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열전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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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호도 마찬가지였다. 자기와 싸우는 정순이의 치마가 칼바람에 들추어지면서 그녀의 허벅지가 드러나자 그 동안 꾹 참고 있던 욕망이 솟아오르며 그냥 싸움이고 뭐고 당장에 그녀를
올라타고 한바탕 떡을 치고 싶었지만 그건 오로지 희망 사항일 뿐이고 지금은 자기의 목이 그대로 붙어 있느냐? 달아나느냐? 하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이제 송학산 중턱에서
산적들과 한 바탕 싸움을 치르는 동안 이 광경을 지켜보는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은 과연 이들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자가 될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하여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었다.
손 달곤이는 마음을 아주 굳게 먹었다. 아무래도 싸움판이 돌아가는 것이 자기들에게 무척이나 불리했다. 한 때 구월산에서 유명한 송진(宋鎭) 대사에게 무술을 배우면서 지낼 때 그가
말하기를 사람은 죽을 때를 알고 항상 준비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손 달곤 이가 천민이 아닌 양반의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아마 지금 쯤 장군(將軍)은 못 되어도
포도대장(捕盜大將)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 무식한 천민의 출생이다가 보니 제대로 된 벼슬길도 못가고 세상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다가 보니 욱하는 마음에 구월산으로
들어가 중이 되려고 하다가 속세의 욕망(慾望)을 끊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다가 이곳 송학산에서 산적(山賊)이 되고 말았다.
이제 천하게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신세 지금까지 온갖 자기 마음이 꼴리는 대로 살아 온 나날들이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가만히 보니 아름다운 저 선녀(仙女)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의
무공을 소유(所有)한 것이 틀림이 없는 것 같고 오늘 그녀와 마지막 일전(一戰)을 벌려야 할 것만 같았다. 척 보면 삼척이요 퉁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고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이
저렇게나 잘 싸우는데 그녀들을 이끄는 저 선녀는 필시 무림의 지존이 분명할 터 그러니 칼도 없이 부채 하나만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겠는가! 손 달곤이는 자기의 부하들에게 모조리
다 달라붙어 라고 명령을 했다. 그러자 마지못해서 산적들은 모조리 자기들의 두목인 손 달곤이의 말에 우우우 하고 싸움판에 몰려들었다.
그러자 이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수빈이와 영혜 그리고 서진이와 문숙 송이 옥자 정희도 함께 싸움판에 몰려들었다. 이리하여 일대혼란(一代昏亂)이 일어났다. 열명의 여자들과
백 오육 십명이 넘는 산적들과 생사(生死)를 건 싸움이 시작되자 온통 아우성과 비명 소리가 온 산골짜기를 울렸다. 그러나 아무리 산적이 숫자가 많아도 정예부대(精銳部隊)인 열명의
여자들과는 상대가 되지를 않았다. 특히 미주가 번개같이 휘두르는 창날에 수많은 산적들이 작살이 났다. 또한 이에 질세라 삼국지에 나오는 상산 조자룡과 같이 용감하게 휘두르는
옥자의 큰 칼에 산적들이 추풍낙엽(秋風落葉) 같이 쓰러졌다.
어디 그 뿐이랴? 여기 또 하나의 뛰어난 무사가 있었으니 바로 서진이었다. 화려한 창검술(槍劍術)을 뽐내며 사자같이 날랜 몸짓으로 산적들을 요절내고 있었다. 그 밖에도 수빈이나
송이도 무예가 아주 대단하였다. 아예 처음부터 이번 싸움은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자기들이 싸움에서 유리할 것으로 알고 있던 산적들은 오히려 열 명의 여자들에게 개 작살이 나고
있었다. 열 명의 여자들이 용감하게 산적들을 쓰러뜨릴 때마다 한 쪽 구석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일시에 일어나며 ‘와아’ 하고 환호성을 크게 질렀다.
그러니 오늘은 바로 송학산 산적들의 제삿날이었다. 자기의 부하들이 거의 모두 다 죽고 부상을 당하자 이런 꼴을 지켜보고 있던 손 달곤 이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기의 손 발
같던 박 동태는 다시 싸움판에 달려 나온 옥자와 열심히 싸우다가 결국은 그녀의 칼에 찔려서 죽었다. 한 태수는 안간힘을 다해서 철퇴 방망이로 미주의 창을 막아 보았지만 아예 처음
부터 적수가 되지를 못했다. 미주가 공중으로 몸을 솟구치며 창을 내리 찌르자 한 태수는 철퇴 방망이로 온 힘을 다해 휘둘렀지만 헛 방을 치는 바람에 미주의 창에 찔려 쓰러졌다.
강수와 방수호도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있다가 순례와 정순이의 칼에 어물어물하다가 작살이 나고야 말았다. 모조리 자기 부하들이 대패(大敗)를 하자 손 달곤이는 이빨을 바드득
갈면서 소리를 질렀다.
“싸움은 이제 부터야!... 그래... 지금까지... 선녀 아가씨는 부채만 들고... 구경만 하고 있는데... 지친 하녀들을 보고... 설마 나 하고 싸우라는 말씀은 안 하시겠지!.......................”
늘 소중히 가지고 다니는 용천검을 쑥 뽑아 들면서 손 달곤 이가 싸움판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선아 아가씨는 지금까지 용감하게 잘 싸우고 있던 열 명의 여자들을 향해 싸움판에서 물러
나라고 말했다.
“미주야!... 그리고 옥자야!... 모두들 이제 싸움판에서 나오도록 해라!...................................”
그러자 선아 아가씨의 말에 열 명의 여자들은 무기를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손 달곤 이가 그 옛날 송진 대사로 부터 배운 광풍도법(光風刀法)을 펼치며 다가오자 큰 소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던 선아 아가씨가 갑자기 한 마리 아름다운 학으로 변하여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모두들 아주 놀란 눈으로 하늘을 높이 날아 오른 선아 아가씨를 보며 감탄의 소리를
연방 자아냈다. 손 달곤이도 깜짝 놀랐다. 세상에 자기에게 무예를 가르쳐 준 송진 대사도 전혀 하지를 못하는 놀라운 선아 아가씨의 경공술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오색
무지개에 쌓여 하늘에서 내려오며 아름다운 그녀가 내미는 부채에 손 달곤 이가 휘두르는 용천검이 크게 ‘쾅’ 하는 굉음을 내며 튕기면서 뒤로 수십 미터나 밀려났다.
그 뿐이 아니었다. 그녀의 엄청난 내공의 힘이 손 달곤 이의 팔에 큰 충격을 가져다가 주었다. ‘세상에 이런 엄청난 무공을 지니고 있다니?’ 손 달곤 이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안간힘을 다하여 자기가 배운 무공을 힘차게 펼쳤다. 손 달곤이가 휘두르는 용천검에서 검기가 아주 크게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는 가볍게 부채를 펴서 휘두르자 용천검의
검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손 달곤이는 또다시 놀랐지만 이미 작정한 몸 온 힘을 다해 용천검으로 공격을 해 들어갔다. 선아 아가씨는 이런 손 달곤 이의 공격에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그저 가볍게 부채로 용천검의 칼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다.
비로소 바로 자기 앞에서 부채를 들고 자기의 무서운 용천검을 살금살금 막아내고 있는 선아 아가씨를 비로소 손 달곤이는 똑똑히 보았다. 정말로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너무나
아름다운 선녀였다. 그녀의 맑은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똑 바로 꿰뚫어 보고 있었고 버들가지 같이 너무나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녀의 허리는 남자라면 누구나 끌어안고 싶은 욕망이
넘쳐나게 만들었다. 용천검의 검풍(劍風)에 휘날리는 비단결 같은 검은 긴 머리는 당장이라도 손 달곤 이의 얼굴을 감쌀 것만 같았다. 백옥 같은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은 그냥 껴안고
마구 부비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으며 앵두 같은 요염한 입술은 세상의 뭇 남자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자기의 좆을 빨아서 달라고 죽도록 애원을 할 만큼 매력이 넘쳤다.
어디 그 뿐이야? 하얀 목덜미에선 금방이라도 참이슬 같은 맑은 술이 끝없이 흘러서 나올 것 같고 그녀의 탐스런 두 유방은 세상의 뭇 남자들이 그기에 좆을 끼우고 싶어서 미칠 만큼
욕정이 폭풍같이 밀려서 왔다. 그 아래로 내려 와 잘록한 허리와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리는 치마 자락 사이로 보일 듯 말듯 남자들의 좆을 미치도록 자극하는 황홀한 계곡의 도끼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순간 선아 아가씨의 이런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정신이 빠진 손 달곤 이는 자기도 모르게 칼을 거두었다. 어떻게 감히 모나리자 같은 이 아름다운 예술품을 손상
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너무나 선아 아가씨를 아끼는 마음에 저절로 칼을 멈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추호도 알지를 못하는 선아 아가씨는 가볍게 부채를 내밀며 아름다운 꽃송이가 바람에 날리듯이 부드럽게 날라서 손 달곤 이에게 들어왔다. 그러자 선아 아가씨의
부채가 손 달곤 이의 가슴을 찌르는 동시에 손 달곤 이는 용천검을 던져 버리고 있는 힘을 다해 자기를 향해 공격해 들어오는 선아 아가씨를 힘껏 끌어서 안았다. 선아 아가씨의 부채
끝이 손 달곤이의 가슴에 닿는 순간 그는 엄청나게 큰 바위가 자기의 머리위에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으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손 달곤이는 죽는 그순간에 선아 아가씨의
아름다운 몸을 꼭 끌어서 안으며 두 무릎을 땅에 꿇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의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순간 손 달곤이는 이 세상에서 난생 처음으로 선아 아가씨의 아름다운 선녀의 향기를 맡았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향기는 그 동안 세상에서 그가 저질러 온 온갖 추악한
죄악들을 깨끗하게 씻기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마음들을 모조리 씻어내고 있었다. 갑작스런 손 달곤 이의 엉뚱한 행동에 너무나 어이가 없어 잠시 당황해 하던 선아 아가씨는 자기의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깊이 파묻고 있는 손 달곤 이를 말없이 내려다보며 그대로 선 채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이제 해가 서산에 걸리고 저녁노을이 너무나 곱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선아 아가씨를 따라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송학산을 무사히 넘어 산골 마을로 들어서자 그 곳에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무척이나 놀랐다.
“아니?... 그 무서운 산적들이 버글거리는데 아무 해도 입지를 않고... 이렇게 무사히 송학산을 넘어서 오다니?... 어찌 된 일이지?......................”
“그러게 말이야... 보따리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고... 이렇게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허... 살다가보니 정말 꿈같은 일이 다 있어..............................”
“참... 놀라운 일이야.............................”
모두들 모여들며 무척이나 궁금한지 한마디씩 말을 했다. 어느 듯 모여들은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마을의 주막에 모여 큰 잔치를 하듯이 떠들 썩 하였다.
“이제... 송학산 고개를 아무나 넘어가도... 전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자네 지금 돌았나?... 그 무서운 산적들이 갑자기 착한 사람으로 둔갑을 했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 송학산 산적들이 아름다운 선녀님에게 모조리 다 작살이 났다네... 그러니 이제 마음 놓고 저 송학산 재를 넘어가도 아무 염려할 것이 없다니까.................”
“아니?... 정말 도무지 믿을 수가 없네... 그 사납던 송학산 산적들을 예쁜 선녀님이 모조리 다 해치우다니?... 관가에서도 워낙 무서운 산적들이라 몇 번을 소탕하려고 출동을 했지만...
괜히... 약한 포졸(捕卒)들만 수십 명이 죽고 포도대장(捕盜大將)은 산적들과 싸우다가 큰 부상(負傷)만 당하고 도망쳐 내려와 다시는 아예 송학산으로 가지를 않으려고 하는데......”
“글쎄... 나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를 못했으면... 도저히 믿지를 못할 일인데 그런데 어찌하나?... 아름다운 선녀님이 산적들을 모조리 다 해치웠는데 말이지..................”
“하아...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관가에서 못한 일을 아름다운 선녀님이 단숨에 다 해치우다니?..............................”
“정말로 놀랐네!..........................”
밤이 새도록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주막(酒幕)에서 쉬고 있던 선아 아가씨 일행들이 길을 떠날 준비를 했다.
주막집 주모(酒母)는 선아 아가씨의 일행에게 지극한 정성으로 대접을 했다. 그 동안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을 괴롭히던 산적(山賊)들을 깨끗하게 선아 아가씨가 해치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돈도 한 푼도 안 받고 자기 집에 머물게 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길을 떠나려고 하자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나와서 구경을 하였다.
“정말로... 선녀가 틀림이 없네요....................”
“진짜... 선녀님이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무서운 송학산 산적(山賊)들을 모조리 다 해치우겠어요!...........................”
“그러나... 저러나 저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는 처음 보네..........................”
“그러니까... 선녀님이지!.............................”
저마다 쑥덕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선아 아가씨 일행들이 마을을 거의 벗어날 즈음에 이들을 보고 달려온 한 총각이 있었다. 이 총각은 후진을 단속하며 가는 서진 낭자에게 아주
급하게 다가와 물었다.
“혹시... 엊그제 송학산 중턱에서 산적들을 모조리 해치웠다는 선녀(仙女)님은 어디에 계신지요?..........................”
“왜... 그러시나요?... 갑자기?.......................”
낯선 총각의 말에 서진 낭자는 되물었다.
“아... 네... 저는 송학산 고개를 넘으려는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을 도와주던 조 대성 검객의 아들입니다....................”
“응?... 총각이 조 대성이라는 검객의 아들이란 말 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바로 조 대성 검객입니다.......................”
서진 낭자의 말에 총각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럼... 나를 따라 오세요.....................”
서진 낭자가 총각을 데리고 선아 아가씨에게로 갔다.
“옥녀(玉女)님!... 여기 총각이 자기 아버지가 조 대성(趙大成) 검객(劍客)이라고 하면서... 옥녀님을 뵈옵기를 청합니다............................”
“응?... 조 대성 검객의 아들?........................”
“네... 그렇다고 합니다... 자기의 말로는.........................”
“그래?... 정말... 총각이 조 대성 검객의 아들이라고?............................”
자기 앞에 와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총각을 보며 선아 아가씨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 어쩐 일로 나를 찾아왔느냐?.........................”
“저희... 아버지께서 선녀님의 소문을 듣고 너무나 놀라워하시며... 저희 집으로 모셔서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해 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응?... 그러냐?... 그렇게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려라.......................”
“아니옵니다... 저를 보내시면서 절대로 그냥 선녀님을 보내지 말고 꼭 모시고 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응?... 그러냐?................................”
“네... 송구하옵니다만... 저의 아버지의 청을 선녀님께서 물리치지 마시고... 제가 선녀님을 꼭 모시고 저희 집으로 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런... 정성으로 부탁을 하는데... 어찌 모른 척하고 그냥 가겠느냐?... 그럼... 네가 우리를 안내 하도록 하여라..................”
청아한 음성으로 말을 하는 선아 아가씨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하여 총각이 얼굴을 들고 바라보니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 눈에 쏘옥 들어왔다. 순간 총각은 그만 선아 아가씨의
아름다운 외모에 홀딱 반하여 가슴이 마구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길을 안내하는 총각을 따라서 한참을 가니 양지바른 산기슭에 커다란 기와집 세 채가 나왔다. 총각이 자기 집 대문을
뚜드리자 하인이 대문을 열고 나와 공손(恭遜)하게 인사(人事)를 하며 선아 아가씨 일행을 안으로 안내(案內)하였다. 온갖 기화요초(琪花瑤草)가 아름답게 가꾸어진 넓은 정원(庭園)을
지나 커다란 안 채에 이르니 너무나 품위(品位)가 있는 조 대성 검객이 나왔다.
“갑자기... 이렇게 누추한 집으로 선녀님을 모셔오라고 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조 대성 검객은 공손하게 선아 아가씨에게 인사를 했다.
“이 소녀를 이렇게... 정성(精誠)을 다해 불러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선아 아가씨도 조 대성 검객에게 인사를 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네............................”
선아 아가씨가 조 대성 검객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을 맞이하는 넓은 대청마루에 서로 마주대하고 앉았다. 이러는 동안 조 대성 검객의 부인이 음식(飮食)을 차린 큰 상(床)을
하녀(下女)들에게 들려서 왔다.
“여보!... 인사를 하시오... 이분이 바로 송학산 산적들을 깨끗이 소탕하여... 이곳을 지나는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이제 아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게 해 준 선녀님이시오.......”
“어머나!... 그러시군요!... 정말로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조 대성 검객의 부인이 남편의 말에 선아 아가씨를 향해 고개를 숙인 채 감탄(感歎)의 말을 했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 좋은 대접(待接)을 받으니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옥쟁반에 구슬이 구르는 것 같은 청아(淸雅)한 선아 아가씨의 목소리에 조 대성 검객의 부인은 비로소 얼굴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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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타고 한바탕 떡을 치고 싶었지만 그건 오로지 희망 사항일 뿐이고 지금은 자기의 목이 그대로 붙어 있느냐? 달아나느냐? 하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이제 송학산 중턱에서
산적들과 한 바탕 싸움을 치르는 동안 이 광경을 지켜보는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은 과연 이들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자가 될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하여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고 있었다.
손 달곤이는 마음을 아주 굳게 먹었다. 아무래도 싸움판이 돌아가는 것이 자기들에게 무척이나 불리했다. 한 때 구월산에서 유명한 송진(宋鎭) 대사에게 무술을 배우면서 지낼 때 그가
말하기를 사람은 죽을 때를 알고 항상 준비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손 달곤 이가 천민이 아닌 양반의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아마 지금 쯤 장군(將軍)은 못 되어도
포도대장(捕盜大將)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 무식한 천민의 출생이다가 보니 제대로 된 벼슬길도 못가고 세상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다가 보니 욱하는 마음에 구월산으로
들어가 중이 되려고 하다가 속세의 욕망(慾望)을 끊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다가 이곳 송학산에서 산적(山賊)이 되고 말았다.
이제 천하게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신세 지금까지 온갖 자기 마음이 꼴리는 대로 살아 온 나날들이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가만히 보니 아름다운 저 선녀(仙女)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의
무공을 소유(所有)한 것이 틀림이 없는 것 같고 오늘 그녀와 마지막 일전(一戰)을 벌려야 할 것만 같았다. 척 보면 삼척이요 퉁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고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이
저렇게나 잘 싸우는데 그녀들을 이끄는 저 선녀는 필시 무림의 지존이 분명할 터 그러니 칼도 없이 부채 하나만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겠는가! 손 달곤이는 자기의 부하들에게 모조리
다 달라붙어 라고 명령을 했다. 그러자 마지못해서 산적들은 모조리 자기들의 두목인 손 달곤이의 말에 우우우 하고 싸움판에 몰려들었다.
그러자 이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수빈이와 영혜 그리고 서진이와 문숙 송이 옥자 정희도 함께 싸움판에 몰려들었다. 이리하여 일대혼란(一代昏亂)이 일어났다. 열명의 여자들과
백 오육 십명이 넘는 산적들과 생사(生死)를 건 싸움이 시작되자 온통 아우성과 비명 소리가 온 산골짜기를 울렸다. 그러나 아무리 산적이 숫자가 많아도 정예부대(精銳部隊)인 열명의
여자들과는 상대가 되지를 않았다. 특히 미주가 번개같이 휘두르는 창날에 수많은 산적들이 작살이 났다. 또한 이에 질세라 삼국지에 나오는 상산 조자룡과 같이 용감하게 휘두르는
옥자의 큰 칼에 산적들이 추풍낙엽(秋風落葉) 같이 쓰러졌다.
어디 그 뿐이랴? 여기 또 하나의 뛰어난 무사가 있었으니 바로 서진이었다. 화려한 창검술(槍劍術)을 뽐내며 사자같이 날랜 몸짓으로 산적들을 요절내고 있었다. 그 밖에도 수빈이나
송이도 무예가 아주 대단하였다. 아예 처음부터 이번 싸움은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자기들이 싸움에서 유리할 것으로 알고 있던 산적들은 오히려 열 명의 여자들에게 개 작살이 나고
있었다. 열 명의 여자들이 용감하게 산적들을 쓰러뜨릴 때마다 한 쪽 구석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일시에 일어나며 ‘와아’ 하고 환호성을 크게 질렀다.
그러니 오늘은 바로 송학산 산적들의 제삿날이었다. 자기의 부하들이 거의 모두 다 죽고 부상을 당하자 이런 꼴을 지켜보고 있던 손 달곤 이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기의 손 발
같던 박 동태는 다시 싸움판에 달려 나온 옥자와 열심히 싸우다가 결국은 그녀의 칼에 찔려서 죽었다. 한 태수는 안간힘을 다해서 철퇴 방망이로 미주의 창을 막아 보았지만 아예 처음
부터 적수가 되지를 못했다. 미주가 공중으로 몸을 솟구치며 창을 내리 찌르자 한 태수는 철퇴 방망이로 온 힘을 다해 휘둘렀지만 헛 방을 치는 바람에 미주의 창에 찔려 쓰러졌다.
강수와 방수호도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있다가 순례와 정순이의 칼에 어물어물하다가 작살이 나고야 말았다. 모조리 자기 부하들이 대패(大敗)를 하자 손 달곤이는 이빨을 바드득
갈면서 소리를 질렀다.
“싸움은 이제 부터야!... 그래... 지금까지... 선녀 아가씨는 부채만 들고... 구경만 하고 있는데... 지친 하녀들을 보고... 설마 나 하고 싸우라는 말씀은 안 하시겠지!.......................”
늘 소중히 가지고 다니는 용천검을 쑥 뽑아 들면서 손 달곤 이가 싸움판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선아 아가씨는 지금까지 용감하게 잘 싸우고 있던 열 명의 여자들을 향해 싸움판에서 물러
나라고 말했다.
“미주야!... 그리고 옥자야!... 모두들 이제 싸움판에서 나오도록 해라!...................................”
그러자 선아 아가씨의 말에 열 명의 여자들은 무기를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손 달곤 이가 그 옛날 송진 대사로 부터 배운 광풍도법(光風刀法)을 펼치며 다가오자 큰 소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던 선아 아가씨가 갑자기 한 마리 아름다운 학으로 변하여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모두들 아주 놀란 눈으로 하늘을 높이 날아 오른 선아 아가씨를 보며 감탄의 소리를
연방 자아냈다. 손 달곤이도 깜짝 놀랐다. 세상에 자기에게 무예를 가르쳐 준 송진 대사도 전혀 하지를 못하는 놀라운 선아 아가씨의 경공술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오색
무지개에 쌓여 하늘에서 내려오며 아름다운 그녀가 내미는 부채에 손 달곤 이가 휘두르는 용천검이 크게 ‘쾅’ 하는 굉음을 내며 튕기면서 뒤로 수십 미터나 밀려났다.
그 뿐이 아니었다. 그녀의 엄청난 내공의 힘이 손 달곤 이의 팔에 큰 충격을 가져다가 주었다. ‘세상에 이런 엄청난 무공을 지니고 있다니?’ 손 달곤 이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안간힘을 다하여 자기가 배운 무공을 힘차게 펼쳤다. 손 달곤이가 휘두르는 용천검에서 검기가 아주 크게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는 가볍게 부채를 펴서 휘두르자 용천검의
검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손 달곤이는 또다시 놀랐지만 이미 작정한 몸 온 힘을 다해 용천검으로 공격을 해 들어갔다. 선아 아가씨는 이런 손 달곤 이의 공격에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그저 가볍게 부채로 용천검의 칼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다.
비로소 바로 자기 앞에서 부채를 들고 자기의 무서운 용천검을 살금살금 막아내고 있는 선아 아가씨를 비로소 손 달곤이는 똑똑히 보았다. 정말로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너무나
아름다운 선녀였다. 그녀의 맑은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똑 바로 꿰뚫어 보고 있었고 버들가지 같이 너무나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녀의 허리는 남자라면 누구나 끌어안고 싶은 욕망이
넘쳐나게 만들었다. 용천검의 검풍(劍風)에 휘날리는 비단결 같은 검은 긴 머리는 당장이라도 손 달곤 이의 얼굴을 감쌀 것만 같았다. 백옥 같은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은 그냥 껴안고
마구 부비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으며 앵두 같은 요염한 입술은 세상의 뭇 남자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자기의 좆을 빨아서 달라고 죽도록 애원을 할 만큼 매력이 넘쳤다.
어디 그 뿐이야? 하얀 목덜미에선 금방이라도 참이슬 같은 맑은 술이 끝없이 흘러서 나올 것 같고 그녀의 탐스런 두 유방은 세상의 뭇 남자들이 그기에 좆을 끼우고 싶어서 미칠 만큼
욕정이 폭풍같이 밀려서 왔다. 그 아래로 내려 와 잘록한 허리와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리는 치마 자락 사이로 보일 듯 말듯 남자들의 좆을 미치도록 자극하는 황홀한 계곡의 도끼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순간 선아 아가씨의 이런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정신이 빠진 손 달곤 이는 자기도 모르게 칼을 거두었다. 어떻게 감히 모나리자 같은 이 아름다운 예술품을 손상
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너무나 선아 아가씨를 아끼는 마음에 저절로 칼을 멈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추호도 알지를 못하는 선아 아가씨는 가볍게 부채를 내밀며 아름다운 꽃송이가 바람에 날리듯이 부드럽게 날라서 손 달곤 이에게 들어왔다. 그러자 선아 아가씨의
부채가 손 달곤 이의 가슴을 찌르는 동시에 손 달곤 이는 용천검을 던져 버리고 있는 힘을 다해 자기를 향해 공격해 들어오는 선아 아가씨를 힘껏 끌어서 안았다. 선아 아가씨의 부채
끝이 손 달곤이의 가슴에 닿는 순간 그는 엄청나게 큰 바위가 자기의 머리위에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으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손 달곤이는 죽는 그순간에 선아 아가씨의
아름다운 몸을 꼭 끌어서 안으며 두 무릎을 땅에 꿇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의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순간 손 달곤이는 이 세상에서 난생 처음으로 선아 아가씨의 아름다운 선녀의 향기를 맡았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향기는 그 동안 세상에서 그가 저질러 온 온갖 추악한
죄악들을 깨끗하게 씻기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마음들을 모조리 씻어내고 있었다. 갑작스런 손 달곤 이의 엉뚱한 행동에 너무나 어이가 없어 잠시 당황해 하던 선아 아가씨는 자기의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깊이 파묻고 있는 손 달곤 이를 말없이 내려다보며 그대로 선 채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이제 해가 서산에 걸리고 저녁노을이 너무나 곱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선아 아가씨를 따라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송학산을 무사히 넘어 산골 마을로 들어서자 그 곳에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무척이나 놀랐다.
“아니?... 그 무서운 산적들이 버글거리는데 아무 해도 입지를 않고... 이렇게 무사히 송학산을 넘어서 오다니?... 어찌 된 일이지?......................”
“그러게 말이야... 보따리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고... 이렇게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허... 살다가보니 정말 꿈같은 일이 다 있어..............................”
“참... 놀라운 일이야.............................”
모두들 모여들며 무척이나 궁금한지 한마디씩 말을 했다. 어느 듯 모여들은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마을의 주막에 모여 큰 잔치를 하듯이 떠들 썩 하였다.
“이제... 송학산 고개를 아무나 넘어가도... 전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자네 지금 돌았나?... 그 무서운 산적들이 갑자기 착한 사람으로 둔갑을 했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 송학산 산적들이 아름다운 선녀님에게 모조리 다 작살이 났다네... 그러니 이제 마음 놓고 저 송학산 재를 넘어가도 아무 염려할 것이 없다니까.................”
“아니?... 정말 도무지 믿을 수가 없네... 그 사납던 송학산 산적들을 예쁜 선녀님이 모조리 다 해치우다니?... 관가에서도 워낙 무서운 산적들이라 몇 번을 소탕하려고 출동을 했지만...
괜히... 약한 포졸(捕卒)들만 수십 명이 죽고 포도대장(捕盜大將)은 산적들과 싸우다가 큰 부상(負傷)만 당하고 도망쳐 내려와 다시는 아예 송학산으로 가지를 않으려고 하는데......”
“글쎄... 나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를 못했으면... 도저히 믿지를 못할 일인데 그런데 어찌하나?... 아름다운 선녀님이 산적들을 모조리 다 해치웠는데 말이지..................”
“하아...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관가에서 못한 일을 아름다운 선녀님이 단숨에 다 해치우다니?..............................”
“정말로 놀랐네!..........................”
밤이 새도록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주막(酒幕)에서 쉬고 있던 선아 아가씨 일행들이 길을 떠날 준비를 했다.
주막집 주모(酒母)는 선아 아가씨의 일행에게 지극한 정성으로 대접을 했다. 그 동안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을 괴롭히던 산적(山賊)들을 깨끗하게 선아 아가씨가 해치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돈도 한 푼도 안 받고 자기 집에 머물게 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길을 떠나려고 하자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나와서 구경을 하였다.
“정말로... 선녀가 틀림이 없네요....................”
“진짜... 선녀님이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무서운 송학산 산적(山賊)들을 모조리 다 해치우겠어요!...........................”
“그러나... 저러나 저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는 처음 보네..........................”
“그러니까... 선녀님이지!.............................”
저마다 쑥덕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선아 아가씨 일행들이 마을을 거의 벗어날 즈음에 이들을 보고 달려온 한 총각이 있었다. 이 총각은 후진을 단속하며 가는 서진 낭자에게 아주
급하게 다가와 물었다.
“혹시... 엊그제 송학산 중턱에서 산적들을 모조리 해치웠다는 선녀(仙女)님은 어디에 계신지요?..........................”
“왜... 그러시나요?... 갑자기?.......................”
낯선 총각의 말에 서진 낭자는 되물었다.
“아... 네... 저는 송학산 고개를 넘으려는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을 도와주던 조 대성 검객의 아들입니다....................”
“응?... 총각이 조 대성이라는 검객의 아들이란 말 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바로 조 대성 검객입니다.......................”
서진 낭자의 말에 총각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럼... 나를 따라 오세요.....................”
서진 낭자가 총각을 데리고 선아 아가씨에게로 갔다.
“옥녀(玉女)님!... 여기 총각이 자기 아버지가 조 대성(趙大成) 검객(劍客)이라고 하면서... 옥녀님을 뵈옵기를 청합니다............................”
“응?... 조 대성 검객의 아들?........................”
“네... 그렇다고 합니다... 자기의 말로는.........................”
“그래?... 정말... 총각이 조 대성 검객의 아들이라고?............................”
자기 앞에 와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총각을 보며 선아 아가씨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 어쩐 일로 나를 찾아왔느냐?.........................”
“저희... 아버지께서 선녀님의 소문을 듣고 너무나 놀라워하시며... 저희 집으로 모셔서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해 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응?... 그러냐?... 그렇게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려라.......................”
“아니옵니다... 저를 보내시면서 절대로 그냥 선녀님을 보내지 말고 꼭 모시고 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응?... 그러냐?................................”
“네... 송구하옵니다만... 저의 아버지의 청을 선녀님께서 물리치지 마시고... 제가 선녀님을 꼭 모시고 저희 집으로 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런... 정성으로 부탁을 하는데... 어찌 모른 척하고 그냥 가겠느냐?... 그럼... 네가 우리를 안내 하도록 하여라..................”
청아한 음성으로 말을 하는 선아 아가씨의 모습이 무척이나 궁금하여 총각이 얼굴을 들고 바라보니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 눈에 쏘옥 들어왔다. 순간 총각은 그만 선아 아가씨의
아름다운 외모에 홀딱 반하여 가슴이 마구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길을 안내하는 총각을 따라서 한참을 가니 양지바른 산기슭에 커다란 기와집 세 채가 나왔다. 총각이 자기 집 대문을
뚜드리자 하인이 대문을 열고 나와 공손(恭遜)하게 인사(人事)를 하며 선아 아가씨 일행을 안으로 안내(案內)하였다. 온갖 기화요초(琪花瑤草)가 아름답게 가꾸어진 넓은 정원(庭園)을
지나 커다란 안 채에 이르니 너무나 품위(品位)가 있는 조 대성 검객이 나왔다.
“갑자기... 이렇게 누추한 집으로 선녀님을 모셔오라고 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조 대성 검객은 공손하게 선아 아가씨에게 인사를 했다.
“이 소녀를 이렇게... 정성(精誠)을 다해 불러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선아 아가씨도 조 대성 검객에게 인사를 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네............................”
선아 아가씨가 조 대성 검객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을 맞이하는 넓은 대청마루에 서로 마주대하고 앉았다. 이러는 동안 조 대성 검객의 부인이 음식(飮食)을 차린 큰 상(床)을
하녀(下女)들에게 들려서 왔다.
“여보!... 인사를 하시오... 이분이 바로 송학산 산적들을 깨끗이 소탕하여... 이곳을 지나는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이제 아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게 해 준 선녀님이시오.......”
“어머나!... 그러시군요!... 정말로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조 대성 검객의 부인이 남편의 말에 선아 아가씨를 향해 고개를 숙인 채 감탄(感歎)의 말을 했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 좋은 대접(待接)을 받으니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옥쟁반에 구슬이 구르는 것 같은 청아(淸雅)한 선아 아가씨의 목소리에 조 대성 검객의 부인은 비로소 얼굴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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