찝함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한다. 검은 천의 한문들과 일본어를 본 후 부터이다.
"에고... 힘들다... 교대...................................."
"형... 줘바바......................................"
[쩡!!!....쩡!!!...쩡!!!...쩡!!!...쩡!!!...] 인적도 없는 깊은 산속에 [종필]이 형과 나의 망치소리가 울려퍼져 나간다. 처음에는 잘 들어가나 싶더니만 존나게 박아도 들어가는건지 어쩐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교대로 1시간을 박았다.
"씨발... 다 박았다......................................"
"화아... 존나 힘들다......................................."
이미 해가 졌는지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형... 빨리 사진 찍어야지......................................"
"그래..................................."
번쩍이는 디카의 후레쉬로 우리의 첫 말뚝박기는 성공인 것이다. [종필]이 형과 나는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다. 대충 그주변의 평평한 곳에 각자의 텐트를 치고 저녁준비를 했다. 첫날
너무 피곤했는지 다음날 아침이 되어 일어나니 온 몸 이곳저곳 안쑤신 곳이 없었다. [종필]이 형도 마찬가지 같아 보였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장비를 챙겨들고 서둘러 2번 말뚝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날 오후 늦게 어제처럼 한참을 기진맥진한 채로 해매다가 어렵게 말뚝박는 장소를 발견했다.
처절한 말뚝박기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쩡!!!....쩡!!!...쩡!!!...쩡!!!...쩡!!!...] 이제는 오함마를 쥐고 있는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다. [쩡!!!....쩡!!!...쩡!!!...쩡!!!...쩡!!!...] 그날밤 밤늦게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 조수석에 곯아떨어져 있다.
"형... 서울 도착하면... 술 못마시겠다................................."
"나도 마찬가지야... 임마... 오늘은 각자 쉬고... 내일 만나서 한잔하자.........................."
"에고... 다리야... 하이고... 손목이야........................."
"씨팔... 이거 진짜 힘들긴 하다............................."
"그러게... 괜히 20억이 아니야................................"
"후훗... 다음 원정부터는 좀 쉬워 질꺼야.............................."
"아이고... 그러겠지... 머................................"
밤 12시쯤 서울에 입성이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흙과 땀으로 범벅이된 옷들을 세탁기에 쳐넣고 냉장고에서 쇠주를 꺼내었다. 안주거리가 마땅치 않아서 슬리퍼를 질질질 끌고 동네
구멍가게로 향했다. 쇠주를 한잔 두잔 마시면서 힘든 육체를 안정시킨다. 어느정도 취기가 돌자 피곤함이 가시면서 아까부터 찝찝했던 그 부적생각이 난다. 검은 부적 한문과 일본어가
표기된 그 검은 부적 말뚝을 벗겨낸 그 검은천조가리 부적들은 지금 내 배낭안에 있다.
이걸 태워 없애버리라고 했지??? 하지만 산속에서 괜히 불장난 했다가 일이 돌이킬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에 태우지는 않았었다. 그냥 버려버리라는 [종필]이 형의 무관심에 내가
따로 배낭에다 챙겨놓은 것이다. 지금 그 부적을 쭈.. 욱 펼쳐본다. 유심히 바라본다. 모르겠다. 다시 배낭속에 쳐박아 두고 불을 끄고 이불속에 파고든다. 눈이 감긴다. 취기가 올라서
금방 잠들 수 있을꺼 같다.
다음날 오후 늦게 [종필]이 형과 만났다. 며칠전 만났던 그 지하의 싸구려 다방이다. 다음 목표인 3번과 4번과 5번의 말뚝위치에 대한 장소와 설명에 논의가 한창이다. 이번 위치는
설악산이다. 백담사 근처에 3번이고 나머지는 외 설악쪽에 4번과 5번이다. 그곳은 입산이 완전히 통제된 지역이고 험준한 곳이라 준비를 잘 해야 할것같다.
"차를 파킹하고... 이동하는데 4시간 정도... 그러니까..................................."
"아마... 6시간은 잡아야 할껄???... 목표지점을 찾아야 하잖아..........................."
"그래... 니 말대로 6시간 정도 잡으면... 작업시간 2시간 잡고... 그러면... 해지기전 8시간... 그러니까... 오전10시에 도착해야 해......................."
"흐음............................."
"내일... 새벽4시에 만나자................................."
"그래... 형........................................."
"자자... 이년들아... 일루와서 앉아봐!!!..................................."
"얘기 다 끝났어??... 영계오빠?????..................................."
다방 레지년들이 종필이 형과 내 옆으로 엉댕이를 들이밀며 한년씩 착석이다.
"야... 니년들 티켓 끊어주면... 오빠들이랑 나가서 술마시고 노냐???.................................."
"지금은 안돼 오빠... 가게 사람도 없고... 배달나갈 사람도 없고..............................."
"그럼... 밤에는 되는거야??............................."
"그럼... 오빠... 우리 10시면 문닫어... 오빠..............................."
"야... 그시간에 놀꺼면 우리가 왜 니들같은 애들이랑 놀겠냐???.............................."
"치... 오빠... 재수없어..............................."
"하하하... 일루와바... 젖탱이 검사좀 해보게............................"
"우리... 음료수 하나씩 마셔도 돼... 오빠????.............................."
나도 슬쩍 옆에 앉아 있는 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물컹한 젖가슴이 느껴진다. 한 손을 뻗어 허벅지 사이로 파고든다. 까칠한 망사의 느낌이다. 그속에 손가락을 비집기 시작한다.
"오빠... 간지러.........................................."
"어허!!... 가만있어봐바.............................."
"근데... 오빠들은 머하는 사람들이야???......................................"
"음... 우리는 말이야... 한의사야... 한의사.............................."
"에... 의사선생님처럼 안보이는데????................................"
"정말이야... 이거벗고 하얀 가운 입고 있어야 그렇게 보이겠냐??... 오빠가 안양에서 3년 동안 전문의 수련 마치고 한달전 쯤 개업했어............................."
"와아... 정말 한의사 맞아??..................................."
"그럼... 아픈 곳 이곳 저곳에 말야... 침을 놓고 다니지... 요즘에........................"
"오빠... 나도 좀 봐줄수 있어???................................"
"흐음... 어디보자..................................."
마치 진짜 한의사인양 손맥을 짚기도 하고 젖탱이에 귀를 대 보이기도 한다. 마주앉은 커플들이 [킥킥] 거린다.
"흐음... 너 큰일이다... 기가 막혀 있어........................................."
"기가... 막혀있다고???................................."
"그럼... 오빠가 너 기를 좀 뚫어줘야 겠어..........................."
"침 놓을꺼야???... 나... 그거 무서운데................................"
"무시무시한 육봉침을 좀 놔줘야 겠어... 안아프게 놔줄께... 장담해.............................."
"호호... 뭐야... 오빠.............................."
"아마... 좋아 죽을껄?????............................."
"호호호............................."
그렇게 다음날 설악산 원정이 시작되고 3일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5일이나 걸려 기진맥진한 상태로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그날 반지하 창밖 너머로 무수한 빗줄기들이 쏟아져 내렸다.
새벽까지 엄청난 빗줄기와 천둥번개가 멈추지를 않았다. 다음날 오후 [종필]이 형과 북한산으로 향했다. 하루 정도 푹 쉬려고 했으나 [종필]이 형이 극구 고집을 부렸다. 오늘 저녁에
[윤선생]과의 미팅자리에서 중간정산을 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인적이 드문 깎아지는 절벽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암벽을 끼고 한참을 기어올라갔다.
"여기가 맞긴 한데........................................."
"형... 저기 위다!!................................."
"어... 그러네... 저위에 꾸부러진 소나무... 저 옆에 있는 바위틈인가 보다................................"
"근데... 저길 어떻게 기어올라가지??........................................"
"씨발... 변변한 장비도 없이... 암벽등반 해본적도 없는데... 니미................................."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장비탓하고 돌아갈수도 없잖아... 한번 기어올라가 봐야지... 뭐.............................."
"햐... 요새끼들은 어째 저런데까지 기어올라가서 말뚝을 박으라는거야??........................................."
"빨리 날 저물기전까지 올라가자... 형... 오늘 저녁에 [윤선생]이랑 약속 있다며??.................................."
"씨발... 모르겄다... 나좀... 밀어봐봐...................................."
그렇게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암벽 등반까지 해가며 기어올라가고 로프를 이용해서 아주 무거운 장비까지 끌어올렸다. 그래도 지난 설악산 등반때 5일간 죽어라 쌩고생을 해서 그런지
등산이나 등반을 할 때 처음 지리산 등반보다는 체력이 많이 좋아진건 사실이다.
"히야아... 서울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네......................."
"담배 한대씩 피고 시작하자...................................."
[쩡!!!...쩡!!!!.....쩡!!!!!...쩡!!!!...쩡!!!!!...쩡!!!!] 그렇게 1시간이 넘도록 오함마 질을 해댔다. 사진을 찍고 말뚝 끝 2cm정도의 대가리에 로프를 걸고 아슬아슬하게 내려와 로프를 반동을
주어 말뚝으로 부터 빼 버렸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등산로를 콧노래를 불러가며 걸어내려온다. 벌써 6개를 박았다.
"내가 말이야... 괜찮은 가게 자리 하나 봐둔게 있거든.................................."
"에이... 또 형... 그 룸싸롱 동업 얘기야???.................................."
"너... 임마... 박마담네 룸싸롱이 하루에 얼마씩 버는줄 알어???................................."
"뭐... 벌어봤자... 오륙백이겠지............................"
"야... 그거 벌어서 어떻게 유지하냐??... 못벌어도 하루에 3000만원이라더라.............................."
"뭐??... 삼천만원??............................."
"그래... 임마... 한달이면... 9억이야... 가게 월세내고... 애들 돈주고... 술값내면 최소 4억 떨어지는거야... 그럼 너랑 나랑 2억씩 번다고 치면.. 최소 네 다섯달이면 본전뽑고... 그 다음
부터는 엄청난게 돈 버는거지......................................."
"히야... 죽이네..................................."
"거기 박마담네... 사장새끼가 너랑 동갑이래?????....................................."
"히야아... 그새끼... 그거................................"
"너 저번에 노란색 스포츠카 갖고 싶다 그랬지???...................................."
"어.................................."
"그정도 가게 가지고 있으면... 그런 스포츠카 타고 다닐 수 있어...................................."
"난... 사실... 이거 끝나면 그차 한대 뽑고 싶은데... 작은 아파트랑................................."
"야... 그차 한대 산다고 쳐... 너 그럼... 그차는 뭘로 유지하고 뭘로 벌어먹고 살래???.................................."
".............................."
"차값도 차값이지만... 그런차가 세금이랑... 기름 얼마나 먹는줄 니가 아냐???...................................."
"그거야... 머................................... "
"형이랑 돈 합쳐서... 근사한 룸싸롱 하면... 넌... 평생 그런차 끌고 다니면서 돈 펑펑 버는거야......................................."
"그래... 생각해보자......................................."
"새끼야... 너 빵살이 할때... 내가 못챙겨준거는 형도 어려워서 그런거였어... 그래도 이렇게 굵직한거 한건 가지고 왔잖아... 이거면 샘샘 아니냐???......................"
"그래... 좋아... 어차피 시작도 함께한거... 끝까지 형이랑 가보자... 씨발...................................."
우리는 벌써부터 들떠서 이 일이 끝나면 그 돈으로 무얼 할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기대감에 [종필]이 형과의 힘든 산행도 마냥 기쁘기만 했다. 어둠이 깔린 초저녁에 남대문에서
다음 산행에 필요한 장비들과 비품들을 구하고 있다. [종필]이 형은 돈얘기를 하러간다며 [윤선생]을 만나러 갔다. 아무래도 [윤선생]과 저녁식사에 술까지 한잔 할 모양같다. 북적이는
남대문 상가 옆으로 왠 룸싸롱 앞에 핸드폰을 손에 든 [창식]이 형이 보인다.
[동경 룸비지니스 클럽] 창식이 형네 가게인가?? [창식]이형이 전화를 끊고 건달들로 보이는 남자 두어명에게 뭐라 화를 내기도 한다. 그때 였다. 검은색 승용차 2대가 그 앞에 멈추고
저번에 길에서 본 그 일본놈 3놈이 내린다. [창식]이 형과 그 동생들이 그놈들을 굽신거리며 안으로 모신다. 이윽고 뒷차도 문이 열리면서 머리가 하얀 낯익은 노인네가 한복을 입고
내린다. [엇!! 윤선생이다...]
윤선생과 그때 그 사무실에서 봤던 일본년이 뒤에서 나란히 내리는 것이다. [창식]이 형이 그 일본년에게도 꾸벅 인사를 하면서 안으로 안내를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수석에서는
[종필]이 형이 내린다. [종필]이 형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핸드폰으로 누구에겐가 전화를 한다. [띠리리리....] 나에게 전화다. 골목 어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희준아... 난데... 너... 지금 어디야??......................................."
"응... 남대문에서 물품 사고 집에 가는중................................."
"가지말고... 남대문으로 와라... 어... 여기가 어디냐면............................"
전화통화가 끝났다. [동경 룸비지니스 클럽]으로 당장 오라는 것이다. 그자리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결국 쪽빠리들과 지금의 일들이 무슨 연관이 있는게 분명했다.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 [창식]이 형이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막아선다. 나를 아직까지도 누군지도 모르는거 같다.
"아직... 문 안열었습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안에 손님들 계세요... 일본분들하고 [윤선생]님 하구요..............................."
"하이고... 어서 들어가십시오...... 야야... 빨리 모셔드려라..................................."
웨이터의 안내를 받고 들어간 맨끝 방에는 일본남자 세놈이 앉아있고 가운데는 윤선생과 일본년이 앉아있고 문쪽으로 [종필]이 형이 혼자 앉아있다.
"하이고... 어서오시게.................................."
"네...................................."
[종필]이 형 옆에 앉자 [윤선생]옆에 앉은 일본년이 나를 흘끔 쳐다본다. 그리고는 마주앉은 일본놈들에게 나를 소개 한다.
"こちらたちが御苦?さま."
"そうですか"
일본놈 한녀석이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뭐라 지껄인다.
"お?いできて嬉しいです..高木と言います.."
".........................."
"만나서... 반갑스므니다... 다카끼씨 라고 하므니다................................."
이 일본년이 번역을 해준다.
"아네... 반가워요... 김희준입니다...................................."
"嬉しいです...ギムフィズンと言います"
여기저기 시끄러운 일본말과 자기네들의 웃음소리가 계속된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종필]이 형이 [윤선생]에게 나를 데리고 옆방에서 따로 한잔 하겠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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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잡고 있던 철사줄을 놔도 될꺼 같았다. [쩡!!!..쩡!!!..쩡!!!...쩡!!!...쩡!!!..] 뒤를 돌아보니 구례방향으로 아득하게 먼 도시들이 내려다 보인다. 까마득하기만 하다. 이산의 산줄기중
한가닥이 그곳으로 멀리 뻗어져 있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찝찝함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한다. 검은 천의 한문들과 일본어를 본 후 부터이다.
"에고... 힘들다... 교대...................................."
"형... 줘바바......................................"
[쩡!!!....쩡!!!...쩡!!!...쩡!!!...쩡!!!...] 인적도 없는 깊은 산속에 [종필]이 형과 나의 망치소리가 울려퍼져 나간다. 처음에는 잘 들어가나 싶더니만 존나게 박아도 들어가는건지 어쩐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교대로 1시간을 박았다.
"씨발... 다 박았다......................................"
"화아... 존나 힘들다......................................."
이미 해가 졌는지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형... 빨리 사진 찍어야지......................................"
"그래..................................."
번쩍이는 디카의 후레쉬로 우리의 첫 말뚝박기는 성공인 것이다. [종필]이 형과 나는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다. 대충 그주변의 평평한 곳에 각자의 텐트를 치고 저녁준비를 했다. 첫날
너무 피곤했는지 다음날 아침이 되어 일어나니 온 몸 이곳저곳 안쑤신 곳이 없었다. [종필]이 형도 마찬가지 같아 보였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장비를 챙겨들고 서둘러 2번 말뚝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날 오후 늦게 어제처럼 한참을 기진맥진한 채로 해매다가 어렵게 말뚝박는 장소를 발견했다.
처절한 말뚝박기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쩡!!!....쩡!!!...쩡!!!...쩡!!!...쩡!!!...] 이제는 오함마를 쥐고 있는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다. [쩡!!!....쩡!!!...쩡!!!...쩡!!!...쩡!!!...] 그날밤 밤늦게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 조수석에 곯아떨어져 있다.
"형... 서울 도착하면... 술 못마시겠다................................."
"나도 마찬가지야... 임마... 오늘은 각자 쉬고... 내일 만나서 한잔하자.........................."
"에고... 다리야... 하이고... 손목이야........................."
"씨팔... 이거 진짜 힘들긴 하다............................."
"그러게... 괜히 20억이 아니야................................"
"후훗... 다음 원정부터는 좀 쉬워 질꺼야.............................."
"아이고... 그러겠지... 머................................"
밤 12시쯤 서울에 입성이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흙과 땀으로 범벅이된 옷들을 세탁기에 쳐넣고 냉장고에서 쇠주를 꺼내었다. 안주거리가 마땅치 않아서 슬리퍼를 질질질 끌고 동네
구멍가게로 향했다. 쇠주를 한잔 두잔 마시면서 힘든 육체를 안정시킨다. 어느정도 취기가 돌자 피곤함이 가시면서 아까부터 찝찝했던 그 부적생각이 난다. 검은 부적 한문과 일본어가
표기된 그 검은 부적 말뚝을 벗겨낸 그 검은천조가리 부적들은 지금 내 배낭안에 있다.
이걸 태워 없애버리라고 했지??? 하지만 산속에서 괜히 불장난 했다가 일이 돌이킬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에 태우지는 않았었다. 그냥 버려버리라는 [종필]이 형의 무관심에 내가
따로 배낭에다 챙겨놓은 것이다. 지금 그 부적을 쭈.. 욱 펼쳐본다. 유심히 바라본다. 모르겠다. 다시 배낭속에 쳐박아 두고 불을 끄고 이불속에 파고든다. 눈이 감긴다. 취기가 올라서
금방 잠들 수 있을꺼 같다.
다음날 오후 늦게 [종필]이 형과 만났다. 며칠전 만났던 그 지하의 싸구려 다방이다. 다음 목표인 3번과 4번과 5번의 말뚝위치에 대한 장소와 설명에 논의가 한창이다. 이번 위치는
설악산이다. 백담사 근처에 3번이고 나머지는 외 설악쪽에 4번과 5번이다. 그곳은 입산이 완전히 통제된 지역이고 험준한 곳이라 준비를 잘 해야 할것같다.
"차를 파킹하고... 이동하는데 4시간 정도... 그러니까..................................."
"아마... 6시간은 잡아야 할껄???... 목표지점을 찾아야 하잖아..........................."
"그래... 니 말대로 6시간 정도 잡으면... 작업시간 2시간 잡고... 그러면... 해지기전 8시간... 그러니까... 오전10시에 도착해야 해......................."
"흐음............................."
"내일... 새벽4시에 만나자................................."
"그래... 형........................................."
"자자... 이년들아... 일루와서 앉아봐!!!..................................."
"얘기 다 끝났어??... 영계오빠?????..................................."
다방 레지년들이 종필이 형과 내 옆으로 엉댕이를 들이밀며 한년씩 착석이다.
"야... 니년들 티켓 끊어주면... 오빠들이랑 나가서 술마시고 노냐???.................................."
"지금은 안돼 오빠... 가게 사람도 없고... 배달나갈 사람도 없고..............................."
"그럼... 밤에는 되는거야??............................."
"그럼... 오빠... 우리 10시면 문닫어... 오빠..............................."
"야... 그시간에 놀꺼면 우리가 왜 니들같은 애들이랑 놀겠냐???.............................."
"치... 오빠... 재수없어..............................."
"하하하... 일루와바... 젖탱이 검사좀 해보게............................"
"우리... 음료수 하나씩 마셔도 돼... 오빠????.............................."
나도 슬쩍 옆에 앉아 있는 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물컹한 젖가슴이 느껴진다. 한 손을 뻗어 허벅지 사이로 파고든다. 까칠한 망사의 느낌이다. 그속에 손가락을 비집기 시작한다.
"오빠... 간지러.........................................."
"어허!!... 가만있어봐바.............................."
"근데... 오빠들은 머하는 사람들이야???......................................"
"음... 우리는 말이야... 한의사야... 한의사.............................."
"에... 의사선생님처럼 안보이는데????................................"
"정말이야... 이거벗고 하얀 가운 입고 있어야 그렇게 보이겠냐??... 오빠가 안양에서 3년 동안 전문의 수련 마치고 한달전 쯤 개업했어............................."
"와아... 정말 한의사 맞아??..................................."
"그럼... 아픈 곳 이곳 저곳에 말야... 침을 놓고 다니지... 요즘에........................"
"오빠... 나도 좀 봐줄수 있어???................................"
"흐음... 어디보자..................................."
마치 진짜 한의사인양 손맥을 짚기도 하고 젖탱이에 귀를 대 보이기도 한다. 마주앉은 커플들이 [킥킥] 거린다.
"흐음... 너 큰일이다... 기가 막혀 있어........................................."
"기가... 막혀있다고???................................."
"그럼... 오빠가 너 기를 좀 뚫어줘야 겠어..........................."
"침 놓을꺼야???... 나... 그거 무서운데................................"
"무시무시한 육봉침을 좀 놔줘야 겠어... 안아프게 놔줄께... 장담해.............................."
"호호... 뭐야... 오빠.............................."
"아마... 좋아 죽을껄?????............................."
"호호호............................."
그렇게 다음날 설악산 원정이 시작되고 3일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5일이나 걸려 기진맥진한 상태로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그날 반지하 창밖 너머로 무수한 빗줄기들이 쏟아져 내렸다.
새벽까지 엄청난 빗줄기와 천둥번개가 멈추지를 않았다. 다음날 오후 [종필]이 형과 북한산으로 향했다. 하루 정도 푹 쉬려고 했으나 [종필]이 형이 극구 고집을 부렸다. 오늘 저녁에
[윤선생]과의 미팅자리에서 중간정산을 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인적이 드문 깎아지는 절벽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암벽을 끼고 한참을 기어올라갔다.
"여기가 맞긴 한데........................................."
"형... 저기 위다!!................................."
"어... 그러네... 저위에 꾸부러진 소나무... 저 옆에 있는 바위틈인가 보다................................"
"근데... 저길 어떻게 기어올라가지??........................................"
"씨발... 변변한 장비도 없이... 암벽등반 해본적도 없는데... 니미................................."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장비탓하고 돌아갈수도 없잖아... 한번 기어올라가 봐야지... 뭐.............................."
"햐... 요새끼들은 어째 저런데까지 기어올라가서 말뚝을 박으라는거야??........................................."
"빨리 날 저물기전까지 올라가자... 형... 오늘 저녁에 [윤선생]이랑 약속 있다며??.................................."
"씨발... 모르겄다... 나좀... 밀어봐봐...................................."
그렇게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암벽 등반까지 해가며 기어올라가고 로프를 이용해서 아주 무거운 장비까지 끌어올렸다. 그래도 지난 설악산 등반때 5일간 죽어라 쌩고생을 해서 그런지
등산이나 등반을 할 때 처음 지리산 등반보다는 체력이 많이 좋아진건 사실이다.
"히야아... 서울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네......................."
"담배 한대씩 피고 시작하자...................................."
[쩡!!!...쩡!!!!.....쩡!!!!!...쩡!!!!...쩡!!!!!...쩡!!!!] 그렇게 1시간이 넘도록 오함마 질을 해댔다. 사진을 찍고 말뚝 끝 2cm정도의 대가리에 로프를 걸고 아슬아슬하게 내려와 로프를 반동을
주어 말뚝으로 부터 빼 버렸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등산로를 콧노래를 불러가며 걸어내려온다. 벌써 6개를 박았다.
"내가 말이야... 괜찮은 가게 자리 하나 봐둔게 있거든.................................."
"에이... 또 형... 그 룸싸롱 동업 얘기야???.................................."
"너... 임마... 박마담네 룸싸롱이 하루에 얼마씩 버는줄 알어???................................."
"뭐... 벌어봤자... 오륙백이겠지............................"
"야... 그거 벌어서 어떻게 유지하냐??... 못벌어도 하루에 3000만원이라더라.............................."
"뭐??... 삼천만원??............................."
"그래... 임마... 한달이면... 9억이야... 가게 월세내고... 애들 돈주고... 술값내면 최소 4억 떨어지는거야... 그럼 너랑 나랑 2억씩 번다고 치면.. 최소 네 다섯달이면 본전뽑고... 그 다음
부터는 엄청난게 돈 버는거지......................................."
"히야... 죽이네..................................."
"거기 박마담네... 사장새끼가 너랑 동갑이래?????....................................."
"히야아... 그새끼... 그거................................"
"너 저번에 노란색 스포츠카 갖고 싶다 그랬지???...................................."
"어.................................."
"그정도 가게 가지고 있으면... 그런 스포츠카 타고 다닐 수 있어...................................."
"난... 사실... 이거 끝나면 그차 한대 뽑고 싶은데... 작은 아파트랑................................."
"야... 그차 한대 산다고 쳐... 너 그럼... 그차는 뭘로 유지하고 뭘로 벌어먹고 살래???.................................."
".............................."
"차값도 차값이지만... 그런차가 세금이랑... 기름 얼마나 먹는줄 니가 아냐???...................................."
"그거야... 머................................... "
"형이랑 돈 합쳐서... 근사한 룸싸롱 하면... 넌... 평생 그런차 끌고 다니면서 돈 펑펑 버는거야......................................."
"그래... 생각해보자......................................."
"새끼야... 너 빵살이 할때... 내가 못챙겨준거는 형도 어려워서 그런거였어... 그래도 이렇게 굵직한거 한건 가지고 왔잖아... 이거면 샘샘 아니냐???......................"
"그래... 좋아... 어차피 시작도 함께한거... 끝까지 형이랑 가보자... 씨발...................................."
우리는 벌써부터 들떠서 이 일이 끝나면 그 돈으로 무얼 할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기대감에 [종필]이 형과의 힘든 산행도 마냥 기쁘기만 했다. 어둠이 깔린 초저녁에 남대문에서
다음 산행에 필요한 장비들과 비품들을 구하고 있다. [종필]이 형은 돈얘기를 하러간다며 [윤선생]을 만나러 갔다. 아무래도 [윤선생]과 저녁식사에 술까지 한잔 할 모양같다. 북적이는
남대문 상가 옆으로 왠 룸싸롱 앞에 핸드폰을 손에 든 [창식]이 형이 보인다.
[동경 룸비지니스 클럽] 창식이 형네 가게인가?? [창식]이형이 전화를 끊고 건달들로 보이는 남자 두어명에게 뭐라 화를 내기도 한다. 그때 였다. 검은색 승용차 2대가 그 앞에 멈추고
저번에 길에서 본 그 일본놈 3놈이 내린다. [창식]이 형과 그 동생들이 그놈들을 굽신거리며 안으로 모신다. 이윽고 뒷차도 문이 열리면서 머리가 하얀 낯익은 노인네가 한복을 입고
내린다. [엇!! 윤선생이다...]
윤선생과 그때 그 사무실에서 봤던 일본년이 뒤에서 나란히 내리는 것이다. [창식]이 형이 그 일본년에게도 꾸벅 인사를 하면서 안으로 안내를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수석에서는
[종필]이 형이 내린다. [종필]이 형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핸드폰으로 누구에겐가 전화를 한다. [띠리리리....] 나에게 전화다. 골목 어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희준아... 난데... 너... 지금 어디야??......................................."
"응... 남대문에서 물품 사고 집에 가는중................................."
"가지말고... 남대문으로 와라... 어... 여기가 어디냐면............................"
전화통화가 끝났다. [동경 룸비지니스 클럽]으로 당장 오라는 것이다. 그자리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결국 쪽빠리들과 지금의 일들이 무슨 연관이 있는게 분명했다.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 [창식]이 형이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막아선다. 나를 아직까지도 누군지도 모르는거 같다.
"아직... 문 안열었습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안에 손님들 계세요... 일본분들하고 [윤선생]님 하구요..............................."
"하이고... 어서 들어가십시오...... 야야... 빨리 모셔드려라..................................."
웨이터의 안내를 받고 들어간 맨끝 방에는 일본남자 세놈이 앉아있고 가운데는 윤선생과 일본년이 앉아있고 문쪽으로 [종필]이 형이 혼자 앉아있다.
"하이고... 어서오시게.................................."
"네...................................."
[종필]이 형 옆에 앉자 [윤선생]옆에 앉은 일본년이 나를 흘끔 쳐다본다. 그리고는 마주앉은 일본놈들에게 나를 소개 한다.
"こちらたちが御苦?さま."
"そうですか"
일본놈 한녀석이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뭐라 지껄인다.
"お?いできて嬉しいです..高木と言います.."
".........................."
"만나서... 반갑스므니다... 다카끼씨 라고 하므니다................................."
이 일본년이 번역을 해준다.
"아네... 반가워요... 김희준입니다...................................."
"嬉しいです...ギムフィズンと言います"
여기저기 시끄러운 일본말과 자기네들의 웃음소리가 계속된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종필]이 형이 [윤선생]에게 나를 데리고 옆방에서 따로 한잔 하겠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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